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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던전은 드레스코드가 있는 클럽이었다. 모두 수트를 입어야 한다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조거팬츠 같은 걸 입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어떨까 싶었는데 마치다는 다음 날 토스트와 수프로 아침을 먹고 나서 허리에 밴드가 들어가 있지만 세련돼 보이는 정장 팬츠 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나왔다.
"그런 옷도 있어요?"
"전에도 팔 다친 적이 몇 번 있거든. 그때 류세이가 만들어준 거야. 류세이는 내 친구. 디자이너야."
"... 전에도요?"
노부의 표정이 굳자 마치다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런 일이니까."
"보상은 받았어요?"
"너 몰랐어? 던전의 운영비를 너희 조직에서 주고 있는 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한 번도 아니고 다친 적이 몇 번이나 있는데 호신술을 가르쳐주지 않은 조직도 진절머리가 나고 뭐 어쩔 수 없지라는 듯 말하는 마치다한테도 화가 났지만 마치다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니란 건 알아서 노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 나으면 진짜 호신술 가르쳐줄게요. 앞으로 교육을 안 하게 된다고 해도 그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아요."
"알았어."
츠지무라는 치료 기간으로 8주를 이야기했고 노부는 그 8주 동안 마치다와 함께 지냈다. 안 그래도 불법도박조직에 잠입하느라 몇 달이나 클럽을 비웠던 마치다는 다친 상태로도 계속 출근을 했기 때문에 노부도 함께 클럽에 나갔고 마치다는 노부가 처음 마치다에게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콜드 리딩을 가르쳤다. 클럽에서 손님을 관찰하면서 정보를 파악하는 법이나 손님과 합석을 해서 대화하면서 정보를 파악하는 법을 익히는 훈련이었다.
낮의 훈련이 끝나면 노부는 손을 쓸 수 없는 마치다 대신 차를 몰아서 함께 마치다의 집으로 퇴근했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마치다가 포크를 쓰는 음식이면 왼손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마치다에게 파스타를 만드는 법도 배웠고 약속했던 대로 카레를 만드는 법도 배웠다. 파스타를 종류별로 만들어어가며 같이 먹었고 카레 재료를 바꿔가며 여러 번 만들어먹었다. 쇠고기 스튜를 끓여서 밥 대신 빵을 찍어 먹기도 했다. 마치다가 다친 건 결코 반갑지도 기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마치다와 24시간을 함께하는 날들은 죄악감이 느껴질 정도로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목욕을 하고 둘이 나란히 사모예드가 콕콕 박혀 있는 똑같은 잠옷을 입고 꼭 안은 채로 잠들면 매일 좋은 꿈을 꿀 수 있었다. 매일 목욕을 도와줄 때 노부가 세수를 시켜줄 때마다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로 얌전히 눈을 감고 노부에게 얼굴을 맡기고 있는 마치다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꿈에 나온 적도 많았지만. 그 자극적인 꿈에 당황하면서 깨어나면 품 안에는 세상 모르고 노부의 품에 얼굴을 콕 박고 잠든 마치다가 있어서 그저 좋기만 했다.
그리고 그 달콤했던 두 달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빨리 흘러가 버렸다.
"내가 오늘 진짜 맛있는 거 사 줄게. 뭐 먹고 싶어? 무지개 원장님이 우리를 버렸으니 우리끼리 맛있는 거 먹자."
마치다는 무지개 정형외과에서 깁스를 푼 날 깁스를 푼 기념으로 츠지무라에게도 같이 식사를 하자고 청했지만 츠지무라는 뺄 수 없는 사전약속이 있다며 거절했다. 마치다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노부의 팔짱을 끼더니 제일 맛있는 거 먹자고 주장했고, 츠지무라는 미안함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얼굴로 웃었다.
"그런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무지개예요? 보통 병원 이름을 이렇게 짓나요?"
노부도 운동하던 시절 병원을 많이 다녔지만 평범하게 원장의 이름일 들어가 있거나 동네 이름이 들어가 있거나 좀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명사가 들어가 있었다. 희망정형외과나 사랑병원이나 그런 거. 무지개는 좀 뜬금없지 않나 해서 가볍게 물어본 건데 마치다와 츠지무라는 잠시 말없이 시선을 마주하고 있더니 머쓱하게 웃었다. 마치다는 여전히 노부의 팔짱을 끼고 꼼지락거리기만 하고 있었고 츠지무라가 답을 내놓았다.
"우리가 구조됐던 날 비가 왔었거든요."
마치다와 츠지무라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범죄조직에서 구조된 날을 말하는 듯해서 노부는 멈칫하며 노부의 팔에 매달려 있는 마치다를 흘긋 바라봤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을 떠올리게 했나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다.
"전부 경찰들이 덮어준 담요를 하나씩 뒤집어쓰고 나왔는데 어느새 비가 그쳤더라고요. 어른들이 우리에게 차에 타라고 해서 가는데 무지개가 떠 있었어요.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됐던 때라."
"... 네."
"같이 구조됐던 애들 중에 제일 어린 녀석이 그때 6살이었는데 걔가 형누나들이 다 하늘만 보고 있으니까 같이 쳐다보다가 저게 뭐냐고 묻더라고요. 어리기도 하고 제대로 교육을 못 받아서 무지개도 몰라서."
"네."
"그때 케이타가 녀석한테 '무지개야'라고 말해주는데 그때..."
츠지무라가 헛기침을 하고 말을 끊어 버려서 노부가 의아해하자 여전히 노부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던 마치다가 툭 내뱉았다.
"울었지, 너."
노부가 마치다를 돌아봤다가 츠지무라를 바라보자 츠지무라가 머쓱한지 뺨을 긁다가 피식 웃었다.
"너도 울었잖아."
노부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꺼낸 것 같아서 머쓱해하며 노부의 팔짱을 끼고 있는 마치다의 팔을 살짝 토닥여주자 츠지무라가 어딘지 후련해 보이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케이타가 저건 무지개야 라고 말해주는데 그냥 이제 끔찍하던 그 시간이 모두 끝났다는 게 갑자기 실감이 나더라고요. 뭐 되게 희망적이었다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이제 뭐라도 해 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 난 의대 입학했을 때나 내 병원 차렸을 때보다 그때가 더 기뻤거든요, 사실."
마치다는 아무 말 없이 희미하게 웃기만 했다. 그리고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준비해야 한다는 츠지무라를 두고 병원을 나왔을 때였다.
"뭐 먹고 싶어? 너 먹고 싶은 거 보자."
"마치다 상이야말로 그동안 손을 못 써서 제대로 못 드셨잖아요. 마치다 상이 좋아하는 거 먹어요."
"나야 네 덕분에 고생 하나도 안 했는데 뭐. 네가 고생했지."
노부는 거절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아, 그러고보니 지금 얻어먹는 게 좋겠네요. 오늘이 지나면 못 얻어먹을 테니까."
"어? 아니야.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계속 사 줄 수 있지."
"아니요. 진짜 오늘이 지나면 내 얼굴도 보기 싫어질걸요."
진짜였다. 노부는 마치다가 다시는 그렇게 다치지 않도록 정말로 혹독하게 호신술을 가르쳐줄 생각이었으니까. 호신술 훈련을 시작하고 나면 얼굴 보기도 싫어질걸.
노부가 마치다의 호신술 훈련을 위해 데려간 곳은 조직의 체육관이 아니라 노부가 운동선수 시절에 다니던 체육관이었다. 관장에게 미리 연락을 해서 빌려둔 참이었다. 마치다는 노부가 준비해 준 유도복을 갈아입고 나오다가 벽에 걸린 사진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노부가 다가가자 마치다는 트로피를 들고 있거나 메달을 든 노부의 사진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물었다.
"유도 선수였구나."
"네."
"부상당해서 그만 둔 거야?"
"네, 부상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습관성 탈구가 생겼어요. 훈련은 물론이고 시합에도 여러 차례 지장이 생겨서 결국 그만뒀죠."
마치다가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봐서 노부는 어깨를 으쓱했다.
"선수 생활을 못하게 된 건지 일상 생활에는 무리없어요. 저 잘 지내는 거 마치다상도 보셨잖아요."
마치다는 힘들었겠다는 말이나 힘내라는 말을 해 주진 않았다. 대신 노부를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맞닿은 가슴에서 전해지는 마치다의 심장 박동이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었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둬야 했지만 노부는 딱히 힘든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평범한 삶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함께 꽃집을 운영하셨다. 새벽부터 꽃도매시장에 가서 꽃을 떼와야 하고 하루 종일 꽃을 다루다보니 손도 항상 터 있었고 몸을 쓰는 일이라 허리나 어깨가 아파서 고생하셨지만 노부와 튼튼이를 아껴주셨고 두 분의 사이도 무척 좋았다. 새벽 꽃도매시장에 나가야 하다보니 다른 집보다 저녁 시간이 일렀고 취침시간이 빨랐지만 그 이른 저녁시간은 늘 화기애애했다. 튼튼이가 조산되면서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을 때 자책하면서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리고 인큐베이터 안의 너무 작고 너무 약해 보이는 아기를 창 너머로 보면서 어린 노부도 많이 울었지만 다행히 튼튼이는 정말 튼튼하게 잘 자랐다. 가끔 괴롭고 힘들고 슬펐지만 무난하고 평탄한 삶이었다.
운동을 그만둬야 할 때는 물론 괴로웠지만 운동하는 형을 좋아하던 튼튼이가 노부보다 더 슬퍼했을 정도로 금방 극복할 수 있었다. 그냥 훌훌 털어냈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노부를 안고 등을 가만히 토닥거리는 마치다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자 이미 극복한 줄 알았던 괴로움과 아쉬움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몇 년만에 떠오른 그 괴로움과 아쉬움은 금방 그 따뜻한 체온에 녹아내렸다. 고맙고 기뻤지만 머쓱하기도 했기 때문에 노부는 가만히 그 따뜻한 체온을 즐기고 있다가 장난처럼 툭 내뱉았다.
"위로는 감사하지만 그래도 훈련 강도를 낮춰주지는 않을 겁니다."
마치다는 피식 웃더니 노부를 놔 주며 노부의 가슴을 툭 쳤다.
"에이, 째째하게."
째째하다면서도 웃고 있는 눈에 가득한 다정한 장난기가 너무 귀여웠다.
혹독하게 할 거라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체력단련 정도만 하는 사람에게 진짜로 혹독하게 할 수는 없어서 기본적인 수준으로 가르쳤고 마치다도 잘 따라왔다. 누군가 갑자기 잡거나 주먹을 휘두를 때, 걷어차려고 할 때, 쓰러뜨리려고 할 때 등등. 그렇게 정석대로 진행되던 훈련이 갑자기 난이도를 높이며 정말로 혹독해진 건 노부가 본부의 호출을 받아서 들어갔다 나온 다음이었다.
"이제 무기를 든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배워볼게요."
"... 무기?"
"그때 마치다 상이 팔을 다쳤을 때처럼 파이프 같은 걸 휘두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치다는 가만히 노부를 바라보고 있다가 여상하게 물었다.
"다음 임무 나왔어?"
"네."
"뭔데?"
노부는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가 담담하게 들리길 바라며 천천히 말했다.
"불법 장기매매 조직입니다."
마치다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노부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인신매매 조직?"
"...네."
"살벌하겠네."
마치다는 그렇게만 말하고 주먹을 꼭 쥐더니 노부의 가슴을 툭툭 쳤다. '덤벼, 덤벼' 그러면서. 인신매매조직이다. 노숙자나 가출청소년들, 전과자나 위험한 술집 근무 등의 이유로 가족과 연을 끊어서 들킬 위험이 적은 이들을 붙잡아서 장기를 적출하고 팔아버린다. 그런 놈들이 결코 만만할 리 없었다. 이런 범죄집단의 수사에 무슨 잠입이 필요한 거냐고 왜 마치다까지 데리고 들어가야 하냐고, 바로 치고 들어가면 되지 않냐고 따졌지만 근거지를 알 수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조직의 운영자로 의심되는 자가 최근 재벌 3세와 끈을 만들려 하는 중이고, 그 재벌 3세가 던전의 단골이라고.
정말로 위험한데. 끔찍하게 무서운데.
'덤벼, 어서 덤벼 봐, 덤벼, 덤벼, 슉슉, 슉슉'하고 노부의 가슴을 툭툭 치고 있는 마치다는... 웃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워서, 더 슬펐다.
노부가 마치다에게 가르친 건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무기를 떨어뜨린 후 아예 기절시키도록 급소를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노부는 상대가 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이쪽이 다치지 않고 상대의 무기를 떨어뜨리게 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을 빠짐없이 가르친 다음 마치다를 세워놓고 사람의 급소를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사실 사람은 온몸에 피가 흐르고 뼈가 있고 피부는 별다른 보호기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어디든 잘못 맞으면 죽는다. 하지만 잘못 맞지 않아도 맞으면 죽을 위험이 치솟는 곳도 있다. 아니면 죽을 만큼 아프거나. 노부는 그런 곳들을 몇 곳 알려줬다.
먼저 동글동글 예쁜 마치다의 머리통을 붙잡고.
"사실 머리엔 뇌가 있으니까 잘못 맞으면 죽을 위험이 높아요. 뇌와 거리가 먼 턱도 잘못 맞으면 뇌출혈로 죽을 수 있고요. 상대가 바로 앞에 있다면 턱을 때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쭉 뻗은 기다란 목도 살짝 쓰다듬었다.
"목은 어디를 맞아도 위험해요. 흔히 목젖이라고 하는 여기나 경동맥이 지나는 여기나, 목덜미도 맞으면 기절할 수 있죠."
그리고 판판한 배에 살짝 손을 얹었다.
"배도 잘못 맞으면 끔찍하게 아파요."
"그래, 영화에서 보니까 막 토하고 기절하고 그러더라."
"그렇죠. 그리고..."
노부는 차마 마치다의 다리 사이에 손을 대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가리켰다.
"여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남자는 다리 사이를 맞으면 지옥을 보고 올 수 있죠. 기절하는 경우는 잘 없지만 한동안 발을 묶을 수는 있어요."
마치다는 으으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엽게.
"하지만 상대의 앞에서 공격하는 건 반격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위험해요. 되도록이면 뒤에서 공격하는 게 좋아요. 가능하다면요. 반격당하지 않을 자신이 없으면 정면에서는 공격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음. 알았어."
"상대가 등을 보이고 있으면 머리나 목덜미를 쳐서 기절시키면 돼요. 이런 식으로."
"이렇게..."
"네."
"그리고 상대와 정면에서 대치하고 있으면 일단 도망가는 게 제일 좋고, 도망이 불가능하면 무기를 뺏어야 하는데요."
"응."
"상대를 공격할 때는 하나, 둘, 셋 이런 식으로 상대가 예측할 수 있게 공격하면 안 되고. 적이 방심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하나-하고 바로 공격한다고 생각해요."
"하나."
"네, 하나-하고 바로."
"알았어. 하나-"
마치다는 아주 훌륭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노부의 가르침을 잘 따라왔다. 그렇다고 물론 노부를 진짜로 기절시킬 정도로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동작은 정확했으니까. 그렇게 노부와 마치다는 호신술과 상대를 사망 혹은 기절시킬 수 있는 동작들을 익혔다. 물론 상대가 치명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고 마치다를 공격하려 할 때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는 확실히 달긴 했으나 마치다가 이유없이 멀쩡한 사람을 공격할 사람은 아니니까 진심으로 걱정해서 단 단서는 아니었다.
작전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날, 노부가 가르쳐준 대로 메치기 기술을 이용해서 노부를 바닥에 던져 버린 마치다는 바로 노부의 옆에 앉으며 드러누워 있는 노부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안 다쳤어?"
"네, 제가 잘 가르쳤으니까요."
"내가 잘 한 거지."
마치다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곤 노부의 옆에 같이 누워서 노부를 바라보다가 노부의 품으로 데굴 굴러들어와서 노부를 폭 끌어안았다.
"마지막 작전이야?"
이번이 노부와 마치다가 함께하는 마지막 작전이고, 노부는 이 작전이 끝나면 이제 다른 요원들과 팀을 짜서 활동해야 한다고 들었다. 마치다는 이번 작전이 정말 끝이라고. 노부도 얼마 전 부장에게 불려갔다가 들은 내용이라 마치다에게 아직 말해주지 않았는데 짐작한 모양이었다.
"네."
노부가 목소리를 쥐어짜내 대답하자 마치다는 아무 말 없이 노부를 더 폭 끌어안았다. 노부도 손을 올려 마치다의 등을 감싸안자 마치다의 한숨이 노부의 목에 닿았다 흩어졌다.
"한 번도 이런 말해 본 적은 없는데."
노부가 마치다를 끌어안은 채 긴장하고 있자 조금 머뭇거리던 마치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임무가 끝나도 던전에 와도 돼. 나한테 연락해도 되고."
"..."
"니네 선배들은 훈련이나 작전 끝나는 순간 출입금지 먹였는데, 넌 계속 와도 돼."
"..."
"싫음 말고."
"연락할 거예요. 던전에도 갈 거예요."
"그래."
"매일 연락하고 매일 갈 거예요."
마치다는 키득거리다가 웃음을 섞어 투덜거렸다.
"매일은 하지 마. 귀찮아."
"매일 찾아가고 매일 대여섯 번씩 전화할 거예요."
"하지 말라고 했다. 경고했어."
마치다는 짜증을 내는 척하면서도 웃었다. 그래서 노부는 계속 더 우겼다. 매일 전화하고 매일 찾아갈 거예요. 진짜로.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 우겼다.
놉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