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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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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마그네타


13.


태양이 머리 높이 뜬 정오, 브래드쇼 가족이 마침내 재회했다.

“자기야!”
“캐롤!”

구스와 캐롤은 서로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두 사람은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입 맞추는 소리가 적나라했다. 브래들리는 캐롤의 손을 놓고 매버릭에게 다가왔다.

“우와.”

코앞까지 가까이 온 브래들리를 보고, 매버릭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작아!”

마지막으로 본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 대위는 곰만 한 덩치에 콧수염을 달고 있으며 가슴에도 팔에도 털이 북슬북슬한 인상 험악한 남자였는데,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금발 머리에 얼굴이 뽀얀 어린아이였다. 게다가 브래드쇼 대위처럼 잔소리도 하지 않고, 말갛게 웃기만 했다.

“아하하하! 아하하! 하하!”

매버릭은 브래들리를 번쩍 들어 올리고 빙글빙글 돌았다. 브래들리도 무척 재밌어하며 매버릭을 따라 환하게 웃었다. 그랬다, 이 무렵에 브래들리는 자신을 곧잘 따랐다. 자신이 하는 거라면 뭐든 좋아하며 손뼉을 치고는 했다.

“자기야, 날씨가 더워서 미쳤어? 왜 그래?”

지나치게 들뜬 매버릭의 모습에 놀란 구스가 새된 목소리로 물었다. 옆에서 캐롤도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매버릭에게 이골이 난 두사람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구스, 브래들리 얘 너무 작다. 어떡해? 어쩜 이렇게 작지?”

매버릭은 브래들리를 꼭 끌어안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구스는 황당해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럼 작지, 학교도 안 들어간 애가 너만 하겠냐?”
“나보다 더 클지도 모르지.”

매버릭은 씩 웃었다. 그러자 구스가 그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매버릭.”
“응?”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응.”
“대부분 남자는 너보다 커. 그리고 캐롤이랑 난 키가 크니까 우리 브래들리도 다 자라면 당연히 너보단 키가 클 거야.”

흥이 식어버린 매버릭은 대답 대신에 구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구스가 “어이구! 나 죽네!”하고 절뚝거리며 큰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 “자기야, 창피하게 왜 그래?” 캐롤이 쯧,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면박을 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그 사이에 매버릭은 브래들리를 다시 땅에 내려놓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았다. 브래들리의 발은 자신의 손바닥보다 더 작았다. 그는 참지 못하고 브래들리를 또 와락 껴안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손이랑 발도 작아!”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참. 넌 알다가도 모르겠다.”

구스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매버릭은 말없이 브래들리를 안은 채 일어났다.

 
* * *


꿈을 반복하며 수십 번이나 왔던 식당. 이번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선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의 옷차림이 달라졌고, 언제나 함께 왔던 찰리가 없다. 심지어 식탁보는 초록색 체크무늬가 아니라 파란색 체크무늬였고, 벽에 칠한 페인트는 기존의 미색보다 더 진한 병아리색이었다.

새하얀 블라인드가 드리워진 창가, 테이블 위에는 감자튀김과 시큼한 샐러드, 먹다 만 스테이크가 올라와 있었다. 또, 브래들리가 디저트로 먹은 브라우니 부스러기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원래 매버릭이 앉았던 자리에는 구스가 앉아 캐롤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홀짝였다. 그리고 매버릭은 구스 대신에 피아노에 자리를 잡고 브래들리와 떠들며 놀고 있었다.

“매브는 피아노 못 쳐?”

피아노 위에 앉은 브래들리가 다리를 흔들며 물었다.

“응.”
“내가 쳐줄까?”
“고마워. 하지만 오늘은 마음만 받을게.”

매버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나 피아노 잘 치는데. 선생님이 내가 제일 잘 친댔어.”

얼마 전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던 브래들리는 내심 실력을 뽐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매버릭이 칼같이 거절해버리자 브래들리는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눈썹을 축 늘어트렸다.

“네가 피아노 치면서 그 노래 부르면 안 좋은 일이 떠올라서 그래…….”
“무슨 일인데?”
“있어, 그런 일.”

브래들리, 피아노, 위대한 불덩이Great Balls Of Fire, 이 세 개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페니의 가게에서 젊은 대위들에게 달랑 들려 내동댕이쳐진 일도 함께 떠올랐다. 그날, 모래가 유독 까끌까끌해서 따가웠다. 엉덩이에는 멍도 들었다. 새로 산 청바지였는데, 모래가 잔뜩 들어가서 털어내느라 무진 애를 썼다. 신발은 아예 못 쓰게 됐다.

“속상한 일이야?”
“아마도.”
“속상해하지 마.”

브래들리가 매버릭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브래들리.”

매버릭은 가슴이 찡해졌다. 그는 브래들리의 신발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너 나중에 절대 나한테 당신은 울어 줄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잖아요. 이딴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응?”
“얼른 약속해.”
“약속.”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어유, 예뻐. 내 천사, 내 귀염둥이.”
“고마워, 뽀뽀해줄게.”

예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브래들리가 매버릭의 얼굴을 두 손으로 덥석 잡았다. 매버릭은 대번에 허리를 뒤로 빼며 사양했다.

“아니, 됐어.”
“왜? 좋아하잖아.”
“아니, 네가 볼에 뽀뽀해주는 거 좋아하긴 했는데…… 그냥 이제 좀 그래. 너도 어른이잖아, 브래들리.”
“나 다 컸어?”
“그럼.”

그 말에 브래들리는 천사처럼 웃었다. 매버릭은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이렇게 귀엽고 착한 애가 다 커서는 왜 그렇게 된 걸까…….”
“응?”
“아무것도 아니야. 착한 우리 브래들리.”

매버릭은 브래들리의 볼록한 배를 툭툭 두드린 다음, 아이를 바닥에 내려주고 구스와 캐롤에게 말했다.

“구스, 캐롤. 난 이만 가볼게.”
“뭐? 점심만 먹고?”

구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매버릭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시간 보내야지.”
“무슨 소리야, 너도 우리 가족이잖아.”

구스는 단호하게 말하며 정색했다. 옆에서 캐롤도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버릭은 가슴이 뭉클해졌지만, 눈물을 삼키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실은 데이트 약속 있어.”
“뭐? 그럼 데리고 오지! 같이 만나면 좋잖아.”

매버릭이 어설프게 둘러댄 말을 다행스럽게도 구스는 믿는 눈치였다. 평소 매버릭의 행실이 워낙 방탕했으니,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캐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놀라워하는 사실은 매버릭이 데이트 상대와 약속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트 상대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 이날 캐롤이 찰리한테 우리 천사 구스는 교회 가려고 일찍 귀가하고, 난 늘 화끈한 여자랑 같이 귀가한다고 찰리한테 다 고자질했었지…….’

매버릭은 자신이 지난날 대체 어떻게 살아왔나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됐다.

“아, 그게… 아직 알아가는 단계라서 좀 그랬어.”
“매브, 네가 그런 것도 신경 써?”

캐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캐롤, 날 대체 어떻게 보고! 내가 애야?”

매버릭은 억울한 마음에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애는 아니지만, 브래들리 형? 나이 차이 좀 나는.”

캐롤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입에 팝콘을 쏙 집어넣었다.

“근데 더 철없고.”

구스가 캐롤의 어깨에 팔을 감으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야!”

발끈한 매버릭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구스와 캐롤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약이 잔뜩 오른 매버릭은 제자리에서 주먹만 쥐락펴락하며 씩씩거렸다. 브래들리가 그런 매버릭의 셔츠를 잡아당기며 진정하라고 타일렀다.

“자식, 여태 내빼더니. 누구야?”

구스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어어, 그게…….”
“그 교관, 맞지?”
“누구?”
“찰리.”
“아니야.”

매버릭은 정색했다.

“아니라고?”

구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구 말하는 거야?”

캐롤이 구스의 어깨에 턱을 괴며 끼어들었다.

“민간인 전술 교관이 있는데, 딱 얘 취향이거든.”
“찰리 아냐. 찰리랑은 아무 일도 없어.”
“내 착각인가?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것 같았는데.”

매버릭은 말없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럼 누군데?”
“잘 되면 말해줄게.”

매버릭은 아무렇지 않게 얼버무렸다. 그리고 구스와 캐롤이 계속 더 있다가 가라며 만류했지만, 그들을 뿌리치고 먼저 식당 밖으로 나왔다.
 

* * *


오늘이 구스와 캐롤이 서로 만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 이후로 두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꿈에서도. 

언젠가, 한밤중, 구스의 기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캐롤의 삶도 꺼져가던 날. 술에 취한 캐롤이 매버릭에게 전화를 걸어 구스는 참 나쁜 자식이라고, 꿈에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흐느낀 적이 있었다. 그날부터 매버릭은 오늘을 늘 의식하며 살게 됐다.

그래서 먼저 자리를 떴다. 매버릭은 비록 자신의 꿈속에서라도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길 바랐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얼굴이 익을 정도로 뜨겁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자신의 머리 위에만 먹구름이 잔뜩 낀 채 우중충한 것 같았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착각마저 들었다.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힘없이 걷던 매버릭의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스쳤다. 매버릭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아이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꼭 오늘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것처럼.

“아이스.”
“매버릭.”

아이스의 얼굴에 아주 잠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곧 매버릭에게 익숙한 재수없고 오만한, 시건방진 젊은 대위의 얼굴로 매버릭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구스 가족이랑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응, 같이 점심 먹고 먼저 나오는 길이야.”
“구스 가족들이랑도 각별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왜 더 같이 있지 않고?”
“오늘 같은 날은 가족들이랑 오붓하게 지내야지, 구스도.”

매버릭은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이스는 팔짱을 끼고 매버릭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진실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눈이었다. 매버릭은 아이스의 시선을 피했다. 루스터를, 그러니까 정확히는 루스터의 어린 시절인 브래들리를 만나고 오는 길이어서일까. 매버릭은 아이스와 우연히 마주친 이 순간의 감회가 남달랐다. 루스터도 아이스와의 연결고리 중 하나였다. 루스터가 쏟아낸 잔인한 말에 가슴이 너덜너덜해졌던 날, 아이스는 영원히 자신의 곁을 떠났다.

아이스가 떠났다.
지금 아이스는 자신의 눈앞에 보란 듯이 시건방을 떨고 있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아이스는 없다.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아이스와도 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매버릭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갑자기 화가 났다. 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왜 꿈에서 깨어나면 아무도 없는 격납고에서 눈을 떠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꿈에서 깨어나서도 지금처럼 아이스와 대거리하며 싸울 수 없는지 모르겠다. 속에서 일어난 불덩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니 급기야 이제는 슬퍼졌다.

“아이스.”

매버릭은 충동적으로 아이스를 붙잡았다.

“매버릭, 왜 그래?”

아이스는 매버릭이 대뜸 자신의 팔을 붙잡더니, 눈물을 글썽거려서 몹시 놀랐다. 급기야 매버릭은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매버릭, 괜찮아? 무슨 일이야.”

아이스는 허리를 숙여 매버릭과 눈높이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들썩거리는 매버릭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등을 다독이며 그를 달랬다. 그래도 매버릭은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스가 걱정할수록 더 서럽고 크게 울었다.

“눈에, 누, 눈에…… 흐윽, 윽, 먼지가, 콜록, 으, 으으, 먼지 들어갔어.”

매버릭은 딸꾹질하며 힘겹게 핑계를 댔다.

“어디 봐.”

아이스는 매버릭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들어 올린 다음,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매버릭은 코를 훌쩍이면서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인상을 쓰고 주의 깊게 살펴도 눈에 들어간 먼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스는 매버릭의 눈에 대고 후, 후우, 숨결을 불었다. 그의 숨결에서는 알토이즈 사탕 냄새가 났다. 1999년 이클립스가 출시되기 전까지 아이스가 담배를 피우고 나서 털어 넣던 페퍼민트 사탕 냄새가. 매버릭이 몇 번이고 구취 제거 사탕이나 껌을 씹을 시간에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아이스는 말을 듣지 않았다.

“더 깊이 들어갔어, 아파. 너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갔잖아, 아파. 정말 아프다고. 얼마나 아픈지 알아? 네가 막 찌르고 있다고, 나를!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왜 날 아프게 해? 아프다니까! 좀 살살하면 안 돼? 일부러 그래? 아파, 아프다고!”

매버릭은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아이스를 마구 나무랐다. 밑도 끝도 없이 화를 내는 매버릭 때문에 아이스는 당황해서 쩔쩔매며 사과했다. 

“미, 미안해. 아프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정말 미안하다.”

매버릭은 더 크게 울었고, 아이스는 매버릭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만 있다면 군사 기밀도 빼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 후에야 매버릭은 울음을 겨우 그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길 한복판에서 목놓아 우는 매버릭과 그런 매버릭을 달래며 식은땀을 쏟아내는 아이스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술렁거리는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쏟아지고 난 이후였다.

뒤늦게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달은 매버릭은 얌전해졌다. 아이스는 언제 또 매버릭이 울음을 터뜨릴지 몰라 가슴을 졸이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이제 괜찮아?”
“응.”

매버릭은 아이스의 얼굴을 똑바로 볼 염치가 없어 고개 숙인 채 대답했다. 그가 평소와 달리 풀이 죽은 모습이 가여워서 아이스는 넌지시 제안했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갑자기?”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매버릭은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명확하고 단순한 사람이었다. 쉽게 슬퍼하고 쉽게 기뻐하고, 그만큼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난 컨디션 안 좋을 때 아이스크림 먹으면 좋아져.”
“거짓말하지 마.”
“정말이야.”
“컨디션 안 좋을 때 아이스크림 먹으면 좋아지는 건 나고, 넌 뮬드 와인…….”

아이스의 말에 매버릭이 피식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아이스의 표정이 돌연 흐려졌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미심쩍다는 눈으로 매버릭을 응시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어, 뭘?”

매버릭은 귓바퀴를 만지작거리면서 발끝을 세웠다. 까딱까딱, 발끝을 내렸다가 들어올렸다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게 구는 매버릭 때문에 아이스의 신경은 한층 더 곤두섰다.

“내가 컨디션 안 좋을 때 뮬드 와인 마시는 걸 네가 어떻게 아냐고, 매버릭. 너한테 얘기한 적 없는데.”
“남들이 네 얘기 하는 거 들었어.”

아, 또 내가 실수했네. 매버릭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둘러댔다. 아이스가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이 안 좋을 때 뮬드 와인을 한잔 마시고 잔다는 걸 내가 언제 알게 됐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가물가물했다. 아이스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너무 많다. 어쩌면 지금 눈앞에 있는 젊은 시절의 아이스 본인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슬라이더군.”

아이스가 혀를 찼다.

“아닌데…….”
“슬라이더가 입이 가볍기는 하지.”
“그래, 맞아. 슬라이더한테 들었던 것 같아.”

애꿎은 슬라이더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아이스는 눈치가 워낙 빠르고 예리한 사람이라 언제 들통날지 몰랐다. 슬라이더에게 죄책감을 느껴 사실대로 털어놓을 때가 아니었다. 매버릭은 마음속으로 슬라이더에게 사과했다.


두 사람은 5분 정도 주변을 걸어 다니며 들어갈 만한 곳을 살피다가 벤 앤 제리스의 간판을 발견했다. 아이스와 매버릭은 뜨거운 태양을 피해 지체하지 않고 벤 앤 제리스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에 총 10개 있었고, 그중 4개의 테이블에 앞서 들어온 손님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몸에 비해 작은 유니폼을 입은 점원이 걸걸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매버릭은 곧장 그에게 걸어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싱글 스쿱으로 두 개 주세요. 하나는 콘, 하나는 컵으로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아이스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는 매버릭이 자신에게 뭘 먹을 것이냐 묻지도 않고 대뜸 주문해서 놀랐고, 자신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골라서 또 놀랐고, 마지막으로 콘이 아니라 컵으로 주문했다는 사실에 가장 매우 놀랐다. 자신이 손에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려서 묻는 게 싫다고 컵을 고집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슬라이더조차도.

‘매버릭이 컵으로 먹는 걸 좋아할 수도 있잖아.’

아이스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매버릭에 대한 불필요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매버릭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는 바람에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네, 가격은 10달러입니다.”
“죄송하지만, 뭐라고요?”

점원의 말에 매버릭은 제 귀를 의심했다. 조금 전까지 친절했던 점원의 태도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상대하기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10달러요, 손님.”
“농담이죠?”
“안 보이세요?”

점원은 가격표를 가리켰다. 가격표에는 획이 둥그런 대문자로 싱글 스쿱 하나에 5달러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매버릭은 믿을 수 없었다. 이 세상이 자신을 대상으로 대사기극을 벌이는 것만 같았다.

“정말이에요? 싱글 스쿱인데요?”
“네, 10달러라고요.”
“저, 죄송하지만, 올해가 몇 년도죠?”
“1986년도죠.”

황당한 질문에 점원은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싱글 스쿱 아이스크림 두 개 가격이 10달러고요?”
“네.”

매버릭은 목 뒤가 뻣뻣해졌다. 10달러야 그리 큰돈은 아니다. 자신은 그보다 훨씬 큰돈, 막대하다고 말해도 좋은 돈을 공중에서 터뜨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986년도이고, 대위에 불과한 자신의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스크림 따위에 10달러를 낭비할 여유는 없었다.

‘무슨 싱글 스쿱 아이스크림 한 개 가격이 저래? 21세기야? 1986년에는 하나에 1달러 정도 아니었나? 내가 촌놈 같다고 사기 치는 거 아니야? 어린놈이?’

매버릭이 남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할 동안, 점원도 매버릭을 보며 ‘어린놈이 건방지게 따지는 것 좀 봐. 성깔하고는.’하고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겉보기에 더 연상으로 보이는 건 점원 쪽이었다.

“부탁합니다.”

그때, 아이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으며 지갑에서 1달러 지폐 10장을 꺼내 점원에게 내밀었다. 점원은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며 잽싸게 현금 서랍에 지폐를 넣었다. 매버릭이 아이스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넌 군인이야. 민간인이랑 싸우면 안 돼.”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사려고 했는데…….”
“신경 쓰지 마.”

아이스는 지갑을 챙기며 무심하게 말했다.

“정 신경 쓰이면 다음에 저녁 사주던가.”

그리고 지나가는 투로 덧붙였다. 조금 쑥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아니다. 쑥스러운 게 분명했다. 뻔뻔한 얼굴이 경직되어 있었고, 자신감 없는 표정이었다.

‘징그럽다. 진짜 징그럽다. 아이스가 수줍어한다니……. 역시 오래 살면 안 돼. 이런 꼴을 보잖아. 남들 갈 때 나도 가야 하는데, 오래 살다 보니 하아…….’

매버릭은 할 말을 잊었다. 그의 의도가 훤히 보여서였다. 하지만 대체 아이스가 왜 저렇게까지 자신과 단둘이 보낼 시간을 만들려고 수작을 부리는지 그 이유는 몰랐다. 기껏 생각해 낸 이유는 인적 드문 으슥한 곳에 자신을 불러내서 두들겨 패고 난 후에 어디 옥수수밭에 버리려고 계획했을지도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무려 하나에 5달러짜리 바닐라 아이스크림 콘 하나랑 컵 하나요.”

잠시 후 돌아온 점원이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저 애새끼는 내가 나중에 다시 와서 반드시 혼쭐을 내준다.’ 매버릭은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점원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받고, 자연스럽게 컵에 든 아이스크림을 아이스에게 건넸다.

“아이스, 여기서 먹을래? 아니면 밖에서?”
“좀 걷자.”

아이스는 혼란스러웠다. 매버릭이 자신보다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매버릭의 무기는 다름 아닌 정보였다. 그 무기를 앞세워 매버릭은 불시에 자신의 영역 안으로 침범하고, 막아내기 버거웠다. 간신히 매버릭을 물리치고 숨을 돌리며 그가 파괴한 잔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으면 또다시 쳐들어왔다.

어디 그뿐인가. 의문을 해결할 실마리를 하나 찾으면, 매버릭은 또 어디론가 사라져서 가슴 졸이게 하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불쑥 나타나서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들쑤셨다.

그러니까 한가하게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매버릭과 희희낙락 떠들 자신이 없었다. 걸어 다니면서 열을 식혀야 했다.

아이스가 빠르게 아이스크림을 입에 욱여넣으며 열을 식힐 동안, 매버릭은 벤 앤 제리스의 시건방진 점원에 대해 곱씹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싱글 스쿱 아이스크림 하나에 5달러나 한다는 건 터무니 없다. 이건 뭐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수도 없이 이 꿈을 꿨지만, 역시 옛날이 좋긴 좋았다며 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며 신나게 즐겼으면 즐겼지, 물가 때문에 당황한 건 처음이었다.

이번 꿈은 뭔가 다르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단지 자신이 경계심을 풀고 허물없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만으로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리가 없다. 정말 그것만으로 세상이 자신에게 이렇게 친절해진다면 구스는 왜 죽었고, 아이스는 왜 먼저 떠났겠는가. 젊은 시절이면 몰라도 지금의 매버릭에게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고, 정직하지도 않으며 냉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버릭, 입에 묻었다.”
“고마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스가 가장 큰 변수가 되고 말았다.

아이스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 아직은 아이스와 이렇게 마주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었다. 구스의 사고 전까지 아이스는 탑건에서 자신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매버릭은 아이스가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어딘가 찝찝했다. 또, 불안했다. 구스를 살리려고 아등바등했던 자신의 몸부림이 도리어 이 꿈속의 아이스를 죽여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거기 말고. 아직 그대로 있어.”
“어디 묻었는데?”
“여기.”

아이스는 슬쩍 매버릭의 입술에 손을 가져갔다. 매버릭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어서 닦아주지 않고 뭐하냐는 듯한 눈으로 아이스를 재촉했다. 매버릭의 입술에서 닦아낸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가며 아이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달콤해야 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지독히도 썼다. 어수선한 마음처럼. 그도 의문에 휩싸여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버릭은 자신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자신은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이름은 피트 미첼, 가장 절친한 친구는 RIO인 브래드쇼.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아직 아담스 애플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성장기가 덜 끝난 건 분명한데, 불행하게도 키가 더 자랄 것 같진 않다. 손과 발을 보면 키는 이미 다 컸다. 자신을 포함해 탑건의 모두가 저 종잡을 수 없는 놈을 두려워하는 한편으로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건 비밀인데, 난 사실 딸기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해.”

그런데 때마침 매버릭이 아이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했는지 비밀 하나를 털어놓았다.

“……분홍색을 좋아하거든.”

매버릭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핥았다. 아이스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항상 일정하게 뛰던 가슴이 돌연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근데 창피해서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말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너무 애 같고.”
“네가 딸기 아이스크림 얘기하니까, 나도 오랜만에 먹고 싶네. 매버릭,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을 수 있겠어?”

아이스는 매버릭의 영역에 침범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연하지, 날 어떻게 보고! 근데 벤 앤 제리스는 가지 말자.”
“왜? 데어리 퀸인가, 거길 더 좋아해? 거기 새로 나온 메뉴가 맛있다고는 하더라.”
“아니, 난 벤 앤 제리스를 더 좋아해.”
“그럼 왜?”
“아무리 생각해도 점원이 사기 친 것 같아……. 그 애새끼가, 사람 우습게 보고 말이야. 대체 왜 젊은것들은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이야?”

매버릭은 1986년의 탑건이 아닌, 2022년 탑건 생도들에게 쌓인 분노를 은근슬쩍 토로했다. 행맨과 루스터가 싸움을 벌였는데, 자신이 다섯 번이나 그만하라고 말려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대놓고 대령이자 교관인 자신의 말을 무시했다. 정말 괘씸했다.

“사기 친 건 아닐 거다.”
“1986년에 싱글 스쿱 아이스크림 가격이 5달러나 할 리 없어. 내가 어제 마트에서 산 파인트 아이스크림이 2달러였다고. 입에서 막 터지면서 따끔따끔하는 토핑도 들어있는 건데 2달러였단 말이야. 그런데 고작 바닐라 아이스크림 싱글 스쿱이 5달러라고?”

매버릭은 아이스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분통을 터뜨렸다.

“어제도 아이스크림 먹었어?”

애새끼는 점원이 아니라 너인 것 같은데. 아이스는 그 말을 하려다가 말을 돌렸다. 발끈해서 길길이 날뛰는 매버릭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응.”
“기분이 울적해서?”
“……응.”

매버릭은 손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바지에 대충 문질러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스는 무심코 매버릭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시선을 회피하며 작게 중얼거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내가 미친 게 분명하다. 슬라이더 말대로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서 문제였다. 매버릭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 그 이유는 모른다. 귀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했다. 대체 저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놈, 어디가 귀여운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지만, 남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빌어먹게도 매버릭은 정말 귀여웠다.

“근데 아까는 정말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어.”
“누가 뭐라고 했나?”

궁색하게 변명을 덧붙이는 매버릭에게 아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짓궂게 미소 지었다. ‘난 아이스가 이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말이 잘 안 나와.’ 매버릭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이스는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매버릭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럼 저건 어때?”
“아이스크림 트럭이네! 정말 오랜만에 봐.”

매버릭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보라색과 민트색, 그리고 분홍색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민 아이스크림 트럭이 아이스의 손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판에 그려진 유니콘이 통통하게 살이 쪄서 우스꽝스러웠다. 분명 아이스크림을 잔뜩 먹고 살이 찐 게 틀림없었다.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소리에 홀린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아당기며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라댔다. 매버릭은 아이스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그를 트럭으로 끌고 갔다. 원래 지금쯤 찰리와 바이크를 타고 교외를 드라이브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스와 함께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워요!”

이번에는 몸집보다 훨씬 커서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너풀거리는 옷을 입은 주인이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반겼다. 아이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딸기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자.”

아이스가 매버릭에게 딸기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고마워.”

매버릭이 환하게 웃었다. 아이스가 건넨 아이스크림 콘을 오른손으로 꼭 쥐고, 고개는 왼쪽으로 젖히고, 숨을 크게 들이마셔 가슴을 부풀리고, 왼쪽 입꼬리를 바짝 위로 당기면서. 햇빛을 받은 매버릭의 얼굴에 아이스크림 트럭의 알록달록한 페인트가 스며들어 환상적으로 반짝였다.

그 미소는 아이스가 지금까지 본 미소 중 가장 근사하고 천진한 미소였다. 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 속에 보관하고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그 순간 아이스는 마침내 깨달았다.
왜 지금까지 매버릭을 볼 때마다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더러운지를.
사실은 너무 좋아서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걸 기분이 더럽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설레는 건 난생처음이라 자신의 감정과 매버릭을 전부 오해했던 것이다.

‘난 피트 매버릭 미첼에게 반했다.’

깨달음을 얻은 아이스는 결심했다. 매버릭이 평생 지금의 미소를 잃지 않고 지금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변덕스러운 달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매버릭의 눈이 부신 미소에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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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매브 아이스맨 매버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