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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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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는 항상 노부보다 아침이 빨랐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노부가 눈을 뜨면 마치다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자고 있는 노부의 뺨이나 가슴을 콕콕 찌르면서 장난을 치고 있거나 아니면 벌써 침대에서 내려가서 분주한 아침 일상을 보내고 있거나 했는데. 프로포즈를 한 다음 날 눈을 뜨자 마치다는 전날 자기 전엔 잔뜩 울었던 탓에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걸 알고는 있는지 여전히 노부 품에 누운 채로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자 같은 반지를 낀 노부의 손에 자신의 손을 맞대보기도 하고 손가락에 낀 반지를 돌려보거나 만지직거리기도 했다. 반지를 빼서 안쪽에 새겨진 이니셜을 쓸어보기도 했고. 노부는 막 손가락에 다시 반지를 끼운 마치다의 손을 잡아서 손을 맞대고는 안쓰럽게 부어 있는 마치다의 따뜻한 눈두덩이와 손가락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잘 잤어요, 마치다 상?"
"응. 잘 잤어?"

내내 생글거리고 있던 마치다는 모닝뽀뽀를 하고 나서 잠깐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씻고 아침을 먹자며 나갔다.

응? 머뭇머뭇하다 나간 게 이상했지만 너무 순식간이었어서 착각이려니 했었다. 그리고 아침은 간단히 된장국을 끓여서 튼튼이가 전해 준 노부 어머니의 죽순조림으로 함께 먹었다. 마치다는 튼튼이의 생일 때도 그랬듯이 정말 죽순조림을 좋아해서 신나게 밥을 먹었는데도 중간중간 가끔씩 말을 멈추고 머뭇거릴 때가 있었다. 우울해 보이거나 그런 건 아니고. 할 말이 있는데 말을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무슨 말일까? 결혼식 준비? 신혼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역시 온천? 노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고 저녁에는 혼자 잠깐 클럽에서 나와서 케이크를 찾아왔었다. 노부가 마치다를 만나고 처음 함께했던 작전인 사이비종교 건 때 갔었던 파티장에서 알게 된 케이크전문점이었는데 마치다가 이곳의 케이크를 좋아해서 종종 주문하곤 했었다. 

마치다는 노부가 차에 뒀던 케이크 상자를 꺼내자 눈이 반짝거리며 얼른 케이크상자를 받아들었다. 마치다가 얼마나 이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잘 알아서 그건 이상하지 않았는데 늘 그렇듯 노부가 출근할 때 차에 태워서 데리고 나갔던 케이짱을 꺼낼 때 케이짱까지 받아가서 안는 건 신기했다. 마치다가 케이짱을 예뻐하긴 해도 출퇴근할 때 대신 안고 다닌 적은 없었던 터라. 노부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마치다는 케이짱을 끌어안고 케이크상자를 야무지게 들더니 얼른 들어가자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집에 들어왔을 때 거실 테이블에 케이크 상자를 가져다 둔 마치다는 케이짱을 끌어안고 노부를 향해 돌아섰다. 

"마치다 상?"

그러자 마치다는 들고 있던 케이짱을 양손으로 꼭 쥐고 노부 앞으로 내밀었다. 

"나도 얘처럼 불러줘."
"얘처럼... 케이짱...?"

마치다는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케이...?"
"히..."

마치다는... 아니 케이는 케이짱을 품에 안은 채로 노부를 폭 끌어안았다. 노부의 어깨 위쪽에 닿아 있는 케이의 귀가 또 예쁜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진짜 이렇게 귀여워서 어떡하지. 노부가 빨갛게 달아오른 케이의 귀를 살짝 깨물자 케이의 몸이 파드득 튀었다. 앓는 것 같은 신음소리도 따라왔다. 케이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케이짱을 꽉 끌어안았다. 

"케이짱이 떨어져, 노부."
"꽉 안고 있어요. 안 떨어지게."

그대로 케이를 안아올려서 침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케이가 노부의 어깨를 톡톡 때렸다. 

"케이짱 인형방에 놔두고 가야지. 데리고 가면 못하잖아. 야한 거."

아... 마음이 급해서 인형방까지 갔다가 돌아갈 여유가 없었지만 케이짱까지 데리고 방에 들어가면 케이가 케이짱을 놓고 오겠다며 방을 나갈 게 틀림없어서 인형방에 들렀다가 침실로 돌아갔다. 그 잠깐의 자제와 노력에 대한 보상은 차고도 남았다. 케이는 원래도 적극적이었지만 케이라고 부를 때마다 더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매달렸다. 케이가 그렇게 온몸으로 매달려오니 당연히 노부도 정신이 날아가 버렸다. 그 와중에도 케이가 노부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어떻게 끌어안고 있었는지,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떻게 입을 맞췄는지는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물론 그 하나하나가 전부 노부를 미친 듯이 흥분하게 만들었다. 노부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온 다리로 노부를 끌어안고 입에 닿는 곳마다 입을 맞추려 하는데, 머리가 온통 헝클어진 것도 모르고 붉게 홍조가 오른 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노부만 바라보려 하고 있는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그 밤의 모든 순간순간이 선명하게 기억하는데도 새벽이 밝아올 때쯤 힘이 쭉 빠진 케이를 품에 안고 그나마 이성을 좀 수습했을 때는 지난 몇 시간이 꿈처럼 몽롱하게 느껴졌다. 정말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었어서. 

그러나 노부의 품에 축 늘어져 있는 케이의 온몸이 얼룩덜룩해져 있었으니, 그리고 물론 노부의 몸도 얼룩덜룩해졌으니 꿈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케이, 괜찮아요?"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서인지 케이라고 부르자마자 또 움찔하는 케이를 보니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라. 노부가 가엽게도 노부의 이빨자국과 순흔이 잔뜩 남은 케이의 어깨에 입을 맞추자, 케이의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며 올라와서 노부의 뺨을 꼬집었다. 

"나 너무 힘들어."

케이는 정말로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서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라 노부가 깜짝 놀라자 케이는 웃으면서 노부의 뺨을 다시 꼬집었다. 

"그래도 좋아해."

그러면서 코를 찡긋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서 노부는 콧등에 살짝 입을 맞춰주며 역시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많이 좋아해요, 케이."

그날 밤에 뜨거운 물에 달콤한 입욕제를 풀어서 열심히 목욕시중을 들어준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거실에 방치돼 있었던 치즈케이크는 다음 날 디저트가 되었다.





프로포즈를 한 뒤로는 내내 말랑말랑했던 기분으로 지내던 케이의 눈이 뾰족해졌던 건 케이의 친구 류세이라는 사람을 찾아갔을 때였다. 케이가 다쳤을 때 밴딩 팬츠를 만들어준 디자이너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도 옷이 세련되고 예쁘더니 케이가 류세이에게 결혼식 때 입을 예복 디자인을 맡기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샵에 도착해서 치수를 재고 있을 때 츠지무라가 류세이의 디자인샵을 방문하자 케이의 눈빛이 뾰족뽀족해졌다. 케이는 류세이가 그때의 그 꼬마였다고 했다. 범죄조직에 잡혀 있던 터라 제대로 뭘 배울 기회도 없었고 하늘 같은 걸 볼 여유도 없었던 터라 무지개도 처음 봐서 무지개를 몰랐던 그때의 그 6살 아이. 그러니 츠지무라와도 당연히 아는 사이일 테고 게다가 케이가 류세이의 샵에서 츠지무라와 류세이에게 같이 청첩장을 줄 거라고 이미 말했었기 때문에 노부는 츠지무라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으나 케이는 츠지무라가 오자 노부를 보호하려는 듯 바짝 끌어당기며 팔짱을 꼈다. 케이가 진지해 보였으면 걱정했을 테지만 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 츠지무라를 경계하는 척하는 거란 게 보여서 노부도 팔짱낀 케이의 손을 토닥이며 일부러 은밀한 척 물었다. 

"왜 그래요, 케이?"
"재랑 놀지 마. 쟤 못된 애야."
"츠지무라 박사님이요?"
"그래, 쟤가 너 팬다고 했어. 아주 폭력적이야."

은밀한 척, 속삭이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다 들으라는 듯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다 들은 츠지무라는 콧방귀만 뀌었다. 

"절 팬다고요?"
"허세지 뭐. 쟤는 공부만 한 애라 너한테 손도 못 대. 범생이가 어떻게 선수 출신을 때리겠어. 손가락 하나 못 댈걸."

노부는 유도선수 출신이라 당연히 정말로 붙는다면 지지는 않겠지만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츠지무라가 진짜로 때리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장단을 맞춰서. 

"그래요? 그럼 케이가 날 지켜줘야 돼요."

라고 말하며 케이의 뒤에 반쯤 숨으려 하자, 케이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츠지무라는 비웃으며 '팔불출'이라고 했을 뿐이었다. 먼저 케이의 치수를 재고 노부의 치수를 재려고 했던 류세이는 '놀고들 있다'라고... 

알고보니 케이가 얼마 전 자존감이 낮아져서 울적해하고 있을 때 츠지무라를 만나 이야기하다가 운 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츠지무라는 노부가 케이를 힘들게 하면 자기가 패 줄 테니까 걱정말라고 했다가 우리 노부가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러냐며 욕만 먹었던 모양. 

튼튼이도 예복 맞추는 걸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튼튼이도 샵으로 찾아왔고 예복을 맞춘 뒤 츠지무라와 류세이까지 다섯 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어째서인지 류세이와 튼튼이가 서로를 보는 눈빛이 굉장히 반짝거렸지만. 사랑스러운 성격이긴 해도 얌전한 척하는 성격은 아닌 튼튼이가 얌전을 빼는 게 굉장히 이상했지만. 친한 형들이라서인지 츠지무라와 케이에게는 투덜투덜하기만 하던 류세이가 튼튼이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상냥한 게 의아했지만. 그 식사자리는 매우 유쾌하게 끝났다. 





그리고 노부의 가족들과 오랫동안 함께 유도를 했던 친구들, 케이와 그곳에서 함께 살아남았던, 오랜 세월 서로의 버팀목이었던 이들이 조촐하게 모였던, 그러나 마음 가득 축복을 담아서 함께해 준 결혼식 날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그리고 노부와 케이가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스웨덴, 케이가 언젠가 노부와 함께 꼭 가고 싶었다던 사우나의 나라,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 식장을 나왔을 때. 

하늘에는 노부가 평생 봤던 그 어떤 무지개보다 더 예쁜 무지개가 선명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노부가 어쩐지 벅찬 기분으로 그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자, 옆에 함께 서 있던, 평생 옆에 함께 있어줄 사람이 노부를 처음 만난 날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뺨에 입을 맞춰주며 속삭였다. 

"앞으로 남은 삶도 잘 부탁해, 나의 무지개. 나의 사모예드"






읽어준 부캐비들 덕분에 완결까지 왔조! 읽어줘서 ㅋㅁㅋㅁㅋㅁ!!!!
놉맟
2024.05.03 21:47
ㅇㅇ
엔딩까지 너무 완벽하지만 그래도 센세가 외전 들고 오시면 개처럼 반겨줄 준비완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영원히 같이 노부마치해33333
[Code: 5019]
2024.05.06 06:02
ㅇㅇ
모바일
아침에 센세를 못보는일이 이렇게나 허전한 일일줄이야ㅠㅠㅠㅠ
[Code: 0081]
2024.05.11 05:22
ㅇㅇ
모바일
센세가 와주던 아침들이 그립다ㅠㅠㅠ
[Code: 8722]
2024.05.15 05:21
ㅇㅇ
모바일
부케비 일찍 눈이 떠졌는데 이럴때마다 센세가 와있었고 그래서 행복했던 새벽이 생각나서 센세 보러왔어 오늘 연휴 잘보내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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