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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만에 마치다를 마주한 오메가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사색이 됐다. 어떻게 살아있는 것인지, 어째서 알파를 이곳에 끌어들인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누군가는 지금 모두가 뭔가에 홀려 도깨비를 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숲에서 사라진 오메가가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올 리 없었다. 그것도 알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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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살기를 뿜으며 앉은 스즈키의 주변으로 오메가들이 전부 둘러앉았다. 물론 거리는 멀었다. 마치다만이 그의 곁에 가까이 앉았다. 다른 오메가는 살기라고 느끼는 알파의 기운을 마치다는 자기 보호막처럼 느끼고 있었다.

"이사람 무서운 사람 아니라니까... 가까이들 와. 응?"

오메가 중엔 스즈키를 기억하는 이도 있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던 우두머리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린 소년의 눈빛을 잊을 수는 없다. 과일을 따러 나갔다가 어떻게 그의 눈에 들게 됐는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어도 사실 뻔하기 때문에 묻는 이가 없었다. 난폭하고 난잡한 정사, 정신을 쏙 빼놓으며 산짐승처럼 흘레붙는 두 개의 몸. 오메들에겐 그다지 부끄러운 일도 아니었다. 벌써 알파의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다는 말에 작은 움막 안이 술렁였다. 우두머리 알파의 자식을 낳았다니, 그렇다면 되돌아가는 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친히 흙길을 밟고 이곳까지 함께 온 것만 봐도 그는 예전의 우두머리와 다른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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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른 터전을 찾아 떠난 이가 많아 오메가들이 전부 돌아왔음에도 그 수가 마흔 명도 되지 않았다. 오메가를 경멸하는 눈빛 뒤엔 이불 속으로 들이고 싶은 욕망이 끓었다. 다들 아닌 척하지만 목덜미가 뜨겁고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하지만 우두머리의 명령이 있었다. 절대 오메가를 강제로 취하지 말 것. 서로 눈 맞는 것이야 말릴 이유가 없다만, 예전처럼 하대해서는 안 된다고 무섭게 경고했다. 스즈키의 결단이 진심이란 걸 알게 된 원로들은 진작 말을 바꿔 그의 밑에 머리를 조아렸다. 아무래도 머리가 잘려 나간 원로를 잊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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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를 데리고 자는 마치다 때문에 누군가는 잠자리가 영 불편했다. 몇 시간에 한 번씩 뒤척이며 꿍얼대는 옹알이도 성가셨다. 마치다 몰래 켄지 손가락을 꼬집었다가 이틀이나 인간 취급을 못 받은 뒤로는 그도 달리 어쩔 방법이 없었다. 이젠 준에게 보내려고 해도 켄지가 자지러지게 울어 불가능했다. 점점 더 어미를 향한 애착이 짙어져갔다. 당연한 현상임에도, 그의 가슴 한구석은 불쾌했다. 젖을 먹이며 자꾸만 아래를 적시는 제 부인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라고 둘러대지만 오메가는 어쩔 수 없기에 스즈키도 이해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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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래도 역시 불쾌했다. 마치다가 긴 목욕을 하는 동안 아이를 돌보게 된 그는 자기 얼굴을 그대로 빼다 박은 작은 알파를 쳐다봤다. 말 그대로 애를 보고 있었다. 얼른 말귀를 알아듣게 되어서 하나하나 가르치고 싶었다. 어미에게 욕정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지, 감히 나의 오메가를 넘보면 어떻게 되는지. 장난으로라도 아비를 도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여보...! 켄지 울잖아요....!"

갑자기 목 놓아 울어 젖히는 켄지 때문에 물기도 다 닦지 못한 마치다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얼마 전부터 하기 시작한 여보 소리에 취해 제 오메가가 눈 흘기는 것도 보지 못했다. 켄지는 어미 품에 안기자마자 울음을 뚝 그쳤다. 요망한 놈. 조용히 읊조리는 말에 마치다가 아이를 더 세게 안았다. 스즈키는 그 뒤로 다가가서 물방울 맺힌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어줬다. 마을은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일부 원로들이 비밀리에 한 오메가를 감금하고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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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