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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담이 세워진 뒤로 마치다는 전보다 조금 자유로워졌다. 심부름꾼이 와서 일을 하는 시간만 제외하면 마당에 나와 햇볕을 쬐거나 여러 소일거리를 할 수 있었다. 그가 일을 시키는 건 아니지만 워낙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주택을 2층으로 개조하는 일은 외지인들을 불러 시켰기 때문에 마치다도 굳이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페로몬만 제대로 조절하면 들킬 일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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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들을 얼마나 닦달했는지 주택 개조가 닷새 만에 마무리됐다. 일꾼들은 2층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이젠 그들의 퇴근 시간과 관계없이 완전히 자유로운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마을에서 유일한 이층집, 모두가 신기한 듯 올려다 봤지만 그곳에 오메가가 들어앉았다는 건 누구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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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구해오겠다며 길을 나선 지 보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마치다를 오메가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알파에게 겁탈당한 뒤 죽임을 당했을 거라는 소문만 조용히 돌고 있었다. 어느 마을은 한 달에 한 번씩 오메가를 사냥해 숲속에 묶어 놓고 기이한 주문을 외운다고 했다. 밤새 산짐승이 물어뜯도록 내버려둔 뒤, 다음날 다시 그 처참한 현장에 모여 절을 한다고. 농사가 잘되게 해달라는 뜻으로 재물을 바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던 마을은 그 정도로 야만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부정하지만 마치다가 죽었을 거라는 것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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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의 시중을 드는 하인은 베타였으므로 페로몬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 그럴 땐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자리를 피했다. 아침이면 식탁 위에 그릇 대신 마치다의 작은 엉덩이가 올라앉았고 심부름꾼이 퇴근한 오후엔 발정 난 두 마리의 개처럼 마당에서 흘레붙었다. 밤이면 밤마다 온 집안이 오메가의 교성으로 가득해졌다. 두꺼운 벽과 높은 돌담이 그 소리를 간신히 삼켰다. 알파의 지배욕과 오메가의 처량한 교태는 늘 한 세트였다. 베타들은 알파와 오메가의 비상식적인 관계를 오래전부터 신기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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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전 물 한 컵을 들이켜던 마치다가 별안간 구역질을 했다.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하인이 서둘러 컵을 확인해 봤지만 물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을 새로 떠 오는 하인과 뽀얀 손으로 입가를 닦고 있는 오메가를 번갈아 보던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물은 그냥 두고, 넌 이제 나가 봐."

"네 주인님..."

하인을 서둘러 물린 그는 곧장 마치다의 팔뚝을 잡고 끌어와 자기 허벅지 위에 앉혔다. 상의를 들치니 여린 알몸이 드러났다.

"이젠 슬슬 아랫도리도 필요하겠군요. 새끼를 뱄으니 배가 차가우면 안 되지."

"네?"

"어미가 새끼 밴 것도 모르면 어떡하나. 나는 벌써 젖 냄새도 맡아지는데."

그러고 보니 가슴이 조금 부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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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