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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는 말에 마치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지켜줄 테니 무서워할 것 없다는 말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젓고 소매를 붙들며 제발 그것만은 하기 싫다고 비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아예 없던 일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당신을 비롯한 오메가들의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거라고요. 당신이 이 마을의 안주인으로 서야 다른 오메가들도 비빌 구석이 생기는 거예요.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는 없어요."

"마을 사람들은 오메가가 이곳을 병들게 하고 땅을 빼앗기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오메가가 비빌 구석 같은 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요..."

"내가 신경 써요. 우두머리인 내가 신경 쓰면 그게 곧 마을 전체의 일이 됩니다. 제발 깊이 생각하지 말고 내 말만 들어요."

모든 알파가 칼을 들고 오메가만 찾는다며 겁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자기 말만 믿고 알파들 앞에 서라니. 마치다는 더 이상 뽑아낼 눈물도 없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젖만 빠는 켄지가 가여웠다. 오메가의 피가 섞였다고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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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마을이 분주했다. 주민 전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에 이웃 마을에서도 일손을 보탰다. 높은 담장 안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고 그토록 아끼는 켄지에게 새 신발을 신기고도 마치다의 기분은 바닥이었다. 우두머리 알파의 객기에 곧 내 목숨이 끊기겠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준비됐어요? 켄지는 준에게 넘겨요."

"아니에요. 내가 안을게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주민이 담장 앞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 조금은 멋쩍은 태도로 베타 하인과 준이 먼저 그들 앞에 섰고 그 뒤로 스즈키가 등장했다. 그가 뒤를 돌아보고 몇 번이나 눈짓을 하고 나서야 마치다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다. 모두가 궁금해하던 우두머리의 정부이자 이 마을 안주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잔뜩 주눅이 든 몸짓과 오메가 특유의 연약한 표정이 마을 전체를 얼렸다. 짧은 정적 끝에 하나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메가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마치다는 그 단어가 귀에 꽂힐 때마다 어깨를 움츠렸다. 가장 앞자리에 앉은 원로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스즈키님께서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마을을 책임지고 돌보셔야 할 분이 어떻게 오메가를 이곳에 들이실 수가 있죠? 몇 달 전 곡식 창고에 불이 났던 것도 다 저 오메가 때문이었네요!"

아무리 마을 전체가 그의 명령하에 움직인다지만 오메가를 이 곳의 안주인으로 맞으라니, 미친 짓이었다. 한 명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해댔지만, 결국엔 다 같은 내용이었다. 마치다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당장 내쫓으라는 것. 스즈키는 덤덤했다. 마치 이 상황을 수 백번 머릿속으로 떠올려 연습이라도 한듯이.

"몇십 년 전, 이곳은 형질과 상관없이 모두 뒤섞여 살았습니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되던 침략과 전투로 많은 이가 가족을 잃었고 그것이 오메가가 가진 음기 탓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퍼졌죠. 그렇게 오메가를 멀리 내쫓고 괄시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갑니다. 나는 이제 그 미신을 끊어내려 합니다. 반년이 넘도록 이 마을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곡식 창고가 불에 탄 진짜 이유는 다들 알고 있겠죠."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겁주려는 건 아니지만, 며칠 전 한 원로의 소식을 들었을 겁니다. 이 마을의 안주인에게 함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두머리 자리에 앉은 뒤로 나는 단 한 번도 여러분을 홀대하거나 우습게 여긴 적 없어요. 가족처럼 여기고 돌봤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사람을 가족으로 품어주기를 바랍니다. 불만이 있다면 당장 짐을 싸서 다른 마을로 이주하세요."

스즈키의 손에 이끌려 그의 앞에 서게 된 마치다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소개가 늦었군요. 스즈키 케이타, 내 부인이자 이 마을의 안주인입니다. 품에 안긴 작은 놈은 스즈키 켄지, 장차 내 뒤를 이을 녀석이니 다들 기억해 두세요. 말이 길어졌네요. 배고플 테니 일단 먹읍시다."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음식 앞에 앉았다. 원로들의 의견은 반반이었다. 그동안 오메가를 멀리했던 게 터무니없는 일이긴 했다는 의견과 곧 이 마을에 재앙이 닥칠 거라는 의견으로. 그래도 곧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우려 섞인 말들은 잠시 묻혔다.





30
싫다고 거부했지만 막상 일을 치르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졌다. 마치다는 켄지를 안고 그의 옆에서 종일 떠들었다. 이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뒷길로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무섭다고 울던 사람 맞아요?"

"그, 그건... 당신이 제 입장이 되어 보면..."

"내가 지켜준다고 했는데도 계속 걱정하는 건, 내가 얼마나 힘 있는 사람인지 당신이 믿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오메가를 싫어하는 수백 명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한 명이 더 강합니다. 믿어도 돼요. 절대 그 누구도 당신과 켄지에게 해를 입힐 수 없어요. 그러니 다시는 주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지 마세요."

켄지가 뀐 방귀 소리에 마치다가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스즈키는 아이를 빼앗아 준에게 넘겼다.

"왜, 왜요... 아직 재울 시간도 아닌데."

"계속 그렇게 저놈만 보고 있으면 내가 질투 나잖아요."

준은 아이를 안고 방 밖으로 나갔다.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 오메가의 상의를 벗기고 그는 말랑 허벅지 위에 누웠다. 그리고 마치 켄지처럼, 여린 유두를 입 안에 품고 빨아들였다. 볼이 홀쭉해지도록 세게 힘을 주어 빨아 젖히는 탓에 마치다가 신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밤새 켄지가 물고 있어 유두가 아프던 참이었다.

"아프니까 살살... 살살해줘요..."

"오늘따라 달콤하네요. 저놈 줄 거 남기지 않고 다 마셔버려도 괜찮죠?"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어깨를 동그랗게 말면서 춥다고 하니 그가 마치다를 밀어 눕혔다. 모유를 잔뜩 빨아 먹은 우두머리의 입술이 반질거렸다.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요. 다리를 넓게 벌리세요."

마치다는 창문을 힐끔 쳐다봤다. 오메가의 냄새가 퍼지면 안 된다며 늘 꽁꽁 닫아두고 했었는데, 오늘은 활짝 열려있다. 스즈키가 혀를 뾰족하게 세워 제 부인의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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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