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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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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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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응접실 내부를 지키던 남작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버틀랜드 후작저를 나섰다.

 루이사는 남작부인을 불러다 제 곁에 앉혀두는 것을 좋아했다. 남작부인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과시하며 우월감에 빠지는 것을 즐겼다. 비단 남작부인을 무시해서만은 아니었다. 남작부인을 찍어 누르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절연을 했든 황족이 되었든 뭐든 간에 남작부인이 피터의 생모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루이사는 저와 달리 손쉽게 대공을 움켜쥔 피터가 싫었다.

 처음엔 그냥 없애버릴까 생각했었다. 솜씨 좋은 살수를 고용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 대공의 사랑 이야기를 믿지 않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공과 피터는 애틋해졌고, 루이사는 피터가 없어진다고 그 자리가 제 몫이 되는 건 아님을 깨달았다.

 고민하던 루이사는 존재 자체를 가지고 협박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 후작가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원조라도 받지 않으면 그대로 몰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바랄 수도, 품위 없이 이곳저곳에 손 벌리고 다닐 수도 없었다. 루이사의 가문을 일으켜줄 수 있는 열쇠는 대공뿐이었다.

 때마침 한 남자가 마차 안에 올라탔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후드를 깊이 눌러 쓰고 있어 얼굴은 절반 이상이 가려져 있었다. 그가 맞은편에 앉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정한 말발굽 소리 사이로 남자가 용건을 꺼냈다.

 

 “당연히 몰 수 있다고 하는군.”

 

 어떤 환경에도 녹아들어야한다는 이유로 암살자들에게 온갖 기술을 가르친다더니, 허언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자에게 입힐 옷도 적당히 구해놓았다. 이제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리 대공이 싸고돌아도 외출 한 번은 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부탁까지 드려서 죄송해요, 각하. 최소한의 사람만 알고 있는 사안이라.”

 

 루이사가 나긋하게 사과했다. 남자는 귀찮은 듯 고개를 한 번 까닥했다.

 

 “강탈당한 채굴권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야, 이런 수고쯤은 일도 아니지.”

 

 그는 제 아비의 멍청함을 떠올릴 때마다 이가 갈렸다. 그 이후로 가문에서의 영향력은 제가 행사하고 있었다. 이제 버틀랜드의 간교함을 눈감아주면 제국 전체에 세력을 떨치게 될 것이다. 지금 이런저런 잡다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쯤이야, 얻는 것에 비하면 손대지 않고 코 푸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영지로 돌아가시겠군요.”

 

 잠시 침묵하던 루이사가 입을 열었다. 남자는 고갯짓 한번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연락하도록 해. 허튼 생각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물론이죠, 각하.”

 

 상냥하게 웃는 루이사의 얼굴을 보고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 미소 아래 감춰진 성정이 얼마나 오만하고 지독한지 아는 탓이었다. 대공비에게 유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동정할 계제도 아니었기에, 남자는 시선을 거둘 뿐이었다.

 

 

 

*

 

 

 

 배가 좀 부푼 것도 같았다. 피터는 여전히 약한 입덧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치의는 같은 형질이 아니기 때문에 입덧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알파인 게 좋겠지. 피터는 제 자식의 형질이 어떻든 사랑하지만, 귀족 사회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알파라야 유리했으니까. 씁쓸한 현실을 생각한 피터가 사과하듯 배를 슬쩍 쓰다듬었다.

 

 “그래도 밥은 잘 먹어야 해. 건강하게 태어나야 하잖아.”

 

 혼잣말을 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점심 이후에 있는 정원 산책을 할 때면, 피터는 종종 캐런을 물리곤 했다. 아무리 없는 사람 취급을 하라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기에게 건네는 말들을 들려주기에는 무척 낯간지러운 탓이 컸다.

 

 “나는 네가 대공 전하를 닮았으면 좋겠어.”

 “…….”

 “그렇지? 전하께서는 잘생겼잖아.”

 

 피터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다 근처에 놓인 벤치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태어나면……. 잘해줄게. 잘 모르긴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어줄 자신 있어.”

“…….”

 “전하와 가족을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서 너랑 빨리 만나고 싶기도 해. 셋이 함께하는 거, 너도 기대되지 않아?”

 

 쓰다듬던 배가 따끔했다. 며칠 새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통증이었다. 반사적으로 눈썹을 찡그린 피터가 고개를 숙였다. 아찔한 현기증이 덮쳐왔지만 꾹 참았다. 열성에다가 첫 임신이라 몸이 쉽게 따라오질 못하는 것 같았다.

 

 “…아픈 건 아니지? 구역질 참으면서 식사해서 화났어?”

 

 대답할 리 없었지만 피터는 속닥속닥 물었다. 미안해, 하면서 조용히 사과하던 피터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눈치 챘다. 고개를 들자 대공이 걸어오고 있었다. 피터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대공을 맞이하기 위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그 말을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가, 입 밖으로 소리 내었던가. 피터는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을 밝히던 촛불이 단번에 꺼졌다. 배 속에서 퍼지는 찌릿한 통증과 암흑이 피터를 집어삼켰다.

 

 “…….”

 

 피터는 뻑뻑한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온 몸에 힘이 빠져있는 상태라 녹록치 않았지만 어쨌든 시야 확보에 성공했다. 익숙한 무늬였다. 피터는 조금 늦게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시야 끄트머리에 걸리는 게 있어 고개를 약간 틀었다.

 대공이 의자에 앉은 채 얕은 잠에 잠겨있었다. 불편한 자세로 눈을 감은 얼굴은 풀리지 못한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얼마인지도 모를 시간이 흐르고, 대공이 잠들지 않은 것처럼 눈을 뜰 때까지 피터는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대공은 피터에게 다가왔다. 그가 손을 잡아주고 나서야 현실감이 느리게 밀려들었다. 피터는 대공에게 매달려 황망하게 물었다.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전, 하. 아기, 아기는요?”

 

 대공은 이를 악물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턱을 보던 피터가 불길한 생각을 떠올렸다. 피터의 표정을 확인한 대공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 곧장 답해주었다. 근처에 두었던 물 잔을 입가에 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기는 괜찮습니다.”

 

 대공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던 손아귀에 힘이 풀렸다. 다행이라는 말에도 대공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피터는 남은 손을 배 위에 얹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이 풀린 피터는 얌전하게 대공의 말을 들었다. 오래 잤는지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비께서는 이틀을 꼬박 주무셨습니다.”

 “이틀……이요?”

 “복통이 있으셨는데 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잠깐…,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신경을 제대로 못 써서…….”

 

 대공의 얼굴이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벌벌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급히 움켜쥐었다.

 

 “왜 본인 탓만 하십니까. 왜 매번…….”

 

 대공은 일어나 뒤돌아섰다. 피터에게 지금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왜 그런지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전하.”

 “아이가 태내발현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알파로요!”

 

 처절한 외침에 피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르는 건 아니었다. 몇 주 전 태내발현의 위험성에 대해 들었었다. 아닐 확률이 좀 더 높다고 하니 괜찮지 않을까 낙관하긴 했었다. 사실 상관없다고 해야 옳았다. 피터는 아무래도 괜찮으니까 아이를 낳고 싶었다.

 

 “전하, 저는 괜찮아요.”

 

 대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르지 못한 호흡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최대한 버틸게요. 아이한테 해가 되는 일 없도록…….”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공이 사납게 돌아서며 으르렁거렸다. 피터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대공은 뒤돌아서도 피터를 향하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진 시선처럼 뇌까렸다.

 

 “아이를 낳으실 필요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예? 전하, 잠시만요.”

 “비께서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지금은 후회할 뿐입니다.”

 

 입만 뻐끔거리던 피터가 간신히 물었다. 어째서요? 깊은 호수에 빠진 것처럼 숨쉬기 힘들었다. 대공은 화살에 맞은 짐승 같은 표정을 하고 피터 앞에 무릎 꿇었다. 피터의 흰 손을 끌어당겨 손톱 끝부터 차례대로 경건하게 입을 맞췄다.

 

 “이유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대공이 희미하게 웃었다. 당연한 사실을, 피터는 모른다.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고, 받아본 적 없는 감정이었으니까. 어떤 낭만적인 상황도 아닌, 처절한 심연 속에서 토해낼 마음은 절대 아님에도 대공은 입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피터 너를 사랑하니까.”

 

 처참한 고백은 피터의 숨통을 틀어쥐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

 “태내발현이 이루어진 이상,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합니다. 저는 비께서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아갈 자신이 없게 되었습니다.”

 

 대공은 자조했다. 그러면서 더 간절히 애원했다.

 

 “저를 이렇게 만드셨으면……, 비께서 평생 책임지십시오.”

 “아니에요, 전하.”

 

 피터가 고개를 저었다. 대공의 가슴 속 귀퉁이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 단호한 얼굴을 꺾을 수 없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

 “전하께서 걱정하시는 일 없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비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그런데 왜…….”

 

 피터가 대공의 손을 살짝 당겼다. 다시 피터를 향하는 눈동자에 간절함과 괴로움이 선연했다.

 

 “저는 전하와 저, 아이. 이렇게 셋이서 함께 하고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황후 폐하께서도―”

 

 더 들어줄 수 없다는 듯 대공이 피터의 손을 놓고 일어났다. 피터의 시선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폐하께서는 우성이십니다. 우성이나 열성은 허울뿐인 이름이 아니에요. 비께서 단단히 각오하셔도 열성에게는 힘든 일이란 말입니다.”

 

 피터가 침묵을 고수하자 끔찍한 적막만이 남았다. 대공은 피터가 이정도로 고집을 부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잘 설득하면 넘어올 거라 착각했었다. 굳이 제 몸을 희생해가면서 대공가에 무언가를 남길 필요가 없는데. 이미 그 존재만으로 충분했음에도 완고했다. 대공은 가슴을 꽉 죄어오는 답답함에 애꿎은 크라바트만 풀어헤쳤다.

 

 “전하, 수확제 때 기억나세요?”

 

 대공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 말을 듣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기에 피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전하께서 난색을 표할 정도로 무리한 소원을 빌라고 하셨잖아요.”

 “더 말씀하지 마십시오.”

 

 피터는 흐리게 웃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그 결실인 아기. 피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었다. 이정도 바라는 것도 사치일까. 저에게는 그런 자격도 없는 걸까.

 피터는 처음으로 남작부인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피터. 왜 하필 열성 오메가로 태어났니. 왜 하필…….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저 이 아이 낳고 싶어요.”

 “…….”

 “그게……. 제 소원이에요.”

 

 대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눈을 덮어버릴 뿐이었다.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던 대공은 방을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피터는 주치의와 시녀들이 들어올 때까지 조용히 울음 덩어리를 삼켰다.

 그 날 밤부터 대공은 침소에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라는 듯 머리카락 한 올도 눈에 띄지 않았다. 피터는 깊어가는 외로움 속에서도 세 사람의 미래를 그렸다.





ㅎ...
그나저나 거의 20편 되어가네...
그런데도 루이사가 뭔가를 한다 할거다 이것만 하고 앉았네...
뭐 하긴 할거임 진짜...ㅋㅋ...ㅋ...

2019.09.20 05: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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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사 암살단 모집합니다
[Code: f7fb]
2019.09.20 07: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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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개좋아 진쯔아!!!!!!!! 아!!!!! 센세 사랑해!!!!!!
[Code: 2e40]
2019.09.20 08: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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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외출은 삼가할 수 있을지도 멀라 피터😭😭😭 너무 마음이 아프다ㅠㅠ
[Code: 675c]
2019.09.20 1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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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ㅠㅠ루이사샤기 피터 건드리면 뒤지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e32]
2019.09.20 18: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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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피터를 살려주세요 굽신굽신 비나이다 비나이다 센세시여 피터를 살려주시옵소서
[Code: 297d]
2019.09.21 01: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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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무슨 심정인지 이해가서 더 안타까워༼;´༎ຶ ۝ ༎ຶ ༽ 토니는 결국 자기 마음 인정해서 사랑 고백도 했는데 피터가 고집 부리니 속상할 만도 함ㅠㅠㅠㅠ 피터는 또 자기 나름대로 애기 포기 안 하고 최대한 버텨서 출산하고 셋이 행복했음 좋겠단건데ㅠㅠㅠ 센세... 나 존버하고 있을게ㅠㅠㅠㅠㅠㅠ 나붕 잠 못잔다ㅠㅠㅠㅠㅠㅠ
[Code: d78c]
2019.09.22 2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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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붕은 그래도 토니편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피터샤끼 무리하지말고 토니말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404]
2019.09.23 01: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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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빈다고 할때 그말만은 하지마..라고 되뇌이는 나붕을 발견했다༼;´༎ຶ ۝༎ຶ`༽ 으어어어ㅠㅠㅠㅠ토니도 마찬가지였겠지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마지막도 개슬프다ㅜㅜㅜㅜ그이후로 토니는 방에 안들어오는데 셋의 미래를 꿈꾸는 피터ㅜㅜㅜ센세 천재아냐ㅜㅜㅜㅜㅜ사람울리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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