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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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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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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작부인은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였다. 과연 루이사의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제 아들은 대공비 지위를 떼더라도 백작이었다. 황제 내외가 피터를 꽤 예뻐한다는 소문은 이미 짜하게 퍼졌다. 피터는 황성에 자주 들러 황후나 황녀를 만나고 오는 날이 잦았다. 영지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란 소리였다.

 영지를 하사받지 못하더라도 대공이 한 몫 거하게 떼어줄 것도 같은데. 차라리 그 쪽을 노리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을까? 루이사 그 년의 말을 마냥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 루이사는 상냥을 가장한 미소를 띠고 남작부인에게 이것저것 지시만 내렸다. 적당히 써먹다 치워버릴 심산인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남작부인은 씨근거리며 분을 삭였다. 손 안의 치맛자락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앉으세요, 부인.”

 

 자수를 놓던 루이사가 부드럽게 권했다. 사실상 정신 사납게 하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남작부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다. 루이사가 끼어들었어도 상념은 끊이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피터를 설득하는 쪽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저는 그 애의 생모였다. 백작 각하고 대공비고, 사람 새끼면 어미를 저버릴 수 있겠어. 그래도 일단 루이사 곁에는 붙어 있어야겠지. 줄은 많이 잡고 있을수록 좋으니까. 남작부인은 심술궂게 웃었다.

 남작부인이 벌떡 일어나자 루이사의 짜증이 담긴 시선이 따라왔다. 굴하지 않고 남작부인이 말을 꺼냈다.

 

 “아이를 만나고 올 생각입니다.”

 “어머, 지금요?”

 “예.”

 

 루이사가 생긋 웃었다. 재수 없는 얼굴을 보며 남작부인 또한 미소 비슷한 것을 머금었다.

 

 “아무런 연락 없이 가셔도 괜찮겠어요?”

 “당연하지요. 저는 그 애의 생모인걸요.”

 

 의외라는 기색이 루이사의 눈에 짧게 스쳤다. 루이사는 아닌 척 미소를 유지하고 하녀를 불러 남작부인의 외출 준비를 돕도록 명했다.

 

 “어찌할까요, 비전하?”

 

 캐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착복 시중을 받고 있던 피터는 잠시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내심 제 상전이 남작부인을 돌려보내기를 바라며 떨어질 대답을 기다렸다. 시녀들이 물러나고 피터가 뒤돌아섰다.

 대공저에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기품 있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화려한 보석과 섬세한 자수 비단, 아랫사람들의 시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캐런은 제 주인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벅참과 뿌듯함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피터는 캐런을 잠시 쳐다보았다. 곤혹스럽다는 얼굴로 고민하다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그전에,”

 “하명하십시오, 전하.”

 “알현하고 나면 오수에 들고 싶은데…….”

 “준비해두겠습니다.”

 

 머뭇거리던 유순한 얼굴에 안도가 떠올랐다. 피터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캐런은 깊이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처음 대공저에 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캐런은 신중하고 예의바른 상전이 좋았다.

 대답을 하면서 피터의 히트사이클 주기를 셈해보았다. 오수에 드시는 횟수가 느는 탓이었다. 보통 4주 간격으로 찾아오는데 이전보다 조금 늦은 것도 같았다. 주치의 말로는 한 주 정도는 여유를 두고 대비를 해야 한다 했으니 아주 이상한 일은 또 아니었다. 주치의와 상담하면 될 일이다.

 

 “응접실로 들이세요.”

 “예, 전하.”

 

 피터가 걸을 때마다 짙푸른 보석으로 만든 타이 슬링이 반짝거렸다. 응접실에 들어선 피터보다 그 은화 한 개만한 보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피터는 남작부인의 탐욕어린 눈을 읽어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돈이 필요해서 온 건가. 짧은 추측에도 금세 피곤해졌다. 대공이 밤마다 괴롭히는 바람에 수면 시간이 준 것도 있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몸이 너무 무거웠다. 진흙 속을 걷는 것처럼 축축 늘어졌다.

 

 “비전하를 뵈옵니다.”

 

 제게 예를 올리는 남작부인을 내려다보는 피터의 얼굴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남작부인은 이럴 사람이 아니다. 목적이 뻔한 가식에 일어나라는 말을 무성의하게 던지며 자리에 앉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이번에도 찻물을 앞에 놓고 시녀들을 전부 물렸다. 피터는 남작부인이 대공저에 찾아오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저택의 주인은 대공이었다. 제가 싫다고 해서 저택의 손님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는 없을 터였다. 대공이 피터에게 알아서 하라 했다지만 왠지 껄끄러웠다.

 

 “임신은 아직도 멀었니?”

 

 남작부인의 시선은 찻잔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피터의 반응에 쏠려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피터는 차분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었다. 그간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긴 했나. 남작부인은 찻물을 머금었다.

 파르비즈 산 최고급 찻잎은 확실히 달라도 달랐다. 금화 한 닢, 천 파운드를 주어야 찻잎 한 스푼을 살 수 있을 만큼 비싼 차였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지 알기는 할까. 남작부인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직접 품고 낳았지만 저와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아이였다. 남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공이 흥미를 가졌는지도 모르지. 열성 오메가여야 서는 특이한 성벽이 있든지. 사실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저와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있는 이 아이가 제국 제일의 부자를 배우자로 두고 있다는 것. 그 점만 신경 쓰면 됐다. 예전처럼 구워삶으면 제 편으로 넘어오겠지.

 

 “부인께서 궁금해 하실 일은 아닐 텐데요.”

 “내가 네 어미가 되어서 그것도 못 물어보니?”

 

 남작부인이 거칠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피터는 약간 흘러넘친 찻물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유독 남작부인의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실제로도 맞았다. 남작부인은 피터의 상태를 살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화풀이를 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남작부인의 주변을 둘러싼 것들 중에 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손톱만한 귀걸이조차도 그랬다. 유일하게 제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눈앞의 소년뿐이었다. 가끔은 숨이 붙어있는 인형 같기도 해 섬뜩했지만 그렇다기에는 말 몇 마디에 벌벌 떠는 병신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맺힌 울화가 풀리는 것 같았다.

 

 “너는 어쩜 그렇니? 애가 어떻게 그리 매정해! 낳아 기르고 먹여준 은혜도 모르는구나. 어미에게 조금의 가책도 없어? 제도에서 힘들게 지내는 어미를 들여다 볼 생각도 안 하더니, 찾아오는 것도 이리 면박을 줘? 결혼한 자식에게 손주를 기대하는 게 잘못된 일이니? 이젠 대답도 하지 않을 건가 보구나?”

 

 피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은은한 꽃향기가 감도는 화려한 방이 그늘진 남작저처럼 느껴졌다. 괜히 캐런을 내보냈을까. 온실에서는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피터는 남작부인의 고함을 견뎌내던 시절을 떠올렸다. 기억이 제멋대로 고개를 들이밀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남작부인은 피터에게 대답을 종용할 때도 있었지만 말대꾸를 한다며 뺨을 내려친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때그때 남작부인의 기분에 따라 달랐으므로 피터는 결론적으로 뺨을 맞아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남작부인은 금방이라도 손찌검을 할 기세였다. 피터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약간 움츠렸다.

 

 “저를……. 자식 취급 하긴 하셨어요?”

 “그래! 그러니까 네게 신경을 썼지, 아니면 뭐 하러 약까지 먹여가며 키웠겠니? 다 너를 위해서였어. 이제 알았니? 이제 좀 감사한 마음이 생겨?”

 

 피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게, 그게 한 거라고. 멍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남작부인의 학대는 피터가 남작저에서 살아있는 내내 이어졌다. 무슨 자랑도 아니었으니 굳이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았을 뿐, 피터에게는 심장에 남은 깊은 상흔이 되어있었다.

 남작부인을 마주하고서도 괜찮을 만큼 아물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물었을지도 몰랐다. 남작부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상처를 벌리고 잔뜩 헤집어 놓을 요량인 듯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부인.”

 

 그 때 캐런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노크도 없는 거친 소리에 남작부인이 움찔 놀랐다가 무뢰한을 알아보고 잔뜩 노려보기 시작했다.

 

 “대공비 전하께서 다망하시어 이후 일정을 소화하셔야 합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회포는 다음을 기약하시지요.”

 

 그 시선을 받는 상냥한 미소 아래 경멸과 분노가 숨겨져 있었다. 캐런의 기세에 눌린 남작부인은 냉큼 입을 다물고 자리를 떴다. 캐런은 냉랭한 얼굴로 시종 한 명을 불러 배웅을 명했다. 남작부인이 방을 나서자마자 캐런은 피터 앞에 꿇어앉았다. 피터의 안색이 별로 좋지 못한 탓이었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피터는 대답 대신 왈칵 구토했다.

 

 

 

*

 

 

 

 피터는 괜찮다고 했지만 캐런은 듣지 않았다. 당장 침소로 모셔 옷을 갈아입도록 한 다음 주치의를 불렀다. 뒤이어 대공에게 소식을 전하도록 했고, 묽은 수프와 따뜻한 차 준비 지시를 내렸다. 시종들이 모두 흩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대공이 침소로 돌아왔다.

 피터는 남작부인을 만날 때면 주변을 모두 물렸기 때문에 정확한 사정은 또 알 수 없었다. 캐런은 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바로 끼어들어 중재했다고 했다. 대공의 추측으로는 남작저에서 있던 시절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남작부인의 저택 출입을 금지시키고 방으로 들어섰다. 그새 핼쑥해진 피터의 곁에 가 앉았다. 대공은 진노를 삭이며 피터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그제야 피터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

 “저는 괜찮아요. 아침을 조금 급하게 먹었는지…….”

 

 조용히 변명하던 피터가 대공의 떨리는 왼손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색해지기 전, 다행히 주치의가 들어와 피터를 진찰했다. 대공은 침대에서 벗어나 창가 의자에 앉았다. 그 사이 캐런이 수프와 차를 들일 것인지 대공에게 물었다. 대공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주치의가 신중하게 진찰하는 사이 뚜껑을 덮은 그릇들이 들어왔다. 대공에게조차 미미한 음식 냄새에 피터가 헛구역질했다. 놀란 대공이 황급히 피터에게 다가가며 음식을 모조리 물렸다.

 

 “주치의.”

 

 대공의 서늘한 한 마디에 주치의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피터는 대공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럼에도 재촉하는 눈빛은 막을 수 없었다. 진찰을 마친 주치의는 피터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최근 잠이 너무 많아지진 않았는지, 하복부에 통증은 없었는지, 용변을 보는 빈도가 늘진 않았는지, 언제부터 음식이 내키지 않았는지……. 피터는 불안한 마음을 품고서도 성실히 대답했다.

 주치의는 진찰 결과를 알리기 전, 대공부처에게 예를 갖춰 절을 올렸다. 피터가 잡은 대공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피터의 시선도 주치의의 입술에 고정되었다.

 

 “비전하께서 회임을 하신 것으로 사료됩니다.”





금화 1개=1000파운드 은화 1개=100파운드
대략 이런 식으로 설정 짜두엇는데 진짜 대충이라,,,
그냥 대략적으로 이렇구나 하고 봐주면 감사하겠읍니다..
오늘도 읽어줘서 너무 고맙고 즐거운 추석 되길!

2019.09.12 02: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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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붕붕이 기다리다가 목빠질뻔햇어요 지금 달랑달랑해
[Code: 6967]
2019.09.12 04: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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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붕붕이 기다리다가 좆빠질뻔햇어요 지금 덜렁덜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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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2 05: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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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회임이라니 캬 센세 산부인과 주소 알려줘요 화환보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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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2 05: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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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피 함께 행복해라ㅠ
[Code: c150]
2019.09.12 06:55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니피 크아아아ㅜㅜㅜㅜㅜ이제 황실생활 자연스러워진 피터 너무 사랑스럽고 잠깐 등장한 토니는 여전히 존섹ㅜㅜㅜㅜㅜㅜㅜ태교길만 걷자
[Code: 237e]
2019.09.12 16: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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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피터가 임신을 했구나ㅠㅠㅠㅠㅠㅠㅠ
[Code: b7eb]
2019.09.13 0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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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Code: 2122]
2019.09.14 1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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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임시뉴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
[Code: f108]
2019.09.29 08: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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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애기 낳고 나서 이야기도 쭉 쓸거지
그렇다고 해줘 센세글 오래 오래 보고싶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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