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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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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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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그버트 자작부인의 살롱은 변질된 지 한참이었다. 살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저속하고 문란했다. 동시에 자작 부처는 혈통이 천하다느니 어쩌느니 하며 사교계에서 은근한 무시를 받고 있었다. 때문에 귀족들은 자작부인의 살롱에 발걸음 할 때면 아닌 체 가면을 쓰고 와 향락을 쫓았다. 아편과 대마초 냄새로 페로몬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개의치 않는 곳이었다. 술에 미약을 섞어 마시느라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탓이었다.

 

 “안녕.”

 

 한 번 입고 버릴 싸구려 코트와 질 나쁜 보석으로 꾸민 가면이면 충분했다. 자작부인의 살롱에 걸맞은 차림을 한 대공은 제게 인사를 건넨 청년을 바라보았다. 술과 약에 절어 눈에 초점이 없었다. 가면은 어디다 버려둔 건지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공이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이복형제라지만 피터와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 집구석에서 피터 같은 아이가 나온 것이 놀라운 일이긴 했다.

 

 “안녕, 더글라스.”

 

 대공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대낮부터 난잡하기 짝이 없었다.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쳤기 때문에 내부는 어둑했고, 매캐한 연기가 공중을 배회하고 있었다. 불쾌한 냄새와 높은 목소리와 고함이 곁을 떠나지 않는 곳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 대공은 치미는 욕구를 내리누르며 파커 남작을 찾았다.

 그는 한쪽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정돈 안 된 수염 위로 술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움켜쥔 카드 뭉치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남작은 대공이 주었던 돈들을 이런 식으로 뿌리고 다녔다.

 엉망이 된 제 남편과 거의 절연하다시피 한 남작부인은 어느 백작의 정부가 되었다. 아마 루이사가 소개시켜 주었을 게 분명했다. 둘이서 어떤 작당모의를 하는지 별로 궁금하진 않았지만, 알아둘 필요는 있었다. 대공은 그들이 피터를 향해 손을 뻗는 일조차 없도록 만들 작정이었다.

 

 “나 알아?”

 “물론이지.”

 

 더글라스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대공은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감각이 둔해져 페로몬이 어떤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대공은 억제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었고, 페로몬을 숨기는 데에도 능했다. 심신미약의 상대로는 더욱 쉬운 일이었다.

 

 “잠깐 둘이서 이야기 좀 할까.”

 

 파커 남작은 제 차남을 끔찍하게 여겼다. 옆에 끼고 돌며 귀족들에게 재력을 과시했다. 제 아들에게 연줄을 대준답시고. 결국 이런 말도 안 되는 살롱에서 병신 같은 몰골로 삶을 낭비하게 되었다. 멍청해서 차라리 고마울 지경이었다.

 더글라스는 술잔을 끌어다 입술을 붙였다. 반쯤 흐른 술은 대충 닦아내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대공은 목석처럼 가만히 서서 추태를 구경했다.

 

 “어제도 여기 오지 않았나?”

 “응.”

 

 지루하군. 대공은 더글라스가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뱉어내는 것을 들으며 생각했다. 역시나 루이사는 어제 여기에 왔다. 아마도 저처럼 더글라스에게 한 마디 건넸을 거고, 그 정도의 수고로 원하는 걸 전부 들었을 것이다.

 다만 남작부인을 통해 알 수도 있을 사실을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들었냐는 건데. 대공은 더글라스의 험담은 흘려 들으며 생각했다.

 

 “그 병신새끼, 어머니가 베타로 만들어 팔아먹겠다고 각고의 노력을 하셨단 말이지.”

 “…….”

 “근데 대공한테 팔려갔잖아. 무슨 횡재냐고.”

더글라스가 풀린 혀로 느릿느릿 불평했다.

 

 

 

*

 

 

 

 사실 대공이 고자라는 소리도 있어. 아무와도 안 자잖아. 젠체하느라 그런 건지, 뭔지……. 어쨌든, 들어봤어? 그 병신은 임신을 못 하거든. 그거 핑계로 데려갔다는 거야. 애가 없는 걸 그 새끼한테 책임전가 하려고.

 잠깐, 가는 거야? 나랑 더 놀자.

 

 사교계에 퍼지는 소문은 대부분이 덧없다. 일말의 신경도 쓸 가치가 없다. 마차에 오른 대공은 짜증스럽게 가면을 벗어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가면이 볼품없이 박살났다. 크라바트를 잡아 뜯어 화풀이를 해도 기분이 털끝만큼도 나아지진 않았다.

 저에 대한 소문이 어떻게 나든 상관없다. 뭐라고 떠들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피터는. 대공은 성난 황소처럼 제 가슴을 들이받는 분노를 천천히 삭였다. 저택에 도착했을 무렵 대공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피터를 놓아줄 수 없겠다는, 그러기에는 너무도 멀리 와버렸다는 사실을.

 

 

 

*

 

 

 

 피터는 황후의 개인적인 초대를 받았다. 캐런의 도움으로 간신히 답장을 쓰고, 황후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고르느라 진땀을 흘렸다. 대망의 방문일, 피터는 인생 최고의 긴장으로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황후는 피터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 떨기 백합 같은 자태는 어딘가 위태로운 듯 청초했다. 진줏빛 비단에 금사로 세밀하게 수를 놓은 옷이 화사한 금발과 잘 어울렸다. 예를 갖춰 절을 올린 피터를 손수 일으켜 세우고, 소파에 데려가 앉혔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황후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피터는 진땀을 흘리며 눈을 굴렸다.

 

 “편하게 있어요.”

 “예, 폐하.”

 

 피터가 딱딱하게 대답했다. 황후가 싱긋 웃어주었지만 마주 미소 지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사무적으로 대해주었다면 편할지도 몰랐다.

 

 “차는 어떤 종류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그, 소신은, 저, 아무거나 괜, 찮습니다.”

 

 황후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피터가 겁을 집어먹고 움츠렸다. 황후는 손을 뻗어 피터의 손을 잡았다. 가능했다면 피터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을 것이다. 그런 피터를 아는지 모르는지, 황후는 알아서 이런저런 차를 내오도록 명했다.

 

 “아이들은 수업을 듣느라 조금 늦을 거예요.”

 “예, 폐하.”

 

 찻잔이 피터 앞에 놓였다. 황후의 설명에 피터는 고장 난 장난감처럼 삐걱대며 대답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네요.”

 “예, 폐……. 예?”

 “다람쥐 같아요.”

 

 이해하지 못한 피터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황후는 피터의 반응에 손뼉을 쳐가면서 좋아했다. 천진한 모습에 피터가 약간이나마 긴장을 풀었다. 시녀들이 완벽하게 타 온 차는 굉장히 맛있었다. 피터는 황후의 배려로 편하게 찻물을 홀짝였다.

 캐런과 연습한대로 예법에 맞게 감사 인사를 올리자 황후는 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기꺼운지는 알 수 없었으나 피터는 한시름 놓기로 했다.

 

 “어마마마!”

 

 긴장이 반쯤 풀린 피터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약간 기댔을 쯤, 황자와 황녀가 들이닥쳤다. 마구 달려왔는지 머리를 묶어둔 리본이 풀어헤쳐져 머리카락에 걸려있는 수준이었다. 그들을 한 번씩 안아준 황후가 피터를 소개시켜주었다.

 

 “안녕하세요, 비전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남매가 인사를 했다. 피터의 허리에도 못 미칠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눈빛이 반짝거렸다. 피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낮춰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황자와는 달리 수줍음이 없는 황녀는 피터에게 답삭 안겼다.

 

 “비전하께 좋은 냄새가 나요.”

 

 황녀는 대공을 닮은 것도 같았다. 매끈하게 뻗은 눈시울과 그 위로 뻗은 촘촘한 속눈썹이 유독 그랬다. 통통하게 부푼 볼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피터는 손을 뻗어 성긴 리본을 풀었다. 대충 손가락으로 살살 빗어주자 쉽게 머리를 맡겼다.

 

 “숙부의 유리 온실에서 나는 거요.”

 

 황녀는 피터가 대답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피터는 황녀의 말에 저도 모르게 황후를 돌아보았다. 황후는 부드럽게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이른 나이에 발현한데다가 우성이기 때문에 예민하다고.

 

 “저는 장미가 좋아요. 비전하는요?”

 “저도 좋아한답니다.”

 

 저도요. 비전하가 좋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황녀가 방긋 웃었다. 피터는 마주 웃었다. 사랑스러운 황녀는 오늘 배운 게 무엇인지 소상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황자는 어느덧 황후의 품 안에서 잠들었고, 황녀는 피터 몫의 차를 탐냈다. 피터는 기꺼이 내주었다.

 동그란 정수리를 내려다보던 피터는 문득 욕심이 났다. 아기. 제가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공이 원하지 않겠지만 갖고 싶었다. 피터에게는 대공이 뭐든 들어주겠다 약속한 소원 하나가 있었다.

 꽤 긴 시간동안 고민하고 있던 소원이었다. 때문에 황녀를 만난 몇 시간 만에 깊은 갈등에 빠져버렸다. 피터는 히트사이클을 겪었다. 가능성은 낮아도 임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만약 대공의 아이를 가지고, 대공이 저를, 아이를 버린다면 남쪽 대륙으로 내려가 오붓하게 살림을 차려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대공이 아이를 원할 수도 있고, 제가 임신을 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피터는 괜한 생각의 꼬리를 잘라내며 눈을 깜빡였다.

 

 “비전하, 피곤하세요?”

 “이비 네가 비전하를 괴롭히고 있어서잖아.”

 “숙부!”

 

 피터는 고개를 들었다. 대공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저를 향한 두 얼굴을 보던 대공의 눈빛이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곧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

 

 “이비가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황성 귀퉁이가 다 무너졌다던데.”

 “아니에요!”

 “아니기는. 황제 폐하께서 날 찾으신 이유가 그것 때문인걸.”

 

 대공이 태연하게 받아쳤다. 짐짓 엄한 표정에 황녀의 얼굴이 굳었다. 피터는 아직도 제 무릎 위를 차지한 황녀를 달랬다. 전하께서 괜한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많이 뛰지는 않았는걸요…….”

 

 황녀가 시무룩하게 변명했다. 결국 참지 못한 황후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황녀는 대공이 피식 웃는 것까지 확인하고 제가 속았음을 깨달았다. 피터는 따라 웃지도 못하고 분개하는 황녀를 달래주어야 했다.

 

 “아쉽지만 대공비 전하께서는 돌아가야 해. 체통 없이 굴면 아니 됩니다, 황녀님.”

 “이비는 황제 안 할 거야. 헨리더러 하라고 해.”

 “저런. 벌써부터 숙부 닮으면 못 써.”

 

 대공은 황녀를 피터에게서 억지로 떼어놓았다. 피터는 칭얼대는 황녀에게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쪼그리고 앉아 황녀와 눈높이를 맞춘 피터를 보는 대공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황녀를 안고 있던 피터가 이쪽을 돌아보았을 때는 어떤 전율 같은 것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피터에게 제안하면 미친 소리로 치부할까. 만약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면 승낙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제가 약속한 소원을 피터가 사용할……. 아니다. 대공은 곧장 머릿속에서 가설을 몰아냈다. 저보다 더 끝을 생각하고 있을 피터가 소원을 빌 이유가 없었다. 제가 피터여도 귀한 기회를 이런 식으로 낭비하진 않을 것이다.

 

 “이만 돌아가실까요, 비전하.”

 

 이제 피터는 대공이 내민 손을 기꺼이, 당연하다는 듯이 잡는다. 그것이 대공을 얼마나 설레게 만드는지, 환희에 잠기게 하는지 피터는 알지 못할 것이다.





임신 언제 하는지 아시는 분,..
이러다가 50화에 임신하고 100화에 낳을듯ㅠㅠ
그렇게 되지 않도록 기도 올리는 시간 갖겠읍니다

2019.09.01 2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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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 디스센세 후즈센세
[Code: 9dc1]
2019.09.02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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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아아아ㅏ앙아ㅏ아악 내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100나더가 뭐야 천나더 만나더 억나더까지 함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b01]
2019.09.09 2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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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까지 써 주면 완전 좋은데 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죽을 때까지 함께해 줘 ㅠㅠㅠㅠㅠㅠㅠㅠ 토니랑 피터 서로 같은 마음인데 왜 머뭇대!!!! ㅠㅠㅠㅠㅠㅠㅠ
[Code: 45cc]
2019.09.12 05: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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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까지 꼭 갔으면 좋겠다 허으윽
[Code: d5c1]
2019.10.18 2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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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삽질하는거 너무조아 ㅠㅠㅠㅠㅠ항헝헝헝헐
[Code: d43c]
2019.10.18 2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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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사랑이조ㅠㅠㅠ
[Code: d43c]
2021.01.13 21: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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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다ㅜㅜㅜ
[Code: 7b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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