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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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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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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만 깜빡이던 피터가 한 박자 늦게 네? 하고 되물었다. 주치의는 성실하게 되풀이해주었다. 내가 뭘 해? 아직 상황 파악이 완전하지 않은 피터에게 기나긴 주의사항이 쏟아졌다.

 

 “비전하께서는 열성이시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메가로 아기집이 있긴 하지만 우성과는 달리 임신에 완전히 적응된 신체가 아닙니다. 숨 한 번 쉬는 것도 조심하셔야 할 만큼요. 두세 주 정도는 운신을 자제하시어 기력을 소모하는 일이 없도록 하셔야 합니다. 비전하께서 회임을 하신지는 5주 정도가 되셨는데…….”

 

 순간 대공이 주치의를 돌아보았다. 대공과 시선이 마주친 주치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가 곧 아무 일도 없는 척 화제를 바꿨다.

 

 “…회임을 하셨다고 해서 무리한 음식 섭취는 없으셔야 합니다. 입덧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비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요리사와 시녀장에게도 주의사항을 상세히 일러두겠습니다.”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실감이 도통 나질 않은 터라 순순한 반응이었다. 아침을 먹을 때만 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다가 제가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식사를 물린 것을 떠올렸다.

 대공이 소리 없이 미미하게 눈짓했다. 주치의는 비상한 눈치로 알아듣고 물러났다.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인 피터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대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는 괜찮은지 확인시킨 다음, 적당히 따뜻한 차를 피터에게 먹였다. 구토 때문에 쓰릴 피터의 속을 달래주고 다시 눕혀 재웠다.

 

 “비의 임신이 너무 섣불렀는가?”

 

 응접실에 들어선 대공은 시종을 향해 가볍게 턱짓했다. 주치의와 단 둘이 남고서야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전하.”

 “더 먼 미래여도 비슷할 거란 소리군.”

 “예, 전하.”

 

 대공은 습관적으로 궐련상자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피터를 만나기 전에 냄새를 모조리 털어내지만 임신까지 했으니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계속해.”

 “열성 오메가는 임신 확률도 낮지만 유산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열성 오메가의 임신 기간에 안정기란 없습니다. 출산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아기가 세상에 나올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비의 목숨에 위험이 갈 일은 없나?”

 “임신 자체가 모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탁. 대공의 손끝이 팔걸이를 한 번 두드렸다. 주치의는 말끝을 흐리며 숨을 집어삼켰다. 대공의 심기가 불편할만한 이야기긴 했지만 거짓을 고할 수는 없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팽팽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주치의.”

 “예, 예, 전하.”

 

 주치의는 머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최우선은 비의 몸이야. 알겠나?”

 

 재깍 대답하려던 주치의의 망설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대공이 아니었다.

 

 “뭐지?”

 “마, 만약의 일입니다만……. 태내에서부터 발현하면, 그것도 알파라면…….”

 

 태아가 태내에서부터 발현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드문 일이 아니었다. 우성 알파의 인자를 받았을 경우 생기는 일이었다. 발현한 채로 태어난다는 것 말고는 아기에게 별 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 문제는 임산부였다. 오메가가 알파를 품게 되면 오메가의 신체에서 이물질로 인식한다. 그렇게 되면 타격은 오히려 임산부인 오메가가 받았다.

 대공은 피식 웃었다.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피터가 자신과의 아이를 낳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그게 피터를 위협해서는 안됐다. 그런 것은 필요가 없다.

 

 “말했지 않은가.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말이야.”

 “…예, 전하. 명심하겠습니다.”

 

 잠깐. 물러나려던 주치의가 대공의 말에 우뚝 멈춰 섰다. 불안을 품은 눈알이 도르륵 굴러갔다.

 

 “태내발현은 대략 언제쯤 이루어지지?”

 “15주입니다.”

 

 3개월은 넘어가야 태내발현의 기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매일 같이 살피게 될 테니 알아채기는 쉽다. 그러지 않아도 임산부 본인이 가장 먼저 알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곧장 주치의를 부를 것이고, 주치의는 그 전에 미리 준비만 잘 해두면 되었다.

 그제야 대공은 주치의를 놓아주었다. 후다닥 사라지는 주치의를 내버려두고 대공은 상념에 잠겼다. 태내발현이라. 차마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헨리 황자가 태내발현으로 태어났고, 그 결과 황후는 급속도로 쇠약해졌다. 황성에서 극진한 시중을 받아도 건강을 다 메꿀 수 없었다. 우성 오메가임에도 그랬다.

 

 “…….”

 

 피터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후회 비슷한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다음 날부터 피터는 사실상 감금되었다. 대공인지 주치의인지, 아니면 캐런인지 알 수 없었다. 피터는 꼼짝 없이 침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잠을 자고 식사를 했다. 식사라고 해봤자 연한 찻물과 과일 몇 조각 먹는 게 전부인 터라 대공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과일도 풋내가 난다며 몇 차례 물리곤 했다.

 제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았지만 눈이 많이 오는 편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하느라 바쁜 저택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피터가 어떤 음식을 먹고 무슨 일을 하는지 일일이 보고 받는 대공의 심기가 불편한 탓이었다. 물도 비린내가 난다며 헛구역질을 했고, 그나마 잘 마시던 차도 가끔 역하다며 뱉어냈다. 그럴 때마다 저택 전체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이주 쯤 지나자 어지간한 과일이면 그럭저럭 입에 대긴 했다. 아직도 육류나 생선은 먼 일이었지만 꽤 발전한 건 맞았다. 대공의 흉흉한 기세도 약간이나마 누그러졌다. 피터는 주치의의 진단에 따라 하루에 한 번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하, 그…….”

 

 대공은 홀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피터가 있을 침소로 돌아갔다. 대공을 맞이한 피터가 반가움과 의아함이 뒤섞인 얼굴로 손가락질했다. 몰라볼 수가 없었다. 수확제가 있던 날 슬쩍 시도해본 리본이 분명했다. 크기도 길이도 짝짝이인 리본은 피터가 아니면 저렇게 만들 수가 없다. 다른 시녀가 풀어서 다시 묶었겠지 생각했는데 대공의 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공의 코트에 장식으로 달려있었다.

 

 “너무나도 훌륭한 솜씨라서 말입니다.”

 

 대공이 웃으며 다가왔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피터의 뺨을 쓰다듬던 대공의 얼굴에 금세 근심이 어렸다.

 

 “얼굴이 많이 야위셨습니다.”

 “아니, 그걸 왜 가지고 계시는 거예요.”

 “세상에 이보다 귀한 게 없어서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네, 오렌지요. 두 개. 오늘 처음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오렌지는 굉장히 비싼 과일이었다. 남대륙에서 전량 수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쯤은 상관없었다. 금화를 상자 째 들이부어야 한다고 해도 피터가 잘 먹기만 한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거 떼어버리세요. 왜 이런 걸…….”

 “저런. 들어드릴 수 없겠는데요. 리본을 위해 제작된 옷이라.”

 

 피터는 기가 막혔지만 더 따지고 들지 않기로 했다. 엉망인 리본이었지만 재단사의 훌륭한 솜씨 덕택에 코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긴 했다. 뭐가 됐든 대공의 얼굴 덕분일 수도 있었지만.

 

 “이만 산책하러 가실까요.”

 

 피터는 기쁘게 대공의 청에 응했다. 정원 한복판을 느긋하게 걸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땅을 보고 걷던 피터가 불쑥 내뱉었다. 대공의 시선이 피터의 배에 가 닿았다가 금방 떨어졌다.

 

 “전하께서는요?”

 “…비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거면 됩니다.”

 

 고개를 든 피터가 양순하게 눈을 깜빡인다. 사랑스러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저는 전하를 닮으면 좋겠는데.”

 

 입맞춤을 받으며 피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태어날 아기의 얼굴을 상상하는 눈치였다.

 

 “입덧만 조금 가라앉으면……. 식사도 열심히 하고 건강관리에도 더 힘쓰려고요. 제가 건강해야 아기한테도 영향 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간 과일 몇 조각만 먹었던 게 너무 미안하고…….”

 

 피터는 대공의 품에 안겨 그간 공부한 임신관련 지식을 조잘조잘 늘어놓았다. 대공은 간간히 맞장구쳐주며 피터의 목소리를 감상했다. 태내발현일 경우보다 아닐 경우가 확률이 더 높다. 미리 대비를 해두기는 하겠지만 이정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치미는 불안감은 대공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종알대는 피터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게 지금 대공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임신이라고?”

 

 루이사의 표정에 금이 갔다. 옆에서 함께 티타임을 가지던 남작부인은 머금었던 찻물을 그만 뱉을 뻔 했다.

 

 “예, 아가씨. 황제폐하께 전해진 소식이라 확실합니다.”

 

 대공저와 다르게 황성에서 소식을 빼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워낙 많은 인원이 오가기도 하고, 황족의 최측근을 제외한 아랫것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 차출되기 때문에 어제와 다른 이가 시중을 들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실 근위대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눈이 녹으면 작업에 들어갈까 했는데, 앞당겨야겠네요.”

 

 동요하던 모습을 금세 감춘 루이사가 여상하게 말했다. 피터 말고도 제거 대상이 늘어나면 곤란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 아이까지는……. 루이사는 느긋하게 생각했다.

 

 “부인께서도 아시겠지만,”

 “…….”

 “오메가의 임신은 고난과 다름이 없잖아요.”

 

 우성 오메가에게도 부담이 큰일인데 열성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우성과 열성의 그 애매한 경계에 걸친 남작부인은 충분히 경험한 일이었다. 그나마 피터가 태내발현을 하지 않아 수월했었다. 차라리 태내발현으로 저를 고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알파로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뭐가 됐든 남작부인도 귀족 사회의 일원이었다. 뼛속까지 알파지상주의자란 소리였다.

 

 “일이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겠어요.”

 “……예.”

 “준비를 서둘러야겠군요. 부인께서는 이만 쉬세요.”

 

 루이사가 상냥하게 권했다. 남작부인이 당혹스러운 시선을 보내도 루이사는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부인께서는 다시 대공저에 방문하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뭐 힘 쓸 일을 요청드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

 “너무 걱정 마세요. 약속은 꼭 지킬 테니까요.”

 

 루이사는 쌩하니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남작부인은 손을 들어 가슴 위를 꾹 눌렀다. 속이 불편했다.





약간 찬물... 지송합니다...
일관적인 노잼에 박수를 드려요...

2019.09.14 14:04
ㅇㅇ
더 굴려줘 헠헠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d135]
2019.09.14 17:12
ㅇㅇ
모바일
아 너무 좋아 ㅜㅜ 재밌어,,,
그런데 루이사는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자신감 넘칠까ㅋㅋ 궁금... 그리고 남작 부인이랑 같이 사는 거야 지금? 와우
[Code: 3ce2]
2019.09.14 17:20
ㅇㅇ
모바일
센세 이게 바로 추석 연휴에요ㅠㅜㅜㅜ 센세를 보는게 내 추석이였어ㅜㅜㅜ
[Code: 047c]
2019.09.15 04:40
ㅇㅇ
모바일
센세언제와?
[Code: 67ef]
2019.09.15 04:41
ㅇㅇ
모바일
대공 존나 은근히 저세상 주접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67ef]
2019.09.15 11:16
ㅇㅇ
모바일
대공즌하 염병천병이 아주 어나더클라스네ㅠㅜ존나 짝짝이 리본을 위해 만든 옷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2e34]
2019.09.16 0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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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해서 피터 배 볼록 나와갖고 토니가 쓰담쓰담해주고 둘이 염병천병하는거 넘 보고싶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달달해 엉엉
[Code: 3177]
2019.09.17 16:34
ㅇㅇ
모바일
센세 기다리고 있다8ㅁ8
[Code: 8cca]
2019.09.17 23:21
ㅇㅇ
모바일
센세 언제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40d]
2019.09.17 23:21
ㅇㅇ
모바일
미국가지뭬......
[Code: 140d]
2019.09.17 23:28
ㅇㅇ
모바일
센세 언제올꺼야ㅜㅜㅜㅜ
[Code: 4951]
2019.09.19 0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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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천천히 와도 돼...
[Code: 9f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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