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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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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상체, 팔에 든 멍은 며칠 내로 다 빠졌지만 찢어진 뺨이 아무는 데 며칠 걸렸기 때문에 본가에는 며칠 후에나 들를 수 있었다. 마치다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이후, 아니 마치다가 다쳐서 두 달간 노부가 마치다와 함께 지냈던 날들 이후 노부는 본가에서 자는 날보다 마치다의 집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기 때문에 부모님은 며칠만에 와서 가족들과 저녁 한 끼 먹고 또 며칠 후에 올 것 같다고 나가는 노부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경호원이라는 직무 특성상 고용주와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믿어주시기도 했고. 튼튼이가 부모님 몰래 방으로 들어와서 '반지는? 프로포즈 했어? 어떻게 했어?'하고 눈을 반짝거릴 땐 좀 민망했지만. 더 민망했던 건 노부가 저녁에 들어올 때도 그랬고 다음 날 아침에 수트를 완벽하게 차려입고 며칠 후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하고 나갈 때도 빙글빙글 웃으며 바라보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노부가 아니라 노부 품에 안겨 있는 '케이짱'을 보고 있었다. 

노부는 마치다에게 케이짱을 선물받은 후로 늘 데리고 다녔다. 한시라도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인 것...도 조금 있지만 그보다 노부가 마치다의 집과 본가를 오가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가에 두면 노부가 없는 노부 방에서 케이짱이 방치돼 있어야 하고, 그렇다고 마치다가 선물한 걸 마치다의 집에 그냥 두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가. 노부의 어머니는 노부가 인형을 품에 안고 돌아온 밤에는 선물받은 거냐며, 네가 드디어 연애라도 시작한 거냐고 재미있어하셨지만,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한다고 나서는 노부가 품에 케이짱을 또 끌어안고 있을 때는 깜짝 놀라셨다. 

'그걸 왜 들고 가니?'
'오늘부터 며칠 집에 못 올 거라서요, 숙소에 두려고요.'
'아, 그럴래?'

그때는 좀 이상하게 여기시고 만 것 같았는데 노부가 항상 케이짱을 -그날 밤에 본가에서 잘지, 마치다의 집에서 잘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 가지고 다니고, 일할 때는 차에 태워 다닌다는 걸 알고는 정말 깜짝 놀라셨다. 

'네 고용주가 아무 말도 안 해?'

그 고용주가 선물해 준 인형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시고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노부는 머쓱하게 대답했었다. 

'네, 인형을 좋아하는 분이라서요, 아주 귀여워해요.'
'그래?... 밉보이는 건 아니지?'
'네, 정말 좋아해요.'

마치다는 정말로 케이짱을 귀여워했다. 집에 갔다 온 노부가 케이짱을 품에 안고 올 때도 '안녕'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하루 집에 갔다가 오겠다고 케이짱을 품에 안고 갈 때도 잘 갔다오라고 케이짱의 앞발을 잡고 흔들어주는 걸. 

그런 일들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집을 나가는 노부의 품에 또 깜찍하게 안겨 있는 케이짱을 보고 빙글빙글 웃으시며 케이짱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더니 노부의 얼굴도 다정하게 쓰다듬으셨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다치지 말고."
"네, 자주 연락드릴게요."

케이짱을 선물한 사람이 마치다일 거라고 눈치껏 짐작한 건지 어머니의 등 뒤에 매달려서 헤죽헤죽 웃고 있는 튼튼이 때문에 두 배로 민망했지만 노부는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던전으로 출근했다. 그렇게 항상 케이짱을 데리고 다녔는데. 실밥을 풀고도 한동안 조심하라는 말에 며칠 더 다리를 많이 쓰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지내던 날도 끝나가던 날이었다. 마치다와 함께 출근하려던 길에 마치다가 케이짱을 품에 안는 노부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케이짱 두고 가자."

어차피 본가에 들를 계획이 없던 날이라 노부가 끄덕이며 케이짱을 소파에 앉혀 놓으려고 하자, 마치다는 케이짱을 침실로 데리고 가서 노부유키들과 함께 노부짱의 품에 잘 넣어주었다. 

"잘 자고 있어."

오전에 건네는 인사치고는 시간대가 안 맞았지만 강아지인형 다섯과 고양이인형 하나가 침대에 편안히 앉아 있는 건 귀여웠기 때문에 노부도 '잘 자고 있어'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저녁이었다. 막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대였지만 마치다는 클럽의 지배인에게 던전을 맡기고 노부를 데리고 나갔다. 

"밖에서 저녁 먹고 드라이브하자."
"좋아요."

마침 바람도 선선하고 날씨도 좋은 날이었다. 마치다가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분위기가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는 강가에 가서 산책도 했다. 노부가 기운이 빠져 있다고 댕댕이 산책을 시켜준다며 강가에서 산책을 권했던 그날 함께 걸었던 곳이기도 해서 그날이 떠오른 탓이었다. 무심코 마치다를 바라보자 마침 노부를 바라보던 마치다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치다도 그날을 떠올렸는지 눈 아래 뺨이 조금 발긋했다. 그리고 노부의 손 사이로 마치다의 따뜻한 손이 쇽 들어왔다.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늦은 시간인 탓에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서로 손을 잡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서 노부도 마치다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저 손이 닿았을 뿐인데, 그리고 불법도박장 때도 인신매매 조직 때도 도망치느라 손을 잡고 뛰었던 적도 많은데도 그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평화롭게 서로 손을 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렇게 가슴 속이 뭔가 따뜻하고 말랑한 것들로 가득찬 기분이 돼서, 그런데도 설렘과 긴장이 또 동시에 차오르는 기분이 돼서 차로 돌아왔을 때였다. 출퇴근길에도 그리고 이런저런 외출을 할 때도 늘 함께 다니다보니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건 익숙한 일이었는데 갑자기 둘만 차 안에 있는 것이 숨막히게 긴장됐다. 손을 잡고 한참이나 함께 산책을 하고 왔는데 새삼 맞닿아 있는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고 언제나 편안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던 마치다의 향수와 체향까지 온몸을 뜨겁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손만 잡고 있을 때였다. 예민해진 감각에 마치다의 온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노부의 입술에 다시 촉촉하고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 노부가 그저 그렇게 느낄 뿐인 건지, 마치다도 흥분했기 때문인 건지 마치다의 입술은 그날 욕실에서의 첫키스 이후 가끔 키스를 나누었을 때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그리고 온몸이 뜨거워지게 하는 키스가 한참 이어진 후, 마치다는 평소보다 한층 더 허스키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 그 호텔..."
"... 네."

마치다의 목소리를 따지기에는 노부의 목소리도 잔뜩 허스키해져 있었으나 민망함을 느낄 틈도 없었다.

"그때 사우나 좋았다고 해서... 오늘도 그 호텔 예약해 놨는데."
"... 네."
"사우나... 내일 해도 되지?"
"네."

댕댕이 산책을 했던 날도 갔던, 사우나가 훌륭한 그 호텔은 강변에서 꽤 가까웠기 때문에 호텔까지는 금방이었다. 호텔의 카운터에서 열쇠를 받은 기억도 얼핏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에 들어간 이후에는 머리가 뜨거워져서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마약 같은 것도 당연히 한 적 없는데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흥분됐다. 그러나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들 정도로 머리가 뜨거워진 상태에서도 체온이 올라 더욱 짙어진 듯한 마치다의 달콤한 체향은 강렬하게 느껴졌고, 노부의 손이 마치다의 뜨거운 피부 위를 스칠 때마다 노부의 귓가를 적시는 마치다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들려왔다. 

마치다가 근사한 데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세련된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비싼 옷들의 단추가 떨어져나가는지 소매가 튿어지는지 신경쓸 틈도 없이 마구잡이로 옷을 벗기고 벗은 두 사람은 잠시라도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서로에게 매달렸다. 원래도 조깅 정도는 하는 사람이었는데 노부가 호신술을 가르친 이후 종종 둘이 함께 운동도 하는지라 마치다의 몸은 일반인답지 않게 탄탄했고 피부는 또 신기할 정도로 매끄러웠다. 피부에 땀이 배어나와 촉촉해진 상태라 더욱 매끄럽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지만 뜨겁고 촉촉하게 미끄러지는 피부가 노부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팔뼈에 금이 가도 신음소리 하나 안 내던 사람이 노부의 손이 닿을 때마다 자지러지는 것도, 적극적으로 거침없이 노부를 욕심내고 있으면서도 신음소리를 들려주는 건 창피한지 입술을 깨물거나 노부의 어깨를 깨물며 소리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아찔했다. 노부의 꿰맨 상처를 소독해 줄 때마다 속상해하던 사람이 노부의 어깨를 깨물고 노부의 등을 긁어내릴 때는 서슴없는 것도 노부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냉철한 사람이 노부에게 미쳐서 흥분해 있는 게 그렇게 아찔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미칠 것 같은 몇 시간이 지나간 후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얼굴에 예쁘게 홍조가 떠올라 있는 마치다는 노부의 맨가슴을 간지럽히면서 웃었다.

"노부짱이랑, 노부유키짱들이랑 케이짱은 잘 자고 있으려나."
"그래서 아침에 나오는데도 잘 자고 있으라고 한 거였어요?"
"어, 아직 애기들인데... 애기들 있는 데서 야한 짓하면..."

그러면서 빨개진 채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여웠다. 

노부는 하도 물고 빨아서 통통 부어 있는 마치다의 젖꼭지를 톡 건드렸다. 그러자 마치다의 어깨가 움찔 튀며 아찔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노부는 펄쩍 뛰어오른 마치다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우리 노부유키들이랑 노부짱, 케이짱을 위한 작은 방 하나 만들어야겠는데요."
"작은 방?"
"난 앞으로도 더 많이 하고 싶은데, 할 때마다 호텔로 달려오기 힘들잖아요? 아니면 나만 더 하고 싶어요?"
"아니. 내일 당장 옷방에 노부유키랑 노부짱, 케이짱 자리 만들어주자."
"내일 당장?"
"응."

그리고는 민망한지 또 노부의 어깨를 앙앙 깨무는 마치다의 얼굴은 너무 귀여웠는데, 노부의 어깨를 깨무느라고 다시 빈틈없이 닿은 따뜻한 몸이 너무 유혹적이라서 노부는 열심히 노부를 깨무는 마치다를 몸 위로 안아올렸다. 신나서 노부를 깨물던 마치다는 갑자기 노부를 올라타게 되자 눈을 깜빡거렸지만 노부가 마치다의 탄탄한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올리자 몇 시간이나 혹사당한 입술을 다시 깨물었다. 

"소리내도 되니까 입술 깨물지 말아요. 입술에 상처나겠다."

노부가 말캉한 마치다의 입술을 문지르며 속삭이자 마치다의 귀가 마치다의 입술만큼 빨개졌다. 

그리고 밤은 다시 길게 이어졌다. 





놉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