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6854354
view 3852
2024.10.03 05:54
막나더
전편링크   1  2  3  4  5  6  7  8










제발, 내 손으로 끝낼 수 있게 해 달라고. 무서웠다. 폭주에 휩쓸려 스러져가는 이들 가운데 자꾸 그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보다 당신에게 난 작은 생채기가 나는 더 아픈데.



금방이라도 터질 듯 괴로워하는 센티넬은 겉보기에도 등급이 높아보였다. 숨 쉬는 것 조차 괴로워하면서도 허니비가 다가가자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센티넬의 파장이 크게 진동했다. 동시에 쩍, 유리가 깨어지듯 파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허니는 부서지기 직전의 파장을 감아 마치 가이딩을 주입하듯 그의 몸 속으로 집어넣었다.



마침내 그가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놓아버린 그 순간, 허니비는 한데 뭉쳐진 육신과 에너지를 한꺼번에 쥐어 터뜨렸다. 거대한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조각난 살덩이와 파장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 바로 옆에서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허니는 간신히 폭주를 막았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전에,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고통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부디 그만은 안전하길, 마지막까지 기도하며.















재생다운로드

"씨발, 네이트!!!"



몇 번의 부름에도 반응이 없자, 윈 중사는 욕설까지 섞으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어느새 본부차량이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거니는 중위를 차에 태우고 일단 진정부터 시키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곧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너덜너덜해진 육체, 그 옆에 미동도 없이 쓰러진 또 다른 형체가 시야에 들어오자 네이트는 미처 차를 세우기도 전에 뛰쳐나갔다. 익숙한 군복이 아니었다면 정신을 놓았을지도 모르겠다. 다급하게 품에 안아든 허니비는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는 맥박을 확인한 네이트가 축 늘어진 몸을 안고 험비에 올랐다. 그리고는 누가 보든 말든 급히 입술을 겹쳤다. 그 언젠가 허니비가 그랬듯이 혀를 섞고 입술을 집어삼키며 가이딩을 주입하는데 온 정신을 쏟았다. 그의 절박한 얼굴에 윈 중사는 물론 큐팁과 크리스테슨 또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픽 중위 대신 윈 중사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험비들도 합류하고, 머지 않아 안전지대에 들어섰다. 네이트가 끊임없이 가이딩을 쏟아부은 덕에 도착했을 즈음엔 다행히 얼굴에서 흘러나오던 피는 어느정도 멎은 상태였다. 차량이 정차하자마자 닥이 뛰어와 급속 가이딩 약물과 찢어진 파장을 이어붙이기 위한 형질제를 투여했다. 거니와 다른 몇 명은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가 빠르게 막사를 펼쳤다. 그 순간에도 가이딩을 멈추지 않는 중위에게 닥이 다가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위님, 점막 가이딩 만으로는 이 녀석, 언제 눈 뜰 지 모릅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일어났을 때 온전한 상태일지도 모르겠고요. 여기 알코올과 소독제, 그리고 피임약입니다. 제가 무슨 말 하시는지 아시겠죠. 막사 하나 비워뒀으니까, 그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닥, 지금..."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지금 중위님께 가장 중요한건 중위님 매칭 센티넬 살리는 겁니다."



네이트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허니비를 안고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방울, 두 방울,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피로 범벅된 군복 위로 떨어졌다.















허니비는 꿈을 꿨다. 녹음이 우거진 공원의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우자,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재생다운로드

"안녕하세요, 허니비 씨 맞으신가요?"

"저는 나다니엘 픽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매칭 가이드예요."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얼굴을 마주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두 젊은 남녀가 할법한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허니와 네이트는 활짝 피어나는 나뭇잎처럼 웃었다.



또 다른 꿈 속에는 소파에 누워 함께 낮잠을 자는 네이트와 허니가 있었다. 먼저 눈을 뜬 네이트는 제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허니를 바라보다 눈가에 몰래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혼잣말인듯 아닌듯 조용히 속삭였다.





재생다운로드

"허니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재생다운로드

그리고 또 한 명의 네이트 픽이 있었다. 군복을 입고 딱딱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하던. 허니비가 자신을 피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던. 그런 주제에 제 마음을 꿰뚫어보고 곪았던 상처를 드러내던. 짧게 머물던 시선이 길어져 정신을 차렸을 땐 오래도록 눈을 맞추고 있던. 지친 허니비의 손을 잡고 어깨를 빌려주던. 안아달라며 양 팔을 벌리고 다정하게 입 맞춰주던 그는,



온 몸으로 허니비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울고 있는, 허니비의 매칭 가이드. 내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랑할 유일한 사람.



"울지 마요, 네이트..."















네이트는 알몸으로 허니비의 몸을 안고서 접촉과 점막 가이딩을 동시에 진행했다. 사실 이 방법이 얼마나 통할지 그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내가 너한테 어떻게 그래.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런데 너가 깨어나지 못할까봐 무서워서... 무서워서......"



네이트는 허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허니는 언젠가 그가 그랬듯이 네이트를 꼭 안고 속삭여주었다. 이제 괜찮아, 네이트.



"내가 네 매칭가이드라 다행이야. 널 살릴 수 있어서, 그게 나라서 정말, 정말 다행이야."



눈을 마주치며 전해오는 마음은 네이트답게 곧고 선명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처음으로 받아들여진 느낌은 낯설었지만 벅차오를 만큼 행복해서, 유리처럼 박혀있던 아픔이 눈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허니비는 눈물을 닦아주는 손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부어있는 입술에 짧게 키스하며 말했다.



"네이트의 매칭 센티넬이 나라는게, 당신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네이트. 수줍게 웃던 허니가 잠시 머뭇거리다, 살며시 네이트의 목에 팔을 걸었다. 이어 천천히 몸을 뒤로 눕히자 네이트도 따라서 허니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포갰다. 그리고는 허니의 얼굴선을 따라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한참을 알몸으로 있었지만 맨살에 닿아오는 체온이 역시 부끄러워서, 두 사람의 몸은 조금씩 조금씩 분홍빛으로 물들어갔다. 나른하게 풀어진 얼굴이 아래로 모습을 감췄을 때, 머릿속을 휘젓는 쾌감에 달뜬 신음을 터뜨렸다.



머릿속이 흰 물감을 쏟은듯 새하얬다. 조심스러운 삽입에 뜨겁고 축축한 내벽이 갈라지며 그를 받아들였다. 느긋했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빈틈없이 맞물린 곳에서부터 퍼지는 쾌락의 열기는 생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달콤했다.



그날 두 사람은 완벽하게 이어졌다. 육체적인 결합과는 별개로 단단한 매듭이 네이트 픽과 허니 비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젠킬너붕붕 네잇너붕붕 중위님너붕붕
끝! 개연성도 재미도 분량도 형편없는 글 읽어줘서 감사하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