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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8 00:53
픽 중위는 허니비의 매칭가이드다.









로벨이 고개를 저었다. 브랫, 거니, 로벨, 심지어 닥 옆에 있던 스타이니까지도 가이딩을 시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허니비는 그 모든 파장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허니의 몸은 구멍만 기워진 채 말 그대로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센티넬이니만큼 이정도로 죽을 일은 없겠지만 가이딩 없이 언제 정신을 차릴 지가 문제였다. 센터로 이송 요청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틈틈이 눈빛을 주고받던 브랫과 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중위님."

"혹시 몰라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녀석에게 가이딩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심각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픽 중위는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짜가이드였고, 허니비는 무려 S급에 버금가는 A급 센티넬이었으니 네이트의 가이딩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황당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브랫은 그럼에도 무언가 짚이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한 번 더 네이트에게 가이딩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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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네이트는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허니비의 손을 포개어 잡았다. 싸늘하게 식은 체온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에 다들 그럼 그렇지, 라는 반응이었고 네이트도 여전히 미동 없는 허니에 손을 거두려 했다. 그러자 브랫이 중위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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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더요."



얼음처럼 파란 아이스맨의 눈동자가 어쩐지 절박하게 느껴져서, 네이트는 케뷸라까지 벗고 다시 한 번 브랫의 지시에 따라 가이딩에 집중했다. 조금 전에 봤던 허니의 파장을, 언제인가 환하게 웃던 그 얼굴을 떠올리면서.










"돼... 됐다... 된다!!!"



스타이니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닥이 서둘러 상처를 살피자, 총알이 박혔던 부위에 피가 멎는게 보였다. 그리고는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브랫이 긴 한숨을 뱉었다. 시체같던 얼굴도 점차 혈색이 돌고, 착각일지 모르지만 닿은 손에도 옅은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안정되어가는 상태에 거기 모여있던 모두가 안도했다.



네이트는 설명이 필요하단 얼굴로 브랫을 바라봤다. 왜 뜬금없이 자신에게 가이딩을 권유했는지, 그리고 왜 제 팔을 잡으면서까지 끈질기게 밀어붙였는지. 자기가 아는 브랫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할 인물이 아니다. 거기다 초보적이고 형편없는 실력임에도 자신의 가이딩이 통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듯 보였다.



그 둘의 대치를 바라보던 거니가 살짝 미소지으며 답했다.



"아무래도, 중위님이 허니의 매칭 가이드인 것 같네요."

"... 브랫 너는 알고 있었나?"

"솔직히, 확신은 못했습니다."



브랫은 유독 픽 중위를 피하는 듯한 허니를 이상하게 여겼다. 센티넬들이 으레 그렇듯 쉽게 정을 붙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던 꿀벌인데, 이상하리만치 중위만을 불편해 하는게 의문스럽던 와중이었다.



"꿀벌, 중위님 가이딩 좀 봐 드려라."



그러다 허니를 잡아 끌어 네이트 앞에 놓은 순간, 브랫은 아주 찰나였지만 네이트의 파장이 크게 일렁이는 걸 보았다. 네이트 본인은 몰랐겠지만, 허니는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가지.



"... 그래서 혹시 꿀벌이 중위님의 매칭이 아닐까 했던 겁니다. 보니까 닥도 어느정도 알았던 거 같은데요."

"그 정도는 아니었어. 지레짐작만 했을 뿐이지."

"그 많은 놈들 중에 용케도 가장 유능하고 유일한 녀석과 이어졌네요."



거니의 농담에도 네이트는 웃을 수 없었다. 하필 그 많은 사병들 중 네이트 입장에서도 가장 어렵고 불편한 허니비가 자신의 매칭이라니. 하필 또 장교와 사병 관계라 윗선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앞으로의 일이 착잡하기만 했다.















네이트는 자신과 닥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자리로 돌려보냈다. 바쁜 와중에, 다른 이들까지 허니비가 깨어나기만을 멀뚱히 기다릴 수는 없으니. 맥그로우 대위에 대한 이야기는 거니가 대신 듣고 전해주기로 했다. 가이딩이 끊기지 않도록 조심하며 네이트는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허니비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들이 너무 많았다. 브랫의 말대로 이 모든걸 정말 알고 있었는지, 그렇다면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자신이 정말 어려워서 피한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앞으로 자신과 허니비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등등. 센티넬, 그리고 가이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던 네이트에게는 모든게 의문투성이었다. 아니, 그 모든것 이전에, 네이트는 허니비가 불편한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으... 음......"



순간 허니비가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네이트는 바로 고개를 돌려 허니비를 바라봤다.



"비, 정신이 들어? 내가 누ㄱ...!!!!!!"



순식간이었다. 허니비가 네이트의 멱살을 붙잡고 그대로 입을 맞춘 것은.



"잠, ㅂ..ㅣ... 으읍..."



네이트는 발버둥까지 치며 허니비를 떼어놓으려 했으나, 아무리 그가 리컨마린이라도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가이딩을 갈구하는 센티넬을 이기기란 무리였다. 네이트는 본인이 어찌하지 않아도 자기 안에서 무언가가 빨려나가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꼈다. 허니비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네이트의 입술을 집어 삼킬듯이 머금고 빨아들이며 혀뿌리까지 파고들 기세로 혀를 얽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틈이 없어 간신히 코로 호흡하며 맞붙여오는 몸을 끌어안았다. 그렇지 않으면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았으니까. 잠시 막사 밖으로 나갔다 돌아온 닥은 그 광경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렇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고문에 가까운 입맞춤이 이어지다, 풀썩, 허니비는 다시 네이트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네이트는 어정쩡하게 허니의 어깨를 받쳐든 채로 막힌 숨을 몰아쉬었다. 닥이 다가와 허니를 눕혀놓고, 네이트에게 티슈를 건넸다.



"괜찮으십니까."



네이트는 괜찮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미친 듯이 졸음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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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젠킬너붕붕 네잇너붕붕 중위님너붕붕
"제가 중위님께... 뭘 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