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해고
눈떠보니 나체
발정기 악당놈
IF외전-잡아먹힌 밥
인간변신이유

#행맨밥으로호위기사밥냥이

 

밥은 메이저 주인님의 정식 호위기사로 아무 사람에게나 꼬리를 흔드는 개와 달리 품위와 개묘 영역을 중시하는 기품있는 고양이임에 큰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왔다. 그런데 고양이일 때도 안하던 짓을 사람이 되어서 하고 있다니, 어쩜 이렇게 품위가 없을 수가 있지? 인간들이란!

 

“저 좀 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내려줬다 도망가면 어떡해?”

“그렇지만 이 상태로는 일을 못 하는걸요.”

 

악당놈의 팔을 퍽퍽 때리고 다리를 버둥거려 봤지만 헛수고였다. 좋은 의자 두고 왜 자꾸 날 무릎 위에 앉히려고 하지? 힘싸움에 지친 밥은 힘을 풀고 얌전히 악당놈을 의자삼아 앉은 채로 손에 쥔 먼지떨이를 만지작거렸다. 귀 뒤로 만족스러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악당놈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악당놈은 은혜를 갚으라고 온갖 으름장을 놓고선 막상 갚을 때가 되니 은근슬쩍 발을 뺐다. 은혜를 갚기는 해야 하고, 심지어 이자도 쳐서 갚아야 하는데 뭘로 갚을지는 생각해 보겠다니! 시장 뒷골목부터 메이저 대저택까지 드나들며 인간사에 통달한 밥이 판단하건데 악당놈은 부족한 게 없었다. 그러니까 딱히 뭘 받아낼 생각을 안 하지. 밥이었다면 잘 구운 땅콩 열 다섯 포대는 받아냈을텐데! 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악당놈이 정말로 잘 구운 땅콩을 달라고 할 게 뻔했으므로 밥은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았다. 밥은 현명한 고양이니까. 지금은 인간이지만.

하여튼 악당놈은 밥을 주물럭거리며 노는 것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었다. 밥은 고양이에게 잡힌 쥐마냥 악당놈의 손아귀에서 탈출할 순간만 꼬리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고. 할 게 많았다. 소기름 악당이 메이저 주인님을 괴롭히는지도 감시해야 하고 피닉스를 만나서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도 찾아야 하는데…! 이러다 인간인 채로 늙어 죽는 거 아냐?

 

하지만 그 순간은 밥의 생각보다 빠르게, 또 갑작스럽게 왔다.

 

 

 

그 날은 모처럼 메이저 주인님이 외출한 날이었다. 밥은 아침부터 악당놈을 피해 숨바꼭질(전적으로 악당놈 혼자만의 주장이다)을 하고 있었다. 요리조리 내키는 대로 주변을 헤매다 성의 뒷편의 나무그늘을 발견해 신나게 달려갔다. 그 앞에서 멈춘 순간, 나무 뒤에서 한 여자 나타나 손을 흔들었다.

 

“밥. 인간의 삶은 어때?”

“피닉스!”

 

키가 작아졌어요. 밥이 신기한 듯 피닉스를 보자 피닉스가 유쾌하게 웃으며 밥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꼭 고양이에게 하는 것처럼 익숙하고 다정한 손길이었다. 밥은 눈을 감고 가르릉거리다 넌지시 물었다.

 

“피닉스. 절 왜 인간으로 만든 거에요? 주인님이 원해서?”

“글쎄. 왜인 것 같니?”

“음… 모르겠어요.”

 

정말이었다. 밥이 고양이라 피닉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걸까?

 

“네가 고양이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니? 메이저가 인간인 이유는?”

“그런 게 따로 있나요?”

“그럼 인간이 안 될 이유도 없지 않을까?”

 

그런가? 인간의 삶은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밥은 메이저 주인님이 그렇게 많은 인간들에게 상처받고도 또 사람을 믿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메이저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했잖아. 나는 네 소원도 이뤄주고 싶거든. 인간이 된 게 싫어?”

 

아. 그랬었다. 하지만 그게 꼭 인간이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인간으로 사는 게 나쁜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밥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피닉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한 번 인간으로 살아보렴. 다음에 만날 때 네게 다시 물어볼게. 인간이 되고 싶은지 말야.”

“으음… 언제 오실 건데요?”

“네가 날 찾고 싶으면 우린 만날 수 있을 거야. 메이저의 소원을 빌었을 때처럼, 지금 여기서 만난 것처럼.”

 

밥은 고개를 끄덕였다. 피닉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때가 되었을 때 반드시 만날 수 있으리라.

 

“그래도 고양이의 삶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테니 가끔은 고양이로 돌아가렴.”

“고양이로 돌아갈 수 있나요?”

 

그건 직접 찾아봐. 피닉스가 웃으며 손을 흔들자 거센 바람이 불며 나무에 고여있던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졸지에 온 얼굴에 꽃가루며 물벼락을 맞아버린 밥이 에취, 재채기를 하며 연신 코를 부볐다. 

가버렸네… 이번에도 어려운 숙제를 주고.

 

“베이비! 거기 있어?”

그때 근처에서 악당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밥은 악당놈을 피해다니던 중이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또 잡히기 전에 어서 도망쳐야 해!

 

“베이비, 어디… 어?”

 

밥을 본 악당놈이 휘둥그레 눈을 뜨더니 갑자기 밥의 허리를 움켜잡고 뒹굴었다.

 

“잡았다, 이 먼지덩어리!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나야! 이 악당놈아! 로버트라고!! 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들려오는 건 애옹애옹 소리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악당놈은 밥을 꽉 잡아 안은 채로 꿍얼거렸다.

 

“베이비는 어딜 간 거지? 도망간 건 아니겠지… 혹시 베이비도 널 찾고 있나? 먼지야, 대답 좀 해봐.”

 

웱옹… 대답조차 힘들 만큼 졸음이 쏟아졌다. 생각해야 할 것도 고민해야 할 것도 많은데... 밥은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악당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심장박동 소리가 기분좋게 밥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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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쓰고 싶어서 시작한 썰인데 이제 겨우 빌드업 끝이라니 갈 길이 멀다

2024.01.22 23:20
ㅇㅇ
내 센세 오셨다!! 아니 그럼 악당놈은 먼지고양이가 베이비인줄 모르는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팝콘각 ㅋㅋㅋㅋ
[Code: 1da8]
2024.01.22 23:37
ㅇㅇ
모바일
물에 닿으면 변하는 건가? 대존잼 ㅅㅂ 존나 재밌어 센세 사랑해 나 이것만 기다린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ed1]
2024.01.23 00:12
ㅇㅇ
모바일
밥 다시 밥냥이 됐다 메이저한테 앞발 먹힐지도 ㅋㅋㅋ물 때문인가 바람 때문인가 인간밥도 밥냥이도 다 좋아 동화같아ㅠㅠ
[Code: fcb3]
2024.01.23 00:27
ㅇㅇ
모바일
잘 구운 땅콩 열다섯포대라니 ㅠㅠㅠㅠㅠ밥냥이야.... 진짜 행맨 한입거리처럼 굴고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냥이 애칭이 이제 먼지가 돼버렸네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
[Code: 4c48]
2024.01.23 01:45
ㅇㅇ
모바일
밥냥이 너무 귀여웡!!
[Code: ee3d]
2024.01.23 05:45
ㅇㅇ
오 다시 고앵이로 변했어!!ㅋㅋㅋㅋ 아니 제이크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했단 거 하나도 안 믿었구만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알게되면 어떨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8600]
2024.01.23 05:50
ㅇㅇ
모바일
동화같고 넘 재밌어 ㅠㅠㅠㅠㅠㅠㅠ 밥냥이 도도쌔씨한 성격인데 뭔가 허술한 거 넘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4a5]
2024.01.23 08:43
ㅇㅇ
진짜 너무 재밌다 그리고 제일 좋은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센세의 말 사랑해♥
[Code: cdd2]
2024.01.23 08:44
ㅇㅇ
좋은 의자 두고 왜 자꾸 날 무릎 위에 앉히려고 하지? <<< 왜겠냐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다 큰 성인남자를ㅋㅋㅋㅋㅋㅋㅋㅋ 밥이 위험에 처하면 고양이가 될 수 있는건가 이제 수인화랑 인간화 조절할 수 있는거니! 행맨은 아직 그 먼지고양이랑 밥이 같은 존재인거 모르는거도 존잼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cdd2]
2024.01.23 08:45
ㅇㅇ
악당행맨놈 언제가 잘 구운 땅콩 말고 밥냥이가 가진 다른 땅콩을 가지게 될거같고 암튼 그렇다^^
[Code: cd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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