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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00:43

1~14 링크는 이전편에 (너무 길어져서 자름)
15. 알비다의 조언이: https://hygall.com/567549263
16. 버기의 위로가: https://hygall.com/567611959
17. 샹크스의 미소가: https://hygall.com/567862273
18. 크로커다일의 계략이: https://hygall.com/568121127
19. 모디의 협력이: https://hygall.com/56897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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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 여전히 불편한 배에 붕대를 두르고 진통제를 먹어 가면서까지 서류에 싸인하는 실세를 쳐다보며 천냥광대는 불안한 얼굴로 손톱을 깨물었다. 저 지경이 되고서도 일을 하다니, 괴물이고 뭐고 간에 정말 말 그대로 일 중독이 따로 없었다. 저 남자의 인생에서 일 말고는 무엇이 있을까. 돈과 일, 그것들 외에 소중한 것이 뭐가 있냔 말이지. 그나마 입에 물고 있는 저 시가? 그것 뿐 아닌가. 두려움을 제외하고서라도 크로커다일이 그에게 보여준 패들은 많지 않았다. 무엇이 더 있어야 할지는 버기 스스로조차도 모르겠지만. 우습게도 믿음의 베일을 제 머리 위로 내린 것은 모든 것을 보여준 샹크스가 아닌 저 남자였음인데.
 
- 얌전히 앉아 있어라, 정신 사나우니까.

갑자기 떨어진 냉정한 목소리에 허리를 곧추 세웠다. 애초에 일하는데 자신이 왜 필요하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 환자 시중 들으라고 윽박지른 거 치고는 그는 미동 자세로 앉아 일만 했다. 말 그대로 일만. 가끔 쥬라클 미호크가 시킨 대로 입에 시가를 무는 것을 빼앗아 내는 것만이 광대의 일이었다. 그러면 그는 혀를 차면서도 멍하니 시가를 빼앗겨 주고는 했다. 그 순간에 입 안으로 사탕을 한 두번 밀어넣으면 그는 조용히 다시 입을 벌려주었다. 그것이, '환자 시중'의 전부. 식사나 약은 다스 보네스가 날랐고 가만히 앉아서 그가 일하는 것을 쳐다보고 있으면 며칠 전에 있었던 모디의 고백만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손톱을 딱딱 깨물자 시선이 이쪽으로 흘깃, 내렸다가 제 입으로 사탕을 밀어넣었다. 제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으나 그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 내가 선장을 자유롭게 해 줄게.
- 뭐?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모디가 조용히 털어 놓는 이야기들은 그를 매우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빨간 머리'에게 뭘 줬다고? 크로커다일을 다치게 한 게 누구라고? 그러나 애초에 말이 안 맞는 이야기임을 - 소꿉친구는 모를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샹크스가, 그가 과연 그랬을까? 샹크스가 범인이었다면 크로커다일을 완전히 죽여버리려고 들었을 터였다. 그 어렸을 적부터 샹크스는 적을 '살려 보낸' 일이 거의 없었다. 최악의 세대에서 감히 샹크스에게 덤볐다가 팔을 잃은 그 꼬맹이도, 분명히 샹크스가 마음을 먹고 덤볐다면 팔 하나로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고. 그리고 애초에 매의 눈이 마을을 뒤졌을 때 범인은 이미 사막의 힘에 당한 후였다고 했다. 마을을 반쯤 뒤집어놓은, 완전히 밀랍이 따로 없는 몸.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저 괴물 뿐이었기에 모두가 범인을 쉽게 특정해냈다. 괴물을 공격한 범인은 확실했고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샹크스였다면 절대로 크로커다일한테 질 리도 없었거니와 - 무엇보다도 그의 배가 너무 조용했다. 당한 것이 저 배의 일원이라면 절대 그럴 수가 없어. 배의 동료를 무엇보다도 우선으로 생각하는 샹크스였다면 절대로 조용할 리가 없었다. 그 녀석은 늘 배의 크루들을 가족인 양 생각했으니까. 웃기지도 않게도 그 무엇도 공유하지 않으면서 그는 그것을 가족이라고 불렀다. 닫혀버린 문 앞에서 이름 한 번 부르지 못하고 돌아선, 그의 '가족'이었던 자는 그 호칭을 누구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했던 셈이었다.

그렇다면 벤 베크만은? 자신을 경멸하는 시야를 광대는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광대는 실력은 없어도 다가오는 운에 올라타는 능력만큼은 최강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적의 여부는 손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몇 번 마주친 적도 없는 망할 그의 부선장이 뿜는 기백은 확실한 것을 의미했다. 매번 자신에 대한 적의, 완연한 살의.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제가 사황 자리에 오른 건 샹크스의 이름이 한 몫을 했었으니까. 그의 이름이라도 팔고 다녔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실상은 '다른' 것이 사황의 이유였음에도. 광대는 반쯤 결론을 내린 셈이었다, 애초부터 벤 베크만이라면 모든게 가능한 일이었다고. 그는 물러 빠진 샹크스에 비해서 머리가 좋으니까. 사람을 고용했다면 가능한 일이야. 낮은 소음에 돌아간 시야에 걸리는 남자가 제 배를 부여잡고 작게 신음했다. 무리해서 상처가 벌어진 모양이지.

- 아파? 침대로 갈래?
- ... 아니. 할 일이 많은데.
- 내일 해.
- 내일, 내일은 할 시간이 없어. 3월 9일 아닌가?     

맙소사, 일이 이렇게 되면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누군가의 생일이 내일이었다. 망할, 내일 생일 파티라는 미친 짓을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반드시 등장하고 말 것이었다. 한 쪽이 마을을 독점하고 있을 테니 어찌됐든 마주치게 될 터였다. 쥬라클 미호크와 샹크스는 호각이었다. 무려 10년 전에 호각이었다고. 샹크스가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정면 대결은 미친 짓이었다. 둘이 여전히 호각이라고 한들 나머지는? 부상을 입은 크로커다일이 벤 베크만과 야솝 두 사람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한다는 구조인데 - 그건 아무리 짧은 제 머리를 미친듯이 굴려도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샹크스는 제가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것이나 적이라고 느끼는 것에는 가차없었다. 그러니 정면 대결이 벌어지는 날에는 제 눈 앞의 대부는 분명히 죽고 말 것이었다는 걸, 버기는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것만은 안 돼, 그는 아직은 누군가를 잃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는 요청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 망할 도시를 떠나자고. 정면 충돌만큼 위험한 건 피해야 했다. 제기랄, 피해야 한다고. 안타깝게도 그는 누군가를 잃기에는 겁이 너무 많았으니까. 제가 잃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샹크스인가 아니면 크로커다일인가? 

- 떠나자고? 연회를 하자고 한 건 너잖냐.
- ... 그래도, 지금 이 상태에서는 무리라고, 무리! 

제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대답을 멈춘, 앞의 사장이 더듬더듬 책상 위의 진통제를 입에 털어넣었다. 부상 때문에 걸쳐 입은, 평소의 양복과는 다른 가벼운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그 잘난 얼굴을 하고서도 보이는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던 샹크스나 입을 만한 티셔츠가 시야에서 팔락대며 눈을 잡아끌었던지라. 평소라면 잘난 양복은 어디다 버려두고 왔느냐며 한 번 놀리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말려야 해, 말려야 한다고. 망할, 말려야! 그리고 모래를 빚은 듯한 얼굴의, 악어를 닮은 길쭉한 동공이 제 쪽을 향했다. 마침내 조각의 입이 열리고 - 그가 대답했다.

-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것이 답의 전부였으나 천냥광대는 이제 알았다. 크로커다일은 이 도주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샹크스나 저에 비해 머리가 한참 좋은 그가 도주를 택한 것은 - 당연히 싸움에서 지고 이기고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나 - 무엇보다도 다른 것에 있었다. '제가 원했으니'까. 이 남자는 그 잠깐 사이에 혹시나 있을 수 있는 경쟁의 모든 가능성과 그 결말을 따졌을 터였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얹은 것이지. 망할, 언제까지 다정할 셈이지?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자꾸만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고 내려앉았다. 그것은 그의 허파를 끌어내었다가, 다시 진창으로 처박았다가, 결국에는 못내 아름답지 못한 눈물로 이끌어내고는 했다고. 버기는 그래서 말 없이 손을 뻗어 사장의 머리를 품 안으로 당겨 안았다. 아, 처음부터 가족이라는 것을 얻었던 적이 없었던 그는 누군가가 보여줄 수 있는 다정에 지나치게 약했다. 기이하게도 로저 해적단이란 그것과 평생을 함께했던 샹크스의 가족이었지, 중간부터 조금 자란 채로 버려져서 다시 거둬진 - 제 가족은 아니었던 셈이니까. 그래서 버기는 결론을 내린 셈이었다. 제가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두 비열한 남자 쪽에서도, 조금 더 머리가 좋은 이 쪽이라는 걸.

*
뭔가 진행이 되는 듯 마는 듯 하구만... 돌고 도는 오해. 

늘 쓰면서 생각하지만 이해관계가 맞는 쪽은 크로커다일과 버기가 맞긴 한 듯한.. 

늘 재밌게 봐줘서 ㅋㅁㅋㅁ 댓도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샹버기 크로버기  

2023.11.02 00:55
ㅇㅇ
모바일
헉헉 내센세 오셨다
[Code: 9d80]
2023.11.02 01:05
ㅇㅇ
모바일
으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센세 오셨다 제대로 모시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Code: baf8]
2023.11.02 01:20
ㅇㅇ
모바일
헐 미친!!!!! 내센세 컴백 실화냐!!!!!!!!! 끼요오오오옷!!!
[Code: 8b31]
2023.11.02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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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오실줄 알았던 내센세가 오셨다ㅠㅠㅠㅠㅠ세상에 글 너뮤좋아요ㅠㅠㅠ아리까리하던 버기 마음은 이제 악어쪽으로 기울었구나 떠나자니ㅠㅠㅠㅠ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그러겠다니ㅠㅠㅠㅠㅠ 미친 왜 이렇게까지 애절하고 애틋한거야ㅠ 애정이 고픈 외로운 사람들끼리 도피를 하는건 좋은데 샹크스는 분노버튼 눌리겠네 이거 어떡하나ㅠㅠㅠㅠㅠㅠ하 너무 존잼이라 벅차올라요ㅠㅠㅠㅠㅠㅠ센세 너무 고마워ㅠㅠㅠ
[Code: 3a98]
2023.11.02 0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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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센세 내가 여태 안잔게 이거 볼라고
[Code: cee9]
2023.11.02 08: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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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디갔었어 우리 이제 영원히 헤어지지말자~~~~
[Code: 2bba]
2023.11.02 08:44
ㅇㅇ
모바일
센세 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쳤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7c4]
2023.11.02 14: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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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덕분에 오늘도 너무 행복해...ㅠ
[Code: e02b]
2023.11.02 17: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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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ㅠㅠㅠ
[Code: 7ece]
2023.11.02 18: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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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센세 왔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8257]
2023.11.02 20: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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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네 내센세가 돌아왔어
[Code: 8029]
2023.11.03 00:16
ㅇㅇ
센세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 그래서 버기는 크사장을 선택했고ㅠㅠㅠㅠㅠ 샹크스는 미쳐 날뛸 일만 남은 건가요ㅠㅠㅠㅠ 저는 어디까지나 센세와 함께 할 거에요ㅠㅠㅠㅠㅠ
[Code: 77c3]
2023.11.03 0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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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친 결국 크사장이랑 가는구나....그냥 셋이 살면 안되냐ㅜㅜㅠㅠㅠ
[Code: e54d]
2023.11.16 01: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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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의 선택이 너무나 이해가 가지만 샹크스가 걸린다...어떻게 저 사람을 안좋아하겠냐만은 샹크스도....샹크스도 생각해줘...ㅠㅠ
[Code: fa79]
2023.11.19 0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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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이루는 모든 문장이 윤슬처럼 반짝거리며 빛나요ㅠㅠㅠㅠ 결국 크로커다일쪽으로 무게추가 쏠렸구나.. 돌고 돌아 깊어지는 오해가 너무 맛있어요
[Code: c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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