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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01:06
딱히 이어지지 않는 전편:
선물편 마지막으로 들은 말? 이상형이라고요? 연인이 카드를 준다면 수인이라면? 주량자랑  연애프로 퍽메리킬게임 주차대응 커플별로 너 나 좋아하잖아 듣는다면?
프리츠와 예일 

*
제목이 저게 맞나... 
말 그대로 영건즈를 해리포터 기숙사별 성격으로 나누어 각자에 맞게 한 문단씩을 써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에피소드의) (삶의) (등등의) 첫문단이고 누군가는 마지막 문단이고 누군가는 중앙이고 그렇습니다 

클리셰라면 클리셰가 많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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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음..ㅇㅇ

1. 그리핀도르 상 ; 널 위해 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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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손에 든 검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너는, 아니 우리는- 세러신이라는 이름이 늘 문제였다. 거리의 아이, 잘은 도둑질로 담을 넘다 마주한 금발의 요정은 제게 처음 보는 세계를 그려주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순간의 일, 마법처럼, 기적처럼. 이제 황제의 후처로 팔아넘기려고 하다 결국에 반역까지 일으켜버린 그 어리석은 세러신의 이름이 아이를 죽이기 전에, 이제는 자신이 일어서야 했다. 도망가, 제이크. 혼자 도망갈 수 없다며 엉엉 우는 것을 일으켜 세워 시종을 붙여 빼돌린지 채 한 시진이나 지났을까. 제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군관들, 각오된 것. 그래, 제이크 세러신. 내가 널 위해 죽어줄게. 한낱 여름의 열병에 지나지 않는 제 사랑은 미련해서, 이렇게 눈 앞에 보이는 결과에도 모든 것을 던지게 만들었다. 후, 내세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죽음이, 코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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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희귀병이 돌던 시기, 제 남편이 그 병에 걸린 것은 꽤 우연찮은 일이었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자주 병에 접촉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다 괜찮을 거라고 그랬는데. 아무리 운명을 원망해 봐야 해결되는 일은 없으리라. 이제 남은 건 신약뿐이었다. 보균자인 자신을 위해 제 남편이 목숨을 걸고 개발하던 그것, 그 신약. 결과에 따르면 백신은 안전하긴 해요. 다만 발현이 안 된 보균자에게 해 본 실험 결과가 없어서 그렇지. 그 말에 되물었다- 안전하다며, 
내가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로버트가 손을 내저으며 펄쩍 뛰어올랐다. 어떻게 당신이 그걸 해요. 나는 너를 믿어, 내가 해낸 거잖아. 팔뚝에 닿는 차가운 주삿바늘이 기꺼웠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죽는다 한들 그만이었다. 네가, 나를 위해 늘 그래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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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

세상을 구하는 게 목적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자신에게 그런 고귀한 목적은 없었다. 이 모든 미친 짓은 그저, 미국을 날려버릴 포탄을 단 채로 곱게 잠들어 있는 제 연인을 위해서만 - 오롯이 그 목적만으로. 눈 앞에 마피아가 바글바글했다. 그냥 테러 코드 하나만 빼돌리면 된다더니, 이 개새끼들이 어디까지 거짓말을 한 거지. 아무리 각오했다지만 이런 미친 소굴에 요원 몇 명만 덜렁 넣는 정부가 어디 있나. 이게 무슨 미션 임파서블인줄 아나, 개놈의 자식들이. 피 섞인 침 때문에 목이 칼칼했다. 코드를 넘겼으니 빌리는 괜찮겠지. 영입 제안을 거절하자 놈들은 미친 듯이 반격해왔다. 방어하다 못해 뒤로 밀린 몸이 옥상의 난간에 닿고 - 찬 기운 때문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 끝이로구만. 부모도 모를, 이곳에 버려지듯이 입양되었다 다시 파양된 아이.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자신을 구제할 생각은 없었을 터였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후회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 눈을 뜨는 너를 볼 수 없는 것. 내가 없다는 걸 알면 또 울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나를 주워온 그 시절 그 어린애도 아니면서. 그래도 걱정 마 - 이번엔 내가 널 위해서 죽을 테니까. 난간 밖으로 떠밀린 몸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미안해 빌리, 역시 사랑한다고 한 번만 더 말해줄걸. 최후의 후회였다.

2. 슬리데린 상 ; 널 위해 죽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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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미안해, 내가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제 앞의 로건이 손을 덜덜 떨었다. 마을 시장에서 사과를 팔던 고아, 곧 결혼 적령기가 되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나의 것. 잠행을 나온 놈팽이 왕자가 그를 본 것은 꽤나 큰 우연이었다. 이 미친 신분제 사회에서는 행운일지, 불운일지 알 수 없는- 그러한 우연. 어젯밤 늦은 저녁까지 제 품에 안겨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제 연인은 이제 내일이면 남의 것이 될 터였다. 제가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는데, 정식 아내로 평생을 대우하고 아껴도 모자랄 것을 고작해야 첩으로 두겠다니. ...부름이 내일 모레라던가. 그럼 내일 나랑 결혼해요. 절박하게 그 손에 매달렸다. 우습지, 사랑이란. 그럼 너는, 너는 어쩌려고 그래. 그게 뭐가 문젠데요? 내가 다 해결할게. 내가 다 죽여버리면 그만인 거 아니야? 그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찾아, 응? 너는 고귀한 남자니까 나 말고도-.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요. 나한테 당신보다 고귀한 건 없어, 알아? 그렇게 엉엉 우는 걸 잡아다 제 성에 가두었다. 걱정 말아요, 좀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되어 있을 테니까. 칼에서 나는 비릿한 쇠냄새가 달콤했다. 수도를 지키는 명문 공작가, 아발론의 첫째 공자였던 자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폭군이자 명군, 빌리 아발론의 탄생이었다. 


해연갤 - 프리츠, 너 헤일로랑 오마하 데리고 어디가?

<헤일로>

이대로라면 감옥에 갇힌 제 연인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역모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를 그 전쟁터로 밀어붙인 것은 제 아버지였는데. 너는 걔를 죽일 생각이 없잖니, 아비가 제 앞으로 단검을 들이밀었다. 이걸로, 황제를 죽이라는 것이겠지. 실패하면 무조건 사형, 성공한다 한들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나는, 이걸 거절할 이유가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닐, 이번이 내가 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최초의 일이야. 너를 위해서 나는 누군가를 죽여버리는 일조차도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 사랑은 그만큼 처절했다. 목에 걸린 아름다운 반지가 검을 들어올리는 제 움직임에 맞추어 흔들렸다. 이번 정복전이 끝나면 네 손에 끼워줄게. 그의 목소리를 담아, 제 염원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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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그 곰탱이가 뭘 해? 입에 문 담배가 썼다. 브래들리가 뭘 했다고 그 녀석을 잡아가. 정보 탈취에 강도라니 웃기지도 않지, 그 겁 많은 놈이. 제 앞의 경감이 쇠로 된 징이 박힌 지팡이를 돌바닥에 내렸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펴지는 -  텅, 텅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품 안에 곱게 넣어둔 리볼버가 차가운 금속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멍청한 짓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세러신 공작. 그 유명한 상원 의원님이 동성애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경감. 그 말에 경감이 말없이 제 가슴팍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런던의 악명 높은 공장에서 거금을 주고 빼돌린 게 블과 얼마 전이었다. 그와 같은 노동자는 한 둘 정도 사라져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부레 거금을 주었다. 그가, 제 가치를 푼돈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누가 신고했다고 했죠?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진 모르겠으나- 자신은 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사람도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신랄한 어조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목받는 상원의원이 하기에는 꽤나 멍청한 판단이긴 했을 터였으나 불만은 없었다. 그는 제 인생 처음으로 만나는 순수하게 불타오르는 열정이었으므로.

3. 후플후프 상 ; 너와 함께 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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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

제 손을 잡은 제이크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져서, 조용히 손을 끌어 꽉 부여잡았다. 죽음의 숲, 제물로 이 안에 버려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바닥에 가까웠다. 나 무서워, 하비. 이 안에 뭐가 있을까?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야.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안에서 괴물이라도 나오면- 그건 다 거짓말이랬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다 한들, 다 괜찮아- 내가 너랑, 같이 죽을게. 너 혼자 안 보내, 이 손 절대 안 놓으니까 걱정 마. 그 말에 제이크가 반대쪽 손을 들어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응, 응. 그 숭고한 맹세가 벌써 15년 전의 일이었다. 거 봐, 손 안 놓는댔지. 제발 입 다물어, 하비. 상처가 벌어지잖아-, 제발, 제발.. 배를 적통으로 궤뚫고 지나간 마력이 몸에 엄청난 충격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죽고 말텐데. 엉엉 우는 아이의 손을 부여잡고 흐려지는 시야를 잡아 죽음의 숲으로 들어섰다. 적조차도 쫓아올 수 없을 곳, 너와 내가 절대로 손을 놓지 않을 곳. 우리는 영원히,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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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괜찮아요, 로건? 손을 대고 있는 이마가 불같이 뜨거웠다. 아프면 말을 하지, 미련하게. 그 말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안 아파, 괜찮아. 우리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아? 괜찮아요, 이 정도 속도면 금방 국경 지나. 먼 곳에서 온 그가 이 작열하는 초원의 온도를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말 위, 제 앞에 앉아 반쯤 흔들리는 작은 몸을 꽉 끌어안았다. 겁도 없이 지나가는 자가 별로 없는 대평원의 한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덜렁 쓰러져 있는 걸 주웠을 때처럼. 꼴에 남은 자존심이라도 있는지 며칠 무엇도 얻어먹지 못한 얼굴로 너 나랑 가면 죽어, 내가 누군 줄 알아?하고 되묻는 걸 번쩍 들어 말 위에 올려두었다. 모르겠는데요, 뭐 저랑 가든 안 가든 당신은 죽는 거 아닌가. 그럼 혼자 죽는 것보단 둘이 죽는 게 낫지. 저승길 동무라도 있는 게 안 낫겠어요. 반쯤은 농이었다. 그가 먼 약소국에서 거래의 조건으로 팔리듯 건너온, 그러나 전날 몰래 담을 넘어 도망친 왕의 신부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역시 놓아주기에는 너무 늦은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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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백>

이세계에서 왔다고 하는 그 말을 꼬박 믿어주는 자신에게 아이는 자주 궁금한 걸 쏟아내었다. 왜 저를 믿어요, 보통은 그런 말 하면 미치광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말이 맞았다 - 사실 자신도 남에게 이런 잉기를 듣는다면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을 전부 믿어주는 것은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 말마따나 네가 바깥 세상에서 왔고, 책 속에서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저는 당신이 사랑할 그 사람은 아닌데요. 아니라면 내가 너랑 같이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거지, 어쨌든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질 운명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수많은 시간을 지나 -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문제의 밝은 원 앞에 선 참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저게 집으로 가는 루트가 아니라면요? 저 안으로 들어갔다가 몸이 반쪽이 되거나 하면요? 제 손의 반에 전부 들어오는 작은 손이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매번 태연한 척해도 그럴 때는 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지라, 그래서 제가 먼저 손을 잡고 그를 게이트 앞으로 이끌었다. 마치, 둘이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듯이. 뭐가 겁나, 내가 같이 죽어줄 텐데. 그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4. 래번클로 형 ; 아무도 죽지 않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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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세상이 주목하는 천재 과학자. 열 살 때 이미 대학 수준의 물리학을 풀었고 열 세 살에 대학에 입학했다. 스무 살에 교수가 되었고 스물 세 살에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100년 만에 나오는 천재, 로버트 플로이드. 그게 자신이었다. 세상에 부족할 건 없었다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는 꽤 각이 잡힌 모양새로 제게 악수를 권했다. 죄송해요, 직업이 군인이라서. 그리고 배시시 웃는 그 사랑스러운 미소, 빛나는 눈. 자신은 그 얼굴에 그만 제 인생에 더 없을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니까. 스물 여덟에 만난 제 진짜 사랑,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 데이트 내내 과학 관련 이야기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줄 수 있을 만큼 배려심 깊은 사람, 그래서 결혼을 약속해놓고 파병지에서 제 동료 대신 등에 총을 맞고 죽어갈 수 있을 만큼 배려심 깊고 강단 있는 사람. 제 인생 서른 둘의 일이었다. 그 뒤로는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았다 -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그 후회 하나로 타임머신을 만들어냈다. 벌써 제 나이 서른 일곱이었다. 다 좋아, 로비. 작동도 잘 될 거야. 근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연구를 함께한 제 친우가 말끝을 흐렸다. ...뭔데, 제이? 지금 기술로는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은 딱 직전이 최대야. 네 아내가 파병을 결심하기 직전. 너한테 허락을 구하던 그 시기. 그런데? 그런데-, 그때로 되돌아가면 대신 네가 죽어. 파병 직전의 그 시기, 나타샤가 살린 - 그녀의 동료가 달겨드는 차에서 자신을 구했기 때문에. 제 인생이 어이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걱정 마, 나타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몇 년이 지난다 해도 우리가 모두 살아남는 방법을, 어떻게든 - 어떤 대가를 치루든, 알아내고 말 테니까. 

Danny Ramirez'On My Block' TV show premiere, Arrivals, Los Angeles, USA - 14 Mar 2018


<팬보이>

하나, 둘, 셋, 넷. 창문 위에서 떨어지며 눈을 감고 숫자를 세었다. 보통은 다섯까지 셀 것도 없던데. 그리고 다시 - 헉, 하고 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 5월 12일, 아침 8시 30분. 매일 똑같은 하루, 벌써 93번째 죽음이었다. 첫 죽음이 어땠더라, 맞다. 옥상에서 누군가 떨어트리는 돌이 보이고 모든 게 암흑이었다. 그리고는 제 침대에서 눈을 훅, 떠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조금 안 좋은 꿈을 꾼 거라고. 그리고 10번째쯤 죽었을 때는 -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신은 똑같은 시간대를 돌고 있었다. 차라리 팍 죽어버리면 좀 나을 텐데, 이제는 점점 지쳐버리고 있었다. 어차피 다시 되살아난다 한들 고통은 똑같으니까. 지난번 회차에서 운수 좋게 깨달은 건 그거 하나뿐이었다 - 제 구남친, 제가 마음이 남아 구질구질하게 헤어진, 이제는 이름도 말하기 싫은 그 남자가 저와 같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 제가 죽었으니 그도 죽었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그와 자주 가던 동네 커피숍에 몸을 들였다. 먼저 와 있던 그가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오래간만이네, 제이. 그래, 대니. 손을 뻗어 악수를 하고, 그간의 일을 공유했다. 그가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한잔 더?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늘 먹던 거? 카페모카에 시럽 한 번 빼고. ...그래.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하러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윙크해 보였다 - 피차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괜히 강한 척 하면서. 걱정 마, 이번엔 내가 둘 다 확실하게 살려볼 테니까. 이 망할 운명에서 둘이 같이 나가보자. 그 말에 그가 웃으며 너답네, 하고 속삭였다.

Jack Schumacher


<오마하>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자신은 늘 같은 말을 할 터였다, 칼리 바셋이라고. 그만큼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또 간절히 갈구했다 - 그녀는 자신에게는 없는 모든 세계를 보여주었으므로. 흔히 말하는 열정, 강인함, 굳건함 - 그 모든 것이 그녀 안에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은 또 그녀를 사랑하고 마는 것이다. 이 것이 매일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같이 전투기도 탄 거니까, 그녀가 내려주는 그 모든 냉정한 판단이 저는 못내 사랑스러웠으므로. 그러나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 같은 전투기를 탄다는 것은, 죽음도 조난도 함께한다는 뜻이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칼리, 다쳤어? 아니, 괜찮은 거 같은데. 다리가 좀 붓긴 했는데. 도그파이트 중에 긴급탈출을 한 상황,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 큰 숲의 중앙. 걱정이 되긴 했지만 대위씩이나 되어서 적어도 낙하산 강하 중에 폭탄을 맞지 않은 걸로도 이미 이 상황은 천운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지, 닐.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칼리가 처음 보는 불안한 얼굴로 손을 내려 제 발목을 두어번 문질렀다. 아마 저 상태로는 오래 못 걸을 터였다. 걱정 마, 칼.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자리에 주저앉자 제 등을 내보였다. 업혀. 너 걷기 힘드니까. 어차피 수색하는 적군이 있다면 저 정도 속도로는 금방 따라잡힐 터였다. 나 무거워. 너 별로 안 무거우니까 빨리 업혀, 평소에 한 두번 들어 봤어? 그 말에 결국 제 등으로 업히는 그 작은 몸, 따듯한 체온. 역시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 자신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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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쓸때는 그럴듯..함...
각자 최대한 다른 사진을 써볼랬는데 루스터랑 피닉스는 저게 진짜 찰떡이라 냅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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