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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01:06
딱히 이어지지 않는 전편:
선물편 마지막으로 들은 말? 이상형이라고요? 연인이 카드를 준다면 수인이라면? 주량자랑 연애프로 퍽메리킬게임 주차대응 커플별로 너 나 좋아하잖아 듣는다면?
프리츠와 예일
*
제목이 저게 맞나...
말 그대로 영건즈를 해리포터 기숙사별 성격으로 나누어 각자에 맞게 한 문단씩을 써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에피소드의) (삶의) (등등의) 첫문단이고 누군가는 마지막 문단이고 누군가는 중앙이고 그렇습니다
클리셰라면 클리셰가 많이 있을 수 있음
이거 맞음..ㅇㅇ
1. 그리핀도르 상 ; 널 위해 죽을게
<루스터>
손에 든 검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너는, 아니 우리는- 세러신이라는 이름이 늘 문제였다. 거리의 아이, 잘은 도둑질로 담을 넘다 마주한 금발의 요정은 제게 처음 보는 세계를 그려주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순간의 일, 마법처럼, 기적처럼. 이제 황제의 후처로 팔아넘기려고 하다 결국에 반역까지 일으켜버린 그 어리석은 세러신의 이름이 아이를 죽이기 전에, 이제는 자신이 일어서야 했다. 도망가, 제이크. 혼자 도망갈 수 없다며 엉엉 우는 것을 일으켜 세워 시종을 붙여 빼돌린지 채 한 시진이나 지났을까. 제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군관들, 각오된 것. 그래, 제이크 세러신. 내가 널 위해 죽어줄게. 한낱 여름의 열병에 지나지 않는 제 사랑은 미련해서, 이렇게 눈 앞에 보이는 결과에도 모든 것을 던지게 만들었다. 후, 내세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죽음이, 코앞이었다.
<피닉스>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희귀병이 돌던 시기, 제 남편이 그 병에 걸린 것은 꽤 우연찮은 일이었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자주 병에 접촉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다 괜찮을 거라고 그랬는데. 아무리 운명을 원망해 봐야 해결되는 일은 없으리라. 이제 남은 건 신약뿐이었다. 보균자인 자신을 위해 제 남편이 목숨을 걸고 개발하던 그것, 그 신약. 결과에 따르면 백신은 안전하긴 해요. 다만 발현이 안 된 보균자에게 해 본 실험 결과가 없어서 그렇지. 그 말에 되물었다- 안전하다며, 내가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로버트가 손을 내저으며 펄쩍 뛰어올랐다. 어떻게 당신이 그걸 해요. 나는 너를 믿어, 내가 해낸 거잖아. 팔뚝에 닿는 차가운 주삿바늘이 기꺼웠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죽는다 한들 그만이었다. 네가, 나를 위해 늘 그래주었으니까.
<예일>
세상을 구하는 게 목적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자신에게 그런 고귀한 목적은 없었다. 이 모든 미친 짓은 그저, 미국을 날려버릴 포탄을 단 채로 곱게 잠들어 있는 제 연인을 위해서만 - 오롯이 그 목적만으로. 눈 앞에 마피아가 바글바글했다. 그냥 테러 코드 하나만 빼돌리면 된다더니, 이 개새끼들이 어디까지 거짓말을 한 거지. 아무리 각오했다지만 이런 미친 소굴에 요원 몇 명만 덜렁 넣는 정부가 어디 있나. 이게 무슨 미션 임파서블인줄 아나, 개놈의 자식들이. 피 섞인 침 때문에 목이 칼칼했다. 코드를 넘겼으니 빌리는 괜찮겠지. 영입 제안을 거절하자 놈들은 미친 듯이 반격해왔다. 방어하다 못해 뒤로 밀린 몸이 옥상의 난간에 닿고 - 찬 기운 때문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 끝이로구만. 부모도 모를, 이곳에 버려지듯이 입양되었다 다시 파양된 아이.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자신을 구제할 생각은 없었을 터였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후회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 눈을 뜨는 너를 볼 수 없는 것. 내가 없다는 걸 알면 또 울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나를 주워온 그 시절 그 어린애도 아니면서. 그래도 걱정 마 - 이번엔 내가 널 위해서 죽을 테니까. 난간 밖으로 떠밀린 몸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미안해 빌리, 역시 사랑한다고 한 번만 더 말해줄걸. 최후의 후회였다.
2. 슬리데린 상 ; 널 위해 죽일게
<프리츠>
미안해, 내가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제 앞의 로건이 손을 덜덜 떨었다. 마을 시장에서 사과를 팔던 고아, 곧 결혼 적령기가 되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나의 것. 잠행을 나온 놈팽이 왕자가 그를 본 것은 꽤나 큰 우연이었다. 이 미친 신분제 사회에서는 행운일지, 불운일지 알 수 없는- 그러한 우연. 어젯밤 늦은 저녁까지 제 품에 안겨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제 연인은 이제 내일이면 남의 것이 될 터였다. 제가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는데, 정식 아내로 평생을 대우하고 아껴도 모자랄 것을 고작해야 첩으로 두겠다니. ...부름이 내일 모레라던가. 그럼 내일 나랑 결혼해요. 절박하게 그 손에 매달렸다. 우습지, 사랑이란. 그럼 너는, 너는 어쩌려고 그래. 그게 뭐가 문젠데요? 내가 다 해결할게. 내가 다 죽여버리면 그만인 거 아니야? 그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찾아, 응? 너는 고귀한 남자니까 나 말고도-.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요. 나한테 당신보다 고귀한 건 없어, 알아? 그렇게 엉엉 우는 걸 잡아다 제 성에 가두었다. 걱정 말아요, 좀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되어 있을 테니까. 칼에서 나는 비릿한 쇠냄새가 달콤했다. 수도를 지키는 명문 공작가, 아발론의 첫째 공자였던 자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폭군이자 명군, 빌리 아발론의 탄생이었다.
<헤일로>
이대로라면 감옥에 갇힌 제 연인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역모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를 그 전쟁터로 밀어붙인 것은 제 아버지였는데. 너는 걔를 죽일 생각이 없잖니, 아비가 제 앞으로 단검을 들이밀었다. 이걸로, 황제를 죽이라는 것이겠지. 실패하면 무조건 사형, 성공한다 한들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나는, 이걸 거절할 이유가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닐, 이번이 내가 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최초의 일이야. 너를 위해서 나는 누군가를 죽여버리는 일조차도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 사랑은 그만큼 처절했다. 목에 걸린 아름다운 반지가 검을 들어올리는 제 움직임에 맞추어 흔들렸다. 이번 정복전이 끝나면 네 손에 끼워줄게. 그의 목소리를 담아, 제 염원을 담아.
<행맨>
그 곰탱이가 뭘 해? 입에 문 담배가 썼다. 브래들리가 뭘 했다고 그 녀석을 잡아가. 정보 탈취에 강도라니 웃기지도 않지, 그 겁 많은 놈이. 제 앞의 경감이 쇠로 된 징이 박힌 지팡이를 돌바닥에 내렸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펴지는 - 텅, 텅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품 안에 곱게 넣어둔 리볼버가 차가운 금속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멍청한 짓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세러신 공작. 그 유명한 상원 의원님이 동성애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경감. 그 말에 경감이 말없이 제 가슴팍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런던의 악명 높은 공장에서 거금을 주고 빼돌린 게 블과 얼마 전이었다. 그와 같은 노동자는 한 둘 정도 사라져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부레 거금을 주었다. 그가, 제 가치를 푼돈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누가 신고했다고 했죠?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진 모르겠으나- 자신은 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사람도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신랄한 어조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목받는 상원의원이 하기에는 꽤나 멍청한 판단이긴 했을 터였으나 불만은 없었다. 그는 제 인생 처음으로 만나는 순수하게 불타오르는 열정이었으므로.
3. 후플후프 상 ; 너와 함께 죽을게
<코요테>
제 손을 잡은 제이크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져서, 조용히 손을 끌어 꽉 부여잡았다. 죽음의 숲, 제물로 이 안에 버려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바닥에 가까웠다. 나 무서워, 하비. 이 안에 뭐가 있을까?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야.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안에서 괴물이라도 나오면- 그건 다 거짓말이랬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다 한들, 다 괜찮아- 내가 너랑, 같이 죽을게. 너 혼자 안 보내, 이 손 절대 안 놓으니까 걱정 마. 그 말에 제이크가 반대쪽 손을 들어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응, 응. 그 숭고한 맹세가 벌써 15년 전의 일이었다. 거 봐, 손 안 놓는댔지. 제발 입 다물어, 하비. 상처가 벌어지잖아-, 제발, 제발.. 배를 적통으로 궤뚫고 지나간 마력이 몸에 엄청난 충격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죽고 말텐데. 엉엉 우는 아이의 손을 부여잡고 흐려지는 시야를 잡아 죽음의 숲으로 들어섰다. 적조차도 쫓아올 수 없을 곳, 너와 내가 절대로 손을 놓지 않을 곳.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하버드>
괜찮아요, 로건? 손을 대고 있는 이마가 불같이 뜨거웠다. 아프면 말을 하지, 미련하게. 그 말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안 아파, 괜찮아. 우리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아? 괜찮아요, 이 정도 속도면 금방 국경 지나. 먼 곳에서 온 그가 이 작열하는 초원의 온도를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말 위, 제 앞에 앉아 반쯤 흔들리는 작은 몸을 꽉 끌어안았다. 겁도 없이 지나가는 자가 별로 없는 대평원의 한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덜렁 쓰러져 있는 걸 주웠을 때처럼. 꼴에 남은 자존심이라도 있는지 며칠 무엇도 얻어먹지 못한 얼굴로 너 나랑 가면 죽어, 내가 누군 줄 알아?하고 되묻는 걸 번쩍 들어 말 위에 올려두었다. 모르겠는데요, 뭐 저랑 가든 안 가든 당신은 죽는 거 아닌가. 그럼 혼자 죽는 것보단 둘이 죽는 게 낫지. 저승길 동무라도 있는 게 안 낫겠어요. 반쯤은 농이었다. 그가 먼 약소국에서 거래의 조건으로 팔리듯 건너온, 그러나 전날 몰래 담을 넘어 도망친 왕의 신부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역시 놓아주기에는 너무 늦은 순간에.
<페이백>
이세계에서 왔다고 하는 그 말을 꼬박 믿어주는 자신에게 아이는 자주 궁금한 걸 쏟아내었다. 왜 저를 믿어요, 보통은 그런 말 하면 미치광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말이 맞았다 - 사실 자신도 남에게 이런 잉기를 듣는다면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을 전부 믿어주는 것은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 말마따나 네가 바깥 세상에서 왔고, 책 속에서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저는 당신이 사랑할 그 사람은 아닌데요. 아니라면 내가 너랑 같이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거지, 어쨌든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질 운명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수많은 시간을 지나 -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문제의 밝은 원 앞에 선 참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저게 집으로 가는 루트가 아니라면요? 저 안으로 들어갔다가 몸이 반쪽이 되거나 하면요? 제 손의 반에 전부 들어오는 작은 손이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매번 태연한 척해도 그럴 때는 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지라, 그래서 제가 먼저 손을 잡고 그를 게이트 앞으로 이끌었다. 마치, 둘이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듯이. 뭐가 겁나, 내가 같이 죽어줄 텐데. 그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4. 래번클로 형 ; 아무도 죽지 않게 할게
<밥>
세상이 주목하는 천재 과학자. 열 살 때 이미 대학 수준의 물리학을 풀었고 열 세 살에 대학에 입학했다. 스무 살에 교수가 되었고 스물 세 살에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100년 만에 나오는 천재, 로버트 플로이드. 그게 자신이었다. 세상에 부족할 건 없었다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는 꽤 각이 잡힌 모양새로 제게 악수를 권했다. 죄송해요, 직업이 군인이라서. 그리고 배시시 웃는 그 사랑스러운 미소, 빛나는 눈. 자신은 그 얼굴에 그만 제 인생에 더 없을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니까. 스물 여덟에 만난 제 진짜 사랑,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 데이트 내내 과학 관련 이야기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줄 수 있을 만큼 배려심 깊은 사람, 그래서 결혼을 약속해놓고 파병지에서 제 동료 대신 등에 총을 맞고 죽어갈 수 있을 만큼 배려심 깊고 강단 있는 사람. 제 인생 서른 둘의 일이었다. 그 뒤로는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았다 -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그 후회 하나로 타임머신을 만들어냈다. 벌써 제 나이 서른 일곱이었다. 다 좋아, 로비. 작동도 잘 될 거야. 근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연구를 함께한 제 친우가 말끝을 흐렸다. ...뭔데, 제이? 지금 기술로는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은 딱 직전이 최대야. 네 아내가 파병을 결심하기 직전. 너한테 허락을 구하던 그 시기. 그런데? 그런데-, 그때로 되돌아가면 대신 네가 죽어. 파병 직전의 그 시기, 나타샤가 살린 - 그녀의 동료가 달겨드는 차에서 자신을 구했기 때문에. 제 인생이 어이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걱정 마, 나타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몇 년이 지난다 해도 우리가 모두 살아남는 방법을, 어떻게든 - 어떤 대가를 치루든, 알아내고 말 테니까.
<팬보이>
하나, 둘, 셋, 넷. 창문 위에서 떨어지며 눈을 감고 숫자를 세었다. 보통은 다섯까지 셀 것도 없던데. 그리고 다시 - 헉, 하고 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 5월 12일, 아침 8시 30분. 매일 똑같은 하루, 벌써 93번째 죽음이었다. 첫 죽음이 어땠더라, 맞다. 옥상에서 누군가 떨어트리는 돌이 보이고 모든 게 암흑이었다. 그리고는 제 침대에서 눈을 훅, 떠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조금 안 좋은 꿈을 꾼 거라고. 그리고 10번째쯤 죽었을 때는 -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신은 똑같은 시간대를 돌고 있었다. 차라리 팍 죽어버리면 좀 나을 텐데, 이제는 점점 지쳐버리고 있었다. 어차피 다시 되살아난다 한들 고통은 똑같으니까. 지난번 회차에서 운수 좋게 깨달은 건 그거 하나뿐이었다 - 제 구남친, 제가 마음이 남아 구질구질하게 헤어진, 이제는 이름도 말하기 싫은 그 남자가 저와 같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 제가 죽었으니 그도 죽었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그와 자주 가던 동네 커피숍에 몸을 들였다. 먼저 와 있던 그가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오래간만이네, 제이. 그래, 대니. 손을 뻗어 악수를 하고, 그간의 일을 공유했다. 그가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한잔 더?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늘 먹던 거? 카페모카에 시럽 한 번 빼고. ...그래.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하러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윙크해 보였다 - 피차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괜히 강한 척 하면서. 걱정 마, 이번엔 내가 둘 다 확실하게 살려볼 테니까. 이 망할 운명에서 둘이 같이 나가보자. 그 말에 그가 웃으며 너답네, 하고 속삭였다.
<오마하>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자신은 늘 같은 말을 할 터였다, 칼리 바셋이라고. 그만큼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또 간절히 갈구했다 - 그녀는 자신에게는 없는 모든 세계를 보여주었으므로. 흔히 말하는 열정, 강인함, 굳건함 - 그 모든 것이 그녀 안에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은 또 그녀를 사랑하고 마는 것이다. 이 것이 매일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같이 전투기도 탄 거니까, 그녀가 내려주는 그 모든 냉정한 판단이 저는 못내 사랑스러웠으므로. 그러나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 같은 전투기를 탄다는 것은, 죽음도 조난도 함께한다는 뜻이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칼리, 다쳤어? 아니, 괜찮은 거 같은데. 다리가 좀 붓긴 했는데. 도그파이트 중에 긴급탈출을 한 상황,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 큰 숲의 중앙. 걱정이 되긴 했지만 대위씩이나 되어서 적어도 낙하산 강하 중에 폭탄을 맞지 않은 걸로도 이미 이 상황은 천운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지, 닐.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칼리가 처음 보는 불안한 얼굴로 손을 내려 제 발목을 두어번 문질렀다. 아마 저 상태로는 오래 못 걸을 터였다. 걱정 마, 칼.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자리에 주저앉자 제 등을 내보였다. 업혀. 너 걷기 힘드니까. 어차피 수색하는 적군이 있다면 저 정도 속도로는 금방 따라잡힐 터였다. 나 무거워. 너 별로 안 무거우니까 빨리 업혀, 평소에 한 두번 들어 봤어? 그 말에 결국 제 등으로 업히는 그 작은 몸, 따듯한 체온. 역시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 자신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
늘 그렇듯이 쓸때는 그럴듯..함...
각자 최대한 다른 사진을 써볼랬는데 루스터랑 피닉스는 저게 진짜 찰떡이라 냅뒀음...
탑건 루스터행맨코요테 밥피닉스밥 오마하헤일로 프리츠예일하버드 페이백팬보이
선물편 마지막으로 들은 말? 이상형이라고요? 연인이 카드를 준다면 수인이라면? 주량자랑 연애프로 퍽메리킬게임 주차대응 커플별로 너 나 좋아하잖아 듣는다면?
프리츠와 예일
*
제목이 저게 맞나...
말 그대로 영건즈를 해리포터 기숙사별 성격으로 나누어 각자에 맞게 한 문단씩을 써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에피소드의) (삶의) (등등의) 첫문단이고 누군가는 마지막 문단이고 누군가는 중앙이고 그렇습니다
클리셰라면 클리셰가 많이 있을 수 있음
이거 맞음..ㅇㅇ
1. 그리핀도르 상 ; 널 위해 죽을게
<루스터>
손에 든 검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너는, 아니 우리는- 세러신이라는 이름이 늘 문제였다. 거리의 아이, 잘은 도둑질로 담을 넘다 마주한 금발의 요정은 제게 처음 보는 세계를 그려주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순간의 일, 마법처럼, 기적처럼. 이제 황제의 후처로 팔아넘기려고 하다 결국에 반역까지 일으켜버린 그 어리석은 세러신의 이름이 아이를 죽이기 전에, 이제는 자신이 일어서야 했다. 도망가, 제이크. 혼자 도망갈 수 없다며 엉엉 우는 것을 일으켜 세워 시종을 붙여 빼돌린지 채 한 시진이나 지났을까. 제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군관들, 각오된 것. 그래, 제이크 세러신. 내가 널 위해 죽어줄게. 한낱 여름의 열병에 지나지 않는 제 사랑은 미련해서, 이렇게 눈 앞에 보이는 결과에도 모든 것을 던지게 만들었다. 후, 내세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죽음이, 코앞이었다.
<피닉스>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희귀병이 돌던 시기, 제 남편이 그 병에 걸린 것은 꽤 우연찮은 일이었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자주 병에 접촉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다 괜찮을 거라고 그랬는데. 아무리 운명을 원망해 봐야 해결되는 일은 없으리라. 이제 남은 건 신약뿐이었다. 보균자인 자신을 위해 제 남편이 목숨을 걸고 개발하던 그것, 그 신약. 결과에 따르면 백신은 안전하긴 해요. 다만 발현이 안 된 보균자에게 해 본 실험 결과가 없어서 그렇지. 그 말에 되물었다- 안전하다며, 내가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로버트가 손을 내저으며 펄쩍 뛰어올랐다. 어떻게 당신이 그걸 해요. 나는 너를 믿어, 내가 해낸 거잖아. 팔뚝에 닿는 차가운 주삿바늘이 기꺼웠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죽는다 한들 그만이었다. 네가, 나를 위해 늘 그래주었으니까.
<예일>
세상을 구하는 게 목적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자신에게 그런 고귀한 목적은 없었다. 이 모든 미친 짓은 그저, 미국을 날려버릴 포탄을 단 채로 곱게 잠들어 있는 제 연인을 위해서만 - 오롯이 그 목적만으로. 눈 앞에 마피아가 바글바글했다. 그냥 테러 코드 하나만 빼돌리면 된다더니, 이 개새끼들이 어디까지 거짓말을 한 거지. 아무리 각오했다지만 이런 미친 소굴에 요원 몇 명만 덜렁 넣는 정부가 어디 있나. 이게 무슨 미션 임파서블인줄 아나, 개놈의 자식들이. 피 섞인 침 때문에 목이 칼칼했다. 코드를 넘겼으니 빌리는 괜찮겠지. 영입 제안을 거절하자 놈들은 미친 듯이 반격해왔다. 방어하다 못해 뒤로 밀린 몸이 옥상의 난간에 닿고 - 찬 기운 때문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 끝이로구만. 부모도 모를, 이곳에 버려지듯이 입양되었다 다시 파양된 아이.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자신을 구제할 생각은 없었을 터였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후회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 눈을 뜨는 너를 볼 수 없는 것. 내가 없다는 걸 알면 또 울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나를 주워온 그 시절 그 어린애도 아니면서. 그래도 걱정 마 - 이번엔 내가 널 위해서 죽을 테니까. 난간 밖으로 떠밀린 몸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미안해 빌리, 역시 사랑한다고 한 번만 더 말해줄걸. 최후의 후회였다.
2. 슬리데린 상 ; 널 위해 죽일게
<프리츠>
미안해, 내가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제 앞의 로건이 손을 덜덜 떨었다. 마을 시장에서 사과를 팔던 고아, 곧 결혼 적령기가 되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나의 것. 잠행을 나온 놈팽이 왕자가 그를 본 것은 꽤나 큰 우연이었다. 이 미친 신분제 사회에서는 행운일지, 불운일지 알 수 없는- 그러한 우연. 어젯밤 늦은 저녁까지 제 품에 안겨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제 연인은 이제 내일이면 남의 것이 될 터였다. 제가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는데, 정식 아내로 평생을 대우하고 아껴도 모자랄 것을 고작해야 첩으로 두겠다니. ...부름이 내일 모레라던가. 그럼 내일 나랑 결혼해요. 절박하게 그 손에 매달렸다. 우습지, 사랑이란. 그럼 너는, 너는 어쩌려고 그래. 그게 뭐가 문젠데요? 내가 다 해결할게. 내가 다 죽여버리면 그만인 거 아니야? 그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찾아, 응? 너는 고귀한 남자니까 나 말고도-.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요. 나한테 당신보다 고귀한 건 없어, 알아? 그렇게 엉엉 우는 걸 잡아다 제 성에 가두었다. 걱정 말아요, 좀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되어 있을 테니까. 칼에서 나는 비릿한 쇠냄새가 달콤했다. 수도를 지키는 명문 공작가, 아발론의 첫째 공자였던 자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폭군이자 명군, 빌리 아발론의 탄생이었다.
<헤일로>
이대로라면 감옥에 갇힌 제 연인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역모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를 그 전쟁터로 밀어붙인 것은 제 아버지였는데. 너는 걔를 죽일 생각이 없잖니, 아비가 제 앞으로 단검을 들이밀었다. 이걸로, 황제를 죽이라는 것이겠지. 실패하면 무조건 사형, 성공한다 한들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나는, 이걸 거절할 이유가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닐, 이번이 내가 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최초의 일이야. 너를 위해서 나는 누군가를 죽여버리는 일조차도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 사랑은 그만큼 처절했다. 목에 걸린 아름다운 반지가 검을 들어올리는 제 움직임에 맞추어 흔들렸다. 이번 정복전이 끝나면 네 손에 끼워줄게. 그의 목소리를 담아, 제 염원을 담아.
<행맨>
그 곰탱이가 뭘 해? 입에 문 담배가 썼다. 브래들리가 뭘 했다고 그 녀석을 잡아가. 정보 탈취에 강도라니 웃기지도 않지, 그 겁 많은 놈이. 제 앞의 경감이 쇠로 된 징이 박힌 지팡이를 돌바닥에 내렸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펴지는 - 텅, 텅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품 안에 곱게 넣어둔 리볼버가 차가운 금속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멍청한 짓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세러신 공작. 그 유명한 상원 의원님이 동성애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경감. 그 말에 경감이 말없이 제 가슴팍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런던의 악명 높은 공장에서 거금을 주고 빼돌린 게 블과 얼마 전이었다. 그와 같은 노동자는 한 둘 정도 사라져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부레 거금을 주었다. 그가, 제 가치를 푼돈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누가 신고했다고 했죠?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진 모르겠으나- 자신은 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사람도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신랄한 어조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목받는 상원의원이 하기에는 꽤나 멍청한 판단이긴 했을 터였으나 불만은 없었다. 그는 제 인생 처음으로 만나는 순수하게 불타오르는 열정이었으므로.
3. 후플후프 상 ; 너와 함께 죽을게
<코요테>
제 손을 잡은 제이크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져서, 조용히 손을 끌어 꽉 부여잡았다. 죽음의 숲, 제물로 이 안에 버려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바닥에 가까웠다. 나 무서워, 하비. 이 안에 뭐가 있을까?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야.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안에서 괴물이라도 나오면- 그건 다 거짓말이랬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다 한들, 다 괜찮아- 내가 너랑, 같이 죽을게. 너 혼자 안 보내, 이 손 절대 안 놓으니까 걱정 마. 그 말에 제이크가 반대쪽 손을 들어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응, 응. 그 숭고한 맹세가 벌써 15년 전의 일이었다. 거 봐, 손 안 놓는댔지. 제발 입 다물어, 하비. 상처가 벌어지잖아-, 제발, 제발.. 배를 적통으로 궤뚫고 지나간 마력이 몸에 엄청난 충격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죽고 말텐데. 엉엉 우는 아이의 손을 부여잡고 흐려지는 시야를 잡아 죽음의 숲으로 들어섰다. 적조차도 쫓아올 수 없을 곳, 너와 내가 절대로 손을 놓지 않을 곳.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하버드>
괜찮아요, 로건? 손을 대고 있는 이마가 불같이 뜨거웠다. 아프면 말을 하지, 미련하게. 그 말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안 아파, 괜찮아. 우리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아? 괜찮아요, 이 정도 속도면 금방 국경 지나. 먼 곳에서 온 그가 이 작열하는 초원의 온도를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말 위, 제 앞에 앉아 반쯤 흔들리는 작은 몸을 꽉 끌어안았다. 겁도 없이 지나가는 자가 별로 없는 대평원의 한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덜렁 쓰러져 있는 걸 주웠을 때처럼. 꼴에 남은 자존심이라도 있는지 며칠 무엇도 얻어먹지 못한 얼굴로 너 나랑 가면 죽어, 내가 누군 줄 알아?하고 되묻는 걸 번쩍 들어 말 위에 올려두었다. 모르겠는데요, 뭐 저랑 가든 안 가든 당신은 죽는 거 아닌가. 그럼 혼자 죽는 것보단 둘이 죽는 게 낫지. 저승길 동무라도 있는 게 안 낫겠어요. 반쯤은 농이었다. 그가 먼 약소국에서 거래의 조건으로 팔리듯 건너온, 그러나 전날 몰래 담을 넘어 도망친 왕의 신부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역시 놓아주기에는 너무 늦은 순간에.
<페이백>
이세계에서 왔다고 하는 그 말을 꼬박 믿어주는 자신에게 아이는 자주 궁금한 걸 쏟아내었다. 왜 저를 믿어요, 보통은 그런 말 하면 미치광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말이 맞았다 - 사실 자신도 남에게 이런 잉기를 듣는다면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을 전부 믿어주는 것은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 말마따나 네가 바깥 세상에서 왔고, 책 속에서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저는 당신이 사랑할 그 사람은 아닌데요. 아니라면 내가 너랑 같이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거지, 어쨌든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질 운명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수많은 시간을 지나 -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문제의 밝은 원 앞에 선 참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저게 집으로 가는 루트가 아니라면요? 저 안으로 들어갔다가 몸이 반쪽이 되거나 하면요? 제 손의 반에 전부 들어오는 작은 손이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매번 태연한 척해도 그럴 때는 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지라, 그래서 제가 먼저 손을 잡고 그를 게이트 앞으로 이끌었다. 마치, 둘이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듯이. 뭐가 겁나, 내가 같이 죽어줄 텐데. 그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4. 래번클로 형 ; 아무도 죽지 않게 할게
<밥>
세상이 주목하는 천재 과학자. 열 살 때 이미 대학 수준의 물리학을 풀었고 열 세 살에 대학에 입학했다. 스무 살에 교수가 되었고 스물 세 살에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100년 만에 나오는 천재, 로버트 플로이드. 그게 자신이었다. 세상에 부족할 건 없었다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는 꽤 각이 잡힌 모양새로 제게 악수를 권했다. 죄송해요, 직업이 군인이라서. 그리고 배시시 웃는 그 사랑스러운 미소, 빛나는 눈. 자신은 그 얼굴에 그만 제 인생에 더 없을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니까. 스물 여덟에 만난 제 진짜 사랑,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 데이트 내내 과학 관련 이야기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줄 수 있을 만큼 배려심 깊은 사람, 그래서 결혼을 약속해놓고 파병지에서 제 동료 대신 등에 총을 맞고 죽어갈 수 있을 만큼 배려심 깊고 강단 있는 사람. 제 인생 서른 둘의 일이었다. 그 뒤로는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았다 -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그 후회 하나로 타임머신을 만들어냈다. 벌써 제 나이 서른 일곱이었다. 다 좋아, 로비. 작동도 잘 될 거야. 근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연구를 함께한 제 친우가 말끝을 흐렸다. ...뭔데, 제이? 지금 기술로는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은 딱 직전이 최대야. 네 아내가 파병을 결심하기 직전. 너한테 허락을 구하던 그 시기. 그런데? 그런데-, 그때로 되돌아가면 대신 네가 죽어. 파병 직전의 그 시기, 나타샤가 살린 - 그녀의 동료가 달겨드는 차에서 자신을 구했기 때문에. 제 인생이 어이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걱정 마, 나타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몇 년이 지난다 해도 우리가 모두 살아남는 방법을, 어떻게든 - 어떤 대가를 치루든, 알아내고 말 테니까.
<팬보이>
하나, 둘, 셋, 넷. 창문 위에서 떨어지며 눈을 감고 숫자를 세었다. 보통은 다섯까지 셀 것도 없던데. 그리고 다시 - 헉, 하고 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 5월 12일, 아침 8시 30분. 매일 똑같은 하루, 벌써 93번째 죽음이었다. 첫 죽음이 어땠더라, 맞다. 옥상에서 누군가 떨어트리는 돌이 보이고 모든 게 암흑이었다. 그리고는 제 침대에서 눈을 훅, 떠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조금 안 좋은 꿈을 꾼 거라고. 그리고 10번째쯤 죽었을 때는 -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신은 똑같은 시간대를 돌고 있었다. 차라리 팍 죽어버리면 좀 나을 텐데, 이제는 점점 지쳐버리고 있었다. 어차피 다시 되살아난다 한들 고통은 똑같으니까. 지난번 회차에서 운수 좋게 깨달은 건 그거 하나뿐이었다 - 제 구남친, 제가 마음이 남아 구질구질하게 헤어진, 이제는 이름도 말하기 싫은 그 남자가 저와 같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 제가 죽었으니 그도 죽었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그와 자주 가던 동네 커피숍에 몸을 들였다. 먼저 와 있던 그가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오래간만이네, 제이. 그래, 대니. 손을 뻗어 악수를 하고, 그간의 일을 공유했다. 그가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한잔 더?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늘 먹던 거? 카페모카에 시럽 한 번 빼고. ...그래.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하러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윙크해 보였다 - 피차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괜히 강한 척 하면서. 걱정 마, 이번엔 내가 둘 다 확실하게 살려볼 테니까. 이 망할 운명에서 둘이 같이 나가보자. 그 말에 그가 웃으며 너답네, 하고 속삭였다.
<오마하>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자신은 늘 같은 말을 할 터였다, 칼리 바셋이라고. 그만큼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또 간절히 갈구했다 - 그녀는 자신에게는 없는 모든 세계를 보여주었으므로. 흔히 말하는 열정, 강인함, 굳건함 - 그 모든 것이 그녀 안에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은 또 그녀를 사랑하고 마는 것이다. 이 것이 매일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같이 전투기도 탄 거니까, 그녀가 내려주는 그 모든 냉정한 판단이 저는 못내 사랑스러웠으므로. 그러나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 같은 전투기를 탄다는 것은, 죽음도 조난도 함께한다는 뜻이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칼리, 다쳤어? 아니, 괜찮은 거 같은데. 다리가 좀 붓긴 했는데. 도그파이트 중에 긴급탈출을 한 상황,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 큰 숲의 중앙. 걱정이 되긴 했지만 대위씩이나 되어서 적어도 낙하산 강하 중에 폭탄을 맞지 않은 걸로도 이미 이 상황은 천운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지, 닐.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칼리가 처음 보는 불안한 얼굴로 손을 내려 제 발목을 두어번 문질렀다. 아마 저 상태로는 오래 못 걸을 터였다. 걱정 마, 칼.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자리에 주저앉자 제 등을 내보였다. 업혀. 너 걷기 힘드니까. 어차피 수색하는 적군이 있다면 저 정도 속도로는 금방 따라잡힐 터였다. 나 무거워. 너 별로 안 무거우니까 빨리 업혀, 평소에 한 두번 들어 봤어? 그 말에 결국 제 등으로 업히는 그 작은 몸, 따듯한 체온. 역시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 자신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
늘 그렇듯이 쓸때는 그럴듯..함...
각자 최대한 다른 사진을 써볼랬는데 루스터랑 피닉스는 저게 진짜 찰떡이라 냅뒀음...
탑건 루스터행맨코요테 밥피닉스밥 오마하헤일로 프리츠예일하버드 페이백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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