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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1 02:05
딱히 이어지지 않는 전편:
연애프로: https://hygall.com/540189531
퍽메리킬게임: https://hygall.com/540165770
주차대응:https://hygall.com/540085458
커플별로 너 나 좋아하잖아 듣는다면?: https://hygall.com/540077493
쓸데없는 bgsd: https://hygall.com/54035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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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각 커플들을 압해해서 보고 싶었음 
그냥 그저 거대한 욕망덩어리 망작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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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 많이 마셨어요? 
나? 응, 아니. 아니야아.
..세상에나, 그럼 이름 불러줄래요?
프리츠, 아니- 빌리.
오빠라고 해주면 안되나.
그래, 오빠.


저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키, 짧게 잘려 무스를 발라 넘긴 단정한 검은 머리. 제 품에 안은 작지만 단단한 몸통이 못내 기꺼웠다. 술에 가득 취했는지 웃으면서 잘도 오빠라고 불러대는 모양새가 자신을 꽤 기쁘게 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못 느끼는데도손을 쭉 뻗어 왼손 시계 밑의 익숙한 부분을 쓸어내리자 흠칫 놀라며 팔을 빼내는 모양새는 얄미웠지만, 그래도 얌전하게 안겨있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으니까. 미안해, 속삭이자 예일이 못내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었다. 제가 사랑하다 못해 끝내는 매달리고야 마는 그 웃음으로. 그리고는 애살스럽게도 말하는 것이다-

괜찮아, 오빠.

자신이 어려서부터 좀 특이한 아이였음을 부인할 요량은 아니었다.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때로는 특정한 것에는 지나친 집착을 보였다. 처음에 그것은 토끼였다가, 다음에 그걸 물어 죽인 사냥개였고, 그 다음은 그걸 잡은 총이었다. 그것은 어떠한 일관성도 없었고 특정한 분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역시, 지성이 있는 게 싫은 걸까? 
아니면 그저, 그만큼의 흥미를 이끌어낼 지성을 가진 인간을 마주치지 못해서 그런 걸까? 


정답을 알 길은 없었다. 미국을 휘두르는 군수업체의 사랑받는 외동아들, 단란한 가정과 우수한 환경. 빌리 아발론은 그 모든 것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는 아이였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감정의 샘이 메마른 아이는 자라고 또 자라났다. 그동안 몇 가지가 집착의 범주에 들었고, 몇 가지가 그 선 바깥을 지나쳤다- 제 부모는 고용인을 잘 자르는 성격도 아니었고, 좋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대부분 그대로였기 때문에 자라는 동안 변하는 것은 많지 않았다. 벌써 고등학교에 돌입한 제 교육을 맡아줄 과외 선생이 온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안녕, 내 이름은 로건이야.

예일 대학 금융학부를 다닌다는 작은 동양계 청년이 제 쪽을 바라보며 살풋 웃었다. 한국계라고 했던가. 그 때만 해도 흥미가 돋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배운 대로 예의바르게 악수를 받고 또 권했다. 안녕하세요, 빌리예요. 제 완벽한 인사를 받고 웃는 얼굴이 꽤 인상깊었다고, 그렇게만 생각했을 뿐.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해서 휴학을 했다는 선생은 일전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학문보다는 진로를 먼저 생각해주었다.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 만큼이나 독특한 행보였다. 그렇지만 역시, 역시- 지성이 있는 것은 제 집착의 범주 안에는 들지 못했다. 공부야 원래 잘했고, 진로를 정하지 못했든 간에 어차피 쳐지지 않는 대학의 경영대학에 가서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을 게 뻔했다. 모든 것은 다 정해져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네가 빌리 아발론이냐?
그런데요?


부모의 배려로 매일 집에 신문과 우유를 납품하던 할렘가의 어린 꼬마, 그를 괴롭히며 저한테 매일 시비를 걸던 동네 무리의 불친절한 인사. 물론 도와줄 생각은 없었지만- 꽤 부잣집에 물건을 배달한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깡패들은 이걸 그대로 두고보지만은 않았던 것 같았다. 위협에 어울려주듯 따라간 어두운 골목길 속 햇빛을 받아 번뜩 빛나는 칼, 우쭐대는 꼬마들. 그리고 그 가운데 선생이 끼어들었다. 순해보이지만 강직한 눈동자가 번뜩 빛을 냈다.

그걸 왜 따라가, 너 미쳤니?

제가 약속된 장소로 오지 않자 경찰을 데리고 찾아온 운전기사의 역할로 모든 것은 빠르게 정리되었고- 선생은 저를 구한 대가로 왼쪽 손목에 얇은 흔적을 남겼다. 칼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 정도였음에도 흉터는 남을 터였다. 조금 흐르는 피를 지혈하고 손목에 밴드를 붙인 선생이 저에게 뭐라뭐라 잔소리를 했지만 머리로 인식되는 것은 별로 없었다. 저 작은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나를 쫓아오고 왜 제 몸을 휘둘렀을까? 아직 자라는 중인 자신과 엇비슷한 키 때문에 눈이 마주치고 시선이 맞닿았다. 

왜 그랬어요?
... 뭐?
왜 끼어들었어요, 다쳤잖아.


손목을 잡고 쓸자 선생이 흠칫 놀라며 손목을 빼냈다. 너가 걱정되니까 그렇지. 어린 애가 위험한줄도 모르고. 앞으론 그러지 마. 네.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신은 알았다- 거짓말이었다. 차라리 선생이 오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다행이었을 텐데, 곤죽을 냈을 텐데. 어차피 부모의 돈이라면 모든 것이 해결될 터였다. 선생이 아니었다면 저 녀석들은 지금쯤 경찰이 아니라 천사를 봤을 텐데. 하지만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의 품에 머리를 부볐다. 모르는 척, 조용한 척 눈을 감아야지. 지금까지 제 집착의 범주에 있었던 것- 기업의 이사인 삼촌이 사다준 장난감 비행기-이 지성이 있는 것으로 교체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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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비행기로만 14시간이 걸리는 먼 나라, 한국에서 온 자신의 조부모는 전쟁 영웅이었다고 했다. 전쟁 영웅이었음에도 나라가 재건되는 과정에서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와야 했던 사람들- 그들은 뉴욕의 작은 동네에서 세탁소를 했다. 그들에게 성공의 발판이란 이 미치도록 거대하고 위험한 나라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교육이었다. 모국을 떠나온 디아스포라 세대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신은 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에 대하여. 신문을 보고 한국에서도 교육이 꽤 유효한 사다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진학한 20세 이후의 일이었으며- 그 말인즉 자신이 부모나 조부모를 이해하게 된 것도 그 이후라는 말이었다.

제 학창시절을 요약하라면 - 공부, 공부, 또 공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죽을 만큼 공부했고 또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같은 학급의 다른 인종 아이들은 B만 받아와도 부모가 기뻐했는데, 자신은 A0를 받아도 벌을 받았다. 공부, 공부, 공부. 그것이 그들에게는 이 거대한 사회에 녹아드는 방법이었겠지만 - 자신에게는 동시에 숨을 조여오는 올가미였다. 아이비리그에 드는 대학 중에서 세 곳을 합격했을 때 부모님은 울었고 작은 세탁소는 동네의 한인들을 데리고 작은 잔치를 열었다. 부끄러웠으나 그것이 부모의 사랑법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다. 예일을 간 것도 그래서였을지도. 브라운이나 다트머스는 예일보다는 멀었고- 뉴욕 안에 있는 코넬이나 컬럼비아에서는 합격증을 받지 못했으니까. 고통스럽긴 했어도 자신은 여전히 가족을 사랑했다.

더하여 대학시절을 요약하라면- 공부에 일이 좀 추가된 정도. 세탁소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밤낮없이 일하던 와중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에 걸렸고, 가난한 이민자로서 아들의 과한 학비를 부담하며 제대로 된 의료보험에도 들지 못했던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과도한 치료청구서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제 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제서야 자신은 그들이 왜 그렇게나 교육을 강조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로건, 휴학한다며. 내 친구가 하던 과외 하나 받을래?
과외?
응, 꽤 좋은 집안 자제분인데- 예일 대학 출신을 엄청 좋아한다던데. 아버님이 예일대 나왔대.
그럼 계속 하지 않고서.
이번에 졸업해야 해서 그만둔다던데 너 그만하면 내가 소개할게. 너 꼼꼼하고 공부도 잘하잖아.

... 나야 고맙지. 

친우의 소개로 들어온 거대한 저택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더라? 같은 이민자이면서 거대한 나라의 군수산업을 쥐락펴락하는 그 아버지를 보면서는? 아이를 가르치면서는? 그 칼 앞에 뛰어들면서는?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절대 모를 일이었다. 다만 그 이후로 그들이 제공하던 돈의 액수는 배로 뛰어올랐고, 부모는 나에게 아이를 잘 부탁한다며 연신 허리를 굽혀댔다. 하지만 자신은 알았다- 

이 아이는 나랑 근본부터 달랐다.

집안이나 배경 같은 현실적인 것을 다 제외하고서라도, 아이는 조금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편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외모도 잘생긴, 흠잡을 데 없는 아이였으나 무언가가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 그저 텅 빈 채로 존재하는 것마냥. 저학년 시기 관심이 있어 수강했던 교육학 이론에 따르라면 부모가 사랑을 주지 못해서 아이가 그 부족을 다른 것에 표현하면서 집착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아이가 보이는 집착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였다. 그럼에도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자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었다. 그것이, 평생을 옥죌 목줄을 쥐여주는 멍청한 짓인지도 모르고.

로건, 아버지가-

그럼에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유야 명확했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없는 살림에 아이를 키워낸 아버지는 이제 아이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이제 휴학해서 기숙사를 빼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에 아발론 가족은 자신에게 입주 가정교사를 제안했다. 밑질 것 없는 일이었고 오히려 돈을 모으기는 더 쉬웠으므로 자신은 그 저택에서 꼬박 6개월을 살았다. 아이의 옆방이었다. 아이는 조용했고 눈에 띄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무언가가 소름끼쳤다. 일을 그만둔 것은 아이를 구한 것으로부터 8개월 후, 아버지의 죽음 이후였다. 

비가 잔뜩 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 날, 우산을 쓰지 않은 채로 장례식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그 이후 열병으로 꼬박 일주일을 앓으면서는? 외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소수인종으로서의 괴리감? 앞으로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의 무게? 아버지가 느꼈을 모든 실패와 성공? 무엇을, 느껴야 했을까. 그동안 휴대폰은 계속 울려대었으나 답장을 줄 기분은 아니었다.  

꽤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네, 라는 생각이 든 것은 대학 앞으로 아이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대학을 소개해주고, 기숙사를 소개해주고 - 동문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하라는 덕담을 한마디 남겼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연락해도 될까요?
그럼.
빌리라고 불러주세요, 아발론 말고.
...그래.

 
그렇게 말해놓고 졸업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바꾸고 군대에 입대했다. 조부모의 유산을 따르는 것과 같은 의식적인 행위였다. 이사도 하려고 했지만 홀로 남은 노쇠한 어머니에게 환경을 바꾸는 일은 너무나도 가혹했기 때문에 그저 지는 척 접어두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물음이 내리 속을 간지럽혔지만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답을 찾을 필요는 없었고 굳이 줄 이유도 없었기에. 그게 잘나가는 해군 파일럿 - 버지니아의 미친 개- 로건 '예일' 리가 되기까지의 특별할 것 없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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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번호니 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


계속 연락해도 된다고 한 것과는 다르게 선생은 기가 막히게 전화번호를 바꾸었다. 토끼를 쫓던 사냥개가 무슨 감정을 느꼈을지 이해되는 것 같은 기분, 깊은 뱃속을 간지럽히는 위험한 욕망. 제 옷장 안에 곱게 걸려있는 예일 대학교 니트 티가 여전히 선생의 냄새를 간직한 채로 걸려 있었다. 연락도 없이 찾아간 자신에게 기숙사를 구경시켜준 날 몰래 챙긴 옷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아버지의 비서에게 부탁해 선생의 장래를 알아보았다.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며칠 후 비서는 자신에게 조용히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그에게도 익숙할 얼굴이- 보다 더 어른 티가 나는 얼굴이 되어 지금은 졸업하고 군대에 가 있다고. 그래서 바로 해군 사관학교에 지원했고 곧바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미국 최대 군수업체의 아들이 군대에 간다,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잖아?

사관학교에서도 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곧바로 파일럿 병과를 선택했다. 사유는 딱히 없었다, 선생이 파일럿이니까. 아버지의 오랜 친우인 해군 제독이 집에 놀러온 날, 와인을 들으며 조용히 물었다- 해군 내에 파일럿 모임이 따로 있나요? 제 검디검은 속내를 모르는 제독은 그저 웃으며 대답해줄 뿐이었다- 아마 아시아계 모임이 따로 있을걸. 제가 바라는 대답이었다. 대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 아하, 그렇군요. 그리고 첫 모임 날,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익숙한 얼굴에게로 돌진해 그럴듯하게 인사를 건넸던 것이다.

오래간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 빌리.
맞아요, 지금은 프리츠인데.


네가 왜 여기에 있냐는 매서운 눈길, 여전히 동그란 눈동자 - 의지할 곳 없는 엘리트 소수인종 파일럿은 엄청난 시기와 견제를 견뎌내고 버지니아의 미친 개로 자리잡아 있었다. 콜사인도 예일이라니, 꼭 자기같은 걸 달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옆에 하버드니 뭐니 하는 이상한 걸 달고 다니는 건 기껍지 않았지만. 그렇게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부대는 달랐으나 큰 성과를 낸 파일럿들은 계속 묶이게 되어 있었으므로, 선생-이제는 동료-는 자신과 같이 미션도 뛰고 탑건 스쿨도 다니고 파병도 같이 다녔다. 그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으나 특정한 것은 내주지 않았다. 선생님, 학생이랑 자는 기분이 어때요? 부대원이 대부분 출병 나간 시간, 파병지의 작은 텐트 안에서 그는 제 작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입술을 앙다문 채로 흐느끼듯이 울었다. 아, 내가 기억하던 냄새- 그의 옷에서 나는 그 냄새. 향수는 바뀐 것 같았으나 그 특유의 냄새는 여전히 남아 미뢰를 간지럽혔다. 파일럿 시계 아래 가려진 얇디 얇은 상흔에서 유일하게 제 냄새가 났다- 따듯하고 포근한 그에게서는 절대 나지 않을 지독한 쇠비린내가. 그러니까, 이것은 자신이 손아귀에 잡아놓고서도 놓지 못하는 최초의 것이었다. 아마 평생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최초의 것. 새로운 파병을 나가고 다시 부대로 갈라서고 - 어차피 같은 르무어지만- 귀찮은 것과 페어를 이루고 같은 전투기를 타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보내줄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손아귀에 넣고 싶은 것. 

미라클 미션이라고, 최우수 파일럿만 선발되는 미션인데. 그곳에 자네가 선발됐네. 

그렇다면 그도 오겠지. 이제 슬슬 모임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헤일로를 통해서, 타인을 통해서 듣는 소문은 지루하고 번거로웠으니까-이제는 직접 가야 할 때였다. 그러나 그를 보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 그에게 느끼는 것은 감정일까, 욕망일까? 뱃속을 들끓게 만든다는 점에서 같은 것 같지만, 애초에 그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니까. 저릿한 손아귀를 두어번 쥐었다 폈다 - 이 안에 잡아야 할 것은 작고도 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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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이후 다시 마주한 아이는 예전과는 퍽이나 다르게 굴었다. 마치 감정을 이해하는 것마냥. 동료애를 보이기도 하고, 꽤 배려심 깊게 굴기도 했다. 아시아계 동료들 모임에서 다시 마주한 아이는 꽤 남자 티를 풍겼다. 그때와는 전혀 다르게도. 자신을 포함한 아시아계 동료들은 모두 그와 그의 집안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았다 - 애초에 수가 별로 되지 않는 데다 소수인종으로서 느낄 수 있는 배척은 더욱 심했으므로 그것은 꽤 든든한 뒷배였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녀석이, 타인의 처지를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꽤 아이러니했다. 동양인 주제에 훈련 성적이 높다며 자신을 꾸준하게 모욕하던 상사가 불명예 제대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는 더욱 그랬다. 상대해주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상대해준 꼴이라 화가 났다가도, 네가 보여준 새로운 형식의 호의가 꽤 기껍기도 했다. 

재회 이후로부터 아이는 제 생일이면 선물을 보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파란색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 제가 쓰던 향수, 다 떨어져가던 지갑, 그의 아버지가 즐겨 쓰던 비싼 벨트 같은 것들이 제 관사로 날아들었다. 발송인은 누군지 적혀있지 않았지만 짐작하건데- 아니지, 자신은 명확하게 그 주인을 알고 있었다. 미친 놈. 이제는 독해서 쓰지 않는 향수가 온 날, 자신은 결국 그것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좁은 관사 안을 휩싸고 올라오는 냄새가 소름끼쳤다. 그럼에도 한 구석에서는 그것이 아이가 보여주는 호의라는 것을 알았다-. 웃기게도.

너는 정말 네 신체만큼이나 감정적으로도 자란 걸까?
 미션을 지나, 탑건 스쿨을 지나, 마침내 파병지에서 만났을 때는 아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자신은 확신하지 못했다. 이게, 진짜일까? 정말 네 진심일까?

예일, 속도를 올려야 해!
지금은 위험해, 윙맨이 거의 따라잡혔어.


제 WSO인 하버드가 계속 속도를 올리라고 주문했다. 따라붙은 적기가 꽤 번거롭게 굴었고, 제 윙맨은 이미 반쯤 따라잡혀 격추당할 판이었다. 3번 비행기인 프리츠가 위태로운 곡예비행을 통해 자신을 앞질러 나갔다. 저거 미친 건가? 하버드의 의문에도 딱히 대답할 말은 없었다. 프리츠라는 콜사인을 듣자마자 어지간했겠구나, 짐작한 바도 있었으니까. 자신을 노리고 있는 적기 앞으로 끼어든 셈이었으므로 그는 폭격의 집중 대상이 되었다 - 콜사인마냥 도그파이트 끝에 잘 살아남아 돌아왔을 뿐이지만.

... 왜 그랬어?
네?
왜 끼어들었어, 위험하잖아.


계급이 같으므로 자신이 혼을 낼 문제는 아니었던 데다가, 결국 격추되고 만 윙맨인 제 부대원을 슬퍼하는 아이에게 뭐라 할 자신은 없어 잔소리는 그만두었다. 땀과 눈물이 말라붙은 얼굴은 이미 자신보다 얼굴 한 개가 더 컸고, 이전의 소년티는 벗어버린 채 선이 굵어진 성인 남성이 고개를 낮추어 시선을 맞대었다. 이상한 기분이 뱃속 깊은 곳을 간지럽혔다. 위험하다고 생각한 순간 아이가 자신을 끌어안았다. 무서웠어요. 어떤 것이? 차마 묻지 못할 질문이 몸 안을 돌고 돌았다.

여전히 작네요, 선생님은.

부대원이 별로 없던 날, 입을 맞추며 빈 천막 안으로 끌어들이는 아이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어째서였을까. 사랑해서? 아니야, 호감이라도 느꼈던가? 아니야- 오히려 이것은 동정이라고 이름 붙을 만한 감정이었다. 가진 것 없는 이민자 3세가 부잣집 아이를 동정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인데도. 아이는 끝없이 감정을 연기하며 자신에게 입을 맞추고 배를 맞추었다- 그 눈이 묘하게도 슬퍼 보여서 그에게 자신을 전부 내주었다. 늘 시계로 감추고 다니는 손목의 옅은 자상을 핥아내는 혀가 미치도록 뜨거웠다. 그만, 그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웅얼거림이 이내 그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보이지도 않는 목줄이 자꾸만 목 안을 아프도록 파고들어 자신을 상처내고 있었다. 이게, 마지막이리라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예일과 하버드는 그렇다 치고 프리츠라니, 저 녀석이 좀 또라이어야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미라클 미션에 소집된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얼추 알면서도, 응했다. 제 페어는 꽤 실력 좋은 WSO였고 그의 앞길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꽤 다정하고 괜찮은 페어라 잃고 싶지도 않았다. 이 미션을 그 혼자 다녀온다면 분명히 성과가 갈릴 거고 승진도 갈릴 터였다. 그러니까, 그래서 그런 거야. 스스로 이유를 붙이고 사유를 붙였다. 하드덱에서 모두가 모였던 첫날- 긴장한 채로 호흡을 내뱉지 못하는 자신에게 뱀 같은 시선이 따라붙었다. 예일, 괜찮아? 브리검이 다정하게 손을 잡았다. 아이의 시선이 부여잡은 손으로 흘렀다가, 제 얼굴을 한 번 봤다가, 하버드의 얼굴에 꽃혀들었다. 

오래간만이네요, 다들.

저희 쪽으로 시선을 두고 뱉어진 그 말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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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라는 이름답게 미션 내의 파일럿들은 대부분 상당히 눈에 띄는 사람들이었다. 그말은 곧 돌발행동이 잦았다는 의미였다. 자신이 조금 튀는 행동을 한다 한들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없었고 배제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그대로 인식할 뿐. 애초에 이 미친 모임의 중심은 자신이나 선생이 아니었다. 그저 교관과 그와 수상하게 관계가 많은 저 콧수염 달린 파일럿 정도, 더 가봐야 그가 수상한 눈으로 흘낏흘낏 쳐다봐대는 어려서 몇 번 마주했던 세러신이라는 오만한 이름이 붙은 금발의 파일럿 정도. 저들이 그리는 것에 자신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시 찾은 하드덱에서의 모임은 꽤 즐거운 편이었다. 이번에는 선생이 있었으니까. 같은 모임에서 자주 봐서 익숙한 헤일로가 자신을 소개하고, 파일럿들은 꽤 금세 뭉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서로, 관심있는 분야는 다 다를 테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 파병지와 다르게 동료들 사이의 그는 꽤 풀어진 모습으로 분위기를 즐겼다. 술 마시는 거 처음 보는데 꽤 잘 마시네. 많이 먹여야 하나. 브래드쇼 대위의 노래를 즐기는 모습도 꽤 귀여운 편이었다. 궁전에 피아노를 놔줘야 하나. 좋은 거로 주문하라고 할까, 전문가용으로? 선생이 칠 줄 알았던가. 뭐, 자신이 그런 대로 칠 줄 아니까 가르쳐도 좋겠지. 시간은 많을 테니까. 하얀색으로 할까, 선생은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데. 찌릿한 즐거움에 손마디가 저릿했다.

맙소사, 예일. 많이 마셨어요?
... 아니야. 


그러면서도 그는 제 쪽으로 머리를 기대고, 손을 쭉 뻗어 물을 달라고 했다. 술을 마시면 어리광이 느는구나. 옆자리에 앉아야겠네. 이름이 브리검인 '귀찮은 것'이 선생의 빈 반대편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가, 다시 제 파트너에게로 내렸다. 깊게 혹은 오래 보지 않아도 자신은 저 눈을 알았다- 위험하고 위협적인 것을 파악해 보려는 눈이었다. 아하, 너도 이 작고 여린 몸을 원하는구나. 그래봐야 위험할 건 없었다, 자신은 완벽하니까. 선생이 잡을 손은 어차피 이쪽이었다. 주류가 되는 콧수염이나 봉황이 이쪽을 몇 번 쳐다보고는 했지만- 어차피 간파당해봐야 상관없다는 의견이 온 뇌를 지배했다. 너희도 갖고 싶은게 있으면 조용히 할테니까. 한두번의 교류로도 분명히 알았다- 봉황은 몰라도 콧수염은 자신과 같은 과였다. 그의 시선에 걸리는 팔랑이는 금발머리가 모든 것을 입증하듯이.

교관이 설명하는 미션은 꽤 위험했고 또 번거로웠으므로- 일부러 선생과 자신을 미션에서 떨어트렸다. 선발됐다고 좋아하는 멍청이들을 쳐다보면서 그 너머로 선생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잘 정리된 옷의 카라, 엘리트답게 많은 약장, 그리고 짧게 잘린 채 한 손아귀에 감길 것 같은 결 좋은 검은 머리. 손아귀가 저릿해서 손을 두어번 접었다 폈다. 

선발 안되서 다행이네요.
... 뭐?
우리는 죽지 않을 테니까.
 

선생의 동그란 눈이 이쪽을 향했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꽃혔다. 아, 혹시나 그들을 걱정하는 걸까? 내가 걱정하는 것처럼 안 보였으면 어쩌지. 제 앞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남자는 대답 없이 자신을 비켜 오른쪽으로 향했다. 귀찮은 것까지 다 봐줬는데 돌아오는 대가는 꽤 악독했다. 손아귀에 쥘 자신이 있어 돌려보냈는데, 돌아온 것은 경멸과 매몰찬 바람이었다. 흠, 언제까지 참아줄까. 지성이 있는 것에 왜 집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것 같았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는 걸로 할까.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제 동료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작은 뒤통수를 쳐다보면서, 한 손아귀에 그것을 잡아넣고 싶다는 배덕한 욕망에 휩싸였다. 한 쪽 뱃속이 검디 검은 욕망으로 간지럽고 불편했다. 제 뱀과 같은 욕망을 위해서라도 이 미션은 성공해야 했다. 그러려면, 저 콧수염과 금발머리가 잘해줘야 할텐데.

대거가 레이더에 잡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부추겼다. 레이더에 잡히는 것 같다고, 그러니까 출격해도 된다고. 금발 머리 파일럿이 출격해서 세이비어로의 영광을 얻는 것은 제 관심 밖이었다. 누가 죽든 말든 그것 또한. 어차피 우리는 살아남으니까. 선생이 웃는 걸 봤으니까 됐다고 생각했다. 많이 웃어야지, 곧 못 볼지도 모르는데. 시계 아래로 보이는 손목이 여전히 가늘었다.   

*
Y

미친 미션의 성공 이후 모든 파일럿은 2주간의 작전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부대 복귀 전의 마지막 여유였다. 저희 집에서 휴가 보내실래요? 이번에 부모님 여행 가셨거든요, 완전 비어 있어요. 부자가 틀림없을 동료의 제안을 거절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것은 그걸 거절하는 특이한 동료를 이해할 사람도 별로 없다는 의미였다. 

와 집 엄청 좋네.
그래요? 세러신에 비하면 못 미칠 텐데.


이전과는 다르게 꽤 여유롭게 대처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신선한 감정이었다. 뱃속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부글거리면서 끓었으니까. 버지니아의 제 관사보다 두 배는 큰 거실에서 파일럿들은 꽤 괜찮은 식사를 제공받았으며, 부대 내 훈련장만한 저택 정원에서는 수영을 했다. 거실의 중앙에 위치한 벽난로 위로 엄청나게 큰 순록 박제가 그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 새로 사들인 건가 싶어 조용히 쳐다보자 - 박제된 순록의 눈과 제 눈이 순간, 마주쳤다는 착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쳤다-. 그리고 순록이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도망가라고. 제발, 도망가 달라고. 내가 너의 미래라고. 

뭐해요? 


계속 신경을 날세우고 있었더니 피로해진 나머지, 선베드에 누워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지치지도 않는 물싸움을 해대는 동료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느새 옆에 다가온 아이가 제 쪽으로 파라솔을 더 기울여주며 물었다. 대답하기 싫어 그저 프리츠. 화장실이 어디야? 묻는 자신에게 아이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가리켰다.

2층 왼쪽으로 쭉 가요. 제 방, 기억하죠? 그 바로 옆이예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속삭이는 말투가 꽤 여상스러웠다. 그 바로 옆? 그곳에 화장실이 있었던가. 벌써 몇년이나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했으므로  딱히 토달지 않고 걸어 올라가 왼쪽으로 쭉 향했다. 하나도 바뀐 것이 없는 익숙한 복도, 몸이 기억하는 광경. 아이의 방 문 옆으로 하나는 막혀 있는 방이, 하나는 문이 열려 있는 방이 자신을 반겼다. 어느 쪽이든간 화장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크고 문이 무거워 보였다. 이게, 화장실이 맞나? 목욕 욕조라도 엄청난 걸 갖다놨나. 별도리는 없었으므로 열려 있는 방문을 잡아 번뜩 열어제끼는 그 순간에, 자신의 앞으로 펼쳐진 것은.

내 방이었다.

내가 쓰던 그 방이 그대로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큰 침대, 제가 보던 전공 서적들,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작가들의 책, 아이가 선물한 인형. 모든 것이 그대로 그 자리에-. 바뀐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무식할 정도로 큰 피아노가 방 중앙에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하얀색으로 점철된 피아노였다. 말하지 않아도 좋은 원목을 쓴 것 같은, 한 눈에 보기에도 엄청나게 비싸보이는 피아노가 자신을 보고 손짓했다. 네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게 무슨-
예쁘죠.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어느새 뒤에 도착해 있던 아이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제야 멍하니 서 있는 제 눈에 피아노 뒤로 위치한 옷장에 걸린 옷이 눈에 띄었다. 제가 대학 시절 잃어버린 옷- 예일 대학의 로고가 크게 그려진 하얀색 니트티. 아이가 기숙사에 들렸던 날 사라진 것, 심증은 넘쳤으나 물증은 없어 차마 아는 척 물어보지도 못했던 것. 그것이, 여기에. 

언젠가 한 번은 의견을 묻고 싶었어. 어때요?
너 진짜 미쳤구나.
... 제 방으로도 연결되어 있어요.


그제서야 제 방과 연결된 가운데 방문이 눈에 띄었다. 중세시기 성에나 있었을 법한, 영주와 그 아내의 방을 연결하는 비상통로와 같은 문이었다. 그 시절에는 없었던 문이니 아마 새로 만들었겠지. 숨이 턱 막혔다-. 이곳은 내 궁전이자 내 감옥이었다. 내가 갇힐 곳, 내 운명이 마지막으로 머무를 곳. 제 뒤에 위치한 아이가 퇴진로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자신보다 이미 머리 하나쯤은 더 커져버린, 완연한 성인 남성의 몸이었다. 

뭐야, 예일? 

그리고 그 뒤쪽 너머의 빈 공간으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자신을 구원해줄 유일한 다정함. 브리검-. 억겁과도 같던 일말의 시간이 흐르고 모퉁이를 돌아 그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자신은 무엇을 생각했던가. 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아니면, 그도 위험할 테니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몸뚱아리가 먼저 튀어나갔다- 늘 손을 잡아주던 그 다정함이 이번에도 붙잡아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별다른 저항 없이 빠져나가 품에 안기는 자신을 단단히 받아내면서 제 파트너가 의문스러운 눈으로 속삭였다. 괜찮은 거지? 별일 없는 거고? 자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뱀의 진득한 시선을 무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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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재벌 도련님 프리츠와 그의 흥미를 자극한 엘리트 먹잇감 예일. 프리츠를 진짜 또라이를 만들어놨는데 뭐 그렇슴다 집착광공 프리츠와 복잡한 남자 예일이랄까... 나머지도 풀어야 하는데 하나 쓰고 힘들음

프리츠예일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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