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은 몸 어딘가 새겨진 채 태어나는 선천적인 경우와 후천적으로 새겨지는 경우로 분류됨. 반드시 파트너 동시에 발현되는 게 아닌 짝사랑이 깊은 한쪽에만 새겨지는 경우도 있고, 현대에 와서는 애정표현으로 레터링처럼 단순히 짝의 이름을 새기는 타투정도의 개념이라고 여겨질 만큼 가벼운 문화로 정착함. 그런데 상대방이 죽었을 경우에는 이름이 사라지니까 죽음을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감지할 수 있겠지. 




거니네잇은 생각보다 눈에 띄는 위치에 나타나는데 둘다 워낙 벗은 모습은 흔치 않은데다 중위님과 중사라는 직책때문인지 더 꽁꽁 싸매서 사병들은 긴가민가 하겠지. 둘이 늘 붙어있기도 하고 분위기도 분위기라 이걸 여쭤봐 말아 눈치만 보는 브라보게이들이겠지. 




둘은 같은 험비고 막사도 같이다니고 하니까 비교적으로 쌍방인 거 일찍 알아차렸겠다. 네잇은 발목에 거니 네임 적혀있고, 거니는 양쪽 비너스 보조개 사이에 네잇 네임 적혀있어 쉽게 보일 자리 같으면서도 두사람 외에는 본 적 없겠지. 




서로 숨기려던 건 아니고 우연히, 진짜 우연히 같은 날 발견했음 좋겠다. 마이맨들 상태확인하려고 움직이는 네잇인데 그래도 이른 새벽이라고 깜깜해서 앞도 잘 안보이고 추운 사막 날씨에 손도 굳어서 홀스터 잘 못채우는 거 보고 거니 와서 도와주는데 한쪽 무릎 꿇고서는 찹찹 채워주고 시선내리는데 무릎 보호대랑 같이 바짝 조인 홀스터때문에 살짝 올라간 바짓단 밑으로 보이는 하얀 발목에 새겨진 네임 거니가 먼저 발견하겠다. 내심 입꼬리 올라가는 거 꾹꾹 참고서는 신발끈도 풀렸네요 하고서는 바지내려서 네임 감추고 신발도 야무지게 묶어줌. 




그날따라 하필이면 밤에 또 모래폭풍이 거센거임. 거니 피티셔츠만입고 쉬다가 벌떡일어나는데 바람때문에 팔락이는 티셔츠 사이로 네잇이 네임 발견했겠다. 어? 할 새도 없이 거세지는 샤말에 거니 먼저 부대 둘러보러 나가고 멍하니 있다 네잇도 금새 평정심찾고 뒤따라 가겠다. 



서로 하루만에 상대네임 발견하고 다음날 조금 서먹한채로 있다가 중위님이 그래도 먼저 운 떼겠지. 그, 거니 내가 마음이 있는 건 맞지만 혹시 불편하다면 추후에라도 네임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볼게. 하는데 오히려 거니가 놀라면서 혹시 언제 나타난거냐고 전투복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거냐고, 그럴 일은 없지만 사병들 앞에서 보여진 적 있냐는 말에 ??? 상태된 네잇이 너 등허리에 내 네임말하는 거 맞지? 하는데 거니는 예? 네잇 발목 말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하는 바람에 둘이 쌍방인 거 알고 푸스스 웃겠다. 













그러던 어느날 풋볼한다고 거니도 윗통깠다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거 보고싶다. 부라보 게이들 경기는 뒷전되고 그럴줄 알았다며 언제부터 사귄거냐고 휘파람불고 난리나는데 거니 그냥 그 소리 모두 들으면서 웃고 말거임. 











사실 네잇은 후천적으로 새겨진 게 맞는데 거니는 선천적으로 나타난 거였음 좋겠다. 어릴 땐 몽고반점인가 싶을 만큼 글자 뭉게져서 아무도 신경 안썼는데 커서 보니까 어떤 이름이었겠지. 거니는 제 주변에 네이트 픽이라는 이름도 없고 흔치도 않으니까 언젠가 나타나면 좋고 못 만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파병와서 아직 통성명하기도 전인 상대 눈 보자마자 이사람이 제 운명이다 알아차린 거면 좋겠다. 




네잇에게 말한 적도 없고 딱히 말할 생각도 없어서 네잇은 후천적으로 눈맞고 배맞아서 생긴 거라고 알고 있겠지. 





젠킬 거니네잇




브랫과 네잇의 경우
트럼블리와 닥의 경우
큐팁과 릴리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