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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2 20:08
전주인에 대한 링의 마지막 파워오브 정으로ㅋㅋ 잉리 사후로 회귀한 웬우가 보고싶다
뒤로 갈수록 오메가버스/샹치웬우 메인으로 은은 웬우텀이 될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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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엔은 최대한의 속력으로 차를 몰았고, 웬우는 도착하자마자 링의 힘을 사용했다.

두 아이에게 닥치는 마수가 보인 탓은 아니었다. 뒷골목 한가운데를 가로로 막고 선 케이티가, 어떻게든 똑바로 주차해보려 낑낑거리다 벽에 돌진하던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링의 충격파가 차의 추진력을 상쇄시키며 펑 터졌다. 케이티가 기우뚱했다 바로 서는 차 안에서 비명을 질렀다. 웬우는 너무 서두르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쓸어넘기고는, 얼른 달려 잠긴 뒷좌석 문을 당겼다. 케이티가 당황해 이것저것 건드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어-이거 어떻게 열더라-."

이미 인내심이 바닥나 있었기에, 웬우는 링의 힘으로 문을 뜯어냈다. 문이 열리자마자, 차 안을 꽉 채웠던 냄새가 끼쳐 왔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울 정도였다. "악!" 케이티가 비명을 질렀다. "미스터 쑤, 힘 장난 아니시네요!" 케이티의 정신없는 말을 흘려 들으며, 웬우는 손을 뻗어 뒷좌석에 뻗어 있던 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온몸이 펄펄 끓고 있었다. 의식이 있는지도 모를 얼굴로,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거렸다. 웬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샹치의 이마를 짚었다. 

"너는 괜찮으냐?"

약간 잠긴 목소리로 묻자, 케이티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저 센 약 엄청 챙겨 다니거든요!" 씩씩하게 외친 케이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샹치를 바라보았다.

"병원 데려가야겠죠?"
"발현열이다. 병원에 가도 별 소용은 없을 거야."
"무슨 발현열이 이렇게 세요? 응급실에 가면 열이라도 좀 떨어뜨려 주지 않을까요? 어-뭐, 강한 해열제나 호르몬제를 준다든가."
"집으로 데려가야겠다. 션의 주치의가 있으니, 그 사람에게 보이면 될 거야."

웬우가 샹치의 몸을 추슬러 들며 말했다. "와우, 집에 주치의가 있어요?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하여튼 다행이네요, 그럼 아저씨께 미리 연락할걸!" 케이티가 재잘거리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웬우는 자신이 타고 온 차 뒷좌석에 샹치를 내려놓고는, 미엔에게 짧게 지시했다. 이 차를 몰고 나온 케이티를 잘 수습해주라는 내용이었다. 케이티는 션이 나아지면 꼭 알려달라는 당부를 거푸 건네고는, 불쌍하게 파손된 차의 조수석에 앉아 미엔과 함께 멀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웬우는 두 개뿐인 링의 힘을 끌어올렸다. 약 없이 이런 냄새에 저항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성 양인이라니, 음인보다야 낫지만 처음이 너무 힘들구나. 웬우는 뒷좌석에서 힘들어하는 아들을 힐끗 보며 생각했다. 우성들은 첫 발현을 유독 심하게 했다. 교통 신호를 대략 무시하고 집을 향하면서,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곤 당장 집으로 와줄 것을 요청했다.

"아빠...."

잠꼬대 같은 부름이 들려왔다. 그 고통스러운 소리에, 웬우는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린 채 어깨너머를 보았다. 실눈을 뜬 샹치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가 살짝 풀리는 발음으로 말했다.

"뭔가...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발현 때문에 그래. 누워 있어라. 며칠은 힘들 테니까."
"발현 때문이라니...주변에선 아무도 안 이러던데요...."
"형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드물게는 이러기도 해. 걱정하지 마라."

일부러 짧고 담백하게 말하며, 웬우는 차의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서씨 집안이 미국에 정착한 이후 그들의 주치의가 되어주었던 예 선생은, 웬만한 검진 도구가 구비된 자신의 왕진용 차량을 갖고 부리나케 저택을 찾았다. 웬우는 아이들을 평범한 병원에 보내길 매우 꺼렸는데, 이유는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아닐 가능성 때문이었다. 자신이야 링의 힘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그저 인간에 가깝다지만, 잉리는 아니었다. 잉리와 자신의 아이인 샤링과 샹치에게도 그 흔적이 남았을지 몰랐다. 공공 의료기관에 불필요한 기록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아이들은 모두 건강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예전의 나는, 집을 떠난 아이들이 우성 음인용 약을 구매한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어떻게 안도할 수 있었을까? 음인이 아니라 하여 고통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른 삶의 자신을 한심히 여기며, 웬우는 조용히 팔짱을 끼고 선 채 의사의 진단을 기다렸다. 그 미간 골이 한껏 깊어졌다. 초조했고 무력했으며 괴로웠다. 이전 삶의 샹치가 발현으로 잘못되지 않았으니, 이번 삶의 샹치도 무사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가정일 뿐이었다. 서씨 가족은 이미 과거와 사뭇 다른 이들이 되어 있었다.

"조금 이상하군요."

의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늘 좋은 징조가 아니었기에, 웬우는 심각하고도 위협적인 눈으로 그를 보았다. 올해 환갑에 닿은 장신의 여자는, 그런 눈길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안경을 고쳐 쓰며 환자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로 약을 때려 넣었으면 더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좀처럼 안정이 되지 않아요."
"다른 방법은 뭐가 있겠소?"
"음.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형질 보조인을 불러보시라 권하고 싶군요."

웬우가 난색을 띠었다. 예 선생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첫 발현이나 심한 발정기를 도와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조인이었다. 성교까지 가지 않더라도, 적절하고 능숙한 보조인은 상대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단축시키는 데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합리적인 것과 별개로, 웬우는 보조인을 쓸 때의 나쁜 시나리오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신중하게 말했다.

"예 선생. 전에도 말했다시피, 샹치와 샤링은...태생이 조금 다른 아이들이오."
"예, 그래서 기밀 유지에 대한 수십 페이지짜리 계약서를 만드셨지요. 압니다."
"보조인을 고용하게 되면, 자칫-."
"뭔가 '다른' 상황이 생기고, 그 보조인이 비밀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염려하시는 것이겠지요."
"맞습니다."

웬우가 고개를 끄덕했다. 예 선생이 한숨과 함께 안경을 다시 고쳐 썼다.

"정 그러시다면, 하루이틀 정도 더 경과를 보도록 하지요.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니, 그때는 보조인을 써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걱정되시는 건 알지만, 저도 아주 입 무거운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지요."

웬우가 얼른 수긍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집으로 또 다른 외부인을 들일 일이 없기를 소망했다.

그 후 이틀 동안, 웬우는 꼬박 샹치의 곁을 지키며 간호에 열중했다. 이렇게 아픈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샹치는 제대로 거동도 하지 못했고, 자기 힘으로 일어나 밥을 뜨는 것도 어려워했다. 의식이 있는 동안에는 아픈 것을 티내지 않으려 몸을 웅크린 채 떨기만 했다. 고열은 끈질길 만큼 그대로였다. 예 선생이 몇 시간마다 새로운 약을 놓아주었는데도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샤링은 답지 않게 조용해졌고, 집에 있는 동안 계속 자신의 방과 샹치의 방문 앞을 왔다갔다하며 서성였다. 오빠의 방문이 잠깐씩 열릴 때마다, 샤링은 어떻게든 그 모습을 보려고 문틈을 기웃거렸다. 그런 딸을 지켜보는 웬우의 속내도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혼자 억지로 밥을 먹다 눈물을 훔치는 샤링을 발견했을 때, 웬우는 결국 예 선생에게 보조인을 불러보자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들어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보조인은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로 방을 나왔다.

샹치는 보조인의 냄새에 매우 거부적인 반응을 보였다. 빨갛게 상기되어 있던 아이는 오메가의 냄새를 맡자마자 갑자기 조금 하얘졌으며, 고개를 돌려 코와 입을 막고는 멀리 떨어져 달라고 요청했다. 오메가의 냄새를 처음 접해 놀란 것이라 생각한 보조인이 달래며 다가갔으나, 샹치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듯 내려와 바닥에 대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은 웬우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찌푸린 눈으로 그를 보았고, 예 선생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이런 참...상대에 까다로운 체질인가 보군요. 드물게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어떡해야 하는 겁니까?"
"최대한 다양한 보조인을 불러볼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건 안 되오."

웬우의 얼굴로 대번에 거부감이 번졌다. 예 선생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마음에 안 드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자기 영역에 대한 경계심이나 보호본능이 유독 강한 양인일 경우, 낯선 존재나 냄새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어요. 첫 발현 때는 더 그렇지요. 가족 중에 음인이 있다면 희망을 걸어보겠지만...동생은 아직 발현하지도 않았고, 쑤 선생은 음인이 아니니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평소에 접촉이 많았던 음인과 유사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보조인을 불러볼 수밖에 없습니다."

예 선생이 푸념하듯 건넨 말에, 웬우는 뺨을 맞은 사람처럼 상대를 보았다. 가족 중에 음인이 있다면 희망을 걸어보겠지만? 그 말을 돌이키던 웬우가 천천히 물었다. 속이 불편해졌고 혀가 굳어졌으나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이 보조인으로서 더 효과적이란 말입니까?"
"보통은 아닙니다만, 이런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처에 친척이라도 계십니까?"
"그렇다고 해야겠군요.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웬우가 딱딱하게 말했다. 예 선생은 눈을 크게 떴으나, 곧 이것이 가문의 숨기고 싶은 장면이라 생각해서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시간 단위로 영상과 함께 보고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예 선생을 보내 놓고도, 웬우는 금방 샹치의 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수만 대군을 상대로 싸울 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문 옆의 벽에 이마를 꾹 눌러 댄 채, 남자는 눈을 감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이것은 아픈 아이를 위해서였다. 고열로 며칠이나 제대로 먹거나 마시지 못한 아이를 계속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는 아이를 첫 발현으로 잃기 위해 시간을 돌아오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쥔 채 스스로를 다잡고, 그는 방문을 열었다. 그는 하기로 결정한 일을 미루는 사람이 아니었다. 

방은 여러 냄새로 묵직했다. 아픈 사람 특유의 땀 냄새와, 막 발현한 알파의 짙은 냄새가 뒤섞여 후각을 때렸다. 웬우는 방문을 잠근 다음, 조용히 걸어 샹치의 머리맡에 앉았다. 침대 매트가 꺼졌다가 올라오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꼈는지 샹치가 뒤척였다. 그 눈이 여전히 감겨 있어, 웬우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의식이 없는 사이 시도해보는 편이 나을 터였다. 조용히 숨을 고른 다음 음인으로서의 기척을 내보려다, 웬우는 조금 당혹했다.

냄새를 피울 수가 없었다. 그가 노력할수록, 양 팔목의 링이 더 강한 푸른빛을 발했다. 링의 힘을 이용해 형질의 영향을 억누른 지 너무 오래된 탓으로, 링을 착용하고 있으면 그것이 무의식중에 형질의 발현을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웬우의 눈가가 경련했다. 입술을 아플 만큼 세게 깨물었다가 놓고, 그는 아주 느리게 링을 벗어 머리맡의 협탁에 올려두었다. 링에서 떨어지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링이 사라지자마자, 방 안의 공기가 훨씬 더 무겁게 다가왔다. 호흡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웬우는 덫에 갇힌 듯한 느낌을 지우려 애쓰며 천천히 냄새를 풀었다. 서툴다는 표현도 관대할 만큼 녹슨 기능이었지만, 어쨌든 이것은 그의 일부였다. 깨문 입술 아래로 희미하게 피 맛이 배었다. 그가 자신의 냄새를 자의로 드러냈던 상대는 지금껏 잉리뿐이었다. 웬우는 반사적으로 떠오른 아내의 얼굴을 지우고자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잉리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았다.

신음소리가 들렸다. 웬우가 퍼뜩 아들을 바라보았다. 샹치가 조금씩 눈을 뜨고 있었다. "아빠...?"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지기 전에, 웬우는 오른손을 들어 샹치의 눈 위에 얹었다. 손바닥이 데일 것 같은 열기가 전해졌다.

"샹치. 눈 감고 쉬어라."

웬우가 잠긴 목소리로 건넸다.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샹치가 얌전히 누운 채 웅얼거렸다. "새 약이에요...? 아니면 스프레이 같은 거예요...? 되게 시원해요." 아이는 열병에 시달리다 얼음 침대 위에 누운 사람처럼 말했다. 샹치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손바닥으로 느꼈을 때, 웬우는 잠깐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다. 그는 전문 보조인이 아니었고, 상대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법 따위도 알지 못했다. 자칫하면 제어의 끈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조금 더 뿌려주시면 안 돼요...?"

좀처럼 무언가를 요구하는 적이 없던 아이가 웬우의 오른손을 부여잡고 애원하듯 건넨 말에, 웬우는 자기도 모르게 더 강하게 냄새를 풀었다. 아랫배가 내려앉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은근하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숨이 거칠어지면서, 가슴팍이 가쁘게 부풀었다 꺼졌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 앞으로 천 년 정도 자신의 형질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고 싶었다. 웬우는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으려 애썼다. 처음 잉리에게 자신을 내보일 때에도 느꼈던 두려움이었다. 그가 얼마나 약하고 부족한 존재인지 알게 되면, 잉리가 자신을 떠나버릴 것만 같았다.

샹치가 자리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났을 때, 웬우는 거의 링을 양팔에 끼울 뻔했다. 그러나 샹치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아이는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밤 이성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몸을 숨기는 짐승처럼, 웬우의 상체에 덜컥 자신의 몸을 겹쳐 왔다. 숨이 턱 막혔다. 온몸이 불덩이에 덮인 것 같았다. 웬우는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 상체에 힘을 주면서 샹치의 뒷목과 등을 끌어안았다. 웬우는 이런 상황에서도 퍽 공격적이지 않게 행동하는 아이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좋아...시원해...더요...."

샹치가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목덜미로 부벼지는 뺨이 뜨거웠다. 웬우는 눈을 질끈 감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상황의 부적절함을 따지자면 끝도 없이 늘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아이에게 필요한 절차였다. 웬우는 거부감과 수치심보다, 샹치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더 끌어올리려 노력하며 그 뒷목을 쓸었다. 이전에도 넌 이만큼 힘들게 발현했을까? 아는 이도 없는 미국 땅에서, 홀로 고통을 삭이며? 울컥 치민 감정을 삭이는 그의 귀로, 샹치의 어리둥절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이거 아빠예요...?"

웬우의 몸이 굳어졌다. 반사적으로 물러날 뻔한 몸을, 샹치의 양팔이 단단히 움켜잡았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소년의 팔이었으나, 우성 양인의 힘은 일반적인 소년의 것과 차원이 달랐다.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웬우는 만일의 상황이 되면 샹치의 양쪽 팔에 링을 채워 고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코와 입술이 정신없이 귀 아래쪽과 목덜미를 훑었다. 목이 바짝 마르면서 온몸이 찌릿거렸다.

"여기서 냄새 나요. 아빠...그런데 아빠는...."
"샹치.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아라. 네가 더 힘들 거야."

겨우 차분하게 건네면서, 웬우는 자신의 말이 거짓에 가깝다는 것을 직감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샹치는 뭐라 대거리하는 대신 웬우를 꽉 끌어안았다. 웬우는 한동안 아들을 마주 안은 채 그를 토닥이거나 쓸어주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잘 기억할 수가 없었다. 샹치는 때때로 웬우의 몸을 어설프게 더듬으며 그 목을 잘근거렸지만, 첫 발현이고 아직 경험이 없어서인지 명백히 성적인 방식으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아이는 그저 고통이 덜해지는 접촉을 갈구하고 있었다. 

샹치의 열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웬우는 밀려든 안도감에 그만 후들후들 떨리는 한숨을 토했다. 더 이상 이 행위를 지속해줄 자신이 옅어져 있던 탓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협탁 위의 체온계를 집어 샹치의 열을 재어 보고, 웬우는 얼른 링을 불러 자신의 양팔에 착용했다. 링이 푸른색으로 강하게 빛난 것과 동시에, 덜덜 떨리던 몸으로 힘이 감돌았다. 머리가 핑 돌 정도로 빠른 변화였다.

열이 내리고 고통이 옅어지자 바로 기절하듯 잠든 샹치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힌 다음, 웬우는 젖은 머리칼을 대충 넘기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랫배와 하체가 과하게 뜨거웠다. 미끈거리는 감각이 끝없이 불쾌하고 더럽게 느껴졌다. 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우두커니 선 채 방문을 보던 샤링이 있었다. 웬우가 흠칫 멈추자, 샤링이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아빠? 괜찮아요? 아빤 또 왜 그래요?"
"안이 더워서 그래. 샹치가 열이 심했으니까."
"오빠 아직도 많이 아파요? 왜 이렇게 오래 가요?"
"이제 좀 괜찮아졌다. 걱정하지 말아라."
"정말요?"

샤링의 눈이 반짝 커졌다. 오빠를 보겠다고 방방거리는 샤링을 겨우 달래 방으로 보내놓고, 웬우는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방을 향했다. 링의 힘이 있었음에도, 몸 안에 은근히 붙었던 불이 긴 여운을 피워올렸다. 식탁 앞에 풀썩 앉아 이마를 문지르자, 어디선가 나타난 미엔이 얼른 물 한 잔을 떠 웬우에게 건넸다. 그는 웬우의 모습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한 듯했지만-텐 링즈 내의 극소수는 그의 형질에 대해 알고 있었다-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웬우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물었다.

"학교는?"
"그 세 명의 음인 추행과 폭행 사실이 명확하여, 도련님 일이 과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일단 막을 수 있었습니다."
"케이티는."
"학교 교사의 차였는지라, 징계를 피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경미한 정도입니다."
"수고했다. 예 선생에게 연락해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샤링에게도, 샹치에게도 절대 일언반구해선 안 된다."
"물론입니다."

미엔이 고개를 숙였다. 그가 떠준 물을 천천히 마시면서, 웬우는 샹치가 오늘밤의 일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길 바랐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말로 자신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차오른 불안과 우울을 완전히 내칠 수가 없었다.
 
2021.09.23 14: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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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 센세 오셨다!!!!!!! 샹치의 향은 링을 착용한 웬우가 맡기에도 어지러울 정도라니 대체ㅜㅠ잉리가 물려준 용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다ㅠㅜㅠ아들이 아파 인내심 바닥난 상황에서도 케이티의 안부를 묻고 미엔에게 그 아이를 부탁할 배려심이 어느새 웬우에게 자리해있는 것 같네...케이티가 아들의 바운더리 안쪽 사람이기도 하지만 잉리가 그에게 알려준 제 안의 다정의 일부인 것 같아서 더 좋아
[Code: 2652]
2021.09.23 15: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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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 소재가 어떻게 풀릴지 넘 궁금했는데 형질 보조인이라니 센세는 그저 빛빛빛ㅜㅠㅠㅠㅠㅜㅠ의식이 있는 동안에는 더 걱정시킬까 티를 안 내려 노력하는 어린 샹치를 보니 짠하네 흑흑mm)💦 '서씨 가족은 이미 과거와 사뭇 다른 이들이 되어 있었다.' 웬우의 이 독백이 참 인상적이라 뇌에 새긴 붕ㅠ또 다시 누군가를 잃기 위해 시간을 돌아오지 않았음을 상기하며 방패같은 링을 벗고 스스로 덫을 향해 걸어들어가는 기분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웬우 심정을 차마 헤아릴 수 없다ㅜㅜㅜㅠ
[Code: e5ca]
2021.09.23 16: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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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향을 풀어내 스스로가 연약하고 부족하다고 숨겨오던 부분을 내보이며 잉리가 떠날까 두려워 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거 넘 찌통이라 심장 부여잡고 스크롤 내리고 있어요༼ ༎ຶ ෴ ༎ຶ༽ ༼;´༎ຶ ۝༎ຶ`༽ 첫 발현한 샹치의 풀물이 베어나올듯한 날것의 향기와 긴 시간 눌러와 짙게 농축되었던 웬우의 오랜 세월을 지나온 서재같은 향으로 자욱한 방안에서 서서히 목이 조여드는 느낌에 숨 참으면서 봤더니 산소호흡기가 필요해요 센세 영원나더!!!!!!!!!!!!!!!!!!
[Code: 7da9]
2021.09.23 18: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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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아아아아아아 센세의 다이아무순을 보는 매일매일이 생일 같아서 풍악을 울리는 중ㅠㅜㅜㅜ샹치의 행동이 열기를 피해 그늘에 얼굴을 묻는 어린 짐승처럼 무의식적이라는 걸 알지만 이 상황이 부적절하지만 불가피하다는 걸 상기하며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누르는 웬우의 의도치 않은 텐션이 진짜진짜 엄청나다......배움의 깊이가 서문무씨가 살아온 세월만큼 깊음추
[Code: dc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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