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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등이 푹신한 침대에 닿는 감각이 지나치게 포근하고 안락해서 로키는 세상 모든 게 귀찮아졌다. 베개 위로 고개를 더 뒤로 젖히고 두 다리를 더 벌려 더 편한 자세를 취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완벽해서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다신 깨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자꾸 귀찮게 하는 누군가의 손길만 아니었다면.
깊은 잠에 빠졌던 것 같으면 잠시 정신이 들었고, 그러다가 다시 선잠이 들어 누군가의 시선과 호흡을 감지했다. 로키는 개의치 않았다. 잠시 방까지 어떻게 왔나 생각이 들어 기억을 더듬었다가 다시 귀찮아져서 더 편한 자세를 위해 몸을 뒤척였다. 커다랗고 거친 손이 뺨을 감쌌다가 자세를 바꾸느라 얼굴 위로 흩어진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었다. 그 손은 떨어질 줄 모르고 그대로 로키의 목과 쇄골을 덮고 다시 미끄러져 가슴께를 더듬었다. 의도를 가진 손길에 이제 더는 무시하지 못한 로키가 그 손을 밀어내며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펜ㄷ-”
좁아진 시야에 펜드랄이 아닌 토르가 들어왔다. 혼란스러워 다시 눈을 크게 뜨려 했지만 몸 어느 곳에도 로키가 뜻한 만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로키가 밀어낸 손은 다시 뜨거운 열기로 로키의 몸을 덮었다. 한 손은 로키의 머리 옆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론 로키가 걸친 로브의 매듭을 풀어내고 있었다.
“로키, 아스가르드의 왕자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있어서야 되겠느냐.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혀를 차며 제 형이 하는 소리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로키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금 이 순간 로키에게 아홉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것은 당연 토르일 것이었다.
“하룻밤에 둘씩이나? 형은 역시 야망이 크네.”
독한 술도 로키의 독설은 흐리지 못했다. 그새 양옆으로 훤히 벌어진 로브 사이로 맨살이 드러나고 곧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점점 더 정신이 온전해지고 있었다. 그만큼 빠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애초에 왜 그렇게 술을 마셨었는지 기억이 났다. 온기를 잃어가는 피부 위로 토르의 손바닥이 다시 내려앉았다. 로키는 좀 더 날이 선 말을 찾지 못했다. 뭐라고 퍼부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눈을 내리깐 채로 제 몸 위의 토르의 손의 움직임을 마냥 홀린 듯 바라볼 뿐이었다. 핏줄이 불거진 커다란 손이 제 창백한 피부와 엄청난 대조를 이루어 그 모습이 선정적이기까지 했다.
동시에 쏟아진 깊은 한숨이 누구의 것인지도 몰랐다.
살집 없이 매끈한 허리께를 지분거리던 손길은 다시 가슴 중앙을 쓸었다. 찬 공기와 상관없이 온몸에 소름이 돋아 로키가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말았다. 토르의 숨이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것처럼 거칠어졌다. 가슴에서 배로, 더 아래로 미끄러지는 손을 로키가 다시 밀어냈다. 순간적으로 토르의 얼굴에 성급함과 짜증이 스쳤다.
“토르.”
잔뜩 잠긴 제 목소리가 낯설었다. 토르가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고개를 들어 로키의 눈을 바라봤다. 로키는 힘 빠진 손을 뻗어 수염으로 거친 형의 뺨을 매만졌다.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했던 맹세는 어떻게 된 거야? 형 스스로부터는 못 지키는 거였어?”
로키의 말에 토르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이었다. 공격의 결과에 흡족하며 로키는 나른하게 풀어진 눈을 커다랗게 뜨고 토르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맘만 먹으면 형이 가지지 못할 것은 없겠지.”
토르의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내쳤던 토르의 손을 잡아 다시 제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억지로 꺾은 꽃은 금방 시들어버리는 법. 형은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
토르의 손을 잡아당기자 곧 그의 커다랗고 따뜻한 몸이 로키의 몸 위로 포개졌다. 로키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은 토르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로키는 눈을 감았다. 겁이 나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해방감마저 들었다. 곧 아홉 세계를 다스릴 그의 형이, 마음대로 가지지 못해 애타 하는 대상이 바로 동생인 자신이라는 사실이 우습고도 슬펐다. 참지 못하고 흘린 눈물을 감추고자 토르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자신의 몸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토르의 몸을 감싸 안았다.
시종들이 트레이에 아침식사를 내오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때 토르는 곁에 없었다. 로키는 끔찍한 두통과 목구멍이 타는 듯한 고통에 잔뜩 인상을 쓰고 눈앞의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왕자님께서 아침 식사에 올리라 명하셨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로키가 특히 더 좋아하는 것이라 노른헤임에 갈 때마다 토르가 어렵게 구해오는 과일이었다. 시종들에게 목욕물을 받으라 시키고 로키는 새빨간 과육을 까끌한 입안에 밀어넣었다. 곧 입안과 목구멍으로 달콤하면서 쌉쌀한 과즙이 퍼졌다. 상큼한 향에 한결 두통이 덜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합소리에 과일을 든 채로 맨발로 발코니로 나갔다. 늘 그랬듯 쏟아지는 아침 햇살 아래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는 토르가 있었다. 흐트러져 자꾸 쏟아지는 머리칼을 넘기며 난간에 기대었다. 과육 하나를 더 입에 넣고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눈으로는 토르의 머리칼부터 발끝까지 동작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듯 훑었다. 지켜보는 시선을 느낀 토르와 눈이 마주쳤지만 로키는 눈을 피하지도,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토르의 시선을 받으며 로키는 입을 크게 벌려 과일을 베어물었다. 미처 다 담지 못한 과즙이 다문 입술 사이로 흘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옆구리를 파고들며 뻗은 상대방의 다리에 토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여전히 발코니의 로키를 올려다보며 토르가 밭은 숨을 쉬며 입꼬리를 올렸다.
토르는 정말로 참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 방식은 로키가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토르는 거의 매일 밤 그를 위해 기쁘게 몸뚱이를 내어준 자들을 사양 않고 안았다. 로키는 펜드랄을 아스가르드 최고의 호색한이라 칭했었는데 이제 그 타이틀은 온전히 토르의 것이 되었다. 토르가 몸을 섞는 상대는 그의 목욕시중을 드는 소년부터 함께 검 훈련을 하는 무사까지 다양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토르는 로키에게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여느 형이 동생에게 하듯 따뜻하게 웃어주고 챙겨주었지만 딱 그만큼이었다. 모두가 그의 형의 품 안에 있는 듯 하여 소외감마저 들었다. 이게 토르가 의도한 것이라면 대성공이라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하지만 최악은 그게 아니었다.
매일 밤, 로키는 토르의 방에 초대되었다.
토르로키 햄식히들 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