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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20:16




보고싶다     2     3

















담배와 눈물 맛이 섞인 키스 이후에 어떻게 트레일러로 돌아왔는지는 기억이 흐릿했다. 얼핏 귀끝이 빨개진 스완이 "괜찮아? 이제 들어갈까?" 같은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했다. 킴은 비틀비틀 트레일러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매니저가 잘 하고 왔느냐고 묻는데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스르륵 소파에 쓰러지듯 눕는 킴에게 매니저는 많이 피곤했나보다고 쉬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킴은 입술을 더듬었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상황상 감정이 격해지고 피곤해진 탓에 이렇게 정신이 혼미한가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아무래도 안톤에 너무 이입했나보다. 잠을 좀 자야만 할 것 같았다. 킴은 불편한 줄도 모르고 소파에 웅크려 잠에 빠졌다.







-







"킴, 괜찮아? 일어나."

"으음..."



매니저가 흔들어 깨워서 킴은 천천히 일어났다. 목덜미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많이 피곤했냐. 촬영 끝났대, 가자."

"진작 깨우지..."

"너 자는 줄을 내가 알았겠냐."



차 키를 흔들며 나간 매니저의 뒤를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따라가다가 킴은 먼저 차에 타 촬영장을 빠져나가는 스완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쥘, 아니 스완도 지금 가는건가?"

"작게 몇 컷이 남았었나 보더라고."

"인사하고 싶은데."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타박하는 매니저에게 아 서로 쌤쌤이니 관두자고 손을 내저은 킴은 액셀이나 빨리 밟으라고 매니저를 택시기사 취급을 했다. 익숙하게 못 들은 척 흘리며 코너를 돌던 매니저는 "어라?" 하고 의아한 소리를 냈다.



"왜요?"

"우리가 잡아둔 호텔도 이쪽인데."

"같은 호텔인가? 그랬으면 좋겠다."

"너... 혹시라도 딴 생각 하지 마라."

"무슨! 그런거 아니라니까요."



질색하는 척 버럭한 킴은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콘솔박스 위에 올려둔 손이 피아노를 치듯 박스를 손끝으로 토도독 토도독 리듬감 있게 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어서 매니저는 이제야 좀 조용히 가겠구나 싶었는데 그러기가 무섭게 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마음이 없어도 남자랑 키스할 수 있어요? 넉넉잡아 한... 2주 정도 꼬시면 남자랑도 키스할 수 있나?"

"뭐?"



눈을 휘둥그렇게 뜬 매니저가 휙 소리가 나도록 킴 쪽으로 돌아앉았다.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벌써 만두를 몇 개는 더 빚었을 눈빛이었다. 킴은 능글능글 웃으며 대꾸했다.



"농담이에요. 신호 바뀌었어요."



매니저는 마지못해 눈을 돌리며 한번 더 씨알도 안 먹힐 경고를 했다.



"얌전히 찍자 영화. 어?"

"그럼 영화를 얌전히 찍지 요란하게 찍나... 아야, 진짜 장난도 못 쳐요?"









-









숙소로 가기 위해 운전하던 스완은 같이 들어가자는 말이 킴이 잘 듣던 말이 아닐 거라는 걸 떠올리고는 좀 웃겨서 파핫, 소리내서 웃었다. 매니저가 있었다면 뭐가 웃긴지 물었을테고 그러면 "그 애가 주로 들었던 말은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 넌 뒤에 천천히 들어와' 일걸", 하고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혼자여서 스완은 조용히 차를 몰며 어색하게 웃음을 갈무리했다. 매니저의 집이 마침 촬영지 근처라 스완은 혼자 호텔을 구해야 했다. 운전이라도 해주겠다는 걸 쉬라며 마다해 매니저 없이 운전하는 길이 어색했다.



그런데 운전을 좀 하다 보니 영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촬영장에서부터 같은 길로 뒤따라온 차가 있었다. 극성팬인가. 시골이라 그럴 리는 없었다. 그냥 우연히 숙소가 겹치는 스탭이겠거니 싶었다.



아니었지만.



"안녕, 또 보네요."







-







킴은 뒤늦게 내외라도 하는지 "여기서 보네요" 같은 시골 소년이나 할 법한 소리로 수줍게 인사를 했고 매니저는 그 뒤통수를 귀신 보듯이 봤다. 열두살 때에도 안하던 쑥맥같은 소리를 다 하네. 혼잣말한 그는 컨시어지에서 받은 키를 킴의 손 안에 밀어넣었다.



스완은 그를 삐딱하게 보다가 "스토킹?" 짧게 물었다. 반은 농담이었는데 킴은 펄쩍 뛰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매니저가 잡은 숙소라고요, 나도 정말 몰랐어요. 그렇죠, 벤."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기에 스완도 그쪽으로 짧게 고개를 까딱여 인사하곤 키를 챙겨 계단으로 향했다. 킴은 전전긍긍하며 스완의 뒤를 졸졸 따랐다.



"정말 아닌데... 저 그렇게 치사한 놈은 아니거든요."



알았다고 해주면 그만이었는데 왠지 더 놀리고 싶어져서 스완은 좀 어두운 얼굴로 힐끔 돌아보며 혼잣말인 것처럼 "그걸 어떻게 믿지..." 했다.



"정말인데..."



억울해 죽겠는지 킴은 거의 발까지 동동 굴렀다. 선행으로 결백을 주장하고 싶은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스완의 캐리어를 들어주겠다고 떼를 썼다. 좀더 놀릴까 하다가 스완은 그래 효도나 받아보자 싶어 캐리어를 맡겼다. 킴은 무겁지도 않은지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젊은 게 좋구나.



문 앞에 다다라 스완이 손을 내밀었는데 킴은 장난기가 돌았는지 "맨입에요?" 했다. 근데 스완이 눈썹을 모으며 "너 이러려고..." 하자마자 아차하며 허겁지겁 캐리어의 손잡이를 건넸다. 스완이 피식 웃자 놀림당한 걸 깨달았는지 또 입술이 삐죽 나왔다.



"입술."

"네?"



삐진 것좀 보라고 놀려줄 마음이었는데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하려 했는데 킴이 입을 다물어버리자 온 복도가 조용해 스완은 다시 입을 열기가 민망했다. 둘은 캐리어 손잡이를 붙들고 서로 말이 없었다.



킴이 먼저 침묵을 깼다.



"좋았어요, 나는."

"응?"



"키스했던 거."





배역에 취했던 게 아니었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킴의 눈이 진지했다. 어린애의 연기 정도는 간파할 수 있다고 내심 자만했었나보다. 스완이 당황하자 킴은 눈을 깜박이더니 천천히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이에요, 장난."

"...킴."

"벨보이가 미적거리면 팁을 주고 돌려보내셔야죠, 스완."



장난스레 스완의 손등을 톡톡 건드린 킴은 '팁 없어요? 정말? 그럼 저 빈손으로 가요?' 종알거렸다. 스완은 정말로 당황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나머지 객실의 손잡이를 쥐고 "커피라도 마시고 갈래?" 했다가 곧바로 다시 후회했다. 방금 전에 제게 키스한 남자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잠시 멈칫했다가 점잖게 사양했다.



"괜찮아요, 스완도 피곤하잖아요. 오늘은 쉬어요."

"그래, 내일 보자."



킴이 돌아서는 걸 보고 객실로 들어선 스완은 캐리어에 기대 스르르 쭈그려 앉았다. 방금의 장난스런 태도는 연기였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머리가 어지러웠다.





















킴로시스완아를로

2024.03.07 20:36
ㅇㅇ
모바일

개 좋다 센세 진짜루
[Code: b859]
2024.03.07 20:38
ㅇㅇ
모바일
하루종일 센세만 기다려......
[Code: 8e49]
2024.03.07 23:26
ㅇㅇ
모바일
뭐야 나 이거 왜 이제 봄? ㅅㅂ정주행 간다
[Code: 440a]
2024.03.08 01:05
ㅇㅇ
모바일
미이이이이친 키스 진짜 진하게 했나본데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하 매니저한테는 바락바락 대들면서 스완한테는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기킴로시 존커ㅜㅜㅜㅜㅜ계속 스완의 여유를 무너뜨리네 개좋다ㅜㅜㅜㅜㅜㅜ
[Code: 41a6]
2024.03.28 10: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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갹 스완 벌써 감기고 있는데 어떡햐나 ㅠㅠㅠ
[Code: cb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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