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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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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은 자기 인생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쉬운 건 다른 사람들이었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쓰는 예술영화에 아련하게 등장하는 예쁜 아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킴이 자기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약간의 허세가 있는 청년으로 자란 건 주변사람들 영향도 컸다. 뭘 해도 예쁘다 잘한다 최고다 하는 칭찬만 받고 살았던 데다가 그 왜,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탈리아 출신이지 않은가. 이탈리아 출신의 잘생긴 어린 남자에게 쏟아지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그 자신이 평생동안 부를 세레나데보다 많았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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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생 진짜 어렵다.

난간에 앉아서 한숨을 푹 쉰 킴이 탄산수로 목을 축이고 있으려니까 어디선가 젊은 AD인 로지가 튀어나와 킴의 어깨에 매달렸다. "로지. 나 피곤해." 귀찮은듯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는 킴에게 좀 서운해진 로지가 "난 다 잡은 고기라 이거야?" 삐죽거리면서 그의 단단한 팔뚝을 앙 깨물었다. 그럼에도 킴은 무감하게 "맞잖아." 하고 응수했다. 사실 그렇긴 했더랬다. 작년 말 영화 촬영 중간에 좀 쉬고 싶었던 킴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는걸 로지가 따라왔었다. 킴은 무슨 일이시죠? 하며 습관적인 미소를 지었을 뿐인데 로지는 킴의 목을 껴안고 입술을 맞댔다. 잠시 당황했지만 킴도 '나쁠 거 없지.' 어깨를 으쓱하며 키스에 응했고. 그리고는 가끔 재미 보는 사이였다. 진지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로지만 그런게 아니란걸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다짜고짜 입술부터 부볐겠지. 아마 다른 쇼의 스탭들에게 들었을 소문(킴은 밀지도 당기지도 않는다는)은 진짜였으니까. 그래도 조금 기분이 상한 로지의 입이 오리 부리가 되어 있어서 킴은 못이기는 척 그녀의 허리를 당겨안고 목줄기에 입술을 찍으며 달랬다.

"화났어?"
"기껏 데리러 와줬더니 김새는 소리나 하구."
"으응 피곤해서 그랬어. 알잖아. 무슨 일인데?"
"네 매니저님이 좀 보자셔."

난 또 무슨 얘기라고... 지루한 한숨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킴은 로지의 입술에 입맞췄다. 그녀는 입술을 맞댄 채 흐흥 웃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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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는 트레일러에 혼자 기대 서있었다.

"미안. 기다렸어요?"

킴은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미안하다는 듯이 미간을 살짝 모았다. 미안해하는 연기는 상대의 화를 금세 누그러뜨렸다. 킴은 그런 감정이 어렵지 않았다. "또 연기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매니저일지라도 반쯤은 너그러워졌다.

"무슨 일인데요?"

잠긴 트레일러를 열고 킴은 소파에 앉았다. 주연배우인 킴의 트레일러는 쾌적했지만 정이 가는 곳은 아니었다. 사실 이 촬영장 어디에도 정이 들만한 곳은 없었다. 매니저는 맞은편 싱크에 기대서서 킴을 위아래로 훑었다. 킴에게 이미 익숙한 품평하는 눈이었다. 거리낄 것도 없었다. 내가 상품인게 어제오늘 일인가. 그리고 오늘내일만 할 일도 아닌데. 킴은 도전적으로 웃으며 "벗어라도 줘요?" 했다. 매니저는 그제야 제가 재는 눈빛이었던 걸 눈치채고 가지고 온 대본으로 황급히 시선을 내렸다. 그게 매니저 딴의 사과표시였다.

"너 말이다."
"네."
"남자도 되냐?"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시선이 따갑게 쏟아졌지만 매니저는 같이 일한 경력이 있지, 킴의 시선을 익숙하게 무시했다.

"오해하지 마, 포비아는 아닌데 네가 남자까지 되면 안되는 이유가 있어서 그래."

매니저의 말은 점점 더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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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는거다."
"싫다고 해도 시킬 거면서요."
"맞아. 진행 전에 네게 확인하라는 건 딱 그거 하나였다."
"뭐야 그게? 내가 호모가 맞으면 호모영화는 안 찍고, 아니면 찍으라고?"

대체 윗선의 로직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킴은 고개를 양쪽으로 갸웃댔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 머리론 당최 이해가 안 돼. 어이없이 터져나온 웃음이었지만 그마저도 유려하게 아름다웠다. 매니저도 잠시 감상하듯 넋을 잃었다가 퍼뜩 깨닫고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너 우리가 이제까지 막은 스캔들이 몇 개일것 같니."
"뭐... 글쎄..."
"질문을 바꿀게. 이제까지 찍은 영화는 몇 편일것 같니?"

킴은 그제야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씩 웃었다. 사실상 킴에게 데뷔작을 제외한 이제까지의 영화는 상큼발랄 로맨틱 코미디 달콤쌉쌀 러브 어페어 필름이 대부분이었다. 그 말인즉슨 해당 영화의 여주인공들과 줄줄이 염문설이 났다는 뜻과 같았다. 그러니까... 킴에게 그 영화들은 그런 거였다. 예쁜 애들이랑 예쁘게 웃으면서 재밌게 촬영했고, 촬영 중간중간에 재미도 좀 봤다. 그게 뭐? 걔네도 그랬고 금방금방 다가와서 입도 좀 맞추고 밀어도 좀 속삭이고 심심하면 먼저 내 무릎에도 올라타던걸. 쉬워서 재미있었고 끝도 깔끔해서 편했다.


사랑을 한다는건 쉬운 일이지.










뭐 이런 생각 하고 살았던 어린 킴로시겠지

킴로시스완아를로

이거 좀 압해
2024.03.02 16:45
ㅇㅇ
모바일
ㅁㅊ 내 센세가 압나더를 들고 오셨어ㅜㅜㅜㅜㅜㅜㅜㅜ 그동안 사랑이 너무 쉬워서 기고만장했던 아기 킴로시가 스완 만나서 어떻게 애타는 입장이 되는지 너무 궁금해오 센세 사랑해ㅜㅜㅜㅜㅜㅜ
[Code: 52d5]
2024.03.02 19:38
ㅇㅇ
모바일
미쳤다 너무 재밌어.....
[Code: 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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