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6826834
view 1300
2024.03.07 00:38

재생다운로드ca3d7a448435530d7b925f69f0756743.gif
재생다운로드af1cfff828b0e1d59411f6f6718b8d29.gif

보고싶다     2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킴은 대본 앞부분만 얼핏 읽었다. 이제 등장인물 배경 소개만 겨우 진행되는. 자기 캐릭터가 사랑에 미친 놈인지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이유는 나도 잘 모르는데 사랑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다 미쳤더라고. 그리고 스완이랑 자기 둘 중 하나는 더 미쳤을건데, 50대 50의 확률에 걸었던 거였다. 스완의 눈치를 보니 정답인 것 같아서 킴은 속으로 몰래 즐거웠다. 어차피 앞으로 길어도 2주 이내면 이 미친 로미오와 쥴리엣 놀이도 끝이었다.

"아, 하기 싫어..."

무심코 터져나온 마음의 소리에 매니저의 눈매가 예리해졌다. 너 밖에 나가서도 그러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샐까봐 단속하는 매니저에게 "안 그래." 불퉁하게 대답했다.

말했듯이 킴은 2주 안에는 스캔들을 낼 자신이 있었다. 얌전한 타입은 적극적인 타입보다는 어려워도 그렇다고 해서 상대 배우와 놀아나지 않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고.

문제는... 킴은 로맨스가 지겨웠다. 그래서 늦어도 2주 이내에는 끝을 볼 예정이었다. 아무하고도 내기한 건 아니지만 킴은 속으로 투 윅스 노티스를 외치며 불끈 주먹을 쥐었다. 2주 이내에 날 사랑하게 되면 당신이 지는 거야, 스완 아를로.

매니저는 의심스런 눈으로 킴을 흘겨보았다.

"너... 허튼 짓 하지 마."
"내가 뭘요?"
"내가 널 몰라?"

억울하다는 듯 무고를 주장하는 만두를 들이밀었지만 매니저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아무튼 첫 씬이니까 잘 하고 와. 좋은 인상 심어주고. 프랑스 진출 기회일지도 모르잖냐."




-







-


첫 씬부터 격렬했다. 몸의 대화였으면 좋았겠으나 감정이 격렬한 장면이었다. 킴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했다. 눈물만 줄줄 흘리는 몽테뉴 교수를 앞에 두고 안톤이 억눌러왔던 애증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었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선이 널뛰어서 킴은 연기하다가 문득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이런 식일까' 생각했다. 그렇담 꽤 흥미로운데. 그 작품은 안 들어오려나.

딴생각이 필름에 드러났는지 감독은 컷을 외쳤다. 머리를 쥐고 웅크렸던 킴이 머쓱하게 일어나 눈치를 보는 동안 스완은 뺨을 온통 적신 눈물을 살살 닦아냈다.

"미안해요."
"괜찮아."

킴의 사과는 진심이었다. 메이크업을 고치는 동안 그는 스완을 힐끔거렸다. 짜증이 난 눈치는 아니었다. 첫 테이크여서 그럴지도. 킴은 얼른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정말 눈물을 흘리느라 스완의 눈가가 금세 붉어져 있었다. 보아하니 피부가 약한 모양이었다. 계속 울게 만들면 아플 것 같았다. 감독이 "바로 다시 갈 수 있겠어요?" 묻자 스완은 어두운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을 놓치지 않고 잡고 있는 모습에 순수하게 감탄한 킴은 속으로 안톤의 대사를 다시 곱씹었다.

'날 사랑할 수 없다면 죽지 그래요.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러면 끝끝내 입을 다물고 있던 몽테뉴는 이렇게 말할 것이었다.

'미안해.'

지문은 (금방이라도 산산이 부서질 것처럼)이었다.



-



마음과는 달리 촬영은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꼬박 찍은 후에도 남은 장면장면이 많았다. 그리고 대체로 그 이유는 킴 자신이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인생과 모든 영화를 통틀어 배역의 감정이든 감독의 마음이든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건 처음이었다. 감독의 "컷. 좋았는데, 다시"와 "흠... 오케이, 넘어가지"의 차이를 구별해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살면서 이렇게 떨떠름한 오케이를 들은 적도 없었던 킴의 자존심에 조금 상처가 나고 있었다.

안톤은 자신을 사랑한다 말해주지 않는 몽테뉴를 원망했다가도 이내 사랑해달라고 빌고 매달렸다. 사랑하고 동시에 증오했다. 회유하다가 다시 애원했고, 폭언을 쏟고 스스로의 분에 못 이겨 책상을 쾅 내리치는 안톤을 연기하는 건 감정 소모뿐 아니라 체력도 소모가 엄청났다. 킴은 이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스완이 대사를 할 차례였다.


그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지, 처음부터 계속 울고 있었나. 킴은 숨죽여 어둠 속에 숨어있는 쥘을 지켜보았다. 그는 뭐라고 말을 할 듯 입을 열었다가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하고 더 울기만 했다. 발갛게 충혈된 눈이 킴을 향했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킴은 분한 표정을 짓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그가 쓰러질까 얼른 달려가 안아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선이 끈질기게 이어지다가 스완이 입을 가린 손을 천천히 내리고 눈을 감자 끊어졌다.

"미안해...."




-




촬영장은 고요했지만 킴의 머릿속은 이명으로 시끄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 대체 그게 무슨 감정이지. 이것도 로맨스인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사랑인가? 안톤의 감정이 사랑이라면, 쥘의 감정은 뭐지. 머리가 어질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미동도 없던 스완이 갑자기 몸을 움직여 티슈를 건네받고 눈물을 닦아내기에 그제야 킴은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어쨌든 촬영이 끝난 것이다. 킴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사람들을 모두 뒤로 하고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담배 한 대가 간절했다.



-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 두 개피째에 불을 붙일 때까지도 아무도 킴을 따라오지 않았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하고 생각했다가 자조적으로 후... 웃은 킴은 쭈그려 앉아 연거푸 세 대를 태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마지막 연기를 내뱉고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끈 킴이 모퉁이를 돌자마자 스완이 서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마주친 킴이 그자리에 우뚝 서자 그걸 본 스완은 길이 좁아 그런 줄 알았던지 좀더 벽에 기대 섰다. 담배를 쥔 손을 손짓해 지나가라고 하기까지 했다. 킴은 왜인지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스완을 지나쳐가는 대신 그가 기댄 벽에 나란히 기댔다. 스완은 다가오는 킴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안 피곤해?"

킴이 서 있는 반대쪽으로 연기를 길게 뱉은 스완은 친절하게 물었다. 킴이 촬영장 뒷편에서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종류의 물음이었다.

"괜찮아요. 쥘이야말로 많이 울었는데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 안톤."

제가 먼저 배역의 이름으로 불러놓고는 안톤이라고 불리자 킴의 눈이 동그래졌다. 안톤, 하는 스완의 목소리가 더없이 부드러웠다. 킴은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한번 더 "쥘." 하고 불렀다.

"응."

여전히 상냥했다.

"쥘."
"실없이 왜 자꾸 불러."

스완은 어이가 없어 퍽 웃었다. 담배연기가 하얗게 흩어졌다. 여전히 반대편을 향한 채였다. 킴은 조금 초조하게 물었다.

"나... 사랑해요?"



-



"어떨 것 같아?"

스완은 당황하지도 않고 가볍게 웃었다.

"그건 대답이 아니잖아요."
"음..."
"그 감정도 사랑이에요? 날 사랑하며 연기했어요?"

뜸을 들이는 스완에게 킴은 점점 더 조바심이 났다. 자기도 잠시 생각에 잠기는지 스완은 답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웃음기가 남은 낯이었다. 하지만 아까 그 눈은 분명...

좀처럼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 상대 때문에 킴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키스해도 돼요?"




어려서 금방 배역에 쑥 빠져버리는구나. 스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조금 미소지었다. 소설은 여전히 중반까지밖에 읽지 못한 상태여서 결말을 알 순 없었지만 쥘 몽테뉴의 마음은 잘 알았다. 스완은 아까 마지막 장면에서 끈질기게 따라붙던 킴의 눈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연기하는 게 아니었다. 킴은 거의 당황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스완은 그 눈이 좋았다. 상황에 맞지 않더라도 꾸며낸 게 아닌 날것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스완은 잠시 고민했다. 촬영시작 전에 그랬듯 저를 자극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묻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쥘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야 할까? 하지만 그가 쥘로서 대답하기 전에 말이 먼저 불쑥 나가버렸다.

"나 담배 피웠는데."

아... 이건 거절의 말도 무엇도 아니었다. 스완은 약간 낭패감을 느끼며 급히 "킴, 아니 안톤... 이건..." 하고 말했지만 킴이 더 빨랐다. 킴은 담배를 쥔 스완의 손목을 잡아 제 목 뒤로 넘겨 스완이 자길 끌어안게 했다.

"지금은 안톤 아니에요."









킴로시스완아를로
2024.03.07 00:42
ㅇㅇ
모바일
제목 보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옴
[Code: d397]
2024.03.07 00:45
ㅇㅇ
모바일
ssibal 너무 재밌어요
[Code: d990]
2024.03.07 00:46
ㅇㅇ
모바일
와 센세 사랑해
[Code: 1152]
2024.03.07 01:09
ㅇㅇ
모바일
제목 보고 개같이 달려왔다 내 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 진짜 텐션 개쩐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어린 아이 대하듯 킴을 보다가 말실수 한번으로 여유로웠던 태도가 흔들려버린 스완과 불도저처럼 훅 들어오는 킴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7db0]
2024.03.19 22:00
ㅇㅇ
모바일
대박 스완 은근 말리는게 이렇게 섹시할수가..
[Code: eeae]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