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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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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어나더 삼나더 사나더 오나더




근데 이제 데드풀은 원치 않는데 살린거로

ㅇㅌㅈㅇ노개연성 ㅈㅇ ㅅㅅㅊㅈㅇ




"그야 당연히 울비 자기를 죽이려고 왔지. 네가 죽을 때까지 난 못 죽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빙글빙글 웃던 미소를 거두더니 등 뒤로 손을 뻗어 카타나를 빼들었다. 로건은 웨이드의 칼을 자신의 클로로 튕겨낼 수도 있었으나 피하지 않고 그저 손으로 검신을 잡았다. 웨이드는 검에 느리게 힘을 주었고 로건의 손에 의해 멈춰져있던 날은 느리게 그의 손을 베어내며 가까워져 갔다. 웨이드가 의아한듯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로건은 그대로 웨이드의 도발에 넘어가 그의 분풀이에 신나게 이용당해 줄 수 있었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한숨을 내쉬며 눈을 위로 굴렸다. 그러자 웨이드가 볼멘 소리를 하며 불만 스럽게 말했다. 

"뭐하자는거야?"
"죽이고 싶음 죽여. 죽일 수 있다면 말이지. 시간도 날 어쩌지 못해. 하고 싶으면 해. 어디한번 시간도 뛰어넘어보라고."
"허,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나본데 난 시간도 뛰어넘고 차원도 뛰어넘어 봤거든? 걱정하지 마. 내가 울버린을 죽이는 최초의 인간이 되어줄테니까."

웨이드는 이를 갈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서.' 웨이드가 소리치는게 들렸지만 로건은 그것을 귓등으로 들으며 제 손을 내려다봤다. 아다만티움 카타나에 베인 손은 수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빠르고 깔끔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로건은 웨이드의 질리지도 않는 암살 시도를 매일같이 겪어야 했다. 수십번의 총격을 당했고 셀 수 없을 만큼 피격을 당했다. 밖에 나갈 때면 열의 일곱은 차가 달려들어 교통사고를 일으키기 일수였고 독이든 커피는 일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로건은 욕을 하며 구멍나고 찢어진 옷들을 수선해야 했으며 여러번 미처 닦지 못한 피로 인해 목공장에서 강제로 조퇴를 당했어야했다. 그럼에도 로건의 건강해마지않는 힐링팩터는 조금의 손상도 없이 자신들의 할 일을 했고 웨이드의 이러한 시도들은 로건의 일상에 티끌같은 흠집을 내긴했으나 그다지 흠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흠이 될 뿐이었다. 그것을 로건도 알고 웨이드 본인도 알다보니 날이 갈 수록 약이오르는 웨이드는 점점 더 기상 천외한 방법들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에게 유해한 독극물들은 모두 공수해오기 시작했으며 101가지 달마시안의 이름보다 많은 방법으로 로건의 암살을 시도했다. 
하루는 도대체 어떻게 구해온 것인지 모르겠는 엄지 손톱만한 우라늄을 가져와 자신의 위스키에 타 놓은 날이었다. 로건은 미간을 있는데로 좁히며 잔 밑바닥에 얼음과 함께 뒹굴고 있는 정체불명의 돌맹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웨이드 이 미친놈이 이것을 어떻게 구했을지도 궁금했지만 동시에 또 어떻게 처리할지도 궁금했다. 로건은 여상스러운 말투로 돌맹이를 유리잔 안에서 도록도록 굴리며 말했다. 

"이 망할 것은 도대체 어떻게 구한거야?"
"애 좀 썼지. 돈도 꽤 많이 들었고. 그놈 때문에 앞으로 허리띠 좀 졸라 매야할걸? 베이비 부 앞으로 치미창가는 한달에 두번이야."
"그래봤자 내게는 소용없다는 거 알지? 해봤자 네가 가져오고 가는 동안 마주쳤던 사람들이나 근처에 사는 인간들이나 암에 걸리겠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로건이 바닥을 보이는 위스키를 쭈욱 들이켰다. 기분탓인진 몰라도 위스키의 맛이 조금 이상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흘긋 훔쳐본 웨이드의 얼굴은 그닥 좋지 못했다. 웨이드는 대놓고 입꼬리를 바닥에 쳐박힐 정도로 내리며 로건의 손에서 잔을 빼앗아 들었다. 웨이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몰랐던 정보 알려줘서 참 고맙네."

마스크의 흰 눈이 셀쭉해지며 웨이드가 잔 채로 그것을 들고 나갔다. 로건은 그런 웨이드의 머리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꽁다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 뒤로 부터 가지각색의 독극물 라인업에 방사능 재료는 빠지게 되었다. 
웨이드 덕에 안 그래도 바닥을 치던 집값은 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고 그나마 이웃이라고 붙어있던 이들도 모조리 낡아빠진 아파트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곳에 너무 오래 살았어서 나간 건지 아니면 웨이드와 로건의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소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아파트에는 얼마지나지 않아 둘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웨이드는 그것만을 기다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떠오르기 쉬운 암살 방법들 중 미뤄 놓았던 하나를 시도하려 하고 있었다. 로건은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도 나는 화약남새에 작게 욕을 짓씹었다. 그는 그 냄새가 웨이드가 자신이 근 백 년간 가장 기피하는 행동을 하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로건이 거친 숨을 내쉬며 문을 부서질듯 마구잡이로 열어젖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로건을 보고도 웨이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마스크 너머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빠르게 집을 훑어보자 웨이드의 손에 들려있는 한줄의 심지로 연결된 폭탄들이 구석구석 놓여져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집을 완전히 전소시키지 않으면 죽을 병이라도 걸린 것마냥 화약이 낭자하고 있었다. 으르렁 거리듯 웨이드의 이름을 짓씹는 로건에 웨이드가 셀쭉 웃으며 심지에 불을 붙였다. 

"안녕."

그 무게감 없는 말이 트리거라도 된듯 로건이 성큼성큼 걸어와 웨이드의 손에 쥐어진 심지를 빼앗아 쥐었다. 그대로 불이 붙은 부분을 주먹을 쥐며 감싸자 치지직 소리와 함께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웨이드는 그제서야 웃음을 지우고 무표정하게 로건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런 웨이드를 바라보며 로건이 소리쳤다. 

"네가 날 죽이든 말든 신경 안 써! 독을 먹이고 총을 쏘고 칼로 찔러도 아무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이 집은 이제 내 집이야. 네가 버리고 떠난 내 집이라고. 네가 밖에서 폭탄을 터뜨리든 뭘하든 하고 싶은데로 해. 하지만 이 집을 망가뜨릴 권리따윈 없어. 망할 웨이드 윌슨. 내가 다시 만들었고 내가 집 지켜왔어. 네가 무책임하게 버리고 간 것을!"

마지막에 가서는 거의 울분에 찬 것 마냥 고함을 쳐댔다. 그런 로건을 향해 웨이드가 고개를 돌려 마주봤다. 마스크를 쓰고있던 쓰고 있지 않던 그의 표정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마주한 빨간 마스크는 무섭도록 무표정해 웨이드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이 집에 집착하는 거야. 이 집이 네 목숨보다 더 중요해? 무너지면 다시 지으면 끝일 이것이?"

로건은 웨이드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 것을 묻는 것인지 그 의도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로건의 거친 기세가 한풀 꺾여버리고 쉽사리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웨이드는 그런 로건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웨이드는 슬그머니 내려가 어느새 제 눈을 피하고 있는 로건의 고개를 굳이 따라가며 고개를 기울여 몸을 낳추고 올려다보며 추궁했다.

"왜 내가 널 죽이려는 것을 막지 않아? 내 죽음은 네가 훔쳐갔으면서? 나를 기다린거야? 왜? 이 거지같은 아파트를 두번이나 다시 세워 올리면서까지 이곳에서 기다린 이유가 뭐야."

로건의 웨이드의 질문에 그 어떤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오히려 웨이드의 한마디 한마디가 로건의 혀를 잡고 아래로 끌어당겨 말하지 못하게 옭아매는 것 같았다. 웨이드의 목소리에 조금씩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록 로건은 더욱 대답할 수 없었고 드세던 기세는 완전히 역전되어 사나운 짐승과 궁지에 몰려 애처로운 쥐새끼와 같은 처지가 되기 시작했다.

"왜 대답해주지 않는거야! 왜! 뭘 기다렸어? 내가 널 죽이기를? 아니면 내가 널 용서하기를? 이딴 곳을 지키면서 날 기다렸어? 왜 나를 살렸어! 나를 찾아올 용기도 없는 비겁한 새끼인 주제에!"

이제는 울분에 차 소리치는 것은 웨이드가 되었다. 웨이드는 잠시 입을 꾸욱 다물고 있더니 그대로 로건을 지나쳐 로건이 열고 들어온 문으로 나가버렸다. 로건은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품에서 시가를 꺼내물었다. 시가에 불을 붙이는 손이 덜덜 떨렸다. 엉망진장인 주변을 무시하고 쇼파에 털썩 주저 앉자 기시감이 느껴졌다. 상세한 상황은 달랐지만 주위 모습이 너무도 비슷했다. 로건은 깊게 숨을 들이 마쉬었다가 내쉬었다. 빠르게 니코틴이 돌면서 조금은 차분해지는 머리가 느껴졌다. 로건은 열려진 문을 바라보았다. 돌아오긴 할까. 이번에도 20년이나 걸려 돌아오지 않을까란 생각이 우습게도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폭탄을 설치한다고 군데군데 발에 밟혀 망가진 선반이나 화약으로 엉망이된 카펫 따위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이도 그렇게 크게 부서진 것은 없었다. 조금 귀찮기는 하겠지만. 로건은 눈을 감고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고개를 뒤로 기울이며 완전히 쇼파에 몸을 맡겼다. 왜 이 집을 집착하느냐고? 틀렸다 집착이 아니라 지키려는 것 뿐이다. 이 집은 스스로 없애버린 자신의 돌아갈 곳을 잃은 뒤에 다시 손에 쥐어진 두번째 기회였다. 이 곳은 돌아올 곳 없이 떠도는 자신에게 생긴 하나뿐인 돌아올 곳이었으며,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집은 언젠가 돌아올 그를 위한 돌아올 곳이었으며 로건이 유일하게 기다리는 그대가 누워 안식을 취할 유일한 곳이었다. 아무런 하릴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집을 고치고 쓸고 닦으며 있던게 아니었단 말이었다. 이 곳은 그대를 위한 곳이었으며 이곳을 지키는 것은 그대를 위한 속죄였고 이곳에 기다리는 자신은 그대에게 용서받길 원하던 길들여진 짐승이었다. 그 짐승은 실낱같은 제 기억에 의존해 자신이 기다리는 그가 없는 공간에서 그를 그려갔고 나중에 가서는 습관적인 그 모든 행동들은 웨이드의 스타일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제 스타일이 되어버린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그것이 그가 그대에게 길들여졌다는 증거였고 그가 의문도 가질새 없이 본능적으로 그대를 위한 이곳을 그대의 흔적대로 지키고자 한 이유였다. 
로건은 말하지 못한 본심을 시가 연기와 함께 내뱉으며 혀 끝에 남은 깔깔한 쓴 맛을 씹어삼키고 있었다. 로건은 문득 웨이드의 말이 그다지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로건은 난장판이된 집이 그다지 난장판 처럼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한번 그렇게 생각하자 웨이드 말 따라 굳이 집을 치워야할 필요도, 더 나아가 지켜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용서를 기다리면 뭐하나 용서를 빌러 찾아갈 인간도 못 되는데. 로건은 그제서야 자신과 웨이드가 별 진전없이 또 같은 소리들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것이었다. 어느 한쪽이 이기거나 지지 않고 영원히 당기기만 하는 줄다리기를 하는 중인것만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로건은 진탕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세계를 떠나온지 시간 중 정말 오랜만에 느껴지는 강렬한 알코올에 대한 갈망이었다. 웨이드의 도피가 죽음이라면 로건에게는 알코올에 의한 정신착란이었다. 한마디로 진탕 취해서 아무 생각 없을 때까지 퍼마시고 싶었다는 뜻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나가 바가 문을 닫다 못해 이젠 내일 팔 술도 없으니 좀 나가라는 소리까지 듣고서야 로건은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습관적인 그 길을 걸었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혈관속을 내달리는 힐링팩터 덕에 실시간으로 알코올이 분해되고 있었다. 천천히 현실로 돌아오는 끔찍한 기분에 로건은 이것만큼은 안 된다며 성화를 부리던 술집 사장에게서 겨우 뺏어온 마지막 싸구려 잭다니엘을 병째로 입에 털어넣었다. 그 모습은 마치 간에 들어앉은 힐링팩터와 히스테리를 부리는 로건의 자아가 하등 쓸데 없는 고집을 부리며 서로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과 비슷했다. 빨라지는 혈류만큼 취기도 올랐으나 딱 그만큼의 빠르기로 힐링팩터가 알코올을 분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건이 한참 취하고자하는 자아와 스스로 저주해 마지 않는 제 힐링팩터와 함께 싸우는 사이 그는 그의 집에 도착하고 말았다. 로건은 몇번의 헛손질 끝에 닫혀진 문을 열고... 잠깐, 닫혀진 문이라고? 로건은 몽롱한 와중에도 인상을 쓰면서 제가 열고 들어온 그 문을 바라봤다. 분명 제가 거의 부수다 싶이 열어놓고 들어왔고 그 뒤로 웨이드가 나갔으며 제가 버려두고 나갔었다. 그런데 마치 그런 일은 없던 것 마냥 얌전히 다시 닫쳐져 있는 문은 기묘했다. 로건은 어질한 머리를 좌우로 몇번 뒤흔들며 그제야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는 그가 나갔을 때처럼 잔뜩 어질러지고 부서져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부서진 곳은 엉성하게 고쳐져 있었고 물건들은 제멋대로 였으나 그 나름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엉성하고 불규칙적이었으나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마치 공간의 주인이 돌아온 것 처럼. 
로건의 심장이 전에 없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것은 술 때문이 아니었다. 심장이 마치 귓가에 있는 것처럼 쿵쿵거리는 고동이 머리를 울렸다. 몽롱한 알코올의 기운이 이기고 들이민 감정은 답지 않게 설레임이었다. 로건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살짝 열린 방 문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높아진 기대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 속으로 예상하는 그가 없을 것이라고 몇번이나 되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에도 무색하게 문틈사이로 삐죽 보이는 붉은 종아리에 로건은 경박스럽게 소리치며 펄쩍 뛰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본인이 어째서 웨이드에게 이렇게 일희일비하는지 몰랐으나 당장은 그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마치 보상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무엇에 대한 보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런 기분이었다. 속시끄러운 내면과는 다르게 로건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지만 술주정뱅이의 특유의 걸음걸이 그대로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거의 반나절 이상을 로건의 머리를 헤집어 놓은 당사자는 로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의 기세는 모두 버리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로건은 그런 그를 품안에 가득 껴안고 싶다는 충동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마지막으로 그를 자신의 품에 가둔 것은 이십여년전 어느날이었다. 로건은 자신이 그를 깨울거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동시에 하고 있었지만 해독되지 않은 알코올이 뇌의 어떠한 부분을 마비시킨 것인지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이성을 무시하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를 다시 안았을 때 채워지지 않던 잔이 마침내 찬 것과 같은 차오르는 만족감이 들었다. 로건은 두근거리는 웨이드의 심장소리와 따끈한 체온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나른한 그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기댔다. 자신의 품에 차다 못해 넘치는 체격의 그를 안고 로건은 아주 부드럽고 실낱간은 한숨을 내쉬었다. 로건의 커다란 손이 느리게 웨이드의 등을 타고 오르며 감싸고 손바닥으로 탄탄하고 두께감 있는 스판덱스를 느꼈다. 로건이 웨이드를 불렀다. 

"웨이드."
"로건."

그리고 웨이드가 대답했다. 
로건은 차오르던 만족감이 거짓인양 급격하게 빨라지는 심박수와 이와 상반되게 피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로건은 더욱 강하게 웨이드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웨이드의 손이 일전의 로건의 손길과 같이 부드럽게 감싸 타고 올랐다. 

"자기야 그렇게 날 만져대면 얌전히 잘 자던 숲속의 풀로라도 깰 수 밖에 없잖아."

웨이드의 말에 로건은 대답할 수 없었다. 로건은 웨이드가 자신의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웨이드는 별다른 행동없이 말을 이어갔다. 

"로건, 왜 이곳에서 날 기다렸어?"

로건은 그게 웨이드가 주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역시나 입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 생각해왔던 단 한가지 이유가 목구멍에 걸린 것 마냥 나오지 않았다. 로건은 속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저주하며 원망했다. 말해, 말하라고. 말해야 해. 침묵이 길어질 수록 로건의 자괴감은 빠르게 그 자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록 로건 입술은 마비가 된 것 마냥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웨이드가 내 말을 듣고 역겹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말한 것을 제대로 듣기나 할까. 내 진심이 전해질까? 나를, 나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로건은 웨이드의 어깨에 툭 자신의 이마를 떨어뜨리며 토해내듯 말을 뱉었다. 

"너를 위해서야."

실제로는 몇초 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로건에겐 억겁의 시간과 같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침묵은 깨졌다.

"솔직하지 못한 벌꿀오소리."

웨이드의 불만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챙그랑하는 바닥에 철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로건이 흘긋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웨이드가 로건을 끌어안고 침대에 다시 뛰어들고 말았다. 웨이드는 로건의 머리를 제 품에 강하게 끌어안으며 꾸물꾸물 잠에 들 자세를 찾고 있었다. 몇번의 뒤척임 끝에 마음에 든 자세를 찾은 건지 이내 편안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웨이드가 중얼거렸다. 

"너는 불쌍한 짐승이야."

로건은 웨이드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구태여 묻는 대신 긴 한숨을 내쉬고 웨이드의 품에서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그가 자신의 진심을 알아 줬는지 뭔지는 몰랐으나 웨이드는 들었던 칼을 놨다. 그거면 되었다. 자신에겐 그거면 된거였다. 그렇게 5년만에 로건은 암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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