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3007028
view 1579
2024.09.02 15:59



재생다운로드IMG_1022.gif



보고싶다 어나더 삼나더




근데 이제 데드풀은 원치 않는데 살린거로

ㅇㅌㅈㅇ노개연성 ㅈㅇ





로건은 눈썹을 있는데로 위로 찡그려 올리며 삐뚜름하게 시가를 물었음. 다른 이가 봤다면 누가봐도 상대가 기분 나쁨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로건의 앞에 앉은 이는 그런것을 알 이도 아니었을 뿐더러 알더라도 데드풀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을 거임. 로건도 그걸 알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적으로 올라가는 눈썹을 잡아 내릴 수도 없지 않은가. 로건은 깊이 들이 마시었던 시가 연기를 천천히 후욱 뿜어 내었음. 데드풀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후르츠 O링 시리얼을 숟가락 가득 떠 퍼먹기 바빴지. 그가 반쯤 올린 마스크 아래로 살짝 드러난 코끝과 인중에는 말라 붙은 피들이 난자했음. 누가보면 당장 병원에 가서 코뼈가 부러진게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 모습이었으나 둘 중 그 누구도 그런 소리를 꺼내지 않았지. 두번 확인 할 것도 없이 피를 쏟아내던 부러진 코뼈는 멀쩡하게 잘 붙어 있을 터였음. 그러나 로건은 책상 아래로 내려가 있는 한 쪽 주먹에 은근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음. 지랄맞게도 로건은 20년 만에 모습을 보인 놈이 쳐맞고 있는 모습에 화가 들끓었었음. 분명 시비를 먼저 건 것도 데드풀이겠지. 하지만 로건에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음. 그냥 그 상황자체가 중요했지. 데드풀이 얻어맞고 있는 것 단지 그것 만으로도 로건을 화나게 만들기는 충분했지. 그것 설령 데드풀이 로건을 열받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일 지라도 말야. 로건이 그러거나 말거나 데드풀은 그런 로건을 킬킬킬 비웃으며 떠들었음. 

"어떻게 이 시리얼을 사가지고 있었어? 그것도 '우리가'살던 집에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실실 웃는 낯짝이 마음에 안 들었음. 로건은 시가를 으득 씹었음. 마지막 순간에 아차해 턱에 힘을 풀지 않았으면 이 새로운 시가도 반동강을 낼 뻔 했지. 

"그냥 할인 하고 있었던 것 뿐이야."
"설마 했는데 진짜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있네."

"굳이 옮길 이유도 없지."
"집주인은 나로 되어 있을 텐데."
"이젠 나야."

휘유- 리치맨이 되셨네. 비아냥을 한껏 담아 숟가락 끝만 잡고 달랑이며 저를 가르키는 데드풀에 로건은 짜증스럽게 코웃음을 쳤음. 그럼에도 로건은 그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지. 어쩔 수 없었음. 그게 로건이 20년 동안 내린 결론이었으니까. 
로건은 후르츠 시리얼을 비행기 마냥 장난을 치며 먹고 있는 데드풀을 보면서 20년 전 그날을 생각했음. 우습게도 그것은 아주 찰나의 짧은 순간이었고 데드풀은 슬로우 모션이라도 건 듯 느리게 움직였지만 로건이 자신의 20년을 회상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지. 


총성 이후 데드풀은 죽음으로 그 상황을 도피했음. 자랑하던 울버린의 힐링팩터도 감당하기 벅찼던 것인지 로건도 과다출혈로 인해 잠시 기절했었지.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데드풀은 이미 그곳에 없었음. 의식이 돌아오며 흐리게 보이던 시야에서 비틀거리는 빨간 슈트가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얼핏 본 것도 같았지. 로건이 온전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스름하게 새벽 동이 다 깨진 창문사이로 들이치기 시작할 때였음. 그제야 난장판이 된 집의 모습이 보였지. 정말 뭐하나 남아난게 없었음. 늘어난 식구를 감당하기 위해 산 커다랗고 오래된 쇼파는 반동강이 나고 다 터진 모습으로 퍼져 있었고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엉성한 케이크를 함께 자르던 식탁은 사분할이 되어 나뭇조각이 되어 있었지. 그들의 사진이 불규칙하게 덕지덕지 붙어 있던 벽은 벽지 채로 뜯어져 휴지 조각이 되어있었음. 만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둘이 싸운 결과는 백년이 넘는 흔적이 담긴 모든 것을 산산 조각 낸 것이었음. 씨발. 로건은 그 참담한 광경에 욕짓거리와 웃음이 동시에 났음. 뭐가 문제인거냐, 나는. 허망한 웃음은 멈출 생각을 안 하고 제 주변 꼬락서니가 보기 힘들어 손을 들어 눈을 가렸지. 또 스스로 모든걸 망친거야. 잘만 돌아가던 순리를 짓밟고 제멋대로 굴어 최악을 자초하지. 그게 제임스 하울렛이라는 인간을 버린 짐승 로건의 변함없고 질리지도 않는 결말이었음. 
한참을 그렇게 웃던 로건은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음. 그리고 그대로 술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마트로 향했지. 넝마가 된 옷들 때문에 웃기지도 않는 노란 슈트를 입고서 말이야. 피투성이 얼굴로 샛노란 스판덱스를 입고 다니니 사람들이 쳐다보았지만 거진 백년을 정신나간 빨간 스판덱스와 함께하다 보니 남들의 시선 따위는 로건에게 딱히 신경 쓸 거리가 되지 않았음. 로건은 그저 묵묵하게 엄청난 양의 청소용품과 전문 요식점에서나 쓸 법한 20리터 짜리 쓰레기봉투 롤을 한팔에 끼고 그 집에 다시 돌아왔음. 그리고 청소용품을 사는김에 함께 산 옷으로 대충 갈아입고 묵묵히 그 지옥같은 난장판을 치우기 시작했지. 20리터 쓰레기 봉투 더미가 5개쯤 나왔을 때 로건은 유일하게 멀쩡한 상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음. 데드풀이 '정리'를 위해 자신의 잡동사니들을 한데 쓸어모아 둔 상자였지. 꼴도 보기 싫어 치워 놓았던게 운이 좋았던 것 이었음. 로건은 거부할 수 없는 것에 이끌리듯 그 상자를 열고 말았음. 로건을 감싸고 있는 아수라장과는 전혀 다른 동떨어진 세상이 그 안에 있었음. 

"지랄..."

상자 안에는 말 그대로 잡동사니들 밖에 없었음. 매번 끼고다니는 유니콘 인형, 헐크 손 장난감, 몇개나 있는지 모를 생일 케익의 초들 그리고 망할 우리들이 나온 사진들이었지. 데드풀 자신이 나온 사진들이었음. 데드풀이 나오지 않은 사진들은 전부 벽에 붙어 있다 그들 손에 조각이 났으니 남아있는 사진들은 이것들이 전부였지. 사진들은 많지 않았음. 그 오랜 세월 동안 찍은 사진이 수만장일 텐데 상자 속 온전히 남아있는 사진은 고작 서른장 남짓이었지. 그러고보면 사진을 찍는 이는 주로 데드풀이었음. '괜찮아 괜찮아 썩은 아보카도는 카메라 앞보다는 뒤가 더 어울려. 그리고 내가 왕년에 포르노 감독 제안까지 올 정도로 끝내주는 카메라 맨이었다니까? 얼른 앞에 서기나 해! 웁스, 다른건 세우지 말고.' 매번 그렇게 낄낄거리면서 쓰잘데기 없는 사진들을 찍고는 했었음. 로건은 얼마 안 되는 남은 사진들을 천천히 보기 시작했음. 데드풀이 나왔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 사진의 구석에 있거나 흐리게 스쳐지나가는 정도였음. 얼굴이 온전히 제대로 나온 사진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맨얼굴은 그마저도 남아있지 않았음. 그 많은 사진들 중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나온 사진은 다 뒤져서 한데 모아놓은 것 같았음.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로건은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음. 쇼파에서 커다란 몸을 구기고 품에는 유니콘 인형을 안은 채로 뚱하게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데드풀이 있었거든. 그 사진은 정말 온전히 데드풀만을 담고 있었음. 초점이 나가지도 않았고 인화지 한장을 가득 채운 그 사진은 바로 저가 찍어 준 사진이었어. 카메라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는 그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지. 아마 바네사의 셋째 아들의 8번째 생일 파티 때였을 거야. 빨간 슈트는 무섭다고 빽빽 울어대는 바람에 반강제로 맨얼굴로 다녀야 했던 데드풀이었지. 그리고 그날은 애써 준비한 보드카용 온더락잔과 발렌타인 12년산을 생일 선물로 준 바람에 바네사에게도 한소리 듣고 생일 파티의 주인공이 울어버린 바람에 기분을 잡치고 집에 돌아온 날이었음. 평소에는 사진 따윈 찍지 않았을 자신이지만 선물의 대상자 대신 마신 발렌타인 때문이었을까 기분이 좋아진 로건이 그런 데드풀을 비웃는다고 찍었던 사진이었음. 로건은 그 사진에서 눈을 땔 수 없었음. 데드풀이 썩 좋은 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유일한 사진이 이상하게 로건의 시선을 잡아끌었지. 로건은 문득 뒷면에 비쳐보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 사진을 뒤집어 보자 그 사진을 찍은 날짜와 함께 '망할 허니배져♥'라고 쓰여 있었지. 로건은 그 순간 다 표출한 줄 알았던 분노가 다시 들끓는것을 느꼈음 로건은 고함을 지르며 그나마 멀쩡했던 상자를 발로 차고 벽에다 주먹을 꽂아 넣었음. 망할! 망할! 로건은 애써 치운 것이 무색하게 다시 집을 넝마로 만들며 울분에 찬 고함을 내질렀지. 로건은 쓰레기 더미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음. 끄으윽 하는 억눌린 소리와 함께 그 오랜 세월을 살면서 이정도로 자주 눈물을 흘렸나 싶을 정도로 다시 눈물이 줄줄 흘렀지. 왜 그랬을까 따위의 후회는 아니었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이 혐오스러운거지. 두번째 기회가 주어져도 로건은 똑같이 데드풀을 살려냈을거야. 그가 어떻게 빌고 어떻게 애원하든 무시하고 살려냈겠지. 그럼에도 이렇게 괴로운 것은....



로건은 다시 일어나 방금 전에 한 일을 반복했음. 또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고 다시 난장판이 된 바닥에서 데드풀의 물건을 건져내 자신이 뻥 차버린 상자에 담았지. 쓰레기를 치우고 버리는 것만 해도 하루가 다 가고 기운이 빠져 다 부서진 매트리스에 누워 잠을 잤지. 다시 다음날 아침이 밝아 오면 큰 가구들을 모조리 가져다 버렸음. 그리고 월마트에서 매트리스와 옷가지 몇개를 더 사왔지. 이제 집은 텅 빈 채로 매트리스 하나와 옷더미, 상자 하나만 덜렁 남게 되었음. 로건은 불퉁한 얼굴로 부리또를 먹고는 다시 일어나 판자와 망치, 못을 들고 튀어올라온 바닥들을 수리하기 시작했음. 하루는 바닥을 다시 고르게 만들면서 보냈지.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 그날은 벽을 고치고 그하루가 다 가면 다음날 기둥을 고쳤음. 집이 다 고쳐지면 가구와 가전을 하나씩 들여왔고 그 과정에서 돈이 모자르면 급할 때는 용병일을 하기도 했지. 얼마 안 있어 목공장에 취직을 한 로건은 스스로 식탁을 만들고 선반을 만들기 시작했음. 집이 다시 얼추 집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할 때쯤 로건은 상자에서 데드풀의 물건을 꺼내 올려놓기 시작했음. 마치 이전 처럼말이야. 기억에 의존한 위치들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로건은 나름 미간을 좁히며 최대한 기존과 같은 위치에 그것들을 놓기 시작했지.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음. 아주 느리지만 조금도 빼먹지 않고 말이야. 

"그 구닥다리 아파트에서 그만 나오지 그래? 철거될 예정이라고."

목공장의 동료가 로건을 향해 말했음. 로건은 그 묵묵하게 나무를 잘라 판자로 만들 준비를 하며 대답했음. 

"철거가 아니라 재건축이야. 주인은 나고."

그렇게 아파트가 3번이나 다시 세워지길 반복하고 목공장을 옮겨다니길 5번이 될 동안에도 로건은 그 집에 있었음. 새로 세워진 아파트에서도 이전과 같이 다시 가구들을 만들어 집어 넣고 물건들을 올려놓으며 언젠가는 자신을 이해할 망할 빨간 스판덱스를 기다리며 말이야. 그리고 그 오랜 부정과 자기합리화 의심의 시간들을 통해 로건은 자신이 괴로운 이유를 알아 낼 수 있었음. 내 곁에 있어줘. 이 말을 했어야 했어. 자신을 버려두고간 무책임한 새끼라고 욕하기 전에, 비겁한 도망자라고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두고 떠나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어. 로건 자신이 후회한 일은 단 한가지야. 제 곁에 있으라고 말하지 못한것. 그것 한가지 뿐이었지. 그래서 매번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이를 위해 완벽하게 집을 꾸미고 매번 30분이나 걸리는 슈퍼에서 팔리지도 않아 단종위기면서 할인도 안 하는 망할 후르츠 시리얼을 사오는 거였지. 로건은 이제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말을 시가의 쓴맛과 함께 꾸욱 삼키며 미간을 잡고 눌렀음. 로건이 지랄 맞은 20년을 회상하는 사이 드디어 시리얼 비행기는 데드풀의 입에 추락해 으적으적 씹히고 있었지. 
로건은 그 꼬락서니를 보면서 한숨처럼 물었음. 

"그래서 이제와서 왜 다시 돌아온거야?"

로건의 질문에 데드풀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스크의 흰 눈동자를 반달로 휘며 말했음. 

"그야 당연히 울비 자기를 죽이려고 왔지. 네가 죽을 때까지 난 못 죽으니까."






풀버린 맨중맨놀즈 덷풀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