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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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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줍는 쿄스케   1   2   3   
 
토끼수인 히데아키   1   2   3   



쿄스케는 히데아키가 인간화할 수 있게 되고 심란해졌음. 좋아해, 사랑해, 꼭 안겨올수록 더 그랬지. 저를 보는 맑은 눈, 반짝이는 콧망울, 통통한 입술과 웃음소리, 제 손을 잡는 가느다란 손, 제게 안기는 따끈한 체온, 잠든 얼굴과 감은 눈 아래로 가지런히 내린 속눈썹, 살짝 벌어지는 입술, 그 틈으로 보이는 앞니까지. 한 손에 폭 담기는 작은 토끼가 제 품 가득 꼭 맞춘 것처럼 들어오는 것도, 두 뺨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가끔 정말로 숨이 멎게 예쁘니까, 히데아키가 주는 둥글고 순수한 사랑에 가슴께가 저릿해지곤 했음.

히데아키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어. 오히려 커져만 갔지. 중요한 건 그 사랑의 의미가 달라져버렸다는 거야. 참 희한하지, 세상 무서울 게 없던 쿄스케가 제 마음을 겁낸다는 게. 이 욕심 가득한 사랑을 착한 히데아키라면 늘 그렇듯 받아주겠지. 그런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그 무엇에도 히데아키란 수식이 붙으면 모든 게 어려워지는 쿄스케였음.





울음소리가 멎고 히끅이는 소리도 잦아들자 쿄스케가 안았던 팔을 풀고 히데아키를 내려다봤음. 히데아키는 제 눈물로 얼룩진 옷을 보았지. 조금 진정되고 보니 쿄스케가 저한테 어떤 말을 할까, 자꾸 울어서 못나졌으면 어떡하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음. 가만히 기다리던 쿄스케는 손을 내려 히데아키의 팔목을 그러잡고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음.


-나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 


히데아키는 여전히 쿄스케를 보지 않았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


-....아니야...사, 사람이면 안 좋아해. 안, 예뻐...쿄스케 내가 안으면 자꾸우, 흐윽, ...한번도 먼저 안아주지 않, 잖아...같이 안자...나...크고 모, 못생겨서, 작은 토끼 아니면 나, 싫

-좋아해.


낮고 부드러운, 하지만 단호한 한마디에 히데아키가 눈을 마주쳤음. 쿄스케의 검고 깊은 눈동자가 히데아키를 담고 있었지. 손목을 살짝 당겨 가까이, 히데아키의 납작한 배에 이마를 묻고 허리를 끌어안았음.


-히데아키.


쿄스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음. 

어깨 위에서 방황하는 히데아키의 손 하나를 감싸 쥐고 히데아키를 이끌어 앉혔음. 제 가슴께에 히데아키 손을 얹어놓고, 발그레한 히데아키의 뺨에 손을 얹었음.


-좋아서... 너무 좋아서 겁이 나.

-...왜?

-언젠가 네가 날 싫어할까 봐.

-이, 이해 못 하겠어. 나 안 싫어할 거야. 쿄스케라면 다아.. 다 좋아! 그러니까,


그렁그렁해진 히데아키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주륵 흘렀음. 


-나 그냥 좋아해 줘, 계속 예뻐해 줘..


"사랑해 줘." 히데아키가 제 뺨에 올려진 쿄스케의 손을 겹쳐 잡고, 흐느껴 울었음. 쿄스케의 심장이 쿵, 크게 일렁였음. 어느새 제 마음에 일부가, 이제는 전부가 된 히데아키였지.


-응.


쿄스케는 깨달았어. 뭐가 됐든 자신은 히데아키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걸. 꽤 오랜 시간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음. 쿄스케는 히데아키의 볼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로 살살 쓸었음. 겹쳐진 손을 고쳐 잡고 천천히 내렸음. 깊은 눈동자는 그대로 히데아키를 향해 있었지. 그리고, 히데아키의 발간 입술을 지그시 문질렀음.


-도망가지마.


쿄스케가 서서히 가까워질수록 히데아키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음. 혹시 펑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무서워진 히데아키는 두 눈을 꼭 감았음. 





...꼬르르르륵.


피식, 쿄스케가 웃자 민망함에 짜증이 난 히데아키가 미간을 구겼다 눈을 뜨려 하는데,


쪽. 


눈두덩이에 내린 감촉이 열을 내듯 히데아키의 얼굴과 몸으로 화악 퍼졌음.


-밥부터 먹자.


쿄스케는 히데아키의 머리카락를 가볍게 헝클었음. 발갛게 익은 채 토끼눈이 된 히데아키를 보며 쿄스케는 걱정이 들었지.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마치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