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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9:08
토끼줍는 쿄스케 1 2 3 完
-으컥, 사, 사삿, 살, 살려주세요! 제, 제발!
-... 토끼가 좋아할만 한 게...
-ㅌ, 토토톹토, 토끼요...?
-어, 뭘 잘 안 먹어서.
-으아악!
-걱정이.
-흐아! 아아아아악!
-하, 많거든.
울려 퍼지는 비명을 뒤로하고 손을 닦으면서 딸기가 좋겠네 하는 모습은 서늘하다 못해 시베리아 칼바람쓰. 쿄스케는 요즘 고민이 많았음. 수장할까 매장할까 화장할까 가 아니라 즈그 토끼 간식 찾느라. 건초만 먹으면 토생 재미없잖음. 또 너무 작다 보니 잘 먹이고 싶어서 입맛에 맞으면서 몸에도 잘 받는 거 찾는 중임.
-춉-춉춉춉춉
-잘 먹네. 천천히 먹어.
하얀 입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고 열심히 오물거리는 딸기모찌말랑찹쌀떡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딸기셔틀 쿄스케. 마음 같아서는 열 개고 백 개고 다 주고 싶지만 배탈 나니까 작은 거 한 알로 만족해야 했음. 그마저도 반을 못 먹고 입을 떼니 쿄스케 맴이 찢어지는 거임. 깍뚝쓰들은 꼴랑 그거 먹이려고 열 박스나 샀나 싶지만 남은 건 본인들이 먹으니까 좋으면서도 쪼까... 그렇지만 어쩌겠음.
다 먹었으니 딸기는 두고 나를 올리라는 듯 손을 파고드는 깜찍한 솜뭉치에 저 뜻대로 반이 남은 딸기를 내려놓고 손바닥을 펼치니 포르르 올라왔음. 찌끄만한 게 지도 토끼라고 잉차잉차 털 고르지. 한참을 그루밍하던 녀석이 꽃단장을 마쳤는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왔음. 그걸 빤히 보던 쿄스케가 말하는 거야.
톡.
-히데아키(秀明).
"아가, 니 이름." 씰룩이는 코를 톡 두드려서 알려주겠지 네 이름이라고. 꼭 말을 알아듣는 것 마냥 하얀 찹쌀떡에 콕 콕 박힌 까만콩 두 개가 쿄스케를 향해서 빛을 냈음. 쪼꼬만 머리통을 부벼대는 히데토끼를 보며 내 토끼 역시 천재만재 하면서 엄지로 등을 쓸어 주는 쿄스케였음.
-털이 자꾸 빠져.
-털갈이요. 털갈이 때는 살짝만 집어도 숭숭 빠져요. ㅎㅎ
으사냥반 이제 익숙하다는 듯 쿄스케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앞에 놓인 솜뭉치만 열심히 쓰다듬겠지. 오른손 왼손 반복되는 손길에 녹은 찹쌀떡 마냥 퍼져있는 히데토끼가 짜끄만 팔다리 쭉 뻗어서 하암 하품을 했음.
-졸리구나ㅎㅎ 편해? 으흫 귀여워ㅠㅠㅠ
-... 그만 만져.
-아, 털 날리는 거요? 괜찮아요~ 당연한 건데. 그치 토끼야~
뭐가 거슬렸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쿄스케가 으사냥반 손을 툭 쳐내고 히데토끼를 데려갔음. 그냥 즈그 솜뭉치 남 손타는 게 괜히 마음에 안 든 거겠지. 으사냥반도 이제 이 정도는 익숙해져서 그래그래 가라가라~ 나가려는 뒤통수를 째려보는데 문득 휙 돌아서는 쿄스케에 '헙' 깜짝 놀란 으사냥반을 여상히 보면서 한 마디 하겠지.
-히데아키.
-네?
-얘 이름.
휙. 할 말 다 했다는 듯 뒤도 안돌아 보고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쿄스케였음.
돌아가는 차 안, 제 품에서 곤히 자는 째끄만 녀석을 짠하게 바라보다 살짝 도닥이고 샥샥 빗질해주는 쿄스케. 아픈 게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쪼끄만 게 빠질 데가 어딨다고 털이 이렇게 빠지는지. 0.1g의 털마저 아까운 토끼아범이었음. 굳은 얼굴로 빗에 엉킨 털을 수거하더니 어디선가 꺼낸 꿩깡만한 털공에 굴려 벌크업 시켰음. 주섬주섬 히데토끼 옆에 올려놓고 연사를 갈겨야만 했지.
쿄스케 검은 옷만 입다 보니 희데토끼 하얀 털 묻으면 잘 보이겠지. 오늘도 사람 담그다가 소매에 붙은 흰 털 보고는 히죽 웃는 쿄스케. 보는 사람은 내가 뭘 본 거? 오금이 저릿하죠. 히데아키... 생각난 김에 옆 덩치한테 마무리 넘기고 사무실 따까리한테 연락함. 검은 화면에 형님 이름 뜨는 거 보고 기겁하는 따깔쓰. 1시간 단위로 히데토끼 영상, 사진 보고하기로 했는데 보고한지 10분도 안 지나서 영상통화 온 거. 호달달 (???: 마, 쿄스케 니 히데아키 중독이다!)
쿄스케 잠금 화면, 홈 화면, 갤러리에는 온통 건초 먹는 솜뭉치, 하품하는 솜뭉치, 잠자는 솜뭉치, 팔랑이는 귀, 뇸뇸거리는 입, 실룩이는 코, 토실한 궁둥이로 가득 차 있겠지.
마치아카
토끼짤햎줍
ㅅ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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