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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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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줍는 쿄스케   1   2   3   
 
토끼수인 히데아키   1     3   
 

 
쿄스케는 내가 수인인 게 싫은가 봐. 매일 쓰다듬고 예뻐해 줬으면서 사람이면 손도 안 잡아주고 먼저 안아주지도 않고, 내가 안으면 가끔은 멈칫하고 머리만 쓰다듬어. 좋아해 사랑해도 나만 하는 것 같아. 토끼일 땐 쿄스케 머리맡에서 잤는데... 내 방이 생긴 건 좋지만, 혼자 자기 싫은데... 쿄스케는 이제 나랑 같이 자기 싫은 걸까? 작은 토끼가 아니라 크고 못생겨서? 그도 그럴게 이따금씩 내가 웃을 때면 쿄스케의 표정이 굳어버렸는 걸.
 
 
 
 
 
히데아키가 눈을 떴음. 새카만 가죽 소파와는 다소 언밸러스한 폭신한 연잎색 방석 위였지.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테이블 위에는 히데아키가 입는 당근 패턴의 홈 웨어와 물이 채워진 유리잔이 놓여있었음. 
 
 
퐁-! 
 
 
옷을 입으면서 생각이 나는 거야. 아까 일, 그러니까... ~꼬르륵~... 배고프다. 꼴깍꼴깍, 눈물콧물로 다 빼 버린 수분을 대충 채우고 밍기적거리며 불이 켜진 주방으로 향했음.
 
쿄스케는 히데아키가 들어올 방향으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음. 쭈뼛대며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웃음이 났지만 혹시나 토라질까 봐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만 했음. 잔뜩 눈이 부어서 반도 못 뜨고 입을 삐죽이는 게 미치게 귀여운데 말이지.
 
 
-... 쿄오스케.. 
 
 
머쓱할 땐 꼭 말 늘리면서 부르지.
 
 
-나 배고파...
 
 
이번엔 못 참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음.
 
 
-뭐 먹고 싶어?
 
-... 토마토 파슷따. 쿄스케가 만든 거.
 
 
쿄스케가 직접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리 중에 토마토 파스타를 좋아하는 것도, 3.ㅅ3 퉁퉁 부은 마카롱 눈도, 세모꼴로 앙 다문 입도 다 귀여운 걸 어쩌겠음. 토끼 배곯지 않게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는 거지.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재료 손질하는 걸 뒤에서 기웃거리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히데아키가 쿄스케의 허리를 안았음. 잠시 멈칫한 쿄스케가 히데아키가 두른 팔을 풀면서
 
 
-위험하니까 가서 앉,
 
 
말하는데
 
 
-끄웁..
 
 
쿄스케 등이 축축하게 젖었음. 당황한 쿄스케가 칼을 멀리 내려놓고 히데아키를 보려는데 뒤에서 얼굴을 묻고 옷을 꽈악 쥐고 있으니 볼 수가 없었음. 오늘만 몇 번째 울리는지... 쿄스케의 속이 타들어갔음. 몇 번을 불러도 대답 없이 끅끅 울음 삼키는 소리만 들렸어.
 
 
-히데아키, 손 좀 놔 봐.
 
-흐으...시이, 흐, 시러... 왜애, 짜윽, 꾸... 쿄흡, 스케, 히데아키이, 사라, 사람인, 거, 싫, 어해?
 
 
쿄스케의 심장이 철렁했음. 히데아키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거든. 저 쉽자고 완력을 쓸 순 없으니 살짝 힘이 빠진 틈에 돌아서서 히데아키의 팔뚝을 잡았음. 히데아키가 눈을 벅벅 닦으면서 얼굴을 감췄음. 눈가가 짓물러서 쓰릴까 손목을 잡아 내렸더니 푹 숙인 고개 밑으로 후두둑 눈물방울이 떨어졌음.
 
 
-내가 어떻게 너를 싫어해. 히데아키, 나 봐. 응?
 
-쿄스케가아아 히끅, 자꾸우으 토끼일, 때, 마아안, 예뻐하잖, 흐아아아아아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 히데아키였음. 며칠 전부터 풀이 죽더니 토끼로 계속 있던 게 그제야 이해가 된 쿄스케였지. 목 놓아 엉엉 우는 뿌에엥 토끼에 마음이 아렸음. 잡은 손목을 당기니 힘 없이 딸려왔지. 히데아키의 울음소리가 쿄스케의 가슴팍에 묻혀 웅웅 울렸음. 토끼펀치를 도도도독 날려도 놓아줄 수 없었고 더 깊이 안아줄 수밖에 없었음.
 
 



마치아카 
토끼짤햎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