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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지만 우두머리의 자식이 태어났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원로 회의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스즈키를 찾아 원로 중 한 명이 집을 방문했다. 1층을 샅샅이 살펴도 보이지 않아 출입 금지 구역인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베타 하인을 제외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 겁도 없이 그곳을 오르는 동안 이 집 주인은 뒷산에 있었다. 제 오메가에게 줄 꽃을 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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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지만 준이나 스즈키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누워있었다. 품 안에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요즘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켄지라는 이름을 얻게 된 아이는 놀랍도록 아버지의 얼굴을 그대로 빼다 박은 모습이었다.

"스즈키님, 안에 계신가요?"

낯선 목소리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지만 문을 열 수는 없었다. 어째서 낯선 사람이 2층 안방까지 오는 동안 말리는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아이를 안고 옷장 속으로 몸을 숨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방 문이 스르륵 열렸다. 흐트러진 이불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던 원로는 마치 무슨 직감이라도 한듯 킁킁거리며 방안을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메가의 야릇한 냄새를 맡아버린 것이다. 답답한지 아이가 품  속에서 꿈지럭 꿈지럭 움직였다.

"더러운 암캐를 잘도 숨겨놨네. 이럴 줄 알았지 내가."

옷장 문 앞에서 씨근대는 목소리는 결국 켄지를 꺠우고 말았다. 울음보가 터져 나왔고, 옷장 문은 거칠게 열렸다. 오메가를 향한 욕정과 출처 없는 분노가 그 남자를 짐승으로 만들었다. 품에서 아이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동안 헐렁한 아랫도리가 허무하게 벗겨져 갔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좁은 구멍에 선단을 맞추는 동안 마치다는 그 알파를 밀어내기보다 품에 안은 작은 알파를 꼭 껴안았다. 제발 이 아이만 해치지 말아주기를 바랐다. 구멍에 들어맞은 살덩이가 안으로 침범하려 할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흘러나왔다. 원로는 급하게 아랫도리를 추스르고 이 방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했지만 시간이 짧았다. 꽃을 꺾으러 갔던 그의 손엔 칼이 들려있었다.

"스, 스즈키님... 그게 아니라 이 여우 같은 오메가년이... 어, 어디서 이런 하인을 들이신 줄 모르겠으나 마을에 오메가가 있으면 사람이 죽어나갑니다...!"

"눈 감으세요."

마치다는 그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 걸 알았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피가 터져나갔다. 오른쪽 뺨과 몸에 미지근한 액체가 튀어 줄줄이 흘러내렸고, 비릿한 냄새 때문에 굳이 보지 않아도 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계속 눈을 감고 있으세요."

바닥에 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장 방 밖으로 나가 준을 찾는 목소리와, 헐레벌떡 달려와 뒷수습하는 소리가 차례로 들렸다. 이웃 마을에 심부름을 다녀온 베타 하인들은 피 칠갑 된 마치다와 켄지를 욕실로 데리고 가 씻겼다.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묻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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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고, 웬일로 마치다는 켄지를 데리고 자겠다고 고집부리지 않았다. 그저 제 알파 품에 안겨 조용히 눈물만 훔쳤다. 아직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그의 품이 불쾌할 법도 한데 자신을 지켜주려고 그런 것임을 알기에 그에게서 멀어질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미안해요."

꼬박 이틀은 마치다와 켄지의 머리카락에서 피비린내가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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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 집에서 목이 잘린 원로의 시체가 나왔다. 마을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스즈키가 심부름꾼을 시켜 마을 복판에 글을 써 붙였다. 나흘 뒤, 이 마을의 안주인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잔치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목 잘린 원로는 금세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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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