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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건 어느 가을의 대낮이었다. 높은 담장도 갓 태어난 알파의 울음소리를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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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정부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나서서 밤새워 자랑해도 모자랄 판에. 집 내부 개조를 할 때 굳이 마을 밖에서 인부를 들여왔었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점점 소문만 무성해져갔다. 며칠 사이 내려진 주민들의 결론은, 우두머리가 외지인 알파를 데리고 들어와 살림을 차렸다는 것이었다. 몇 달 전 곡식 창고에서 불이 난 뒤로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오메가가 숨어들었다는 이야기는 사그라든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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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가 아이를 낳던 날, 그는 출산을 도울 베타를 세 명이나 불러들였다. 자기가 아무리 큰 무리의 대장이라도 출산 앞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베타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오메가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한동안 이어졌고, 귀를 찢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 순간 그는 아이가 아닌 마치다에게 먼저 달려갔다.

"이제 됐어요. 다 끝났어요."

땀범벅이 된 마치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주변에 널브러진 자기 옷가지들을 쳐다봤다. 알파의 냄새로 안정을 찾기 위해 잔뜩 가져다가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오메가의 냄새는 초라할 정도로 옅어서 방 안은 알파의 기운만 가득했다. 베타들은 그마저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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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오메가를 위해 직접 스프를 끓여다 떠먹여 주는 건 그의 몫이었다. 준이 만들어 주는 음식은 어째서인지 삼키지를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줄지어 갖고 오는 음식들 역시. 마치다는 그저 제 알파가 해주는 서툰 음식들만 겨우 받아먹었다. 그동안 갓난아이는 베타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마침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젖이 돌고 있는 베타가 아이의 배를 채워줬다.

"이제 내가 할게요..."

"앉을 힘도 없으면서 무슨 수유를 한다고요."

"그래도 내가 먹일래요."

"데리고 오라고 할게요..."

스즈키는 준을 시켜 아이를 데리고 오도록 했다. 곧 이불에 쌓인 작은 아이가 마치다 품에 안겼다. 열성 오메가가 출산한 것 치고는 그리 작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스즈키의 형질이 강해서일 것이다. 마을의 모든 알파가 머리를 조아리고 감히 반기를 들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우성중에서도 최상위 형질이었다. 그런 것은 어떤 검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알파들끼리 알아보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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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으로 달빛이 스며들고, 마치다는 벽에 기대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빠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럴 때마다 스즈키 턱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겨우 눈이나 끔뻑거릴 줄 아는 놈이 제 오메가를 아프게 하는 게 불쾌했다.

"이 집에 수유 가능한 베타가 둘이나 있는데 왜 굳이 당신이 고생해요. 흘러넘칠 게 걱정이라면 내가 다 마셔준다니까."

"애가 들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숲에서 수음하던 여우 한 마리를 잡아다 임신시켰더니 늑대를 낳았다. 자신과 똑 닮은. 스즈키는 아직 배를 덜 채운 아이를 억지로 떼어내 준에게 보냈다. 누구든 마저 젖을 물리라고.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마치다를 그대로 눕히고 그는 작게 부푼 가슴을 주물렀다. 유두를 잡아당기니 모유가 뿜어져 나왔다. 혀를 넓게 내어 벌리고 그는 그것들을 다 받아먹었다. 주변으로 튀면 핥아먹었다. 마치다의 어깨나 뺨에 방울방울 튄 젖을 놓치지 않고 음미했다.

"아파요, 세게 당기지 말아요..."

"아프기만 해요?"

"......"

"아들한테 젖 물리면서 느끼는 건 아니겠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마치다가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그는 전혀 밀리지 않았고 혀끝으로 유두를 빠르게 털고 잘근잘근 씹었다. 아들에게 젖을 물리며 느끼느냐는 말이 마치다 생각만큼 아주 말이 안 되는 얘긴 아니었다. 알파가 갖고 태어나는 페로몬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오메가를 안달 나게 하기 충분했다. 특히나 페로몬 조절을 아직 배우지 못한 열 살 내외의 아이들은 본의 아니게 성인 오메가들의 다리를 떨리게 했다. 스즈키는 자기 자식에게 페로몬 조절에 대한 교육을 아주 어릴 때부터 확실히 시킬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제 어미를 잡아먹을 게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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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