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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8 02:30
ㅂㄱㅅㄷ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노부가 남색 스프라이프 셔츠를 맞춰입은 케이를 품에 안고 병원에 들어서자 케이가 드디어 용기를 내서 외출했다는 것이 기꺼운지 환하게 웃으며 맞아줬던 츠지무라는 칩을 삽입할 수 있도록 앞발을 내밀어준 케이의 앞다리에 조막만한 아기여우 케이의 몸집에 비해 너무 큰 주사기를 갖다댔다.
"칩만 넣으면 돼요. 잠깐 따끔할 거예요."
"네."
아기여우 케이가 노부의 품에 안겨 들어와서 '안녕하세요'했을 때도 깜짝 놀랐던 츠지무라는 아기여우 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다시 눈썹을 찡긋하더니 케이의 앞발을 잡고 앞다리에 주사기를 꽂아넣었다. 노부나 츠지무라는 케이가 수인형 성장 억제 주사를 10번이나 맞아야 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주사 공포증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케이는 그 주사와 이 주사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고 고통스럽고 나쁜 주사라는 걸 알고서도 주사를 군말없이 맞아야 했던 시절이 지나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츠지무라가 케이를 해칠 리가 없지만 만약에 츠지무라가 실수로라도 케이를 아프게 하면 케이가 화를 내기도 전에 노부가 먼저 화를 낼 거라는 것도. 그래서 케이는 앞발만 내준 채 얌전히 있었고 노부는 케이를 꼭 끌어안고 츠지무라가 든 주사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칩 삽입은 금방, 문제없이 끝났다.
츠지무라는 칩을 삽입한 후 스캐너를 케이의 앞다리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칩에 내장된 정보가 떴다.
마치다 케이타 90.07.04 북극여우
보호자 스즈키 노부유키 090-xxxx-xxxx
케이가 그 정보를 같이 보고 있다가 노부의 귀에 대고 작게 귓속말을 한 후, 노부와 케이가 서로 마주보고 작게 뭐라고뭐라고 둘이서만 속삭이고 있자 가만히 기다리던 츠지무라가 결국 끼어들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케이는 노부의 가슴에 머리를 콕 박고 있었고, 노부는 노부와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은 아기여우 케이를 토닥이며 웃었다.
"케이가 파트너 등록을 하면 칩에 등록된 정보도 자동으로 바뀌는지 아니면 칩을 다시 넣는 건지 궁금하대. 나도 궁금하고."
츠지무라는 츠지무라의 시선을 피하며 괜히 앞발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 아기여우 케이와 뿌듯한 얼굴로 케이를 안고 있는 노부, 그리고 스타일을 맞춘 아기여우와 노부의 옷을 보더니 픽 웃었다.
"둘 다 기분이 좋아 보이길래 외출할 용기를 내서 기분이 좋은가 했더니 그래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군."
"대답이나 해라."
노부가 톡 쏘아붙이자 츠지무라는 웃으며 '보호자'라고 돼 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 보세요."
츠지무라가 노부에게 존대할 일이 없으니 자기에게 한 말이란 걸 알았는지 아기여우 케이가 여전히 노부에게 안긴 채로 고개를 돌려 츠지무라를 바라보자 츠지무라가 다시 '보호자'라고 돼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었다.
"관공서에 가서 파트너십 신청을 하면 관공서에서 마치다 상과 스즈키 녀석을 파트너로 등록하면서 칩에 등록된 정보 중 이 부분이 '보호자'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변경됩니다. 그러면 내장칩에 등록된 정보가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에 칩을 교체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기여우 케이가 잘 보이지 않는지 고개를 빼꼼 내밀길래 노부가 컴퓨터 앞의 의자에 앉자 츠지무라가 모니터를 돌려서 칩에 등록된 정보를 확인하는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이 부분이 보호자 대신 파트너가 되는 거예요."
케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츠지무라를 보고 다시 고개를 작게 숙였다.
"고맙습니다."
잘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건지, 내장칩을 넣어줘서 고맙다는 건지, 아니면 봄 되자마자 알레르기 약 먹으라고 챙겨준 게 고맙다는 건지, 그 모든 게 그냥 다 고마운 건지 말은 안 했지만 츠지무라는 괜히 코 끝을 한 번 튕기더니 폰을 토독토독 두드려 의류 브랜드 홈페이지인 듯한 걸 보여주었다.
"스즈키 녀석이랑 옷 커플로 맞추고 싶으면 여기에 가 봐요."
츠지무라는 케이에게 한 말 같았지만 노부가 얼른 끼어들었다.
"여기가 어딘데?"
아기여우 케이도 노부만큼 관심이 무척 많아 보였기 때문에 같이 고개를 들이밀어 보자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반려동물수인들과 보호자가 옷을 맞춰입을 수 있도록 아예 그 쪽을 타킷으로 하고 나온 가게인지 똑같은 스타일로 다양한 크기의 옷이 마련돼 있는 것 같았다.
"여기 사장이 내 지인이기도 한데, 그쪽 사장도 수인이 파트너기도 하고 고객들이 수인이나 수인의 파트너들이다보니 매장을 이용하러 오가는 고객들이 불쾌한 일이나 위험한 일을 겪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하고 있어요. 한 번 들러봐요. 직접 보면 괜찮은 옷도 많고 위험도 없으니까."
노부를 만나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오늘이 첫 외출이었던 아기여우 케이도 그 말에는 안심이 되는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에 또 가루베와 함께 식사를 하자는 약속을 하고 차로 돌아온 뒤였다.
"어떡할까요? 바로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츠지무라가 말한 가게에 한 번 가 볼까요? 후기도 보니까 건물 경비나 고객 안전에 철저한 건 맞나 봐요. 가게를 이용한 수인이나 파트너들을 주차장까지 경비들이 직접 데려다 준다는데?"
"어디요? 그 말이 어디 있어요?"
아기여우 케이가 고개를 들이밀어서 노부는 홈페이지에서 고객 안전을 위한 조치를 설명해 놓은 부분을 가리켰다. 케이는 특히 더 암울한 생활을 해야 했지만 아무래도 수인들은 보호자가 있는 수인이라고 해도 사회 분위기상 안전하고 자유롭게 교육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글자를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인지 쉬운 글자들로 안내가 돼 있다. 게다가 케이는 이미 글자도 충분히 익혔기 때문에 열심히 읽고는 노부를 바라봤다.
"그럼 지금 한 번 가 봐도 돼요?"
"그래요. 지금 가 봐요."
그 매장은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경비실과 연결된 건지 경비들이 나와서 차량에서 매장까지 안내를 해 주었고, 매장으로 들어가자 자신을 사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직접 나와서 응대를 해 주었다. 북극여우를 처음 봤다는 사장이 케이를 보자마자 '판타스틱!'하고 박수를 짝짝 쳐대서 케이가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소란스러워도 거슬리지 않게 유쾌한 사람이라 경계심이 강한 케이도 금방 사장의 말빨에 넘어가서 정신없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노부와 케이가 옷을 맞춰서 입고 나올 때마다 원더플, 뷰티풀, 프리티, 어메이징, 판타스틱, 인크레더블 해 대는 통에 찬사의 의미가 담긴 단어는 죄다 들은 듯한 기분이었지만 츠지무라나 가루베도 조용한 편이고 노부도 딱히 소란스러운 편이 아니라서 내내 조용하게 지냈던 아기여우 케이가 분위기에 휩쓸려서 덩달아 잔뜩 흥분한 게 귀여웠기 때문에 사장이라는 야오토메 류세이라는 사람과 케이가 주도하는 패션쇼에 어울려 주었다. 그리고 아기여우 케이와 커플룩을 세 벌씩 산 다음에는 자기를 편하게 류세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지나치게 싹싹한 사장이 인간형일 때도 커플룩을 마련해 보라고 한 꼬임에 또 넘어가 케이는 노부와 함께 똑같은 후드티와 면바지를 입고 나와서 류세이에게 마치다 케이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류세이는 인간형의 케이를 보고 또 아름답다고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케이는 부끄러워했지만 민망해서 노부의 품으로 파고드는 케이의 얼굴이 새빨개진 건 귀여웠다.
마음 같아서는 내친 김에 외식도 하고 싶었지만 츠지무라와 류세이가 모두 케이에게 아주 친절했다고 해도 이제 막 노부의 집 밖 세상에 발을 디디려는 케이에게 하루에 세 군데 이상의 외출은 너무 버거울 것 같아서 저녁은 집에서 먹기로 했다. 케이도 물론 츠지무라와 류세이가 케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도 집을 나와서 밖에 있는 내내 아기여우 케이는 노부의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했고 옷가게에서 인간형으로 있을 때는 내내 노부의 팔이나 손을 꽉 잡고 있거나 노부를 안고 있었다. 노부의 집에 있을 때는 어디든 여유롭고 편안하게 뽈뽈뽈 잘 다니고 활기차게 지내게 된 지 오래인데. 노부가 곁에 없으면 이 세상이 케이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곳인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그래서 지치고 긴장한 아기여우 케이를 품에 안고 돌아온 후에는 따뜻한 물로 함께 목욕을 하고 달큰한 맛을 내는 채소와 향긋한 버섯, 소고기를 잔뜩 넣은 전골을 끓여서 같이 저녁도 먹었다. 그리고 밤에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였다.
"오늘 많이 피곤했죠?"
여느 때처럼 노부의 팔을 베고 누운 케이는 머리를 붕붕 저었다.
"다음에 또 나가봐도 괜찮겠어요?"
"네."
"다행이네요. 우리 같이 또 파트너 신청하러 가야 되니까."
"응."
"케이는 지금도 날 너무 잘 돌봐주고 있지만."
케이는 뺨이 빨개져서 쑥스럽게 웃었다. 수인과 인간은 결혼이 안 되는 대신 파트너십 등록을 하게 돼 있고, 형식적으로 명칭이 결혼과 파트너십으로 구분돼 있을 뿐 법적인 효력이나 권리, 의무 등은 거의 동일했다.
사실 츠지무라의 동물병원에서 츠지무라가 칩에 등록된 내용을 보여줬을 때, 아기여우 케이가 노부의 귀에 속삭인 말은 이랬다.
'우리 그거 하기로 했잖아요. 그거.'
노부가 아기여우를 돌아보자, 아기여우 케이가 앞발로 노부의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그거요, 그거.' 하면서. 그게 뭔지 말도 안 하고 그거, 그거 하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웃기만 하자 아기여우 케이는 애가 타서 또 앞발로 노부의 가슴을 톡톡톡 두드렸다.
'그거요, 그거... 그...'
이렇게 귀여운데 정말 두 살 많은 거 맞아? 정말로 너무너무 귀여웠지만, 상처가 많은 노부의 아기여우는 조금만 놀리려고 해도 혼자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나려 하거나 혼자서 또 상처를 받기 때문에 노부는 케이가 더 애태우지 않도록 '네, 그거'하고 속삭였다. 그러자 케이가 안심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거하면 정보가 저절로 바뀌는 거예요? 아니면 칩 다시 넣어야 돼요?'
케이가 말하는 '그거'는 파트너 등록이었다. 노부와 케이는 츠지무라의 병원에 입고 올 커플룩을 고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 파트너십까지 이야기를 한 터였다. 그때, 케이가 노부를 좋아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말을 들었던 노부는 케이의 마음이 상처가 너무 커서 또 머뭇거리며 마음고생할까 봐 먼저 말을 꺼냈다.
'케이, 가루베 군이 츠지무라하고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거 들었어요?'
케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도 케이랑 파트너십을 맺고 싶은데 어때요? 파트너라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케이를 돌봐주고, 케이가 날 돌봐주는 거니까. 케이 나 돌봐주는 거 잘하잖아요. 그쵸?'
아기여우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해요. 잘할 수 있어요.'
'그쵸, 아침에도 잘 깨워주고, 요리도 잘 도와주고, 등도 잘 밀어주고, 청소도 잘 도와주고, 그쵸.'
'네, 네!'
'케이, 나랑 파트너해 줄래요? 우리 둘이 계속 서로 돌봐주면서 같이 살래요?'
'네. 계속 돌봐주면서, 계속 같이!'
파트너 등록을 하려면 일단 수인 등록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수인 등록을 하러 오기는 했는데, 수인 등록을 먼저 하고 파트너 등록을 하면 또 주사를 맞으러 와야 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때 귀여웠던 케이를 떠올리면서 잠깐 웃었던 노부는 노부와 똑같은 잠옷을 입고 품 안에 누워 있는 케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일 같이 파트너도 신청하러 가요. 내일 아침은 기운나게 든든한 거 먹고 같이 힘내서 파트너 신청하고 오면 되겠다."
"네. 그래요."
"그리고 외출하고 와서는 같이 푹 쉬자. 케이가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케이가 좋아하는 것도 먹고."
"노부가 좋아하는 것도 먹고, 노부가 보고 싶은 것도 보고요."
쑥스러워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케이의 뺨에 다시 입을 맞춰준 노부는 이미 품을 꽉 채우고 있는 케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케이는 파트너가 되기도 전부터 너무 잘 챙겨줘서, 나도 좀 더 노력해야겠는데요."
케이는 아니라면서 머리를 붕붕 젓고 쑥스럽게 웃었다.
다음 날 아침 노부의 잠을 깨운 건 여느 때와 같은 아기여우의 작고 따뜻한 혓바닥이 아니었다. 케이는 노부와 매일밤 한 침대에서 꼭 끌어안고 자면서도 아침이면 노부가 깨기 전에 아기여우로 돌아가서 노부의 가슴 위에 올라가서 노부의 입술을 핥으며 깨워줬었는데.
노부가 케이와 파트너가 돼서 평생 함께 살기로 한 날 아침, 평소와 같은 따뜻하고 조금 까끌까끌하면서 아주 조그마한 혓바닥이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포근한 입술이 노부의 입술에 부드렇게 닿아왔다. 눈을 뜨자 잠들기 전과 마찬가지로 노부의 품을 꽉 채우고 있는 케이가 노부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며 웃고 있었다.
"잘 잤어요, 노부?"
케이는 잠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쑥스럽게 웃으며 잘 잤냐고 묻고 있었지만 반짝거리는 눈이 얼른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빨리 일어나서 맛있는 거 먹고 힘내서 파트너 신청하러 가자고.
진짜 두 살이나 많다면서 이렇게 귀여운 건 반칙 아니냐고.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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