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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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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SD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 오나더









18. 대거 스페어




"왜 스페어가 두 사람이나 필요하지?"

"제 감이 그렇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아! 사이클론은 마음속으로 대환장의 비명을 질렀다. 까마득한 위 기수의 선배지만
아직도 대령에 머물러 있어 어쩔 수 없이 반말을 해야 하는 상대. 적응이 안 돼 존댓말이 나올 뻔하여 혀를 깨물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매버릭은 예의 [그 표정]을 지은 채 아주 공손한 자세로 사이클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라클 미션의 최종 멤버를 발표하는 날이
벌써 내일이었다. 매버릭이 작전 시뮬레이션을 2:15로 성공한 후 팀 리더가 된 것은 비밀이었고, 최종 멤버 또한
아직 매버릭의 머릿속에만 있을 뿐이었다. 대거 스페어 수는 한명으로 결정되어 있었지만 굳이 두명으로 늘릴 이유를 사이클론은 찾지 못했다. 


“...멤버는, 정했나?”
“그렇습니다. Sir.”

“팀 리더의 결정이니 못 들어줄 것도 없겠지. 알았네.”



매버릭이 깍듯이 경례한 후 사령관실을 나간 후에야 사이클론은 길게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성공할 수 있을지,
다 살아 돌아올 수는 있는 건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작전. 성공한다면 기적이라고 하여 미라클 미션이라 별명이 붙는 작전의
개시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그는 요 며칠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거 스페어 원도 출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작전 실패는 곧 죽음이니까. 그러니 스페어를 두 명으로 늘려서, 매버릭의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져서 성공률이 높아진다면야
백 번이고 허락해 주어야지. 사이클론은 준비를 위해 워록을 호출했다.









.
.
.
작전결행일이 내일이라 밤의 훈련은 생략되었고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에 모두 저녁을 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행맨은 항구에 정박한 거대한 항공모함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바람이 차갑게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뜨거운 마음을 식히지는 못했다. 







복좌기는 페이백과 팬보이, 피닉스와 밥으로 결정됐다. 행맨은 매버릭의 윙맨이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그가 고른 것은 루스터였다. 대거 스페어 원으로 선택되긴 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루스터와 비등할 정도로 점수가 좋았으니까. 



허니에게 팩트 폭행을 당한 그날 이후, 행맨의 비행은 조금 달라졌다. 30초쯤- 그의 성질머리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시간이다- 윙맨을
기다려 주기도 했고, 한두 번 정도는 자신보다 앞질러 나가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밥과 피닉스가 너 뭐 잘못 먹었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걸 보고 촤하하 웃기도 했다. 


허니와 다시 겨룰 기회는 없었지만 기록상 아주 근소한 차이로 위가 되었다. 배려라는 거 생각보다 꽤 할 만하다고- 행맨은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나만 잘났지! 하는 것보다 너도 잘났네? 그럼 같이 잘나볼까? 하는 게 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걸 보면 말이다.
코요테가 이 새끼 사람 됐다며 어깨를 두드리는 것도 영건들의 눈초리가 조금 달라진 것도 입꼬리를 실룩이게 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허니의 말투가 조금, 아주 조금 부드러워진 것도 같았다. 멤버에 발탁되어 작전에 성공하고 돌아온다면,
그때는 조금이라도 날 좋게 봐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스물스물 차올랐다. 하지만 결국은…



“...대거 스페어 원이 무슨 소용이야.”

“소용이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러닝을 했는지 운동복 차림에, 땀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마에 야무지게
고정된 푸른색 반다나. 그 아래 조금 빨간 볼을 하고선 허니가 물을 마시며 걸어왔다. 높게 올려 묶은 머리 탓에 목덜미에 흐르는 땀이
달빛에도 잘 보여서, 행맨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렸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올드맨 말씀 못 들었어? 오늘 밤은 쉬라고 했잖아.”
“그러는 너는 왜 관사에 안 있고 이 시간까지 여기 서서 청승이야?”
“내가 언제 청승을 떨었다고…!”

“뭐, 됐다. 덕분에 연락하는 수고는 덜었으니.”


연락? 연락이라고? 연락하려고 했다고? 나한테? 행맨의 눈동자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오마갓 그냥 관사에 있을 걸 그랬나?
그럼 메시지나 전화로 연락을 해왔을까? 아니면 관사로 찾아왔을지도…! 숨 하나만큼 짧은 시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런 행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니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저 먼바다를 바라보며 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할 말이 있어. 행맨.”



















.
.
.
항공모함으로 귀환한 것은 복좌기 두 대뿐이었다. 매버릭이 격추되고, 루스터는 되돌아갔다. 행맨은 엄호를 위해 전투기를 띄우겠다고
요청했지만 사이클론은 단호히 거절했다. 이미 두 사람을 잃었다. 더 잃을 수는 없었다. 밥과 피닉스는 하얗게 질린 채 서로의 어깨를
의지한 채 겨우 서 있었다. 부서져라 피닉스의 어깨를 끌어안은 밥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매버릭은 죽었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스터의 전투기가 빙글 방향을 돌렸다. 목이 터져라 돌아오라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내 탓이야… 밥이 피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물었고 그걸 보는 피닉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슈터 몇 명이 서둘러 두 사람에게로 달려가는 모습을
행맨은 아직 전투기에서 내리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위잉 소리와 함께 맞은편 전투기의 조종석이 천천히 닫히는 것이 보였다. 행맨은 반사적으로 마스크를 장착하면서도
맞은편의 조종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까만 헬멧에 푸른색으로 그려진 매의 픽토그램. 머리 위쪽에 쓰인 철자 [GUILLOTINE]
햇빛이 날카롭게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행여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 평소보다 작은 움직임의 수신호. 준비해. 행맨은 슬그머니
버튼을 눌러 조종석의 문을 닫는다. 미친 짓이다. 이건 징계감이야. 이성은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중인데 심장은 다른 말을 한다.
두근두근 크게 울리는 심장 소리에 귀가 터질 것만 같다. 장갑을 낀 손이 빠르고 단호하게 움직였다. 



4,3,2,1.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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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좌기 두 대가 동시에 활주로를 질주했다. 커다란 엔진 소리,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전투기를 뒤늦게 알아챈 슈터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하고, 모니터실에서는 허락되지 않은 출격에 경고음이 삑삑 울렸다. 무슨 일이야! 사이클론의 호통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대원이 소리를 질렀다. 


“루스터의 위치추적기 신호가 잡히는데 오작동 같습니다. 초음속 이동 중입니다.”
“제독님, 톰캣 F-14 우리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워록이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렸고 사이클론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매버릭이군. 사이클론의 입에서 기어이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혼도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때였다. 


[ 대거 스페어 원,투 출격했습니다.]
“-기요틴? 이게 무슨 짓인가? “

[ 처벌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여상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이 급박한 상황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훈련 나간다고 보고 하는 것 같은 그런 평화로운 말투였다.
사전 허가 따위는 받지도 않고 몇백억짜리 전투기를 타고 날아가 버린 대위가.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둘이었다.
사이클론은 모니터에 나타난 두 개의 점을 아연실색하여 바라보았다. HANGMAN, GUILLOTINE. 붉은 점이 빠르게
루스터의 위치추적기가 반짝이는 곳으로 날아갔다.


루스터의 위치 추적기 근처로 적군의 5세대 전투기 두 대가 붙었다. 사이클론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느끼며 허리를 바로 세웠다.
언제쯤 도착하지? 사이클론의 물음에 대원이 1분이면 도착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톰캣의 신호를 읽고 난 후에 대거 스페어를
출격시켰더라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있었다. 



"왜 스페어가 두 사람이나 필요하지?"

"제 감이 그렇습니다."



그 말이 이런 의미였습니까? 사이클론이 눈을 크게 떴다. 다분히 이성적으로 살아온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미션에서 기적처럼 살아온 매버릭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젊은 대위는 뭐란 말인가? 매버릭과 루스터가 귀환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호도 받기 전에 출격하다니. 









루스터의 신호가 잡혔다는 걸 출격하고서야 알았다. 어떻게 알았냐고, 너에겐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행맨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빠른 속력으로 인한 압박감을 견뎌냈다. 무언가 말할 시간이 없었다. 매버릭과 루스터가 적기와
교전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그곳으로 가달라는 무전과 경고음이 행맨의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행맨! 위로!!!]


급박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핸들을 잡아당겼다. 행맨의 전투기가 급상승하고 허니도 그 뒤를 따르며 플레어를 날렸다.
아래쪽에서 미사일이 터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행맨은 놀라 적기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스텔스기야! 허니의 목소리와 함께
이내 아래에서 도그파이트가 시작되었다. 


[기요틴!]
[여긴 내가 맡는다, 어서 가!]


전투기 두 대가 어지럽게 얽혀 도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주저함을 읽었는지, 짜증이 잔뜩 난 허니의 목소리가 행맨의 귀를
날카롭게 후려갈겼다. 새끼야, 내가 어제 뭐랬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F-14에 타고 있는 두 명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행맨이 이를 악물었다. 





- 미리 출격 준비를 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 허가받고 출격하면 늦어. 1,2초가 생사를 가를 테니까.
- …설령 네 말이 맞다 치자. 네가 그 타이밍을 어떻게 아는데? 신호하면 출격하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야.

- 어차피 설명해봐야 넌 이해 못 해.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유들유들한 말투 속에 서린 긴장감을 행맨은 읽었고,
허니의 미친 제안을 그저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스페어 원과 투, 두 사람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작당모의를 끝냈었더랬다. 이 작전, 꼭 성공시키자. 허니가 장난스레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고. 그는 그 주먹을 제 주먹으로 가볍게 건드렸다. 




그러니, 가야 했다. 



젠장, 돌아가서 봐! 행맨의 무전에 이렇다 할 대답은 없었다. 하핫!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허니의 전투기가 다시 위로 솟구쳐오르고,
적군의 전투기가 뒤를 따랐다. 행맨은 엔진 소리와 플레어가 터지는 소리를 뒤로 하고 전속력으로 날았다. 


















19. 귀환








멀리 항공모함이 보이자 고양감이 절정에 달했다. 행맨은 부러 전투기를 빙글 돌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타이밍도 좋게 동료를 구했고, 그의 이력엔 다시 한번 적군 전투기 격추 기록이 추가될 터였다. 활주로에 작게 보이는 슈터들과
관제탑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신이 나서 뛰는 것이 보였다. 모든 일이 다 잘 되었다는 신호였다. 허니도 이미 귀환했을 거라는 생각에
행맨의 마음이 급해졌다. 다같이 모여 오늘의 영웅담을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터였다.
하드덱에는 불이 꺼지지 않을 테지. 밤새 술을 마시고 내일 훈련을 빠진다고 해도 위에서는 관대하게 봐줄 터였다. 마냥 신이 난 행맨의
전투기가 활주로에 내려섰고 슈터가 걸어둔 줄에 전투기의 바퀴가 철컹하고 걸렸다. 



행맨이 전투기에서 내려서자 저 멀리 매버릭과 루스터가 타고 있는 F-14의 불안정한 착륙이 보였다. 박물관에 들어가 있어야 할
구형 전투기를 타고 적기를 두 대나 격추했으니 매버릭은 또다시 전설이 될 터였다. 조종석의 문이 위로 열리고 두 사람이
활주로에 내려서자 모두들 그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행맨 또한 빠르게 달렸다. 환호하며 방방 뛰는 동료들 사이로
매버릭과 루스터가 서로를 껴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루스터가 손을 내밀었다.
구원자 오셨다! 행맨이 환히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살아 돌아온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는데-




시니컬하게 웃고 있어야 할 누군가가. 보이지 않았다. 행맨은 저도 모르게 사람들 틈을 헤치며 이리저리 걸었다.
행맨, 왜 그래? 밥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까만 머리칼. 까만 눈동자. 어디 있지? 점점 심각해지는 표정에
팬보이가 그의 어깨를 잡아채었다. 야, 잠깐만 서 봐!


“기요틴은?”
“응?”
“기요틴 말야. 귀환 안 했어?!”

"아, 너한테 무전 안 갔구나. 걔 바다로 떨어져ㅆ,"
"-뭐?!!?"


심장이 일순 멈춘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한 걸음 다가서자, 팬보이는 반사적으로 반걸음 물러났다. 크게 흡뜨인 녹안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본 그는 최대한 빠르게 설명을 쏟아냈다. 괜찮아! 적기랑 도그파이트 하다가 바다에 떨어지긴 했는데 무사해.
지금 코요테랑 프리츠가 구하러…


타타타타— 구조용 헬기가 돌아오는 소리가 타이밍도 좋게 들려오는 터라, 팬보이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저 멀리를 가리켰다.
저기 온다! 착륙을 시도하는 헬기의 방향으로 행맨이 달리기 시작했고, 그다음은 팬보이였다. 루스터와 매버릭 쪽에 모였던 사람들도
헬기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프로펠러 때문에 엄청난 바람이 불어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제발, 제발…! 행맨이 숨이 터져라 뛰었다.
문이 열리고, 코요테가 내렸다. 프리츠가 그 등으로 누군가를 옮기고 있었다. 코요테가 허리를 펴고 제 등에 업힌 사람을 추슬렀다. 



툭. 하고 힘없이 옆으로 떨어지는 팔을 본 행맨의 다리가 천천히 멈췄다. 코요테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프리츠 또한 허니의 등에 손을 댄 채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중이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옆으로 흘러내린 팔이 힘없이 흔들렸다.


  
세상에, 기요틴! 헤일로가 놀라 달려갔고,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오던 이들도 심상치 않은 광경에 점점 조용해졌다.
행맨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손에 들린 헬멧을 꽈악 쥐었다. 플라스틱과 고무가 강한 힘을 못 견디고 빠드득 소리를 냈다.
얼마나 다친 건데! 오마하와 예일이 걱정스레 물었지만 코요테는 여상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제야 행맨은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코요테에게 가까이 갔다. 허니는 눈을 감고 있었다. 무언가가 목을 콱 틀어막은 느낌에,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행맨이 물었다.


"...다…다쳤…"


바다에 빠졌다더니 온몸이 젖어 있었다. 까만 머리칼이 물에 젖어 얼굴에 엉망으로 달라 붙어 있었고,
원래 하얀 편이었던 얼굴은 빌어먹게도 창백했다. 숨은 쉬는지 확인하고 싶어 손가락을 대어 보려는데, 











–드르렁. 


의식을 잃어 심한 부상을 입은 걸까, 숨죽인 채 바라보던 모두의 머리 위에 일순 물음표가 띄워진 듯 했다. 행맨은 제가 잘못 들었나 하고
눈을 꿈벅였지만 또 다시 드르렁. 소리가 났다. 


“...얘 잔다. 걱정 안 해도 돼.”


코요테는 아예 웃음을 참느라 얼굴을 잔뜩 구긴 터였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허니는 잠투정을 하며 코요테의 등에
얼굴을 부비며 낑낑거렸다. 프리츠는 키득키득 웃으며 허니의 등에 담요를 덮고 달래듯 등을 쓸었다. 


“잔다고?”


어느새 다가온 밥이 안경을 다시 고쳐 쓰며 어이없는 말투로 물었다. 행맨만큼이나 걱정을 했던 건지 어쩐지 말투에 억울함이 묻어있었다.
코요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가끔 작전이 끝나면 이렇게 기절하듯 잠들 때가 있다고. 아마 어젯밤도 꼴딱 새웠을 거라고.
설명하긴 힘들지만 기요틴은 정말 감으로 살아가는 녀석이라서, 이렇게 온 신경을 집중해서 비행하고 나면 뇌가 더 못 버티는
모양이라고 말이다. 코요테가 설명을 하는 동안 무기 관제사인 밥의 얼굴은 더더욱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 되었고
프리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전에 우리 부대랑 합동작전 할 때도 이랬어.”


프리츠의 말에 몇몇 사람의 입에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어이없는 탄식이 터졌다. 주위가 시끌시끌해지자 허니는
또 몸을 뒤채며 잠투정을 했고 코요테는 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몸을 흔들어 허니를 재웠다. 반대쪽에서 부상자를 옮기겠다고 의료팀이
바퀴 달린 침대를 끌고 달려왔다. 적군 기지에 떨어졌던 매버릭과 루스터 또한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억지로 떠밀려 침대에 눕혀지는 중이었다. 코요테의 등에서 간이침대로 옮겨진 허니는 제 위로 덮인 군용 담요를 공벌레처럼
둘둘 말고 조금 편해진 얼굴로 깊은 잠에 빠졌다.



저 자는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날, 자신의 품에서 편안하게 잠들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그제야, 행맨의 몸에서 긴장이 풀렸다.




“행맨, 많이 놀란 거야? 하기는 너희 둘이 동시에 출격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어? 어어.”


“아까 봤는데 다친 데 하나 없어. 괜찮을 테니까 너무 걱정 마.”



이제 가자, 중장님께 보고해야지. 코요테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행맨은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그를 따라 걸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허니의 생각뿐이었다. 브리핑실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혼자 떨어진 행맨은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 뭐 저런 게. 사람을 진짜. 아니 어떻게 저런 게!!









행맨은 생각했다. 자신은 허니 때문에 곧 돌아버리거나, 아니면 이미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고.















행맨너붕붕 파월너붕붕 ???너붕붕(?)
->칠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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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할까봐 설명해 두지만 허니는 신기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님 그냥 감이 짐승 수준으로 좋을 뿐…

 
2022.12.05 22: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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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잠드는 허니 귀엽고 그것 때문에 행맨 맘 안달복달 하게 만드는 것도 갓벽하다ㅠㅠㅠㅠㅠㅠ 마히다 진짜ㅠㅠ
[Code: 9f26]
2022.12.05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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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기요틴 들으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세 정말 미슐랭이야 술술 읽히는 이 글을 봐 대박임
[Code: a0ed]
2022.12.05 22:58
ㅇㅇ
그래도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다ㅋㅋㅋㅋㅋㅋㅋ행맨 심장 남아나질 않네
[Code: 3d03]
2022.12.05 2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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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셨다!!!!!!!!!
[Code: c38a]
2022.12.05 23:42
ㅇㅇ
센세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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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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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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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e: 7419]
2022.12.05 23: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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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기다렸어!!!! 자면서 낑낑대는 허니 진짜 귀여워... 행맨아 빨리 360도 돌아서 직진하도록 해;
[Code: 8789]
2022.12.06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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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틴...정말..심장 떨렸다 진짜로..살아돌아와 다행이야ㅠㅠㅠ
[Code: b851]
2022.12.06 0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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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기요틴 ㅠ진짜 ㅠㅠㅠㅠ와서 다행이다 (˘̩̩̩ε˘̩ƪ)
[Code: 4245]
2022.12.06 0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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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최고의 명작입니다
[Code: bd1b]
2022.12.06 0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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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 하꿀잼
[Code: a2b0]
2022.12.06 05: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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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다행이다ㅋㅋㅋㅋㅋㅋ 너무 존잼이에요 센세
[Code: 7995]
2022.12.06 05: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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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허니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니 무슨 능력이 있는건가??? 센세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
[Code: 38d5]
2022.12.07 04: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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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작전씬 몰입도 장난 아냐 센세.........
[Code: a806]
2022.12.07 09: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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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좋아.... 다들 무사귀환해서 진짜 다행 ㅠ
[Code: 409b]
2023.01.02 09: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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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돌아버린도 나온거구낰ㅋㅋㅋㅋㅋ
[Code: c76f]
2023.02.06 0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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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직업셀털 이렇게 하시면.............제가 감사합니다!!!!!!! 탑건매버릭 각본쓰다 심심해서 어나더를 쓰신거죠? 그쵸 내말이맞죠????
[Code: ce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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