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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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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날, 행맨은 속았다.



미라클 미션을 위한 훈련 도중 자유 개인 훈련으로 주어진 시간은 화요일 오후 4시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평소와 같은 루틴이었다면 지금쯤 코요테와 함께 체력단련실에서 코어 근육을 키우는데 열중하고 있었겠지만, 어머니인 미세스 세러신이
노스 아일랜드에 행차하셨다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행맨은 짧은 외출 허가를 받은 뒤 자신의 페라리에 올라탔다.
어머니와 함께 식사한 것은 반년 전쯤의 일이었다. 미세스 세러신은 결혼 적령기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했다.
어느 의원의 딸이 이번에 대학을 졸업했다던가, 어느 사업가의 딸이 유학에서 돌아왔다던가 하는 말을 요령 좋게 흘려대던
그 저녁식사 자리의 끝에, 미세스 세러신은 말했었더랬다. 



그래. 즐기려무나.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으니 괜찮겠지. 




그 남아있던 시간이라는게 오늘까지인줄은 몰랐지. 젠장-. 안내를 받고 들어간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에서 행맨은 생각지도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오래간만이야. 이사벨라. 그가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여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소위 상류층 가족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했던 밀러 가의 막내딸. 지루한 어른들 모임에 끌려와 샐쭉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던 이사벨라가 오늘은 깔끔하고
단정한 원피스를 입은 채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르신들끼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신 모양이네.”

“미안. 난 제이크 너도 알고 있는 줄 알고…”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행맨은 매너 있게 웃었다.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했는지 이사벨라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웨이터가 따라 준 물을 한모금 마셨다. 행맨은 웨이터에게 얼음을 잔뜩 넣은 차가운 물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시간은 다섯 시 반, 저녁을 먹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내밀었으나 행맨은 그것을 펼쳐보지 않은 채 식탁 위에 내려두었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나 지금 식사 못 하는데.”

“...왜?”

“이따가 야간 비행훈련이 있어서… 비행 전에는 뭘 먹으면…음, 별로 깔끔하지 못한 이야기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생략한 설명이 대충 상상이 되었는지 이사벨라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행맨은 이사벨라까지 식사를 거를 필요는 없다며
웨이터에게 적당한 메뉴를 추천해달라 일렀다. 이사벨라의 음식이 나오고 행맨의 앞에 탄산수 한잔이 놓여졌다.
행맨은 이사벨라의 스몰톡에 적당히 답해주면서 집안 어른들끼리 어디까지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조심스렇게 캐내었다.
다행히 아주 심각한 지경까지 발전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른들 조바심에 네가 고생이 많네. 정략 결혼따위 싫다고 넌 꼭 연애 결혼하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나.
우리 집에서 과하게 굴었나 본데…노스 아일랜드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


“내가 그랬었나…? 글쎄, 이나이쯤 되고 보니 생각이 좀 바뀌어서 말야. 제이크. 오늘 널 보니까…”
이사벨라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아, 이놈의 인기란! 행맨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5. 그날, 허니는 자유훈련을 했다.



노스 아일랜드에 와서 그나마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다이빙 센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훈련소에서 버스로 삼십분쯤 달리면 나오는,
커다란 시내 부지에는 5성급 호텔, 미슐랭 3성급 레스토랑, 백화점과 영화관을 비롯하여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센터까지
없는 게 없었다. 체력을 키우는 각종 훈련들 중 허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다이빙이었다. 하늘로 높게 올라가 중력과 가속도를 견뎌야 하는
파일럿에게 이만한 훈련이 없다고 허니는 생각했다. 산소통을 메고 어두컴컴한 곳으로 끝도 없이 내려가면서,
허니는 몸을 눌러오는 수압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호흡은 최소한으로 조절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정신력으로 누르면서
더욱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산소가 모자라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둔하게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미라클 미션은 지금까지 허니가 했던 어떤 미션들보다 위험했다. 그 누구도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그 미션을 위해서 허니는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밀어부쳤다. 





결국 센터에서 경고를 받았다. 혹여 센터에서 송장이라도 치울까 전전긍긍하는 매니저에게 적당히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허니는 샤워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옅게 소독약 냄새가 배어있는 몸을 부지런히 씻어내리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슬슬 허기가 몰려왔다.
적당한 식당을 찾아 쇼핑몰을 누비던 허니는 어느 순간 자신이 길을 잃은 것 같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바닥에서 벽과 천장까지
온통 번쩍거리는 걸 보니 호텔쪽으로 방향을 잘못 든 모양이었다.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그냥 택시를 탈까? 허니는 지하 아케이드에서
헤메이는 것보다는 나을 듯 싶어 호텔 로비 안내판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정문을 열어주는 호텔 직원에게 눈인사를 하고 밖에 나오니
어느새 해가 져 공기가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 비싼 호텔이라 그런가, 들고 나가는 차가 모두 비싼 것들이어서, 허니는 저도 모르게
작게 휘파람을 불며 차 구경을 했다. 



“내가 훈련소까지 태워준다니까, 제이크.”

“아니야,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순 없지. 어서 들어가 이사벨라. 비행기 시간에 늦겠어.”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발렛 에이리어 쪽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행맨? 허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군복을 입지 않고 있었지만 포마드로 빈틈없이 깔끔하게 넘겨진 머리카락과 재수없는 옆모습은 분명 행맨이었다. 그 앞에는 브루넷의
예쁜 여자가 조금 시무룩한 얼굴을 한 채 손에 쥔 작은 핸드백 끈을 엉망으로 구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데…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리는 여자의 말에 행맨이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허니는 마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행맨이 쩔쩔매는 꼴을 보고 있었다. 같은 군인들에게는 제 좋은 대로 감정 속이지 않고
성질을 부리더니만, 아무래도 저 작은 아가씨에게는 매너를 지켜야 할 상황인 걸까? 허니는 잠깐 행맨의 당황을 지켜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이사벨라를 신경쓰느라 무방비한 행맨의 뒤통수를 갈겼다.
따악! 아주 큰 소리가 났다. 


“행맨, 훈련 늦었다 이 새끼야!”

“...아윽…!”


꺄악, 제이크! 여자에게서 비명이 터졌다. 그녀가 너무 놀라지 않도록 허니는 재빨리 그 앞에 서서, 허리를 조금 숙여 시선을 맞췄다.
이런, 놀라셨습니까? 눈을 휘어가며 웃어주자 여자의 놀란 얼굴이 조금 가라앉았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더라도 허니 또한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는 아니었다. 놀래켜서 죄송해요 레이디. 허니는 너무 세게 머리를 얻어맞아 정신이 나간 듯한 행맨의 목을 제 팔로 휘어감았다.
이게 무슨…기요틴? 허니의 탄탄한 팔근육에 목이 졸린 행맨의 목소리가 퍽 우스꽝스러워, 허니는 큭큭 웃었다.


“좋은 시간 방해해서 너어무 죄송하지만, 곧 저희 훈련 시간이라서 말입니다.”

“아…”

“사실 지금도 늦었지 말입니다. 중령님이 이 녀석 잡아오라고 절 보내셨는데, 더 늦으면 둘 다 얼차려 받을 지도 모릅니다.”



나까지 얼차려 받으면 네가 책임질거야 이 새끼야? 허니가 팔에 힘을 주고 흔들자 행맨은 작은 반항을 멈췄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얻어맞은 뒤통수가 엄청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어찌 되었건 원만하게 상황을 종료할 수 있으니 참을 수 있었다.
허니가 농담과 엄살을 적절히 섞어가며 요령 좋게 이사벨라를 리무진 뒷자석에 밀어넣는 것까지 성공했던 것이다.
레이디를 남겨두고 저희가 먼저 갈 순 없죠. 민간인은 보호 대상입니다 레이디. 허니의 말에 이사벨라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행맨 또한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척 하며 손을 흔들었다. 차 안에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는 이사벨라가 호텔 정문을 지나 사라지자,
행맨과 허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발씩 뒤로 몸을 옮겨 떨어졌다. 친한 척을 할 때는 언제고 벌레라도 만진 양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탁탁 터는 허니를 보며 행맨 또한 어이없는 얼굴로 구겨진 옷을 정리했다. 아직도 뒤통수에선 아릿한 통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니가 왜? 난 저 아가씨 도운 거구만.”

“뭐?”

“어리고, 순진하고, 앞날이 창창한 아가씨한테 너같은 새끼가 가당키나 하냐?”



허니는 어이가 다크스타를 타고 날아간 것 같은 행맨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은 네 뒤통수 한번쯤 갈기고 싶었던 게 더 컸지.
상황도 종료됐고 해서 몸을 빼려는데, 꼬르르륵! 뱃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렸다. 어마어마 배가 고팠던 걸 무시했더니 위가
짜증이라도 났는지, 커다란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 행맨이 피식 입꼬리를 올리는데 또 한번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행맨은 큽 하고 웃음을 참았다. 안 어울리게 굶고 다니냐며 허니를 놀리려던 찰나, 행맨의 배에서도 똑같은 소리가 났다.
행맨과 다르게 허니는 참지 않고 푸하하 웃었다.


“밥도 안 먹고 데이트를 하냐?”

“데이트 아니거든! 그나저나 넌 왜 굶고 다녀? 안 어울리게.”

“얼른 들어가서 저녁 먹으려고 했었지… 으아아 배고파 디지겠네!”



허니가 다시 한번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부여잡았다. 행맨은 어이가 없어 조금 웃다가,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흠흠 헛기침을 했다. 누가 보면 정말로 친한 동료 사이인 줄 알겠다. 


“여튼 도와준 건 도와준 거니까, 가자. 밥 살게.”


행맨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뒤쪽, 호텔 입구쪽을 가리켰다. 허니가 눈을 빛내며 비싼 거! 라고 외쳤고, 행맨은 콜. 하고 대답했다.














7. 관심이 생기는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아까 에밀리아와 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다시 갈 수는 없어서, 행맨은 본의 아니게 꽤 격식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적당히 물이 빠진 블랙진에 민소매 티셔츠,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긴 뻐킹체크셔츠를(그래도 루스터의 하와이안 셔츠보다야 백배 낫다고
행맨은 생각했다.) 대충 걸치고 커다란 스포츠백을 오른쪽 어깨에 둘러멘 허니가 프렌치 레스토랑의 TPO에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러신의 이름을 대면 예약 없이도 프라이빗룸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웨이터가 정중하게 허니와 행맨을
식당 안쪽으로 안내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손님들의 시선에 행맨은 뒤통수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소근대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허니는 나지막히 콧노래를 부르며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까맣고 긴 머리가 보기 좋게 찰랑대며
걸음을 따라 젖은 샴푸 냄새를 남기자, 행맨은 자신도 모르게 킁. 하고 그 향기를 맡았다. 



웨이터는 허니에게 먼저 의자를 빼 주었다. 허니는 웨이터에게 자신의 가방을 넘겨준 뒤 자연스레 의자에 앉았다. 행맨이 뭘 먹을까
메뉴판을 펼쳐보니 꽤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이런 곳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려던 행맨은 어느새 웨이터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며 능숙하게 주문하는 허니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예 신이 나서 와인 메뉴판까지 펼쳐보던 허니가
행맨의 시선을 마주치곤 얼굴을 찡그렸다. 


“왜, 네가 사준다고 했잖아. 치사하게 와인은 안 사준다, 그러는 건 아니지?”

“너는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마음대로 시켜.”


행맨의 대답에 허니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랑, 이거…아니 이게 낫나요? 허니가 웨이터에게 묻자 웨이터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소믈리에에게 문의해보겠다고 대답했다. 행맨도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랐고, 와인은 허니와 똑같은 것으로 달라 요청했다.
배가 고프니 아뮤즈 부쉬를 조금 빨리 내어달라는 허니의 요청 때문이었는지 꽤 빠른 속도로 음식이 서브되었다. 


“와, 이거 정말 맛있다!”


앞에 놓인 수많은 식기를 정석대로 사용하는 허니의 테이블 매너에 놀라는 것도 잠시, 행맨의 표정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훈련소 식당에서
봤던 표정은 분명 저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배가 많이도 고팟는지 음식 없어지는 속도가 굉장했지만 비워진 접시는 깔끔했고,
허니는 중간중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웨이터 또한 허니의 찬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띄운 채 밝은 목소리로
요리에 대해 설명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볼이며 볼록 튀어나온 광대뼈와 사르르 흩어지는 눈웃음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행맨 또한
즐거운 기분으로 음식을 비워나갔다. 허니가 고른 와인 또한 요리와 완벽한 마리아쥬를 자랑했다.
사실은 식도락가였나? 미합중국 해군 대위 연봉이야 꽤 높은 편이라지만 이런 식당을 자주 다닐 정도로? 동료 앞이라 살짝 느슨해져 있던
행맨의 상체가 곧 바로 세워졌다가, 이젠 아예 앞으로 기울어졌다. 



“다이빙 훈련을 했단 말이지…”



어쩐지 머리가 조금 젖었더라니. 행맨은 다이빙 훈련의 장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허니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배도 부르고 와인도 들어가
기분이 좋았는지, 허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톤이 높았다. 훈련소에서 서로 잡아먹을 듯 싸웠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분위기에서
유용한 대화들이 오갔다. 디저트가 나오기 전 행맨은 허니가 잘 먹었던 요리 두 개를 추가 주문해 주었고, 허니는 입이 찢어졌다.
마지막 접시까지도 깔끔하게 비운 허니가 씨익 웃었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저녁 식사였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계산을 마치고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가려던 차에, 행맨은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허니의 웃음소리 중간중간 남자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 


미스터 …은
 …뵌 지가 오래… 
다음번엔 꼭 같이…



뭐라는 거지? 행맨이 룸의 문을 열었다. 허니의 옆에, 누가 봐도 셰프로 보이는 남자가 와 있었다. 즐거운 이야기라도 나누었는지
두 사람 다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행맨의 눈에 어린 의문을 읽었는지, 셰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이 이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라고 소개했다.
음식이 만족스럽긴 했지만 셰프를 불러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 행맨은 무언가 걸리는 기분이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아주 맛있는 요리였어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군요.”

“아주 잘 드시는 레이디가 오셨다길래 인사차 나와 봤습니다. 돌아오는 접시를 보며 주방에서 매우 행복했답니다.”

“제가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셔서 오래간만에 정말 좋은 식사를 했어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레이디. 셰프가 허니의 손을 공손히 들어올려 손등에 키스를 했다. 저게 뭐야, 행맨은 저도 모르게 꽉 쥐어진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셰프는 서 있고, 허니는 여전히 앉은 채였다. 과하다 싶은 대우에 당황하지 않고 여상히 웃는 허니의 모습은 어딘가…
평소와 많이 달랐다. 


평소에 허니. 그러니까 기요틴의 이미지를 말해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기요틴은 야생의 매. 본능적인 감에 의지해
비행을 하고 망설임 없이 적을 사냥하는 그런- 날것의 향기.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날카로운 눈빛.
까만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느껴지는 그 강인함. 그런 것들. 


하지만 지금의 허니는 어딘가 달랐다. 여유로운 태도는 평소와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장을 입었거나 한 것도 아닌데 손등에 키스를 받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그래, 행맨은 저런 분위기가 익숙했다.
누릴 줄 아는 여유로움. 섬김받는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 독특한 분위기. 



관심이 생기는 이유는 그거 하나로 충분했다. 식당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행맨은 술 한잔을 더 권했고, 허니는 흔쾌히 응했다. 


“그래, 오늘 네 지갑을 아주 탈탈 털어주지! 나한테 술 사준단 말 다시는 못하게 될 걸?”






8. 술자리는 언제나 위험하다.







기요틴. 허니 비- 도대체 네 정체가 뭐야? 독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들이부으면서도 허니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술기운을 빌려 은근슬쩍 허니의 배경을 캐 보려던 행맨의 시도는 번번히 수포로 돌아갔다. 어떤 주제를 꺼내도 결국은 훈련과 비행 방법으로
귀결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까 다 끝난 줄 알았던 다이빙 이야기부터, 3대 중량 측정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
행맨은 애저녁의 목표는 아예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같이 비행하면 안 된단 말이야! 윙맨을 버리는 파일럿이 어디 있어?”


원샷으로 비운 위스키 글라스를 바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허니가 핀잔을 주면, 


“다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미션은 성공해야 하는 거야. 실력이 모자라는 놈들이 잘못이지!”


역시 다 마신 위스키 글라스를 따악. 소리 나게 내려 놓으며 행맨이 이죽거렸다. 아아. 재수 없는 새끼. 허니가 어느새 채워진 잔을 들어올렸고,
행맨은 얄미운 윙크를 날리며 자신의 잔 또한 들어올렸다. 그 뒤로는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맞았고 너는 틀렸다, 그래도 내 실력이 너보다는 낫다. 그들은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거리를 독한 술과 함께 달렸다.


“아까 그 아가씨 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백맨 새끼야.”

“뭐라는 거야. 나도 속은 거라고 아까 설명했잖아.”

“야 누가 봐도 그 아가씨가 백배 아깝더만 뭘,”

“어이가 없네. 기요틴. 니가 지금 누굴 걱정할 처지야? 너 만나는 사람 없지? 남 신경쓸 시간에 네 애정문제나 신경쓰지 그래?”

“성공 확률이 10%도 안되는 미션을 코 앞에 두고 무슨 애정을 논하고 있어. 새끼가 빠져가지고.”



허니가 한심하다는 눈을 하고 행맨을 쳐다봤지만 그는 버릇처럼 이쑤시개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인기가 없는 걸 변명하려고 하지 마 기요틴. 뭐, 네가 여느 여자들이랑 다른 건 사실이지만 (행맨이 슬그머니 허니의 가슴께를 바라보았다가
얼른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세상엔 너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취향도 있기 마련이니까. 






행맨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허니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허니의 머릿 속에서는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마에 살짝 핏줄을 돋은 채 허니 또한 생긋 웃어보였다. 

“아아. 그래- 뭐. 취향은 다양하니까. 어딘가에는 너처럼 손 작은 남자를 좋아하는…”


허니는 행맨과는 달리 조금 더 노골적으로 시선을 손으로, 행맨의 아래쪽으로, 그리고 다시 손으로 옮겼다.
손이 작으면 그것도 작다던데, 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껏 비틀려 올라간 입꼬리만으로도 모든 의도가 전달되었다.
행맨은 얼굴을 벌겋게 붉힌 채 너 지금 이거 성희롱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고 허니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하고 응수했다.
둘 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술 때문에 그런건지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이거 봐 이거! 남자가 말이야 손이 어, 어어?”


허니가 행맨의 손을 잡아챘다. 호기롭게 손바닥을 쫙 펴서 마주대었는데. 분명 자신의 손이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손이 한 마디 넘게
차이가 났다. 이상하다. 루스터랑 밥보다 분명 작았는데, 걔네들 손이 엄청 큰 거였나? 당황해서 중얼대던 허니의 몸이 순간 돌처럼 굳었다.
행맨의 손가락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어딘지 뜨겁고 끈적한 느낌에 살짝 목을 움츠리는데 갑자기 당겨진 손에
몸까지 주욱 끌려갔다. 어느 새 초록 올리브빛 눈동자가 바로 눈앞이었다. 


…어떻게 확신해? 네가 봤어? 검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허니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행맨이 속삭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가라앉은 목소리와
웃음기를 싹 뺀 표정이 어쩐지, 







“안 작다고 해도 넌 안 믿을 거니까… 증명하려면.”

“...봐야지.”

“...응.”

“그래.”





빌어먹을. 이 새끼 오늘 좀 섹시하다고. 


허니는 생각했다.












행맨너붕붕 파월너붕붕
->삼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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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개연성을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썼으나 허사였다고 한다
읽어줘서 고마워…(튄다)
 
2022.11.18 01:33
ㅇㅇ
모바일
아 자존심싸움하다가 둘이 그런 거구나 야 니네 싸우지말고 연애해...!
[Code: 6947]
2022.11.18 01:34
ㅇㅇ
모바일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쳤다미쳤다미쳤다!!!!!
[Code: baf7]
2022.11.18 01:34
ㅇㅇ
모바일
센세 어디가 센세 맞춤 발찌를 준비해왔어 일단 의자에 앉아볼까?
[Code: bd9f]
2022.11.18 01:40
ㅇㅇ
모바일
꺄아아아아악센세다 어나더 보고 기절하면서 들어옴
글 읽고 기절하면서 실려나갈예정
[Code: 7909]
2022.11.18 02:26
ㅇㅇ
모바일
센세!!센세 어디가!!
[Code: 2fe8]
2022.11.18 02:49
ㅇㅇ
내가 센세 어나더 읽으려고 잠이 안왔구나아!!!!!!!!!
[Code: 5474]
2022.11.18 02:50
ㅇㅇ
하지만 튀는건 허락할수없어 이럼 군만두 굽고 웰치스 시원하게 한다음 지하실 도어락 설치하는수밖에
[Code: 5474]
2022.11.18 02:52
ㅇㅇ
모바일
어 딜도 망가 센세???
< ( ‘0’ )>
 \  \
  \ γ∩ミ
   ⊂:: ::⊃))
   /乂∪彡\
[Code: 1220]
2022.11.18 13:53
ㅇㅇ
모바일
어이쿠 숭해라!!!
[Code: 8c85]
2022.11.18 03:08
ㅇㅇ
모바일
존나 좋다 센세 (잡는다)
[Code: 6558]
2022.11.18 03:10
ㅇㅇ
모바일
미친 너무재밌다너무재밌다너무재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샌세 얘네 티키타카 하는 거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6d5]
2022.11.18 04: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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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이거야!!!!!! 억나더!!!
[Code: dca0]
2022.11.18 05: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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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둘이 술 마시다 갑자기 스파크 튀는 거 최고지 돌아와서 마저 써!!!!!!!!!!
[Code: 6f07]
2022.11.18 12: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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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잡으러 가야지 희희
[Code: cf92]
2022.11.18 16: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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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 두번째 밤 가나요 가나요!!!!!! 센세 삼나더 사나더!!!!!!
[Code: 2231]
2022.12.03 2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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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둘이 싸우는 거 맛있다......
[Code: 8e93]
2023.02.05 12: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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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여기가 미슐랭 이탈리안레스토랑이라고해서 와봤습니다 소문대로 대존맛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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