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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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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다운로드American Sniper (17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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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은 꿈을 꾼다. 지금도 기억 할 테지. 수많은 작전 중 낙오되는 경우가 없었으니 혼자 고립된 8월 14일, 무덥고 찝찝했던 날로 아주 또렷하다. 무전기는 박살나 이미 잃어버렸고 다리는 총에 맞아 움직이지 않아도 피가 넘쳤다. 스스로 지혈할 수 없는 상황에 운 좋게 살아나간대도 과다출혈로 죽을 게 뻔했다. 울컥이는 핏물은 모래끼리 엉키게 만들었다. 스물스물 흘러 버젓이 여기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적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수인 군견은 비싸고 희귀한 터라 발견 된다면 어떤 취급을 받는 지 알고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죽기 직전에 주마등이 지나간다더니 눈앞엔 황폐한 바닥뿐이다. 카일은 쏟아지는 졸음에 정신을 잡기 위해 눈을 부릅 떴다. 주마등이 있을 리 없지. 기억을 나열할 수 있을 때부터 혼자였다. 그나마 운 좋게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굶어죽지 않고 산거지 딱히 친구라 부를 사람도 없었다. 말릴 이가 없으니 입대도 쉬었다. 밥도 주고 잘 곳도 있고 돈도 받고....귀에 거슬리기 시작한 거친 숨소리는 곧 마지막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륵그륵 거리는 소리가 멀어지고 눈이 서서히 감기자 천근만근 같던 몸이 편해졌다. 그때 문이 열렸다. 빛이 쏟아졌고 바람에 휘날리는 갈색머리가 차분했다. 초록눈이 말한다. 크리스!



눈이 번쩍 떠졌다. 파란 눈의 동공이 새까맣게 커졌다. 몸에 배인 감각이 주변을 파악했다. 어둡고 낯선 천장, 널부러진 주변, 시야에 걸리는 단단한 입마개에 몸을 뒤척였다. 팔과 다리는 구속되지 않았지만 목은 움직일 때마다 강하게 조여 왔다. 살갗을 긁는 전기가 흘렀다. 몸 상태가 체크되자 이곳에 있게 된 경위를 떠올려 본다. 아직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누가 봐도 납치당했다. 카일은 앤디가 아닌 자기라 다행이라 여겼다. 말소리가 들린다. 대략 위치까지 알 정도로 훈련 받았는데 몇 명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다행히 가까운 곳은 아니다. 욱신거리는 두 부위에 코끼리도 재울 독한 마취제라 짐작한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힘으로 버티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일어섰다. 앓는 소리는 무조건 삼켰다. 한 발, 한 발 땅에 발이 박힐 것처럼 걸었다. 몇 발자국 안 가 목줄이 제지했다. 콱 쪼그라들더니 매섭게 전기로 지지기 시작했다. 뒤로 젖혀지려는 목을 강제로 고정하고 앞으로, 앞으로 당겼다. 어쩔 수 없이 잇새로 새는 아픔에 자극 받은 충격기가 피부까지 태웠다. 살타는 냄새야 익숙했다. 발톱까지 저릿하게 만드는 고문 또한 마찬가지다. 징그럽게 파고들어 괴롭히는 충격기도 한계로 치닫는지 파지직 고함쳤다. 눈앞에 별이 튀었다. 이 갈리는 소리가 뿌드득 들리고 충격기가 파란 빛을 틱,틱 뿜으며 마지막까지 불태웠다. 벽기둥이 거멓게 그을려서야 카일을 놔줬다. 예고 없이 끊어진 목줄에 카일이 와다탕 굴러 떨어지고 충격기가 퍽! 터지자 건물 전체 불이 깜ㅡ박 꺼졌다가 켜졌다. 아래 층에 있는 놈들이 흔들거리는 전등을 쳐다봤다. 낡은 건물이 우수수 흙을 떨어트렸다. 리스라면, 이 작은 현상에 물건을 확인하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멍청하고 오만해서 이 아지트도 버릴 때가 됐다며 별 거 아닌 취급했다. 바깥은 어때. 이상 없음. 따위의 무전만 교환했다.

몸에서 연기를 뿜으며 카일이 다시 일어났다. 고개를 퍼드득 털자 입마개도 철컹 떨어졌다. 곤두선 털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 마취는 덜 풀리고 감각은 튀겨 마비됐지만 일단 걸음을 뗐다. 들키기 전에 나가야 한다. 리스가 기다리고 있다. 저녁을 준비했을 거야. 안 먹고 있을걸. 또 먼저 사과하겠지. 아 그럼 말할 수 있겠다. 제임스 잘 못이 아니라고. 미안하다 하지 말라고.






리스에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오웬은 옆에 있어주지 못 했다. 오지에 박혀 2개월 동안 구출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리스는 혼자가 됐다. 리스가 석방되고 거처를 옮긴지 얼마 안 된 후 오웬이 입국했고 뉴스를 통해 알았다. 순간 눈을 깜박하자 리스의 집 앞이었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얼굴에 덕지덕지 흘러내렸고 오랜만에 갈아입은 깨끗한 옷은 척척해져 있었다.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ㅡ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형은 복수를 마치고, 누명을 벗고, 이제야 숨 쉴 수 있게 됐는데. 다 끝난 마당에 자기가 또 들쑤시는 건 아닌가? 헐떡이는 숨이 대신 노크를 했는지 리스가 나왔다. 누가 끝났다고 생각을 했지? 리스는 여전히 지쳐보였다. 리스가 희미하게 말했다. 왔어..? 오웬은 당장 리스를 끌어안고 대신 울었다. 그런 오웬을 리스는 마주 안아줬다. 로런과 루시에게 인사하러 간 날, 오웬은 그들에게 다신 리스를 혼자 두지 않겠다 약속했다. 

리스는 전화를 잘 하지 않았다. 최근이야 말썽쟁이 개 때문에 자주 하는 편이였다. 오늘 전화도 그럴거라 싶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리스가 소리치듯 말했다. "오웬, 도와줘." 리스의 나쁜 버릇은 뭐든 혼자하려 했다. 슬픔을 나눌 이들이 없었다면 복수도 혼자 할 만큼 고집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2개월이 지난 문자들 중 리스의 문자는 없었다. 부재중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만큼 아끼는 동생한테 장례식에 와달라는 형식적인 문자 한통 없었다. 물론 오웬도 알고 있었다. 출국하기 전 오웬은 리스에게 몇 개월동안 연락이 없을 거라 미리 말했었고 리스도 몸 조심히 다녀오라 했으니 연락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화가 났었다. 옆에서 위로해주지 못한 자신에게. 리스의 전화는 오웬을 돌아버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시동 거는 소리에 리스가 차분히 말했다. "센터에서 만나."


수인 보호 센터는 두 가지 눈이 존재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CCTV와 오웬 정도의 등급만이 열 수 있는 사각지대 CCTV가 있었다. 이 사실조차 극비라 손꼽히는 권한이었다. 평소 카일은 아이들이 놀랄까 앞문보다 뒷문을 이용했다. 센터의 규모에 귀찮을 법한데 카일은 꿋꿋이 돌아갔다. 리스에게 부탁 받지 않아도 오웬도 어느 정도 카일을 염려했다. 오웬은 건물 뒤로 걸어가는 카일을 손쉽게 찾았다. 다른 각도의 카메라를 보니 유니폼을 입고 있는 두 남자가 따라가고 있다. 낯익은 실루엣이다. 확대하자 육군 출신으로 해군이었던 오웬 명령을 아닌 척 무시하고 껄렁대는 태도에 주시하고 있던 놈들이다. 하지만 고작 두 명에 저 큰 놈이? 오웬은 인정하기 싫지만 수인으로 지금까지 군대에 남아있던 카일을 높이 샀다. 결코 저 나사 빠진 놈들한테 당할 개는 아니었다. 언제부터 눈치를 챈 건지 카일이 튀어나갔다. 녀석들도 재빠르게 쫓아갔다. 리스의 눈엔 카일이 전속력으로 뛰는 것 같지 않았다. 거리가 좁혀지자 카일이 바로 몸을 틀어 녀석들에게 돌진했다. 타겟을 잡기 위해 득달 같이 달려오던 놈들은 예상치 못한 전환에 멈추려 했으나 쉽지 않았고 카일은 둘 사이를 뻥 뚫고 갔다. 아까는 속임수였고 이제 카일은 번개처럼 뛰어갔다. 오웬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순간 옆 화면에서 카일이 우당탕 쓰러졌다. 리스가 되감기를 누르고 0.5 배속 시켰다. 카일이 무언가에 맞았다. 다리에 하나, 등 쪽에 하나. 갑자기 쓰러진 걸 보니 마취제 같았다. 카일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걷다가 넘어지고 일어나다 다리가 풀려도 앞으로 갔다. 곧 힘없이 옆으로 고꾸라지자 오웬이 영상을 멈췄다. 부서질 듯 타닥대던 키보드 소리가 끝났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이 왔다. 리스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두려워 보지 못 한다. 두 번째다. 두 번째 당해버린 리스의 얼굴은 슬플 것인지 분노할 것인지 짐작할 수 없다. 리스가 일어났다.



"도와줘서 고마워 오웬. 납치범이 누군지 알아야 했어."

"형....형? 형?! 어디 가!"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가는 리스를 황급히 따라갔다. 얼떨결에 마주 본 리스는 고요했다. 슬픔도 화도 보이지 않았다. 찬 물을 뒤집어 쓴 사람 같았다. 얼어붙어 한 가지만 생각하는 사람. 리스에게 그 한 가지는.



"형 어딘지 알고 가는 거야?"
"군에서 크리스한테 GPS를 달았어. 아까 해킹해서 위치는 알아. 그 새끼들 얼굴을 정확히 알고 싶었어."



자기를 버리고 갈 기세로 차를 타는 리스에 오웬이 급하게 조수석 문을 열었다. "오웬, 도와준 거 고마워. 이제 문 닫아." 딱딱한 리스의 목소리지민 오웬은 질 생각 없다. 리스는 제 상관도 아니고 자기는 아끼는 동생 위치이고 오웬도 랩터들의 알파였다. 고작 명령조에 형을 보낼 순 없다. 그리고 다신 혼자 두지 않겠다 약속도 했었다. 오웬이 차에 올라탔다. 리스가 진심으로 큰 소리를 쳤다.



"오웬!"
"리스, 이번엔 나도 도울 거야."
"충분해. 충분히 도와줬어."
"그리고 나도 걔 구할 권리 있거든? 지금 당장 페이스 보내서 적수 파악할 거고 내 총도 빌려 줄거고 그리고! 내가 끼어야 형도 나중에 편할 걸."



리스는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 총을 소지한 것도 모자라 정당방위로 쐈다고 한들 문제 삼을 건 아주 많았다. 카일 또한 군으로 끌려갈지 모른다. 반면 오웬은 센터가 믿는 유능한 구조원이었고 오웬의 지휘하에 구출했다 하면 언론에 노출되지도 않고 의혹도 쉽게 풀릴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오웬의 고집을 꺾기란 어렵다. 큰 소리를 내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햇병아리처럼 굴 때도 있었는데....말문이 단단히 막혀 하! 헛웃음이 나왔다. 기가 차서 웃은 건데 오웬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빙글 웃는다. 



"귀여워서 웃은 거 아니야."
"응 알아요. 나 귀여운 거. 자, 강아지 구하러 가보자고."



 


카일의 위치는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는 폐건물에 멈춰있었다. 실종 후 골든타임은 48시간이지만 이들이 군인이라는 점, 굳이 카일을 납치 한 점을 염두에 두면 군과 불법 거래했을 수 있으니 빠른 시간 내에 구출해야 했다. 건물은 3층 정도의 높이로 병원이었던 곳이라 복도식으로 긴 형태였고 뒤는 산이라 사실상 입구도 출구도 하나였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의 발길은 이들 뿐이었는지 풀이 죽어있는 바퀴 자국 두 줄이 끝이었다. 페이스에 의하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명, 옥상에 스나이퍼 한 명, 오웬이 아는 두 명을 빼고 한 명만 봤다 했으니 총 여섯 명. 제압할 수 있는 숫자다. 정보가 모이고 문턱까지 다다르자 리스의 눈은 살쾡이처럼 빛났다. 오웬은 리스가 총을 못 잡을 줄 알았다. 총을 든 그들을 보고 공황에 빠지거나 손을 떨어 조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리스는 어떤가. 리스에겐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한 두 번째 사건이지만 한 번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놀랍도록 침착했다.



"오웬. 페이스는?"



오웬의 손가락이 위를 가리켰다. 그때 간간히 불이 켜져 있던 건물이 아주 짧게 깜ㅡ박 암전됐다 돌아왔다. "페이스, 지금." 알파가 신호를 보냈다. 곧 펑! 폭발음과 함께 옥상에 불이 붙었다. 유일한 입구로 침입하려면 스나이퍼 제거가 우선이었다. 더불어 저 놈들에게 혼란을 줘야 했다. 경계심이이 깨진 두 명 옥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리스와 오웬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가 부서지는 게 보였지만 확인 사살이 필요했다. 적이 쓰러지기도 전에 리스가 뛰어나갔다. 놀란 오웬이 바로 엄호했다.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한 뒤 오웬도 뒤따랐다. 



"fuck, 대체 무슨 일이야!"
"윌! 대답해 윌!"



건물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화재 감지기는 시끄럽게 울리고 스프링클러는 녹슬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 건물이 오래된 만큼 불이 붙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얼른 카일을 찾아야 했다. "물건부터 챙겨!" 카일을 찾는 소리다. 리스가 앞장섰다. 혹시 모를 추가 인원에 대비해 빠르지만 꼼꼼히 경계한다.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리스는 현역처럼 움직였다. 리스의 무성한 소문만 들었던 오웬은 잠시 오싹해졌다. 2층 복도로 들어가려 하자 대응 사격이 쏟아졌다. 탄이 넘치는 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벌써 연기가 내려와 적의 위치도 식별되지 않았다. "펙, 2층!" 오웬이 무전하자 창문이 깨지더니 큰 독수리가 나타났다. 신랄하게 총질하던 놈은 검은 그림자를 피할 틈도 없이 날카로운 발톱에 찍혀 즉사했다. 총격이 멈추자 리스가 또 뛰어갔다. 오웬은 이제 환장할 노릇이다.



"와우, 오랜만입니다 리스."



시체에 발톱을 뽑아내며 페이스가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반갑게 인사했다. 리스는 페이스를 지나쳐 적이 지켰던 방으로 들어갔다. 녀석들의 주 공간인지 다른 곳보다 사람이 있던 티가 났지만 카일의 흔적은 없었다. 오웬이 다가오자 페이스가 날개를 펼쳤다. 자연스레 팔을 뻗으니 발톱을 숨기고 살포시 앉는다. 아까부터 폭발 연기나 화약 냄새 때문에 오웬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가까이 보니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리스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데 페이스 눈에는 훤히 뚫린 오웬의 뒤통수가 신경 쓰였다. 



"자기야 아무리 내가 지켜준대도 너무 무방비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눈 돌리지 말고 잘 봐. 자, 빨리 가서 형 개 찾아와."



오웬이 날벌레 쫓듯 훠이 팔을 저어 큰 독수리를 날려 보냈다. 페이스는 잡고 버틸 수 있었으나 주인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듣는다. 하지만 걱정을 멈출 순 없다.



"오웬 불길이 빨라. 못 찾으면 너라도 나와."



오웬의 대답은 필요 없는지 쉭 날아가 버렸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정말 페이스가 강제로 끌어내기 전에 리스가 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 망할 똥개 어딨는 거야.




카일의 눈이 감기다 말고 흐리멍덩히 떠졌다. 천장에 자욱한 연기와 마주치자 제가 기침하고 있다. 카일은 몸을 질질 끌고 가다 터지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건물에 시야가 울렁거리자 기절할 걸 알고 급히 다른 방으로 숨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오늘 하루 정말 힘들군. 가만히 있다 죽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렸다. 계단이 있는 복도 끝을 향해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마취제 말고도 다른 걸 주입했는지 카일의 몸이 자꾸 무너진다. 확 꺾인 다리에 크게 휘청이니 방금 있던 자리에 총이 박혔다. 운 좋게 피했다. 총이 날아온다고 굳을 몸이 아니다. 덜그덕 거리는 다리를 그대로 찍어 달려갔다. 뒤를 보는 순간 따라잡힌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꼬일대로 꼬인 사태에 놈들이 이성을 잃고 연기더미에 총알을 낭비했다. 나 여기 있소 위치를 알려주는 한참 떨어진 녀석들 덕에 리스가 2층을 수색하다 위로 올라갔다.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서로의 등을 깨끗이 비운 채다. 녀석들의 조준 끝에 카일이 있을까 리스가 재빨리 두 놈의 머리를 맞췄다. 총소리가 멈췄다. 다시 자세를 유지하고 수색했다. 3층은 옥상 밑이라 이미 연기가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방을 확인할 때마다 천장이 무너져 볼 수 없는 곳이 많았다. 중간 쯤 가자 문이 닫혀있거나 아예 열려있는 곳과 달리 반만 열려있는 방이 눈에 걸렸다. 저기다. 몇 개의 방을 제치면서 불안 대신 확신이 들었다. 저기야! 그러나 문을 열자 카일 대신 카일을 구속했던 입마개와 전기 충격기가 맞이했다. 입마개는 두동강 나고 전기 충격기는 볼품없이 늘어져있었다. 그 위로 기다렸다는 듯이 천장이 내려앉아 고문을 감췄다. 카일이...다쳤다. 



"오웬 크리스가 여기 있었어. 내려, 내려가야 해."



조급해진 리스가 말을 더듬었다. 뒤늦게 패닉이 온 걸까 오웬이 리스의 상태를 보려는데 리스가 견착까지 풀고 또 멀어졌다. "크리스! 크리스 카일!" 아직 적이 있을 수 있는데 큰 소리까지 더했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촉박하다. 오웬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총을 고쳐 잡았다. 리스를 다치게 둘 순 없다. 다시 리스를 엄호했다.





주마등은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 카일은 2층 복도에서 쓰러졌다. 아직까지 쌩쌩히 울리는 화재경보기에 관자놀이를 맞았다. 머리가 왱왱 울리고 땅이 뒤집어져 더 이상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정신에 어디선가 리스 목소리가 스며들어 주마등이라 착각했다.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 제 거친 숨소리에 진짜 마지막인가 싶었다. 죽음이 가까이 있음에도 제임스 리스가 생각났다. 제임스 리스만 생각나서 문제다. 군 생활이 썩 유쾌하진 않았어도 인정받거나 소속감이 들 때면 기쁜 쪽에 속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널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내 인생을 다 덮어버리지. 파란눈이 가물거린다. 크리스! 또 니가 부른다. 크리스 카일! 미안, 이번엔 못 일어날 것 같아.



"크리스!!"



눈이 반짝 떠졌다. 파란 눈의 동공이 확 수축했다. 가죽 장갑이 카일의 얼굴의 쓰담았다. 손가락 끝까지 숨긴 장갑인데 체온이 느껴졌다. 제임스다.
"크리스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리스가 카일을 주무르며 계속 말을 걸었지만 카일은 잘하던 고개짓도 못 했다. 완전 넋이 나간 얼굴 같다가도 새파란 눈은 총명히 리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바로 뒤에 있는데도 눈길 한번 안 주는 카일에 원래라면 화부터 났을 텐데 저 모습에 오웬은 어쩐지 안심됐다. 멀쩡하구만.



-자기야, 지금 나와야 해. 



페이스의 무전에 리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3층 천장이 다 무너졌으니 2층도 곧이었다. 오웬에게 먼저 가라해도 다리 하나라도 들겠다고 붙어있을 애다. 오웬을 설득하는 일보다 페이스를 부르는 게 나았다.



"페이스, 찾았어. 오웬 데려가."
"뭐? 형!"



기다렸다는 듯 페이스가 깨진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페이스가 오웬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두 발자국이나 뒤로 갔다.



"같이 나가면 되지 뭘 데려가? 야 카일! 일어나."
"오웬. 크리스 내가 들고 갈게. 먼저 가."
"형 진짜 왜 그래. 이럴 시간에 같이 가자고.."
"오웬, 걱정 말고 먼저 가. 나 힘 쎄잖아."
"살 다 빠져서 뭔 소리야..."
"오웬."



리스가 이름을 세번 부르면 그 말은 들어줘야 했다. 오웬은 어린 애처럼 눈썹을 잔뜩 찌그러트리고 페이스에게 돌아갔다. 페이스가 오웬의 어깨 옷자락을 쥐었다. 오웬이 익숙하게 페이스의 발목을 잡았다. 나가기 전 페이스가 리스를 불렀다.



"금방 올겁니다. 기다려요."


둘 다 피를 나눈 형제마냥 하는 짓이 똑같아서, 자기 사람 일에는 몸부터 나가니 따금히 일러뒀다. 리스가 대충 고개를 주억거렸다. 축 늘어진 카일을 들쳐 맸다. 여기까지 오는데 그동안 안 했던 일을 했더니 힘이 조금 모자랐다. 그래도 나가기만 하면 된다. 나가서 바로 병원에 가 크리스 목을 치료하고 입원하라면 입원하고 통원 치료면 집으로 가면 된다. 리스가 남은 힘을 쥐어짜 가까운 계단으로 뛰었다. 뛰어가는 중에 계단 바로 앞에 천장이 와르르 쏟아졌다. 불길이 미끄러져 내려와 구멍 난 곳까지 치솟았다. 고민할 새 없이 반대편으로 걸음을 돌리려 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넘쳐내린 불이 막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젬쓰...."



불길에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카일이 리스를 불렀다. 이름을 불렀는데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리스에게 고민하는 시간은 아까웠다. 들쳐 맸던 카일을 품에 구깃구깃 안고 창문으로 돌진했다. 창문 틀을 도움닫기 삼아 몸을 휙 돌렸다. 시원한 공기가 버석히 말라붙은 까만 코에 맡아졌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은 가끔 필요한 공중 침투 때나 느꼈었다. 카일의 눈 앞에 경악에 찬 오웬의 얼굴이 보였다. 오웬이 아래에 있다. 아래에?
그 짧은 순간. 카일도 리스를 안았다. 리스는 얼굴을 품어버리는 갈색 털에 제발 많이 다치지 말아달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했다. 2층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높이였다. 게다가 지면에는 충격을 흡수할 나무나 풀이 무성하지 않았다. 심장이 들어 올려졌다 원위치로 돌아갔다. 눈 깜짝할 새였다. 분명 깨질 듯한 아픔이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침대에 떨어진 듯 푹신했다. 내가 기절했나? 왜 푹신하지? 시야에 갈색 털이 무성했다. 세상에 카일이 바닥에?!



"와 대박."



리스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암만 바닥을 짚으려 손을 뻗어 더듬어도 부들부들 갈색 털만 손에 걸렸다. 카일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그냥 일어나려는데 카일이 살아는 있는지 되려 리스를 꽈악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 리스가 카일 품에 포옥 안겨졌다. 내가 카일한테 어떻게 안겨...? 눈으로 확인을 못하니 머리가 따라가지 못 했다. 머리 위에선 페이스의 대박 소리가 들린다.



"야 씨. 우리 형 숨 좀 쉬게 이제 놔!"



오웬이 카일을 찼는지 돌덩이 같은 팔에 힘이 풀렸다. 리스가 마지못해 갈색 털을 짚고 벌떡 상체를 세웠다. 갈색 털에 귀여운 까만 주둥이가 너무 가까웠다. 유리구슬 같이 파란 눈은 과학실 지구본 마냥 커져있다. 놀라서 눈을 땡그랗게 뜨고 굳어있는 리스가 머리를 부딪쳤나 싶어 카일도 몸을 일으켰다. 



"젬쓰! 아파!!?"



몸뚱어리가 커진 만큼 목청도 커져서 그냥 말하는 데도 카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놀림을 보태서 리스의 앞머리가 휘날릴 정도였다. "헐 대박." 이것도 페이스다. 

카일이 맞은 주사는 수인을 불법으로 팔아넘길 때 인간으로 변하지 못하게 막는 약물이다.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외상치료 목적 외 약을 맞은 적 없는 카일에게 부작용 형태인지 페이스 말로는 수인 군인들도 훈련 받아도 10명 중 1명이 성공할까말까 하는 중간형이라고 한다(본인도할수있다고빼놓지않고자랑했다). 개 수인의 중간형은 늑대 인간 같았다. 인간일 때는 리스보다 작더니 중간형은 머리 한개 차이가 났다. 리스는 자기가 카일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것도 신기했고 푹신푹신했던 감촉이 안 잊혀져서 자꾸 카일 가슴팍을 보게 됐다. 카일은 말하고 싶어도 또 화가 난 것처럼 호통을 칠까봐 입을 닫는 쪽을 택했다. 아까 말했을 때 이빨도 엄청 컸지. 리스에게 퍽 깊이 남았나보다.



"뒤처리는 머독한테 시켰고 돌아가야 하니까 몸부터 바꾸죠."



뾰족한 노란 부리가 순식간에 사람으로 변했다. 나체가 된 페이스는 아무렇지 않게 준비한 옷을 입었다. 신발까지 신어 완벽하고 평범한 사람이 됐다. 그런데 저 늑대 인간은 멀뚱히 서있다. 옆에 오웬과 리스도 쟤를 그냥 두고 있다. 뭐지.



"헤이 친구. 집에 안 갈거야?"
"....아마 얘 못 할 걸."



그 쉬운 두 형태도 못 바꿔서 유치원에 다니는데...오웬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주인없이 놓여있는 차로 향했다. 따라간 페이스가 전선으로 시동을 키니 다들 쪼르르 차에 탔다. 조수석에 앉은 오웬 뒤에 카일이 타자 차가 푸욱 기울었다. 평소같으면 꼽을 줬을텐데 피곤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냥 눈을 감았다. 카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열 받은 오웬이 귀여워 페이스가 싱글벙글 말했다. "자~ 집에 갑시다~" 집으로 가는 내내 차가 퍼지려고 달달달 거렸다.








뿌꾸프랫 카일리스

 

2024.06.15 06: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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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귀여워ㅠㅠㅠ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
[Code: d74b]
2024.06.15 08: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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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카일 커다란 늑대인간이 됐어 ㅋㅋㅋㅋ
[Code: 4a3c]
2024.06.15 1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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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대박 카일이 늑대인간이 되었다니!!!!!! 카일 초반에 크게 다쳐서 잘못되는줄 알고 너무 걱정했는데 리스랑 페이스오웬이 든든하다ㅠㅠㅠㅠㅠㅠㅠ 피로 맺어진 형제보다 더 끈끈한 리스랑 오웬도 너무ㅜ좋아ㅠㅠㅠㅠ
[Code: 1a6e]
2024.06.15 1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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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가 독수리 수인이었다니!!!!! ㄴㅇ0ㅇㄱ!!! 자기 알파 다칠까봐 항상 주시하고 왱알거리는거 너무 커엽다ㅠㅠㅠㅠㅠ 하 이 둘은 또 어떻게 만났을까ㅠㅠㅠㅠㅠㅠ 센세는.진심.천재야.
[Code: 1a6e]
2024.06.15 1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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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왔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어떡해?너무재밌어.. 어떡해? 너무재밌어 ㅠㅠㅠㅠㅠㅠㅠㅠ카일 늑대 인간상태라 말 더 서투르게 하는 것 같은데 너무귀엽다 무사히 구출돼서 정말 다행이야ㅠㅠ 인간형은 조금 작은데 중간형은 머리한개나 차이나는것도 너무 좋다 크아아아악ㅠㅠㅠㅠ 세가지형태 다 좋아 어떡해?!?
[Code: 449e]
2024.06.15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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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와중에 카일 의지 ㅁㅊㄷㅁㅊㅇ 리스 지켜주려고 기특하다 기특해 오웬은 ㅠㅋㅋㅋㅋㅋㅋ 살 다빠졌다고 리스 걱정하는 표현 개찰지네
집에가서 무사히 리스에게 고맙다고 또박또박 얘기하는 카일 너무보고싶다
[Code: 1015]
2024.06.16 01: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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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오셨다악!!!!!!!!!!! 카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쳤지만 무사해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일구할려고 다같이 작전하는거 너무 재밌고ㅠㅠㅠㅠㅠㅠ 와중에 늑대인간으로의 발현이라니!!!! 리스 다치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진화(?)로 발현된것 같아서ㅠㅠㅠㅠ 젬쓰 아파하는것도ㅠㅠㅠㅠㅠㅠ 카일 굿독굿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115]
2024.06.16 02: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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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떨어질 때 페이스가 구해주나 했는데
늑대인간카일이라니... 진짜 좋다 ㅋㅋㅋㅋㅋ
[Code: 06ff]
2024.06.17 08: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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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미치겠다.. 주마등에 어떤것도 지나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할만큼 외로웠던 카일한테 리스 소령님이 나타난거야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d99]
2024.06.17 08: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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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ㅋㅋㅋ
[Code: c7c8]
2024.06.17 09: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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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인생 너무 안됏구 납치 너무 심각하고 손이발발떨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엇는데!!!!!!! 막문단이 진짜 너무 커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유치원 다니는 우리늑대인간카일이...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둘다 서로에대한 감정 단순 동거인은 아니란걸 자각하는 계기가 된것같다 ㅋㅋㅋㅋㅋ
[Code: 7e35]
2024.06.17 14: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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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 미쳣다 ㅠㅠㅠㅠ 진짜 페이스 오웬 리스 셋이서 협동작전 하는 것도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 천재만재다 우리 센세 이대로 억나더까지 가보자고!!!!!
[Code: 1aa4]
2024.06.18 15: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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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또보러 왓어 하 정말 천재무순,,,,, 사랑해 센세
[Code: cb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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