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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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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옷 좀 입어."



리스가 카일에게 알려주는 게 많아질 수록 카일도 리스의 새로운 면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리스는 카일에게 다정한 편이었지만 인간형인 카일에겐 엄격한 구석이 있었다. 오전엔 개 였다가 오후엔 사람이 된 카일이 깜박하고 나체로 있으면 크리스가 아닌 카일이라 불렀다. 사람 모습이 어색한가 싶어 카일의 간절한 바램으로 아침부터 사람 모습이어도 똑같았다. "..옷 입고 나와야지." 눈까지 가리고 말하는 리스에 오전, 오후 시간의 문제가 아니란 건 좀 나중에 알았다. 다섯번째, 제임스는 옷 안 입은 '사람'을 싫어한다. 영리한 카일은 머리속에 차곡차곡 적는다. 알고 있으면서 까먹은 건 잘 못이니 투정 부리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충 옷을 꿰고 나온 카일이 직업병으로 확인 받겠다고 리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면 리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속옷도 입어야지..." 여섯번째. 제임스는 팬티를 꼭 입어야 한다. 


리스는 이제 어느 정도 '크리스 카일'에 익숙해졌다. 인간에게 질린 리스지만 이전까진 곁에 사람이 없었던 적이 없던 알파 팀의 알파였으니 오히려 적응은 쉬었다. 뚝 끊겼던 옆자리에 카일이 먼저 있었기에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카일은 꼬리를 처음 발견한 강아지처럼 크리스 카일이 도통 익숙해지질 않았다. 잘 알아듣던 '크리스'까지 못 알아들으니 리스가 엄하게 굴 때 '카일'을 부르는 건 배려이기도 했다. 카일은 크리스의 외적인 부분부터 별로였다. 키는 어찌나 큰지 서 있을 때 리스랑 눈을 맞출 수 있는 게 불편했다. 게다가 리스는 크리스에게 잘 웃어주지 않았다. 어쩌다 웃는 모습을 비슷한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개일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리스는 웃는 리스를 보질 못 했다. 카일은 잘 모를테지. 원래 리스는 동물과 아이에게 한없이 나약했다. 크리스가 못 보는 게 아니라, 카일이라서 볼 수 있었던 거다. 이 오해는 카일이 지긋해진 제 나이처럼 말할 수 있을 때나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리스와 부딪쳤을 때 리스가 휘청일 정도로 큰 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스는 퇴역한 군인이었고 카일은 아직 군인이다. 게다가 수술로 회복 중인 리스와 상태가 비슷할 수 없다. 물론 리스도 본인이 부딪쳐 튕겨질 거라 생각을 못 해서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한 건 창피했다. 하지만 리스보다 더 놀란 카일이 허리까지 잡아채며 리스를 받친 건 과보호였다고 생각한다. 상태가 안 좋은 리스는 백퍼센트 컨디션의 군인보다 더 나은 군인이었다. 그 이후로 리스는 운동량을 늘렸고 카일은 리스를 아프게 했단 이유로 한동안 끙끙대며 개로 지냈다. 아침 러닝까지 빼먹고 늦잠을 자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이불로 가려지지 않을 덩치를 둘둘 싸매고 불뚝 숨어 있는 카일을 방 밖으로 꺼내기까지 꽤나 힘들었다. 이유를 말할 생각도 말할 수도 없는 카일이 사고 친 똥강아지 마냥 눈이 쳐져 있어서 리스는 익숙하게 카일을 달랬다. 리스는 좋은 아빠는 아니었지만 상냥한 아빠였다. 한동안 개로 있다 사람으로 변해서 속상한건가 어림짐작했다. 카일이 크리스를 싫어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크리스를 걱정하는 리스의 얼굴에 카일은 한시름 놓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잔뜩 웅크리고 있던 카일이 정직한 군인 자세가 되자 아이도 개도 참 알기 쉽다고 리스가 슬몃 웃었다. 

물론 크리스가 편할 때도 있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 무거운 짐을 왔다갔다 할 필요없이 한 번에 옮길 수 있을 때나 리스가 어저리워 하거나 리스를 도와줄 땐 크리스가 나았다. 그리고 크리스가 전보다 망치질을 잘하거나 키오스크를 누르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리스의 말에 웡 보다 응. 비스무리한 대답이 먼저 나올 때 리스가 칭찬해주곤 했는데 카일은 그게 애 취급인 줄 알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좋아서 꼬리가 튀어나올까 봐 몸에 힘을 바짝 줬다. 오잉인지 오웬인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걔는 몸에 힘을 빼라고 했지만 지금 카일은 인간형, 동물형으로 변하는 일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는 몸으로 지냈다. 전에 마트에서 전조 현상 없이 사람이 돼서 리스가 애먹은 일도 있었다. 그때 어쩔 수 없이 산 요란한 꽃무늬 장식 바지는 마당 잔디를 뽑을 때 유용하게 쓰긴 한다. 가끔 마트에 출몰하는 거대한 게이부부는 이제 변태 게이부부가 됐지만 말이다. 주변에 다양한 모습을 한 수인들이 많지만 이십년동안 동물형으로 살다 인간형으로 변하니 모 아니면 도가 됐다. 완벽한 개 또는 완벽한 사람. 카일이 과로로 쓰러진 이후 리스는 원하는 대로 있으라 했었다. 카일은 개로 있고 싶었다. 자신은 개로 훈련받고 인정받고 인간과 소통이 되는 훌륭한 군견이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돼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줄 알고 며칠 밤을 새우다 마트에서 사단이 났었다. 그래서 최대한 리스에게 피해가 안 끼치는 쪽으로 본인 힘으로 할 수 있는 선까지 버티고 있다. 이 사실을 리스가 모를까? 



-뭣하면 학교라도 다녀야지.



그 덩치를 학교에서 받아줄 진 모르겠네 파하하. 재미가 아니라 진심으로 놀리는 투로 말하는 오웬에 보지 못할 테지만 리스가 카일처럼 고개를 젓는다. 둘이 얼마나 봤다고 사이가 안 좋을까...리스의 기억엔 둘이 딱히 접점이 없었다. 카일이 이야기만 하면 유치해지는 오웬과 오웬 이름이라도 나오면 못 들은 척하는 카일이라 서로 왜그렇게 싫어하는 도통 감을 못 잡았다. 오웬이 개를 싫어했나..



"방법이라도 가르쳐달라니까."
-전에 말했는데. 몸에 힘 빼라고.
"너 진짜 사육사 맞아?"
-아 구조대라니까. 그리고 난 가르치거나 이런 거 몰라. 훈련만 시키지. 아니면 센터 한번 다시 오던가.
"....설마 페이스한테 보내려고?"
-그건 내가 귀찮아지고. 짐이라고 애들 발달 선생님인데 종종 성체도 구조 돼서 잘 가르쳐.



학교에선 안 받아줄 게 뻔하니 특별히 초대해드림. 깐죽대는 오웬에 카일이 질색하며 절대 안 갈게 뻔했다. 하지만 카일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편한 모습으로 있으라 말했지만 카일은 들쭉날쭉 형태를 달리했다. 처음엔 사람 형태가 좋은 줄 알았다가 개로 변하는 날엔 자꾸 밤을 새더라. 그러다 마트에서...신발장에 늘어난 똑같은 무늬의 슬리퍼에 눈치챘다. 카일이 사람 모습을 싫어하는 걸.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잠을 안 잔다는 걸. 사람이 될 때 서투른 걸 물어보고 배우지만 단순히 아무것도 못하는 본인이 싫어서다. 카일이 어떤 모습이든 리스는 괜찮았다. 크리스는 크리스니까. 다만 카일이 속해있던 부대가 카일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것 같았다. 거울 앞에 한참이나 크리스를 보던 카일이 눈에 걸렸다. 선택과 거부는 다르다. 리스는 그냥 둘 수 없었다. 



***


오웬과 약속한 날 리스는 크리스면 데려가기 힘들 텐데 기절이라도 시켜야 하나 고민했다. 다행히 혼자 방법을 찾았는지 삼일 전부터 카일이 낮잠을 자며 동물형을 유지했다. 하네스를 채우고 차에 태우고 평소 가는 루트가 아닌 다른 길로 빠지니 뚫어지게 쳐다보는 카일을 무시하느라 리스도 맘이 편치 않았다. 동네를 벗어나 큰 도로를 지나 최근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퇴원 아닌 퇴원했던 낯익은 건물이 보이자 카일이 웡! 리스를 불렀다. 주차할 때까지도 리스의 옆 얼굴이 따가웠다.



"크리스 화내지마.."



푸흥! 쎈 콧바람으로 싫다는 티를 한껏 내는 카일에 리스가 작아진다. 



"너가 불편한 것 같아서 그랬어...말 없이 데려와서 미안해..하지만 오웬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 있는데 그 분이라면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끝나고 맥주 마시게 해줄게 응? 카일이 수인인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눈에 보이는 게 개다 보니 리스는 카일에게 초콜릿이나 맥주 따위를 주지 않았다. 카일이 인간형일 때 유일하게 좋은 건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삶의 이유가 맥주일 정도로 카일은 주당이었다. 군대에서도 따 놓은 당상이었다. 물 대신 맥주로 약을 먹는 리스를 말리고 자기 입에 버리려다 되려 카일이 혼났었다. 눈을 매섭게 떠봤으나 리스는 봐주지 않았다. 마당 잔디를 뽑은 날 리스가 먼저 맥주를 줬었다. 카일은 누가 뺐을까 내리 세병을 비웠는데 얼굴색 하나 안 변했었다. 하지만 카일일 땐 얄짤없었다. 그렇게 맥주가 좋은지 움직이는 일이 드문 카일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산책!하면 좋아하는 개도 아니고 걸걸한 맥주에 반응하는 카일에 땀을 닦으며 한 모금에 반을 비우던 크리스가 보였다. 정말 맛있었는지 햇볕에 익은 볼을 슬쩍 올리고 웃었었다. 그때 참 잘생겼었지. 대충 봐도 잘생겼는데 오늘 애인이라도 만드는 거 아닌가 몰라. 카일이 들으면 이제 몸통까지 박아올 주책 맞은 생각이었다. 제대로 마음 먹은 카일이 문을 박박 긁었다. 내려달라는 뜻이었다. 잠금을 풀자 남산만한 카일이 재빠르게 튀어나갔다.


의원 에디 모라가 세운 수인 보호 센터는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국외를 더불어 제일 큰 보호 시설과 함께 자체적으로 의료 기관도 마련돼있었고 구조된 수인의 사회화와 희귀종으로 분류되는 소수의 수인도 다닐 수 있는 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큼지막한 건물이 세개나 되니 학교에서 체험 학습으로도 온다는 이야기를 오웬에게 종종 들은 적 있다. 안전을 위해 출입이 까다로운 곳이지만 한 자리 차지하는 오웬 덕에 리스와 카일은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경황없이 달려온 늦은 밤 보았던 경비원이 둘을 알아보았다. 삼엄한 경계를 서야하는 의무도 있지만 거구의 남성이 거구의 개를 한 아름 들고오는 광경은 입사 후 처음이었다. 블루를 처음 봤을 때도 이정도로 놀라지 않았다. 그 전보다 친숙해진 경비원과 짧은 인사 후 안에 들어가자 엘레베이터에서 오웬이 내렸다. 리스와 오웬은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했고 오웬과 카일은 그냥 고개만 까닥였다. 오웬이 다가오자 털 사이사이를 지나 피부에 닿는 뾰족한 냄새에 리스를 가운데 두고 카일이 옆으로 섰다. 노골적인 카일의 적대에 오웬은 알만 하다는 듯 리스의 등을 떠밀고 발걸음을 뗐다. 뭘 키우길래 고약한 냄샌지. 카일은 뱉는 숨을 쉬었다.

본관을 지나 연결 된 통로 다음 발달 센터를 들어가자 어린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작고 큰 울음소리는 덤이었다. 화이트와 투명 창으로 이루어진 사무적인 공간 뒤로 알록달록 화사한 유치원이 보였다. 시멘트 냄새가 날만큼 차가운 건물에서 다른 세상으로 불시착 했다 착각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코로 맡아져 오는 포근한 향이 실제가 맞다고 깨워줬다. 갑자기 멈춰버린 둘과 다르게 훌쩍 다가간 오웬이 큼지막한 빨간색 벨을 눌렀다. 짐! 오웬이 말했던 선생님 이름이다. 안에서 문을 열었는지 아이들 소리가 커졌다가 닫혔다. 멀지 않은 방에서 말라보이지만 단단한 남자가 걸어왔다. 오웬. 채도 낮은 민트색 니트를 입은 짐이 옅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여긴 전에 말한 제임스 형. 이 쪽은 카일."
"안녕하세요. 제임스 프레스턴이에요. 편하게 짐이라고 불러주세요."
"제임스 리스 입니다. 이 얜 크리스 카일이에요."



카일은 두 앞발을 모으고 정직한 자세로 앉아있다. 리스가 손을 뻗어 카일의 정수리를 쓰담았다. 장난스러운 손길에 쫑긋 선 큰 귀가 좌우로 움직였다. 안녕 카일. 작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짐은 묘하게 리스를 닮아서 카일이 빤히 쳐다봤다. 제임스란 이름은 다 저렇게 생겼나. 카일도 모르게 한번 살랑 움직이는 꼬리를 리스가 보고 말았다. 리스와 처음 만났을 때도 굳건했던 꼬리가 움직이다니. 온화해 보이는 짐의 인상이나 분위기에 리스도 마음이 풀렸다. 카일까지 좋아하는 눈치니 믿고 맡길 수 있어졌다. 



"오웬에게 들었지만 보호자님과 따로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리스와 짐이 동시에 카일을 보았다.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다.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웬만이 이 상황이 기가 막혀 눈을 굴렸다. 보호자와 선생님은 상담실로 들어가고 복도엔 팔짱을 단단히 낀 오웬과 훈련받은 티를 못 벗은 카일만이 남았다. 오웬은 카일이 말을 못 한다는 걸 알기에 말을 걸지 않았고 카일은 딱히 오웬에게 관심 없어서 리스가 들어간 문만 맹렬히 쏘아봤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누가 생각나서 오웬이 허, 소리를 냈다. 오웬이 들으라고 낸 소리에도 카일은 어그래알았다는 듯 왼쪽 귀만 움찔해줬다.



"어디가 이쁘다고 우리 형이 뻑 갔을까."



오웬은 리스를 형이라고 불렀다. 소령, 리스, 제임스 리스로만 부르는 인간들 사이에서 오웬이 부르는 형은 카일의 신경을 건드렸다. 호감이나 무관심 중 하나의 태도를 취하는 카일이 오웬에게만 틱틱대는 건 그 탓도 있었다. 도발에 넘어간 카일이 문이 아닌 오웬을 째려봤다. 오웬은 사람도 동물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다. 멋드러지게 씨익 웃은 오웬이 대기실로 턱짓했다.



"극성 학부모는 오래 걸리니까 앉아서 기다리자고."


*


"리스 씨는 카일 씨를 입양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요즘 자주 보는 서류의 항목 다섯번째 수인과의 관계에 보호자를 표시하자 짐이 물어본다. 리스는 뻑뻑한 눈을 한번 꾸욱 감고 짐과 눈을 맞췄다. 짐은 리스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크리스가 원한다면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은 까닭은 책임을 떠나 입양이니 뭐니 카일과 서류로 정의되는 관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리스는 그날 이후로 내일을 꿈꾸지 않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카일을 받아준 건 스스로를 투영한 것도 있었다. 쓸 만큼 쓰다가 팽 내쳐진 군인. 다시 소속될 수도 그렇다고 풀어줄 수도 없는 눈엣가시가 된 박힌 돌끼리 모아두는 거다. 의도를 알면서도 리스는 카일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제임스 리스는 알파였었다. 책임지는 일이 익숙했다. 설령 카일을 사람 모습으로 만났어도 그랬을 거다. 옆에 있으니 챙긴 거고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오늘도 카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편해졌으면 싶어 센터를 찾았다. 카일이 괜찮아진다면? 원하던 개나 사람으로 선택해 산다면? 생각해 본 적 없다. 카일에게 물어본 적도 없다.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ㅡ카일은 다시 군대에서 데려갈 수도 있고 본인은 또 혼자 남아 죽을 때를 기다린다거나 죽으러 가는 임무를 맡을 수도 있겠다. 우리 둘에게 선택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카일이 원한다면 리스는 카일을 입양할 거다. 그리곤 더 좋은 가족을 찾아줄 거다. 그게 서로에게 최선이라 리스는 믿고 싶다.




"리스 씨의 의사도 중요해서 그래요. 강요하는 게 아니에요. 다는 모르지만 오웬에게 들은 얘기로는 카일 씨가 리스 씨를 꽤나 좋아한다고 했어요. 방금도 잘 따르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겁니다. 크리스가 있던 부대는 수인을 무기로 대했습니다. 크리스는 최근까지 군대에 있었죠. 보다시피 동물형으로만 지내길 원하고 어쩌다 인간형으로 변해버려서..그 뒤로는 시시때때로 모습이 변하더군요. 오랫동안 동물형만 유지해선지 의지대로 유지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크리스가 원하는 모습으로 있길 바래요. 그리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의사 소통을 할 수 있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군대에서 너무 많은 걸 뺏겼거든요."



리스의 쓴 웃음에 짐도 눈썹을 내린 채로 웃어보인다. 수인을 '취급'하는 일은 누구보다 잘 아는 짐이다. 자세히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짐은 리스와 카일을 멀리서 봤을 때부터 의심할 수 없이 가족이라. 이미 둘이 가족인 줄 알았다. 짐은 사람을 대하는 게 어색하고 오래봐도 잘 파악할 수 없었지만 동물형으로 만나는 수인은 대화하지 않아도 그들을 읽을 수 있었다. 잠깐으로도 카일은 리스를 바운더리에 두고 있었다. 오웬이에게 들은 그 카일이 이미 리스에게 곁을 줬다면 사실 짐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 카일은 변할 테니까. 리스가 바라는 대로. 



*



"형이 전화하면 니 얘기만 해."



표면에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차가운 콜라를 혼자만 마시더니 하는 말이 저거다. 카일은 예의상 의자에 앉아 몸은 여전히 유치원 쪽을 향했다. 오웬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카일한텐 주정처럼 들렸다.



"오늘 크리스가 뭘 배웠고 어쩌고저쩌고. 사실대로 말해봐 너 형 앞에서는 어린 애로 변하는 거 아니야? 전에 봤을 때 털이 다 덮여있더니 그거 연기였어? 형이 말하는 걸 보면 루시 어릴, 어린 애랑 사는 거 처럼 말해."



루시. 리스의 딸이다. 카일도 알고 있다. 카일에게 가르쳐주면서 리스가 누굴 생각하는지. 리스가 알려주는 방법을 누가 먼저 배웠는지. 그정도는 알고 있다. 너무 잘 알아서 가끔은 아이의 자리를 뺏은 기분도 든다. 리스의 집에서, 리스의 생활 방식을 배우면, 리스의 가족이 된 기분이 드는 날이면 리스는 악몽을 꾼다. 로런. 루시. 그게 마치 빈 자리를 넘보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아닌 걸 알고 있다. 안다. 그래서 더욱 사람으로 있기 싫었다. 몸이 커진 만큼 욕심이 부푸니 멈추고 싶었다. 딱 개일 때만큼의 마음만 리스를 대하고 싶다. 눈도 깜박이지 않은 카일을 두고 오웬은 말을 잇는다.



"난 니가 싫은 게 아니라 형이 걱정 돼. 어차피 넌 다시 돌아갈 곳이 있잖아."



고대하던 문이 열렸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리스와 짐의 얼굴이 밝다. 이 쪽은 지나가는 사람마저 숨을 참고 갈 정도로 숨 막혔다. 멀리서 봤을 때 사이좋게 앉아있는 둘을 발견한 리스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군인이었던 둘은 아닌 척 하기 달인이었다. 오웬도 손을 한번 흔들었고 카일은 꼬리로 답했다. 다가오는 둘에 들릴까 한 톤 낮은 음으로 오웬이 속삭였다. 시야에 걸리는 오웬은 은은히 미소 짓고 있다. 



"개든 사람이든 빨리 정해서 형 옆에서 떨어져. 형을 위한다면 말이야."



오웬의 말은 참견이 아니다. 맞는 말이지. 카일은 억울하지도 화도 나지 않았다. 말할 수 있었다면 '그래 알겠어.'라는 확신을 줬을 거다. 몸보다 손을 뻗은 리스의 손이 자연스럽게 카일의 머리에 안착했다. 잘 기다린 걸 칭찬하듯 머리부터 턱까지 벅벅 긁었다. 리스의 손에 나른해져 눈이 절로 감겼다. 자꾸 손길을 더 받고 싶었다. 힐끗 본 오웬은 여기는 신경 않고 짐과 얘기하고 있다. 원래 바닥에서도 리스의 허리를 넘는 카일이라 의자에 올라가 앉으니 카일과 리스의 시선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리스의 손길에 고개를 쭉 뺀 카일이 겨우 눈을 뜨자 리스를 올려다 보는 모양새가 됐다. 언제나 봐도 파란 눈이 형광등 밑에서 바다처럼 보였다. 검은 물감으로 콕 찍은 작은 동공이 사나워 보일 법한데 리스에겐 유순하기만 했다. 착한 내 강아지. 



"이제 네 차례야 크리스. 선생님이 물어볼 게 있으시대."



카일이 훌쩍 의자에서 내려왔다. 하네스 줄을 짐이 잡았다. 짐의 발걸음을 쫓아가다 정말 강아지가 따라오지 않는 주인에게 하는 것처럼 카일도 멈추고 리스를 보게 됐다. 순간 카일은 아차 했지만 리스는 다시 손을 흔든다. 



"기다리고 있을게. 다녀와."



카일은 불안해서 리스를 본 게 아니었다. 아니 불안했나? 기다린다는 리스의 말에 안심이 됐다. 이유 모를 안정이다. 옆에서 또 눈을 굴리고 있는 오웬을 보니 약한 통쾌함에 꼬리가 흔들렸다. 다시 리스를 보자 여전한 미소다. 할 말이 있냐는 듯 동그래지는 눈에 걸음을 땠다. 혹시나 둥당둥당 걷게 될까봐 있는 힘껏 다리를 조종했다. 마음을 다잡기 무섭게 리스를 보니 카일은 난생 처음으로 마음이란 게 흐물흐물 해질 수 있는 걸 알았다. 리스는 자꾸 카일을 녹였다. 카일은 여름을 싫어했다. 뜨거운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리스는 햇빛에서 쏟아졌다.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손으로 인사했다. 리스가 카일에게 손을 댄 순간. 이미 카일은 리스에게 스며들었다. 






뿌꾸프랫 카일리스
 
2024.03.26 0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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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왔다ㅏㅏㅏㅜㅠㅠ 둘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서로 슬슬 안정을 찾아가는데 한번씩 현실을 자각해야해서... 그게 고민이구나ㅠㅠㅠㅠㅠㅠ
[Code: 4dd6]
2024.03.26 01:10
ㅇㅇ
모바일
맥주 좋아해서 넘어간 카일 ㄱㅇㅇㅋㅋㅋㅋㅋㅠㅠㅜㅜㅜㅜ
[Code: 4c63]
2024.03.26 0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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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둥당둥당 걷지 않으려고 힘주는 카일 너무 귀여워 ㅜㅜㅜㅜ힐링이다 진짜 센세 너무 좋아 ㅜㅜㅜㅜ
[Code: c01e]
2024.03.26 0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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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 카일은 너무 귀엽고 분위기는 따스하고 잔잔하고 또 웃기고…. 오래오래 함께해 센세….
[Code: ed83]
2024.03.26 08: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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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너무 좋다 외로운 리스와 마음이 굳어버렸던 카일이 함께하는 거 ㅜㅜ
[Code: c1bd]
2024.03.26 08: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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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흑흑 억나더가 나왔다 제며든 카일 ㅌㅌㅌㅌ 편안한 일상들이라 맴이 몽글몽글 해지네
댕수인 카일 너무 귀엽다..
[Code: 21f5]
2024.03.26 10: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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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ㅏ아아아ㅏㅏ 내센세가 어나더를 들고오셨다아아아아ㅏ악!!!!@! 센세,,,, 우리 이제 평생 함께야,,,,,(철컹)
[Code: 1050]
2024.03.26 10: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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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 몽글몽글한 분위기 좋아서 미치겠다 어떡하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리스와 무언가를 가져볼 생각도 못했던 카일이 점차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게ㅠㅠㅠ 카일도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과정들이 아 너무 좋아서 미칠것 같음 으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050]
2024.03.27 0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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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센세 넘... 너무 좋아.. 이 무순이 날 행복하게 해ㅠㅠㅠㅠㅠ.. 왕큰 카일 둥당둥당 걷는 날 오면 리스가 너무너무 좋아할거같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
[Code: 609b]
2024.03.27 00: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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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오타가 너무 많이 나서 댓삭하고 다시 쓴거임..!!)
오웬이 카일한테 경고하는것도 짠하고.. 카일이 돌아갈곳니 있다고 말하는것도 카일한테는 짠한일이라 다시 보는데 정말 맘 아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아악
[Code: 609b]
2024.03.28 2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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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햇빛 같은 사람ㅠㅠ 카일리스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Code: c4c3]
2024.03.30 04: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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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씨 나까지 녹아들고 있어요 센세.....
[Code: 6294]
2024.04.14 20: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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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당둥당 카일 매일매일 생각중... 나중에 둘이 마음맞고 배맞고나면 이제 맨날 둥당둥당 걸어다닐거 아냐.. 하ㅠ ㅅㅂ 리스 얼마나 귀여워할까
[Code: 656a]
2024.04.14 20: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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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보고싶으니까..얼릉와 ㅠㅠㅠㅠ
[Code: 656a]
2024.05.02 07: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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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센세가 오기를 기다리며.. 복습하다..
[Code: 1651]
2024.05.07 23: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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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당둥당 카일.. 맴이 따땃하다
[Code: 1e66]
2024.06.17 1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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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엉 너무 좋다.... 짐 등장한거보고 속으로 소리 질럿어 ㅋㅋㅋㅋㅋ 프랫 필모캐들 나오는거 너무 좋다 🥹 이미 리스한테 스며든 카일이랑 카일만을 생각하는 리스랑 둘다 이미 가족이구만 진짜!!!!! 최고의 힐링이야 센세 사랑해..
[Code: 1e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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