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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3:25
크리스배리네 피트로 이 구역의 놀이터 대장을 꺾고 대장의 자리를 노리는 피트 미첼 씰 시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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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배리네 피트로 아무래도 톰이 이상한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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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배리네 피트로 피트가 자꾸 피해서 슬픈 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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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배리네 피트로 피트는 톰을 너무너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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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피트와 톰이 서로 제일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는 소식은 놀이터에 일파만파 퍼져 나갔지.
톰이 마침내 성공했다는 사실에 친구들은 무척 기뻐했어. (물론 구스는 입을 딱 벌렸지. 좋아하는 게 그런 거야?! 하고 말야.) 이젠 어디를 가도 피트와 톰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녔어. 물론 매일 얼굴을 볼때마다 뺨에도 뽀뽀하고 입술에도 뽀뽀했지.


물론 이 장대한 뽀뽀 계획에 장애가 없었던 건 아냐. 
첫번째 장애물은 크리스 씰 시헬리스 씨였어. 크리스 씰 시헬리스씨는 매우매우 보수적인 가부장의 화신이라 어른이 되기 전엔, 아니, 결혼 전엔 뽀뽀는 있을 수 없다며 입에 불을 뿜었어. 하지만 크리스 씰 시헬리스씨의 입에서 타오르던 불은 오래가지 못했지. 피트에게는 아주 든든한 크리스 씨 전담 소방수, 배리먼 씰 시헬리스 씨가 있었거든. (자기는 혼인신고 사인하기도 전에 나랑 잤…!/애들 앞에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피트는 고개를 갸웃했고 톰은 피트의 부모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주 부끄러운 이야기일 거라는 건 본능적으로 깨닫고 피트의 귀를 막아주었어. 


두번째 장애물은 톰 카잔스키 시니어 씨였지. 
그는 아이들이 너무 조숙한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어. 하지만 역시나 그 얘기를 듣던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카잔스키 씨, 통칭 슈슈가 그 우려를 단칼에 잘라버렸지. 애들끼리 뽀뽀하는 것 가지고 조숙함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말야. 사실 슈슈의 눈에 두 꼬맹이의 뽀뽀는 조숙함을 논하기엔 마치 예쁜 강아지에게 뽀뽀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 그 자체였거든. 


사실 이 첫번째 장애물과 두번째 장애물은 태풍이 온 것 같지도 않게 조용히 지나갔지. 


문제는 세번째 장애물이야. 바로 학교였지. 
톰과 피트는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했어. 물론 학교와 학교는 아주 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거리가 되는 편이었어. 피트는 조금 시무룩한 말투로 그럼 우리 이제 매일 뽀뽀 못하겠네? 하고 말했어. 톰은 피트의 시무룩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지.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톰은 매일매일 학교가 끝나고 피트의 집앞에 찾아왔어. 피트가 환하게 웃으면서 톰에게 달려오면, 톰은 피트를 끌어안고 뽀뽀를 했지. 그때부터였을 거야. 입술이 닿을 때, 무의식적으로 아주아주 간지러운 기분이 솟기 시작한 건 말야. 


이후로도 뽀뽀의 장애물은 아주 많았어.
캠프도 있었고, 가족 여행도 있었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제 뽀뽀를 매일매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아이들은 꽤 실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뽀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었어. 피트와 톰은 십대에 접어들면서 어릴 적처럼 붙어다니지 못했지. 피트는 피트에게, 톰은 톰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어. 그러니 마음도 변할 수 있을지도 몰라.



─ 톰, 학교에서 고백 받았어. 몰랐어?



그 중대한 사실을 제보한 사람은, 그래. 론과 구스였지. 놀이터 친구들 중에서 연락을 유지하는 건 그 둘이었는데 그 둘 모두가 톰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 피트는 그때 처음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어. 항상 톰이 곁에 있는 게 익숙해서 톰과 헤어질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생각도 못했거든. 가뜩이나 요새 톰은 멋있어졌단 말야. 키도 훌쩍 컸고 잘생겼고, 매너도 좋았어.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왕자님 같은 이미지가 완전히 무르익었지. 그에 비해서 피트는…. 피트는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어. 피트도 물론 많이 컸지만 그래도 젖살이 뽀얗게 남아 있어서 톰이 갖고 있는 성숙함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지.


피트?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톰이 피트의 맞은 편에 앉아서 물었어. 그러면서도 솜씨 좋게 햄버거 포장을 까서 피트의 손에 쥐어주고, 감자튀김도 먹기 좋게 세팅을 해주었지. 문득 피트의 녹색 눈동자에 톰의 손이 들어왔지. 시계를 차고 있는 손목이 두꺼워졌고, 손이 무지 커졌어. 피트는 무심코 톰의 손에 제 손을 갖다 대었어.


진짜 크네….
피트?
내 손, 너무 애 같아. 


피트가 가볍게 투덜거리가 톰이 가볍게 웃었어. 톰은 장난스럽게 피트의 머리를 헝클듯 쓸어 주었어.


그러게. 우리 피트, 언제 클래?
뭐, 넌 다 큰 것처럼 얘기한다? 먼저 크니까 좋냐?
응. 당연히 좋지.


누굴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피트가 투덜거렸어. 
톰은 그런 피트를 가만히 바라보았지. 여전히 피트는 귀여워. 볼살이 남아 있는 것도 귀엽고, 입을 벌릴 때마다 살짝 앞니가 보이는 것도 귀여워. 톰은 한창 크기 시작했지만 피트는 아직 덜 자라서 한 품에 안기는 것도 귀엽지. 피트가 불만 있는 다람쥐처럼 햄버거를 오물오물 먹는 것을 톰은 다정한 눈길로 지켜보았어. 톰이 감자튀김에 케첩을 찍어 피트에게 건네주자, 피트가 쏙 하고 감자튀김을 받아먹으며 물었어.


토미. 학교에서 고백 받았다며?
어?
론이랑 구스가 말해줬어.
아… 거절했어.
왜?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라며. 


피트가 아랫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며 물었어. 톰은 대수롭지 않게 콜라를 마시며 답했어.


제일 예쁜 건 너지. 
너, 가면 갈 수록 낯간지러운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한다?
사실인데 뭘. …피트. 질투했어?
아냐! 


톰이 피트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피트가 솔직하지 못할 때는 빨갛게 물든 귀가 쫑긋하고 움직인다는 거야. 톰은 눈꼬리를 접어 웃었지.


그래, 믿어 줄게.


그러자 피트가 두 눈을 가늘게 떴어. 피트 역시 톰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사실은, 톰은 피트가 솔직하지 못할 때 꼭 저렇게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말한다는 거야. 하나도 안 믿으면서, 말은. 피트는 빨대로 콜라를 한 모금 마셨어. 그 사이, 톰이 감자튀김을 건네 주자 또 받아먹었지. 



누군가는 말하곤 해. 어릴 때의 첫사랑은 그저 흘러가는 것 뿐이라고.
피트와 톰이 어릴 때 만나고 지금까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 둘이 함께 있는 건 이제 숨쉬는 것보다도 자연스러운 일이야. 너흰 서로한테 질리지도 않냐? 오래 사귀면 질린다던데. 얼마 전 구스가 했던 말이지. 피트는 고개를 기울였어. 피트는 아직 톰이 질린다거나 한 적은 없었어. 그런데 톰이 어떨지는, 톰만이 아는 거잖아?  


어느덧 저녁이 되었어. 톰과 피트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었어. 변하지 않는 다정한 눈빛, 따뜻한 손길… 피트는 문득 물었지. 


토미. 넌 내가 안 질려?
그게 무슨 소리야?
구스가 그랬거든. 오래 사귀면 질린다던데, 하고. 
흠. 다른 사람은 어떨진 모르겠지만 난 아니야.
아니야? 왜?
너니까. 피트. 


톰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피트를 돌아보았어. 그 의미심장한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피트는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지. 함께 지낸 시간이 많은 만큼 여러 일들이 많았거든. 워낙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굳이 꼽자면 뭐… 톰에게 선물하려던 커플링을 까마귀가 낚아채는 바람에 까마귀 둥지까지 쫓아가서 혈투를 벌였다거나, 당장 얼마 전에 톰의 다리에 털이 돋은 걸 보곤,  왜 내 다리엔 털이 없냐며 구스 아빠의 발모제를 빌려─구스가 빌려줌─ 바르다가 걸린 적도 있었지. 톰 입장에선 도저히 질릴 틈이 없어. 피트의 얼굴이 공연히 빨갛게 달아올랐어. 


너 진짜!
어? 다 왔다. 
말 돌리지 말…!


피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어. 마침 휴일이라 불이 꺼진 도넛 가게 앞에 도착한 순간, 톰이 고개를 숙여 피트에게 입을 맞추었거든. 피트의 녹색 눈동자가 떨렸어. 처음으로 입을 맞추는 것도 아닌데 문득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자리가 불에 덴 것처럼 짜릿했지. 입술이 떨어지고, 피트가 톰을 바라보자 톰이 웃으며 속삭였어.


잘 자. 피트.


그 눈빛은 예나 지금이나 더없이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이야. 그 표정을 보니, 피트는 다시 한 번 더 확신할 수 있었어. 톰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앞으로도 쭉 말야. 피트는 멀어지는 톰의 등을 바라보다 문득 입술을 어루만졌어.


이제야 어른들이 왜 뽀뽀를 하는 지 알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


사실 톰도 피트 데려다주고 돌아서서 뛰어가면서 괜히 입술 만져 보곤 웃었음
ㅋㅋㅋㅋ 대충 얘네가 십대가 되어 하는 로맨스는 어떨까 싶어서 써봄


십대아맵 사랑을 해라..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