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미첼 씰 시헬리스(훗날의 매버릭)이 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크리스와 배리가 마침내 신분의 신분의 신분의 신분세탁을 끝마치고 한 동네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을 무렵의 일임. 피트는 크리스와 배리가 위탁가정에서 입양한 아이였는데, 이 쬐깐한 녀석 해감 시키느라 크리스와 배리가 죽는 줄 알았지... 그렇게 크리스와 배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피트는 가는 동네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장난꾸러기로 위상을 떨쳤겠지. 그 전 동네에서도 놀이터를 완전 평정해서 대장 노릇하던 피트는 다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서운해하는 동네 친구들에게 다른 동네도 내가 정복하고 돌아올게! 하고 씩씩하게 말했겠지. 하지만 친구들을 다시 만나지 못할 건 아니까 피트는 집에 돌아와서 조금 울었을 거야. 


새로운 동네에 오자마자 피트는 크리스와 배리에게 약속을 받음. 이젠 이사 가지 않기로 말야. 크리스와 배리는 우리 이제 여기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며 기꺼이 피트와 약속했지. 우리에겐 이사는 더는 없기로! 그렇게 신신당부 약속을 받은 피트는 제일 먼저 옆집 아이와 친구가 됐음. 브래드쇼 씨네 닉 브래드쇼─ 통칭 구스는 피트보다 키가 훌쩍 컸지. 피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구스와 친해졌고, 구스에게서 이 놀이터 동네 대장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어.


톰 카잔스키 주니어가 놀이터 대장이지! 걘 정말 대단해! 똑똑하고 못하는 게 없어! 집도 이만-큼 커다래!

구스가 크리스 씰 시헬리스 특제 도넛을 우물거리면서 한 말이지. 피트는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렸어. 나도 똑똑하고 못하는 게 없는 걸. 책도 많이 읽었고 계산도 잘하고 알파벳을 거꾸로 외울 수도 있어! 집이 커다랗다는 건 부잣집이란 얘기겠지? 우리 집도 돈 무지 많아서 배리 아빠가 매일매일 뒷마당에 묻어두는 걸!―그럼 나도 걔한테 꿀리는 건 없어! 계산이 완벽하게 끝났지. 


그렇게 피트는 당당하게 놀이터에 입성했어. 첫날에는 그 톰 카잔스키 주니어란 녀석이 보이지 않았지. 구스 말로는 가족 여행을 갔다나 봐. 피트는 놀이터 꼬맹이들과 차례차례 친해지기로 했어. 크리스 아빠가 맛있게 튀겨낸 도넛을 가지고 가서 아이들에게 싹 다 돌리고 신나게 뛰어 놀았지. 그렇게 2주일 정도,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피트는 새로운 대장으로 놀이터에 등극했어. 아이들은 모두 피트를 좋아했거든.

그렇게 피트가 놀이터에서 자리를 잡는 듯했던 그때에 톰 카잔스키 주니어가 돌아왔어.
피트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오자마자 미끄럼틀 위에 있는 낯선 아이를 보았어. 처음 보는 금발이지. 친구들이 말했어. 쟤가 톰이야, 하고 말야.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확실히 피트보다는 컸어. 그리고 무지 어려운 말을 잘 쓸 것처럼 똑똑하게 생겼지. 첫인상에서 다소 밀리는 것 같은 기분이야. 피트는 마음을 다잡고 톰 카잔스키 주니어와 대면했지. 


안녕? 나는 피트야! 네가 톰이지?
응, 안녕?


피트가 먼저 기선제압을 걸었어. 일부러 높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지. 톰은 눈 한 번 깜짝 않고 피트를 응시했어. 피트가 생각하기론 아무래도 만만한 녀석은 아니야. 피트는 본론부터 꺼내기로 했지.


네가 없는 사이에 내가 여기 대장 됐어. 
그래? 
응. 앞으로는 내가 대장할 거야! 


피트는 씩씩하게 말했어. 톰은 잠깐 말이 없이 피트를 바라보고 있었지. 그러니 피트도 슬슬 조금 기분이 이상한 거야. 뭐, 이제 주먹질이라도 하자는 걸까? 그래도 내가 이겨! 피트는 쟈근 돌주먹을 꼭 쥐었지. 그런데 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지.


대장은 너 해도 돼.
뭐? …어?
그런데 놀이터 대장하려면 전에 대장했던 사람한테서 뽀뽀 받아야 돼.
어? 그런 규칙이 있어? 
응. 그리고 잠깐만! 


톰 카잔스키 주니어가 화단으로 가더니 토끼풀을 꺾어 꽃반지를 만들었어.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지. 


이건 내 선물이야. 꼭 끼고 다녀야 돼?
어, 어, 응…. 응?


토끼풀로 만든 꽃반지는 피트의 왼손 약지에 쏙 들어갔어. 갑자기 몰아치는 알 수 없는 행동들의 연타에 피트가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톰 카잔스키 주니어가 환하게 웃었지.


대장이 된 걸 축하해. 피트.


그리고선 톰은 피트의 볼에 뽀뽀했어. 피트는 얼굴이 빨개졌어. 뭔가 좀 이상한데, 싶었는데 놀이터 친구들도 와아, 하고 박수를 쳐주고 있어. 피트는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었지. 그래도 그게 썩 나빴던 건 아니야. 피트는 환하게 웃었어. 내가 여기 대장이야! 하고. 



그렇게, 피트에게 오늘 하루 일을 들었던 크리스와 배리의 표정이 이상해졌지. 돼쥐, 이거 아무래도…. 크리스가 속닥이려는 걸 배리는 웃으면서 고개를 내저었어. 웃어. 피트가 신나하잖아. 그 말대로 피트의 어깨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있지. 그런 그의 왼손 약지에는 여전히 토끼풀로 만든 꽃반지가 있었어. 





...



사실 피트는 몰랐겠지만 톰과 놀이터 친구들은 피트를 본 적 있음. 톰은 애들이랑 놀이터로 우르르 가던 길에 이삿짐 트럭을 보았는데, 거기서 자기 물건을 꺼내어 옮기던 피트를 보고 첫눈에 반함. 이를 알게 된 친구들은 톰을 도와주고 싶어했음. 왜냐면 친구니까! ㅋㅋㅋㅋㅋ 그런데 하필 때마침 톰이 가족 여행으로 잠시 동네를 떠나게 된 때에 구스가 피트를 데리고 놀이터에 입성하고...! 친구들은 톰을 위해 열심히 밑밥을 깔아주고...! 톰은 좋아하는 사람에겐 반지부터 끼우라던 아버지의 말을 교훈 삼아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꽃반지를 피트에게 주는데!

아무튼 뭐 이렇게 톰 카잔스키 주니어의 폭풍과도 같은 수작질의 서막이 열린 걸 알지 못한 채 대장이 된 걸 기뻐하는 피트가 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