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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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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설정과 다름주의 캐붕ㅈㅇ
강징텀 온녕강징 희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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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오의 안채까지 들어오고 나서 희신은 정말 멍해짐. 다신 이곳에 오지 못할거라고 여겼는데. 과거 여러번 초대했던 강징을 거절한 것도 본인이었음. 당시 강징을 밀어냈던 이유가 그저 광요 때문은 아니었을거임. 확신 없는 관계였고 강징도 저만큼이나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서로 위로라도 되어주는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징의 시선이 깊어졌던 걸 모르는 척 할 수 없었음. 그들에게 조금의 시간이 더 있다면 달랐을지도 몰랐지만.. 
이제 강징의 시선하나 말 한마디 하나에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던 희신은 제 팔다리를 뻣뻣하게 움직이며 그를 따랐음. 

강징은 오히려 아주 어두운 곳에서는 잠을 자지 못했고, 촛불을 몇개는 밝혀야 편히 잘 수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과거의 정사는 늘 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었었음. 강징은 말을 하지 않을 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았고 시선은 곧아 솔직했던 사람이라 그에게 향하는 진심을 모르는 척 할 방법이 없었음. 남희신은 그저 그와 의미없으나 친밀을 가장한 밤을 보내고 싶었고 강징은 그 이상을 원했으니 희신은 늘 감당하기 어려웠음.
지금은, 지금에야 전부를 주고 싶지만 그가 원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촛불 아래 저를 바라보던 강징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늦게 알았음. 침소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 강징은 가벼운 장포를 걸치고 있었고, 문득 그 아래 능선처럼 곱게 드러난 다리의 선을 보고선 그가 하의를 입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됨.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고 귀가 뜨거워졌지. 강징과 남희신이 보낸 많은 밤 중 진심을 나눈 때는 없었지만.. 이제는 그럴지도 몰랐음. 강징이 저를 다시 받아줄 정도로 그렇게나 마음에 품어줬던 걸까. 이대로 끝내 누구도 알지 못했고 자신들조차 결론내리지 못했던 관계를 정리한다 해도 남희신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을건데. 

살짝 고개를 숙인 강징의 얼굴이 아름다웠음. 이렇게 고운 사람을 어째서 그리 뒀을까. 손이 떨릴 정도였던 희신이, 몸을 숙여 강징의 어깨를 살짝 쥐었고 이내 품에 끌어당겼음. 꿈같아서. 
그와 남희신 자신은 그저 처지가 곤궁하여 만나게 된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여길거임. 인연이었을텐데. 남희신의 삶에 굴곡이야 많지 않았지만 그 요철이 유달리 깊었으니 어쩌면 하늘이 내어준 그의 사람이었을지도 몰랐음. 겹 상의를 살짝 풀어낸 강징이 여전히 호수처럼 맑은 시선으로 저를 올려다 보았음. 희신의 허리띠를 풀어내고 제법 무거운 장포를 벗겨주며 이부자리 위에 오르니, 길고 곧은 맨 다리가 드러났겠지. 더이상 아정하지도 바르지도 않은 그였으니 강징을 욕망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음. 허겁지겁 희신이 다가오자 천천히 눈을 깜빡이던 강징이 촛불을 입으로 불어 꺼버렸음. 잠시 적막해진 침실엔 숨소리만 가득했고 희신은 제 앞의 사람이 뱉어내는 숨에서 느껴지는 나직한 연꽃 향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음. 
옷을 벗어내며 그에게 다가갔을 땐 강징 역시 남김없이 옷을 벗어낸지라 매끄럽고 부드러운 피부가 손끝을 스쳤음. 견디지 못하고 그를 밀어 눕히는 순간이 꿈같았겠지. 품에 안긴 체온이 평소보다 더웠지만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았겠지. 어두운 밤이라, 정인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품을 수는 있었으니 감히 투정하려하지 않았음. 


희신과 함께하기 위해 강징은 미약에까지 손을 대야 했음. 이미 그에게 버려지고 함부로 품었던 연심은 조각나 재가 되었으나, 홀로 아성이라 이름 붙여 완전히 제 아이로만 키워내고자 했던 아이를 품에 안아볼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음. 강징의 어느것도 남희신에게 사랑받은 적 없으니 이 몸을 다시 한번 이용한 것조차 아무 망설임이 없었지. 그래서, 운이 좋아 끝내 떠나지 않고 제 곁을 머물러 주었다는 그 착한 아이가 다시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다시 스스로를 버릴 수 있었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방안에서 짐승에게 먹이를 주듯 제 몸을 내어주며 강징은 억지로 눈을 감고 아이의 이름만을 속으로 불러댔음. 아성. 아성.. 아성. 제발 돌아와다오. 이번엔 너를 잃지 않을테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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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동안 필요한 것도 없었고, 음식은 산에서 구했으니 셋은 산속에 박혀 서로 얼굴 보는 것 외에는 할일이 없었음. 처음 그렇게 몸을 섞고 나니 이후의 일은 쉬웠던지라 온녕과 강징은 종일 서로를 눈에 담고 있고 입술이 닿기는 더 쉬웠음. 아성이 잠이 들면, 온녕이 짐짓 순진한 얼굴로 강징을 바라봤겠지. 강형. 형. 강종주님. 만음. 삼독성수. 아무 이름이나 불러대고 좋을대로 웃는 온녕의 얼굴이 너무 선해 강징은 습관처럼 화를 내던 것도 고쳤음. 
이른 새벽 아래만 조금 벗어낸 채 급히 몸을 열고 숨을 고르며 안겨 있다 온녕이 어깨를 만지고 그를 다독이는 것에 가만히 잠겨 있었음. 호수에서 온 것은 강징인데, 온녕이 그를 잠기게 했음. 익숙해진 체온과 체향에 기대어 오늘의 고요함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함. 
지금의 다정함을 잃고 싶지도, 그를 감싼 온기를 잃고 싶지도 않았음. 
그러나 강징은 자신의 연정마저도 첫번째였던 사람이 아닌지라 그가 원하고 그에게 간절한 것을 포기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겠지. 


다음날엔 온녕과 아성을 데리고 다시 장으로 향했음. 몇달에 한번씩 들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워낙 작은 마을이라 상인들은 이 훤칠한 두 사내를 알아보기 시작했음. 물론 두 사내의 미려한 생김새가 큰 몫을 했지. 처음엔 철없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도 하였으나 서로 다정하여 배필이구나 짐작한 이들은 알아서 멀어졌음. 
이날 강징은 온녕에게 몇가지의 옷을 사주었고 비싼 값을 치루었음. 온녕은 웃으며 강형, 내 처지가 그리 빈한해 보였어? 하고 고맙다며 웃었음. 잠시 다녀올 곳이 있는데 아성과 함께 있겠냐며 물었더니 온녕이 다시 손을 내밈. 

당과 사먹게 은자 좀 줘요, 강형.

철없이 구는 얼굴이 귀여워서 잡히는대로 한주먹 내놓으니 가만히 보던 온녕이 종주님 인심이 후하시네 하며 부드럽게 웃어보였음.  

반시진 후에 장 초입에서 보자며 인사를 하고 강징은 눈여겨 보았던 장신구를 사러 길을 돌아왔음. 제법 두꺼운 은으로 만들어진 팔찌는 피부가 희고 창백한 온녕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았음. 밋밋한 문양이었지만, 오히려 좋았겠지. 강징이 가진 작은 단도로 다듬기에 알맞을 정도의 폭이었으니 적지 않은 값을 치루고 부드러운 비단에 감아 품에 넣었음. 
이곳에서의 시간을 꿈이라고 여긴다면 나을까. 온녕이 저를 보고 웃어주었던 그 전부의 시간을 그림으로 남겨 어딘가 숨겨두고 싶었음. 강징의 삶은 여전히 쉽지 않으니 언제고 다시 무너지는 순간이 올텐데 그때마다 누군가 저를 이렇게나 생각해주었다는 걸 기억해낼 수 있다면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돌아가는 길에 강징은 유달리 말이 없었고, 온녕은 몇가지 장난감을 샀다며 어깨에 짐을 메고 있었음. 더 필요한 건 없냐고 묻는 강징의 말에 더 필요한 건 없다고 고개를 저었겠지. 유달리 걸음이 느렸던 둘 탓에 아성은 곤히 잠들었고, 잠시후 강징이 손을 내어 온녕의 손을 쥐었음. 단단히 붙잡아오는 악력이 좋아서 마음이 간질거렸고 그만큼 고통스러웠음. 이제는 기대할 수 없는 온기라고 여기니 영원히 놓고 싶지 않았겠지. 살아서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조할 수 있는 연인도 아니었으며 목숨을 나눈듯 평생을 함께 하자 할 수도 없었음. 
그는 운몽의 강종주였고 아성 역시 운몽의 아이였으며 제 아이를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주어야 하는 강징에게는 온녕을 위한 자리가 없었겠지. 


부엌을 내어주지 않는 온녕 탓에 강징이 내줄수 있었던 건 따로 사두었던 비싸고 모양이 정교한 간식들이었음. 온가의 공자였으니 좋은 물건을 본적이 없는 것도 아닐진데 예쁘고 신기하다며 눈을 빛냈음. 초라한 진심이라, 가까이 앉아 먹여주는 것으로 마음을 더한 것 뿐인데 온녕은 웃으며 그의 허리를 안았음. 잠시 강징의 가슴에 기댔다 놓아주며 하나만 더 먹여달라고 채근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새벽이라 제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음. 아성은 이상하게 잠들어있지 않았는데, 저를 안아드는 모친에 품에 안겨서도 눈을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음. 

운몽으로 돌아갈게. 위무선에게만 전음할 수 있는 천을 묶어 전서구를 보냈으나 당도했을지는 모를 일이었음. 물론 운몽의 주인이니 그가 돌아가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겠지만, 가족된 이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당연했겠지. 돌아가는 거였음. 강징에게 중요한 것, 그가 책임져야 하는 것, 그가 비롯되고 그가 머물러야 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거였음.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잠들어있는 온녕의 얼굴이 고요해 잠시 바라볼 용기가 났음. 
아무 말도 남길 수 없었고, 편지 조차 쓸 수 없었음. 무슨 말을 해야할까. 저를 잊지 말아달라는 말은 너무나 치졸했으니 새벽마다 몰래 은환에 하나하나 작고 정교한 연꽃을 조각했음. 잠든사이 온녕의 머리맡에 내려놓은 그것하나 뿐이었음. 강징의 진심만큼이나 초라해보였지만 그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 것도 죄스러워서. 

눈물을 꾹 눌러 닦아내며 문을 열었고, 새벽 공기가 얼굴에 쏟아졌음. 산속의 공기는 맑고 차가워 현실을 일깨우듯 그를 자극했지. 
그러나 강징은 다시 주저 앉아 입을 틀어 막게됨.
바깥으로 향한 목화는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발목께엔 자색으로 자수가 놓여있었음. 

온녕은 그가 떠날 걸 알고 있었던거임. 그가 운몽으로 돌아가리라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제 옆에서 웃어주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가 혹여나 마음 상하지 않게 조금도 속을 드러내지 않았음.


..내가 왜.. 이런 사람을 버려야하지..?

처음으로, 생에 처음으로 강징이 스스로에게 물었음. 
연정을 버리고 제 몸을 버리고 모든 걸 버려 단지 강종주로서 살아야 하는 일을 해냈으나,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물어야 했음. 내가 왜. 누구에게도 이만큼 소중했던 적 없던 강징이 왜 이제야 만난 이를 떠나야 하지. 홀린 것처럼 주저앉은 강징의 곁을 채운건 조용한 온녕의 미소였음. 
몸을 일으킨 그가, 얇은 침의를 상관하지 않고 빠져 나와 맨발로 땅을 딛고 섰음. 그대로 무릎을 대고 주저 앉아 신을 신겨주며 가만히 그의 발목을 쥐고, 새신의 앞코를 손으로 주물러 편히 만들고 다시 다른 쪽에도 그리함. 흐르는 줄도 몰랐던 눈물이 턱을 적시고 뚝뚝 떨어져 내림. 

이런 이를 잃어야 한다는게.. 오늘이 지나면 이 사람을 다신 볼 수 없을지도 몰랐음. 온녕은 삶에서 놓아진 사람이니 어디로든 떠날 수 있었고 그는 영원히 운몽에 매여있게 될 거라서. 그리하지 않더라도 이후 그를 찾으려 한다면 어디로 가야할지도 짐작할 수 없었음. 

..밤바람이 차갑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강종주.

그를 버리는 걸음에서도 저를 염려하는 이런 사람을.. 제 손으로 채워주지 못한 은환이 손목에 걸려있는 걸 보고 강징은 멍하게 다가가 온녕의 옷깃을 붙잡았음.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아, 당겨 저를 안게함. 강징의 어깨와 허리를 감싼 그가 팔을 좀 더 넓게 둘러 아성까지 안아주었음. 아성이 이때 짧게 웃었고, 그 간지러운 웃음소리는 마치 아성이 그와 자신의 사이를 용인한다는 듯 들렸겠지. 

울음이 터진 강징을 한참을 다독이며 온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음. 억지로 누른 울음 탓에 목 안쪽이 아파올 때서야 간신히 물어볼 수 있었음. 함께 가달라고 한다면, 그리 해줄 수 있냐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데, 아무것도 줄 수 없는데.. 그래도 그리 해줄 수 있냐고. 

온녕은 다시 부드럽게 웃었고 운몽까지 짐을 들어달라고 말했어도 그리했을 거라며 강징의 눈물부터 닦아주었음. 







남희신은 강징의 가짜 연정에 아직도 홀려있어서 과거를 살고 있음. 
강징은 이제 온녕이라는 다른 변수가 생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