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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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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설정과 다름주의 캐붕ㅈㅇ
강징텀 온녕강징 희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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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은 위무선의 태도가 묘하다고 생각했음. 위무선은 택무군에게 친근하게 굴었고, 예의를 지켰지만 가끔 살얼음처럼 냉랭한 시선이 잘 그려진 미소 안에 있는 듯 했음. 망기가 곁에 있을 땐 위무선과 남망기는 보통 서로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으니 신경쓸 것이 없었지만, 둘만 남은 장소에선 간혹 살기를 느낄 정도였겠지. 

무선은 강징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것이니 택무군께서 그리 염려하지 말라는 말로 그와의 모든 대화를 차단하곤 했음. 분명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남희신과 그것을 공유할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음. 보통 망기와 늘 같이 있으니 따로 물어볼 기회가 없다, 하루 소년조를 데리고 야렵 떠난 망기 대신 운몽에 방문할 일이 생김. 이를 놓치지 않고 택무군은 다소 과감하게 시검당에 앉아있던 위무선에게 대체 강징은 어디있는거냐 물었음. 종주 대행을 맡고 있는 위무선에게 마치 아랫사람 다루듯 했으니 그는 적어도 불편한 태도를 보여야 했으나 위무선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님. 

택무군, 어찌 잃은 아이라도 찾는 듯 그리 조급하십니까. 

사랑스럽고 하얗기만 하던 아기 귀신이 그토록 원한을 품었다면 이유가 있는거지. 위무선은 오래도록 사도를 걸었으니 혼백의 원한과 인과 관계를 짚어내는 시야가 넓어졌음. 

..종주 대행께서는 강종주가 어디 계시는지 알고 계실것 입니다.

그러나 위무선도 의아한 점은 있었음. 택무군은 기질이 선한 사람이었고 옳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고, 처세가 좋다 하나 망기만큼이나 담백하고 어느정도는 꽉 막힌 사람이었음. 어떤 일이 있어 남망기만큼이나 물처럼 맑았던 사람이 흉사를 저질렀는지 딱 그 정도는 궁금했음. 그러나 강징이 떠나고자 마음 먹었고 그리 했으니, 종래엔 약한 모습까지 보이며 제게 도움을 청했던 동생이 먼저였음. 여러가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가장 마음 약한 막내를 오랜 세월 홀로 두었으니 무선은 그에게 형노릇을 잘 해주기로 마음 먹었단 말이지. 

당연히 택무군께서 우리 함광군이 어디 있는지를 알듯 저또한 제 동생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언제든 강징을 찾아낼 수 있는거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음. 

걱정마세요, 택무군. 우리 강징이 입이 조금 거칠어서 그렇지 정이 너무 많아 맺은 것을 끊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제 새끼 잡아먹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매정할리가요. 

강징의 성격으로 보건데 위무선이 어떤 회유를 했다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의 일을 그리 쉽게 말하진 않았을거임. 혹 복수를 하려 했다면 은원을 갚는 것 또한 명료한 사람이니 이미 남희신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강징의 칼끝 위에 놓였을텐데. 
충분한 경고를 남겼으나 정면으로 부딪히진 않으려는 무선의 태도에 희신도 물러났음. 
여전히 희신의 사람들은 강종주를 찾고 있었고, 그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것이 아니라면 어떤 주술을 써서라도 찾아낼 생각이니까. 그 후의 일은 그 후의 일이었음. 단 한번이라도 강징을 다시 만나야한다는 다짐엔 변함이 없었음


무선은 적잖은 무례를 떨었지만 강징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겠지. 택무군이 그가 그토록 은애하는 도려의 형제가 아니였다면 이미 잘게 토막내서 난장강 비료로 뿌렸어야 할 것을. 그러나 강징이 말하고 싶지않아했고 여죄를 묻는대신 떠나기로 했으니 그 복수또한 온전히 제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함. 
그리운 마음이야 있으나 강징이 어디서건 드디어 살고 싶은 삶을 찾았다면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적어도 위무선은 강징에게 16년의 빚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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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운몽의 옷도 기산의 옷도 아닌 평범한 범인들의 옷을 입고서 강징과 온녕은 한참이나 거리를 걸었음. 삼일은 걸어야겠구나 하고 각오한 것과는 달리 온녕은 마당 한켠데 묻어둔 검을 꺼냄. 삼독은 무선에게 맡겨 두었고, 자전만 몸에 감고 있었던 강징도 놀람. 
그래도 무인인걸 잊진 않았구나 싶었는데 온녕이 심드렁하게 의외로 땅 팔땐 이것만한게 없더라구요 하는 바람에 강징의 멸시 어린 시선을 받았음

대부분은 어검하여 험한 산세를 벗어났고, 두어시간 정도 걷는데 가만히 안겨 잘 자던 아성이 잠투정을 시작했음. 이때 계속 안고 있던 강징 대신 온녕이 아성을 넘겨 받은 거. 뭔가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함 
아성은 누덕누덕한 온녕의 옷을 파고들어 코알라처럼 딱 붙어 잠이 들었겠지. 온녕은 평인이지만 체열이 높은 축에 속하니 아마 따듯해서 그런 거 같았을거임. 둘이 가만히 마주보고 웃음. 

막상 장에가서 온녕은 강종주님 찐빵 먹게 은자 하나 만 주십쇼 하는 바람에 강징의 어이없는 시선을 받았지만 생각해보니 무척 고마운 사람인지라 별 말없이 은자 두 개를 얹어줌. 아이 옷도 지어야 하니 의복점에 있겠다 하고, 온녕은 먹을 거 사서 가겠다는 게 꼭 어린아이 보는 것 같았음. 그 어린 아이 품에 금같은 아성을 안겨주었으나 걱정은 되지 않았음. 애초에 애 받아준 사람이라 그런지 혹은 정이 들어서 그런건진 본인도 모름 


덩치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몸의 폭이 달라 강징이 고른 것들은 온녕에게 좀 짧았을거임. 자기 취향대로 청색, 짙은 보라색, 회색으로만 골라두었는데 색은 나쁘지 않지만 소매는 한뼘씩 짧아 손목이 다 드러났고 하의도 어정쩡한 길이에 무릎을 좀 굽히면 정강이가 드러났음. 오히려 온녕은 어차피 산중에서 눈에 띌 것이라곤 짐승들 뿐인데 걔들이 제 옷가지를 염려하겠냐며 상관없다했지만 사실 강징은 심미에 굉장히 신경쓰는 사람인지라 조금 더 큰 옷을 달라고 했겠지. 

위무선은 유사시 운몽 문짝으로 운용이 가능했고 남희신 역시 다르지 않았으니 저도 모르는 사이 온녕을 작다고 여긴 모양이었음. 성격이 순해서 그런건가. 무심코 온녕의 어깨를 붙잡은 강징이 작지 않은 손에 두툼하게 잡히는 부피감에 놀라겠지.
근골이 두꺼운.. 좋은 인재로고.. 라고 생각함. 강종주님 직업병이라

근데 온녕이 이렇게 화려한건 강종주님이나 어울리지 전 아닙니다 하고 다른 색 달라함.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하고 자기도 모르게 말했는데 온녕이 빤히 보면서 그지꼴이 잘 어울린다면서요 하고 코 씰룩거림. 설마 삐진건가 싶어서 기가 찼음 



아성은 이제 온녕의 머리채를 쥐어 뜯고 있었는데 감각이 없는 사람인지 당사자는 아무 반응이 없는거임. 온공자 머리 다 뽑히겠습니다 하니까 예 보이시면 좀 말려주시죠 하는데 목소리는 또 너무 심드렁함. 옷 보따리는 한손에 쥐고, 다른 손엔 아성을 안고 있었음. 강징은 찬거리와 주전부리를 들고 있었으니 둘 다 두 손이 무거운 거. 한 덩어리처럼 된 그림자를 보다 잠시 멍해질거임. 
오래전 남희신과의 미래를 꿈꾸던 때에 어쩌면 이런 소박한 장면을 생각했었을지도 모름. 그저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롭게 장이나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높낮이가 조금 다른 그림자를 보며 한숨 쉬는. 아성, 온공자가 네게 잘 대해주었거늘 왜 머리털을 뽑느냐? 하니 아이가 벌써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놓고 온녕의 목을 끌어안았음. 

강종주님 그 넓은 운몽에도 은자 두냥에 이렇게 좋은 하인 얻기가 쉽지는 않을겁니다? 
..누가 온공자더러 하인이라 합니까. 
그럼요. 
네?
그럼 뭔데요. 

그러게요. 우리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으며 뭐라 불러야 맞는걸까요. 갑자기 너무 어려운 질문을 받았으니, 강징은 힐끔 그를 봤음. 

지기나 벗, 이런 말도 있지요.

실상 강징은 남망기만큼이나 친구가 없었던터라.. 아마 이런 걸 벗이라고 하나보다 싶었을 뿐임. 온녕은 잠시 조용히 있다 나쁘진 않습니다 하고 한숨처럼 중얼거렸음. 해질녘이었으나 아직 햇볕이 따끈한 시간이겠지. 들어가면 시간이 늦을테니 요기나 하고 일찍 자자며 온녕이 사둔 찐빵의 냄새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