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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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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설정과 다름주의 캐붕ㅈㅇ
강징텀 온녕강징 희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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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 지낸지 몇달 되었으나 갑자기 어색해진 기분이었음. 처음엔 고맙고, 이상하게 편해졌고 지금은 거의 당연해진 사람이 온녕인데 조용한 새벽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불현듯 민망하여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거였음.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지 온녕도 짧게 헛기침을 함. 그 마저도 아성이 깨지 않게 조용하게 소리만 냄. 

잠시 숨소리만 들렸겠지.
강징이 먼저 조용히 나왔고 온녕이 따라나옴. 약속한 것처럼 조심조심 움직여서. 

달이 밝은 밤이라 방 밖으로 나오니 환해서, 원래도 하얗고 말간 온녕의 얼굴이 창백해 보일 정도였음. 한 사람 정도의 공간을 놔두고 앉아있으니 풀벌레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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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공자가 저를 형이라고 하겠다면 저는 뭐라합니까?

그 말엔 대답을 않음. 팔뚝이 닿을 정도로 다가 앉기만 했음. 물어본 말에 대답은 않고, 이건.. 손등 위의 자전을 주물거리고 있었지만 평소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겠지. 
대답을 채근하려 고개를 돌렸을 때 다시 눈이 마주치는데 이번엔 너무 가까이 있었음. 무슨 많은 일이 있지도 않았지만, 쓰러진 강징을 발견했을때도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던거만 생각 나는거임. 온가에 품었던 원한이나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상실을 겪은 사람이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리 없으니까. 소탈하고 모든 걸 놓았다는 듯 자유로워보였지만 그 시선아래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허탈감을 숨기고 있었음.

얼마간은 그리 지내더니 언제 시선이 이렇게 더워졌는지 모를 일임.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시선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 

아마..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럼 뭐가 중요한지..
저를 어떻게 부르시는 건 부차적인 거고 뭘 하고 싶은지는 좀 더 직접적이지 않을까요. 

자전을 만지던 손가락 위로 온녕의 손이 올라왔음. 강징도 하얀편인데, 온녕은 거의 종잇장처럼 희어서 꿈꾸는 것 같았겠지. 손등 위의 체온이 더워지며 꿈이 아니구나.. 하고 다소 몽롱하게 깨닫고. 살짝 자기 쪽으로 몸 기울이는 거 알고 쳐다보다가 남희신 생각함. 그와는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싶어서. 희신은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그 다정함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라 온전히 그의 것이라고 여겨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음. 
기세가 아쉽게 온녕은 뺨에 입술을 살짝 눌렀을 뿐임. 입은 고개 돌린 강징이 맞췄음. 
열화같은 시선을 주는 사내를 옆에두고 다른 사람 생각하느라 찰나를 놓친게 미안해서. 

온공자 원래 단수였습니까? 
사람을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단수인지 아닌지 어찌 알겠어요. 
..그런 것치곤 너무 자연스러운데. 
뭐 단수가 좋으시면 제가 단수하고. 

잠깐 맞춰본 입술이 너무 달았던지라 강징의 뺨을 감싸고 조금 깊게 입 맞춰봄. 온녕에게는 강징이 정말 어느날 하늘에 뚝 떨어진 선녀같았음. 물론 선녀치고는 사나운 역사를 기억하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사람이 시각에 약한 존재니까. 
작은 아이를 어르고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 다정하게 구는 강징은 그가 알던 사람과는 달랐음. 온녕은 이미 온정이 죽던 날 제 어느 부분도 같이 보냈기 때문에 과거의 일에 연연할 필요도 없었음. 온녕은 더이상 세상에 뿌리 내릴 곳이 없어 산속에 숨어 들었고, 만삭의 몸으로 이 산중으로 들어온 강징 역시 한사코 달아나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고 여길뿐. 
온녕이 은인이라는 말을 몇번 했고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지 날이 추우면 춥다고 제 옷을 챙기거나 문 가까이서 자면 춥지 않냐고 당겨 오라는 말을 하거나. 전에 알던 강공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둘은 그럴 사이도 아니었음. 
늦은 저녁 잠든 아이를 의식하며 입을 맞추는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지. 

..처지 곤란해지고 어디 뭐 기방에서라도 지내신건지 수단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제가 입 맞췄습니까? 나참. 

말이야 그렇게 하지만 슬그머니 당겨 안는 온녕의 손을 거절하진 않았음. 온녕은 그가 이곳에 자신과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만약 내일 떠난다면 한번 꺼내보지도 못한 마음이 서러울 것 같아 밤이 깊었음에도 잠들 수 없었던거. 강징이 언젠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잡을수야 없겠지만 그간의 시간이 달콤하리라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음. 안은 채 어깨에 이마를 올려놓고 자기도 모르게 응석 부리듯 살짝 부볐겠지.

온녕, 어디서 이런 응석을.. 하고 끌어안은 팔등을 다독여줌. 
오랫동안 누구도 불러준 적 없어 쓰임을 잃었던 이름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