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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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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 텀블러 메시지로 번역 허락 받았음
- 클론 전쟁의 라코 하딘 이후의 이야기인데 해당 에피소드를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음. 참고로 라코 하딘 에피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봤으면 주의 바람.
- 피드백 감사히 받음
자원이 풍부한 행성의 이점은 어디를 가도 보급품과 통신기가 널려있다는 점이었다. 근처 물류 센터에 숨어드는데 성공한 오비완은 몸을 순긴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보급실에서 먹을 것을 슬쩍해왔다. 이정도면 나인스나 사원의 카운슬과의 통신을 복구하는 동안 견디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나킨에게는 의료병의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했다. 한계가 있는 오비완의 포스 힐링 능력으로는 아나킨을 안전하게 셔틀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키는 게 전부였다. 셔틀의 뒷부분은 파괴되었지만 다행히 조종실과 침대 하나는 아직 남아있어서 아나킨을 눕힐 수 있었다.
팔 가득히 새로운 보급품을 안고 돌아온 오비완은 커뮤니케이터가 더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뒤쪽에서 잠에 빠졌던 아나킨이 깨어나며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나킨은 천천히 푸른 눈을 깜빡이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오비완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갔던 높임말을 아나킨이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은 것을 보니 다행이구나."
아나킨은 혼란스럽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오비완을 바라봤다. "너는 오비완이 아니야."
오 포스여.... 힐링을 사용하는 동안 뭔가 잘못된 걸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 내 말은...... 너는 나의 오비완이 아니야."
아... 포스 힐링을 정석으로 배우지 않고 사용한다면 의도한 것보다 자신을 더 많이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던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네...... 아니에요." 더 이상 진실을 감추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오비완은 진실을 고백했다. "죄송해요. 힐링 사용법을 아직 배우는 중이어서....."
일어서려고 몸을 일으키던 아나킨이 배를 부여잡고 다시 누우려고 하자 즉시 오비완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서 아나킨이 천천히 눕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 몫의 담요를 가져와 아나킨이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도록 목 아래에 받쳐줬다. "포스 힐링을 배우고 있다고? 왜?"
"알아두면 쓸모 있잖아요." 오비완이 말했다.
"그...... 네 세계의 내가..... 너에게 같은 힐링을 사용했던 거지?"
".....네."
"허." 아나킨은 빛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래서 네가 온 곳에서는 내가 너의 마스터인건가?" 아나킨의 입에서 나온 건조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농담기도 섞여있지 않았다. "흥미롭네."
오비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한테는 그게 정상이에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여기에는 어떻게 온 거고? 그리고 내 오비완은 어디에 있는 거지?"
소유욕이 담긴 목소리를 들으며 오비완은 아나킨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몰라도 아나킨이 여전히 오비완에게 화가 난 것 같으니 조심해야했다.
"모르겠어요. 박타 탱크에 들어가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다음번에 눈을 뜨자 비행선에 있었어요. 스무 살이나 나이를 먹은 채로요." 오비완은 무의식적으로 브레이드가 있던 자리로 손을 뻗었지만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짧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것도 아직 나이트로 승급하지도 않은 저를 코디가 제너럴이라고 부르는 곳에서요. 제너럴은 마스터 타노인데....."
"마스터 타노라고? 스닙스가 마스터가 된 거야?"
아나킨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그 자부심을 못들은 척 하려고 했다. 이쪽 세계에서 마스터 타노가 아직 나이트조차 되지 못한 건 오비완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떻게 위대한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파다완이면서 아직-
"내가 느낄 수 있는 거 알고 있지?"
무엇을 느낀다는 건지를 물어보려던 오비완은 전보다 더 강해진 트레이닝 본드를 인식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아나킨을 치유하는 동안 본드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더 많이 열려버린 것 같았다. "죄송해요. 힐링이 본드를 다시 연결시킬 줄 몰랐어요."
"다시 연결된 게 아니야." 아나킨이 정정했다. "그냥..... 더 강해진 거야."
"그럼 이쪽의 저와 본드가 끊어졌던 게 아니었나요?"
그러자 오비완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후회하는 표정이 아나킨의 얼굴에 나타났다. "우리는... 나는 본드를 끊어내지 못했어. 나이트로 승급한 뒤에 계속 연결해두자고 말했던 건 나야."
"하지만 저는 연결을 거의 느낄 수 없었는걸요." 아나킨 가까이에 앉을 용기를 낸 오비완이 말했다. "처음에는 마스터가 마인드 실드를 너무 강하게 쳐둬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꼭....."
금방이라도 본드를 끊어버릴 것처럼 느껴졌어요.... 오비완은 뒷말을 삼켰다.
"미안해." 갑자기 아나킨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렸다. "내가 원해서 본드를 막아버린 게 아니었어. 너와 나.... 아니, 나와 내 오비완 사이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 뒤로는........ 차마 너와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어."
어려진 마스터 타노가 오비완과 아나킨이 드디어 다시 대화를 할 거라고 그토록 기뻐했던 일이 오비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요?"
마침내 마스터의 얼굴을 볼 용기를 낸 오비완은 고개를 들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아래에는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여전히 지쳐보였고 신체를 지료하지 않으면 고열이 날 것 같았다. "네가 한 일이 아니야. 나의 오비완이 한거지. 마스터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이해하지만.....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어."
"말해주세요." 오비완이 말했다. "부탁드릴게요 마스터."
아나킨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렇게 부르지 마. 나는 네 마스터가 아니-"
"맞아요.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내거야.'라고 말하셨잖아요."
그 말에 아나킨의 얼굴이 붉어지자 오비완은 자신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감추려고 들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르게 높아질 때면 항상 그렇듯이 오비완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쩔 때는 그렇게 말만하셨고, 가끔씩은 행동으로 보여주셨잖아요."
"제기랄.... 그쪽의 나한테는 애착 문제가 있나봐."
"마스터께서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문제요." 오비완이 지적했다. "이제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발 말해주세요."
아나킨은 뭔가를 말하려는 입을 막으려는 듯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비완은 마스터가 저렇게까지 말해주지 않으려는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보여줄 수는 있어." 긴 침묵의 끝에 아나킨이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너무 과하다 싶으면 바로 나를 밀어내."
"마스터께서 저를 아프게 할 일은 절대로 없잖아요."
그러자 본드를 통해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그래서 오비완은 본드 너머로 사랑을 되돌려줬다. 그리고 단 둘이 있을 때면 마스터가 하듯이 아나킨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뺨에다 올렸다. "부탁드릴게요."
마침내 아나킨은 항복했다. 손을 오비완의 뺨에 그대로 둔 채로 아나킨은 두 눈을 감고 마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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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은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봤다. 심장 부근에 총탄을 직격으로 맞고 추락한 이쪽 세계의 오비완은 아나킨의 품에 안겨있었다.
오비완은 선택받은 자의 순수한 분노를 느꼈다.
선택받은 자의 갈기갈기 찢긴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친구이자, 마스터이자, 형제가 가버렸다.
시신이 화장되었다. 울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생각에 잠긴 어두운 형체가 불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방이 붉었다.
암살자는 라코 하딘이었다. 그자의 피가 보고 싶었다.
라코 하딘과 싸울 기회가 오자 아나킨은 승기를 잡았다. 그놈을 죽이려는 의지를 담아 포스를 휘둘렀다. 제다이 코드는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복수만이 남아 있었다.
아나킨은 라코 하딘을 놓쳤다. 하지만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비완의 얼굴이 변해있었다. 오비완은 암살자 라코 하딘이었다.
오지마세요.
아나킨.
보고 싶지도 않아요. 선택은 마스터가 내린 거예요.
아나킨 제발. 나는 의장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랬던 거였어!
제가 도와줄 수도 있었잖아요! 아소카나 새틴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요! 특히나 저한테까지 거짓말을 하다니!
아나킨은 떠났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지는 분노처럼 떠나버렸다.
지금부터 우리는 따로 행동하는 게 좋겠어요. 저는..... 오비완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아나킨은 항상 마음속에 있던 오비완을 밀어냈다. 이제 그들의 세계는 분리되었다. 오비완이 사라진 아나킨의 마음과 심장에는 빗장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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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물속에서 끌어올려지듯이 현실로 돌아왔다.
주위에서 느껴지던 열기와 분노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제 3 리사의 차가운 밤공기가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의 뺨에서 손을 떼어내고 침대 구석으로 가서 무릎을 가슴에 대고 앉아있었다. 오비완에게서 최대한 떨어져 몸을 작게 말고 있었다.
오비완은 마스터에게로 기어가 안아주고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게 된 지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명백히 알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피웅덩이에 누워있는 오비완 주위의 혼란. 잠시 방심한 사이 심장을 꿰뚫은 단발의 레이저. 정확하게 적을 겨냥하는 총구. 그런 저격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라코 하딘이..... 저라고요....?"
"왜 네가 그래야했는지는 나도 이해해. 나에게 진실을 감췄던 이유도 알고." 아나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믿게 만들려고 그랬던 거잖아. 전 코러산트가 내 반응을 보고 내가 오비완의 죽음을 믿으면 모든 사람들이 믿을 테니까. 하지만 제기랄, 나만 믿었던 게 아니야! 아소카도 그렇게 믿었고 새틴까지! 우리 모두는 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너와 나의 본드도 사라져버렸다고. 나는...... 너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오더를 무시하고 라코 하딘을 죽이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네가..... 그런데 그가 나보고 물러나라고 했을 때 본드가 다시 열렸어. 그때 내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알아? 오비완은 살아있었던 거야. 화도 나지 않았어. 그냥 너무 행복했어. 하지만..... 본드는 다시 사라져버렸지. 나는...."
려졌어.
오비완은 그때 아나킨이 느꼈을 감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났지만 오비완은 여전히 13살이 되었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어떤 마스터의 파다완이 되기에는 모자란다고 버려졌던 순간의 감정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을 거다. 그 당시에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미션 때문에 마스터 타노와 마스터 세큐라와 함께 다른 행성에 가있었다. 그리고 사원에 남아있는 제다이 마스터 중에서 오비완을 가르치기를 원하는 마스터는 없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공화국을 위해서라는 말을 들으며 파다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가는 아그리콜프스로 향하는 셔틀에 올랐다.
카운슬은 오비완을 버렸다.
한편 이쪽 세계의 오비완 케노비는 카운슬의 미션을 우선시하여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버렸다.
그래서 아나킨은 오비완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이렇게 해야 또다시 상처입지 않을 테니까.
오비완의 마음속에 분노가 차근차근 쌓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마스터 케노비는 스카이워커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한 팀이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맺어져 언제나 함께-
하지만 오비완도 이쪽의 케노비와 똑같은 짓을 해버렸다.
그 미션에 가겠다고 나서면 안 되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도움을 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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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에서 오비완은 초조하게 서성이며 마스터를 설득시킬 말을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마스터를 설득시킬 수 없을 거다. 미션에 가도 된다는 허락은 받아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브레이드를 당기며 오비완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도 미션에 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마스터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비완은 마스터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고, 만일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마스터가 오비완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 화를 낼 거다.
솔직히 말하면 오비완 역시 가고 싶지 않았다. 델타 베가로 가야하는 이 미션은 어딘가 감이 좋지 않았다. 분리주의자의 행성이 공화국과 협상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의를 해오면서 오직 파다완끼리만 와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함정의 악취가 심하게 났다.
하지만 카운슬은 그 조건에 동의했다.
마스터와 함께 카운슬 회의에 참석해 한가운데 서있던 오비완은 거수투표가 시작되자 카운슬 멤버들의 얼굴을 살펴봤다.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마스터 타노만이 많은 마스터들이 미션에 찬성한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비완의 마스터가 반발했다.
"이 미션에 나가는 게 파다완이라면 파다완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어야 합니다." 이를 악문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말했다. "해당 파다완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걸 우선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회의장에서 나와 파다완끼리 모인 자리에서 오비완은 가지 않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이 미션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퀸란이 먼저 자기는 미션을 수행할거라고 나섰다.
"뭐라고?" 친구의 선택을 믿지 못한 오비완이 물었다. 퀸란은 이미 마스터에게 미션에 가겠다고 말한 뒤였고 그래서 마스터 아일라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미션에 동의하고 말았었다. "퀸란, 왜 그러는 거야?"
"이번 미션은 우리가 승급 시험을 받을만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거야! 같이 가자 오비완. 우리는 벌써 21살이잖아. 미션에 성공하면 틀림없이 카운슬은 우리가 나이트로 승급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걸!"
"맞아, 오비완." 볼라가 씨익 웃으며 오비완을 내려다봤다. 가슴을 부풀린 볼라의 시그니처 포스에서는 건방진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평생 동안 성인 파다완으로 남아있고 싶어? 네 마스터는 상관 안하실 거 같지만."
멍청한 볼라 같으니..... 볼라는 오비완과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볼라와 볼라의 마스터보다 훨씬 강한 본드로 연결된 오비완과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유대에 대해 볼라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거다.
"볼라." 메이스가 경고하듯이 말했다.
"내 마스터께서 위험하다고 하셨어." 오비완이 말했다. "게다가 이 미션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야?"
하지만 메이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퀸란을 바라봤다. "네 말도 맞지만 퀸란의 말에도 동의해. 이번 미션은 우리가 받아왔던 훈련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될 거야. 오비완, 너는 강하고 우리 중에서 가장 협상 실력이 좋으니까 같이 가주면 안 될까?"
볼라가 콧방귀를 꼈지만 오비완은 무시했다.
"맞아. 그러니까 너도 와야 해. 파다완이 한 명이라도 더 가면 좋을 테니까." 퀸란이 말했다.
퀸란과 메이스가 함께 가주기를 원한다면...... 볼라가 오비완을 앞지르고 먼저 승급 시험을 받게 될 수도 있다면...... 오비완도 미션에 참가하는 게 옳지 않을까?
"오비완!"
마스터가 침실로 들어오며 외치는 소리에 놀란 오비완은 뛰어오를 뻔했다.
"네가 정치인을 삐딱하게 보는 건 알지만 오늘 밤에 의원이 또 파티를 여는데 경호 인력이 더 필요하다네. 같이 갈래? 재미는 없을 거야. 아마 지루하겠지. 하지만 제다이가 공화국에 협조적이라는 걸 보여줄 기회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오비완은 코를 찡긋거렸다. 정치인의 파티에서 경호를 서라고? 사양이다. 오비완이 원하는 것은 진짜 미션이었다. 공화국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미션을 하고 싶었다.
그 말은 즉..... 오비완은 델타 베가의 미션에 가고 싶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미션에 가려고 마음먹은 거구나."
"마스터...."
"제기랄." 아나킨은 머리에 손을 올렸다. "왜 그러는 거야 오비완?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잖아!"
"저도 알아요, 마스터." 오비완은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브레이드의 끝부분을 만지작거리며 서성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제 친구들의 말도 옳아요. 이 미션은 저희들이 승급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걸 증명할 기회에요."
아나킨은 고개를 저으며 성큼성큼 걸어와 오비완이 더 이상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팔을 붙잡았다.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돼. 내가 보기에 너는 훌륭한 제다이야."
하지만 오비완은 고개를 흔들며 마스터의 손을 떨쳐냈다. "저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어요!"
귀가 멀 것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트레이닝 본드가 없었더라면 오비완은 방에 자신이 혼자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마스터에게서는 아무 생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봤던 미소 중에서 가장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준비가 되었구나."
"네?"
"내 소중한 파다완, 너는 이미 승급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어." 오비완의 침대에 앉으며 말하는 마스터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섞여있었다. "훈련과 협상 자리에서의 너에게서 네가 승급할 때가 왔다는 걸 볼 수 있었어. 너는 제다이 나이트처럼 강하고 현명해. 하지만 내가 승급 시험을 보자고는 말을 꺼내지 않았던 건........"
"저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오비완은 마스터의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댔다. "제가 마스터 곁을 떠날 일은 없을 거예요. 나이트가 되더라도 우리의 본드는 끊어지지 않을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미션으로 잠시 멀어지더라도....."
마스터와 떨어져야한다는 건 오비완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마스터와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동등한 제다이로서 서로의 옆을 지키며 싸우는 건 오비완이 항상 원해왔던 꿈이었다.
제다이에 대한 믿음의 불꽃을 다시 살려준 남자. 포스가 아직 오비완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준 남자. 오비완이 오더에 있을 자격이 있음을 알려준 남자와 함께 설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의수를 붙잡고 금속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 "괜찮을 거예요. 퀸란이랑 메이스도 함께 가니까요."
아나킨이 혀를 찼다. "아일라가 카운슬을 엄청 혼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마스터보다도 더 심하게요?"
"그건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마스터 아소카가 나를 억지로 회의실 밖으로 내보내긴 했어." 아나킨은 오비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파다완, 네가 받아온 훈련을 기억하면 다 괜찮을 거야. 나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마스터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오비완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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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비완은 그 약속을 어겨버렸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걸로도 모자라서 포스에 의해 다른 세계로 와버렸다. 오비완과 아나킨이 말조차 섞지 않는 이 세계에는 파다완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힘이 닿지 않았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는 자신보다 오더를 우선으로 선택해버린 오비완을 증오할 권리가 있었다.
"죄송해요." 오비완이 말했다.
"아니, 사과하지 마. 그건 네가 한 게 아니-"
"저도 똑같이 그러고 말았어요. 마스터께서 위험하다고 말렸던 미션에 가버렸어요." 오비완이 말했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나킨은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카메라를 가져올 테니까 다시 말해줄래?"
"마스터...."
"아나킨이라고 불러." 아나킨이 정정했다. "나는...... 네 마스터가 아니야. 너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대어도 나를 죽여 버릴 다른 세계의 나에게 죽고 싶지 않아."
오비완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질투가 심한 사람이었고 오비완과 관련된 일이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자기 자신과도 싸울 것이었다.
"게다가 너는 마스터에게 미션에 가겠다고 말하긴 했잖아. 그럼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 미션은 카운슬이 내린 걸 테니까. 카운슬의 결정이......." 아나킨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금속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카운슬의 결정이 언제나 우선이어야 하니까."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이건 마스터께서 해준 말인데...."
아나킨은 눈을 감았다. "너의 스카이워커는 나랑 똑같나봐."
"죄송해요." 오비완의 미소가 빠르게 사라졌다. "이쪽의 저는..... 저희는 오더를 우선시해버려서 마스ㅌ..... 그러니까 아나킨 당신에게 상처를 입혀버렸어요. 제 마스터가 겪고 있을 고통이 얼마나 아플지 상상이 안가요. 이쪽 세계의 제가 죽었을 때 제 마스터가 받고 있을 고통만큼 당신이 슬펐더라면....."
"엄마를 다시 잃는 거 같았어. 엄마도 내 품에서 돌아가셨거든." 아나킨이 조용히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품에 안긴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 숨을 내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악몽 같아. 너무 아팠어. 그런데 그보다 더 아픈 게 있더라. 네가 나를 속이고 너의 죽음을 믿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나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아나킨의 떨리는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 "오비완은 언제나 나보다 오더를 선택할거야. 나도 알아. 새틴 대신 오더를 선택한 사람이니까."
아나킨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니까..... 내가 예외는 될 수 없겠지."
오비완은 너무나도 아나킨의 옆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오비완이 화가 났을 때나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 마스터가 해줬던 것처럼 아나킨을 안아주라고 온몸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팔 하나 만큼 떨어져 거리를 지켰다. "그분을 사랑하는 거군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나킨은 작은 웃음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들어 오비완을 바라봤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상상조차 되지 않아. 그런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 순간 그들의 본드가 활짝 열리더니 가장 은밀하게 숨겨왔던 마음이 흘러나와 반대쪽 마음과 뒤엉켰다.
그들의 첫 만남, 함께했던 훈련, 흥분으로 가득 찼던 첫 번째 미션...... 오비완이 마스터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것처럼, 아나킨도 오비완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 세계의 오비완이 몇 년 동안 마음을 고백할까 고민하고 있는 동안 이쪽 세계의 아나킨은 침묵을 지켰다. 의원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아나킨은 항상 오비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비완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했다. 오비완이 그랬던 것처럼.
"아나킨." 어느새 오비완은 아나킨의 옆에 앉아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 손을 얹고 육체적으로 연결되고 싶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분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아직 모를 뿐이에요."
아나킨은 고개를 저으며 오비완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지만 작은 침대 위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미안해. 내가 너의 마스터였으면 좋겠어. 그럼 아무 조건 없이 너를 사랑할 수 있을 텐데...." 아나킨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저쪽의 나는 너를 소중하게 다루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두 오비완 전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오비완은 팔을 뻗어 소매로 아나킨의 얼굴을 닦아줬다. 슬퍼하는 마스터를 보고 싶지 않았다. "저는 당신 거예요. 우리는 전부 당신 거예요."
본드를 통해 의심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나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비완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얼굴을 감췄다.
"오비완, 나 피곤해."
"그럴 거 같아요. 마스터는 좀 쉬셔야 해요. 제가 나인스에게 다시 연락을 해볼게요. 신호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 뜻이 아니야." 아나킨은 얼굴을 계속 감춘 채로 잠시 말을 멈췄다. "싸우는 데 지쳐버렸어. 이 전쟁.... 네 세계에도 있는 이 전쟁이 끝나지가 않아. 그냥 계속 싸울 뿐이야. 너무 피곤해."
지난 몇 년 동안 함께했었지만 오비완의 마스터는 한 번도 이렇게 피곤하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었다. 오비완의 기억 속 마스터는 카운슬의 결정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정치인과의 회의에서 코웃음을 치거나, 공화국의 제너럴으로서 최전선에 서있었다.
하지만...... 마스터는 자주 정해진 항로 없이 비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지도조차 보지 않고 거대한 은하계를 탐험하고 싶다고 꾸준히 말해왔었다.
오비완의 마스터 역시 지쳐버렸던 거다. 그리고 언제나 옆에 있었던 오비완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비완은 항상 마스터의 관심을 갈구하며 자신이 제다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데만 신경을 써왔던 것이다. 이 전쟁이 마스터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는지를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떠나고 싶으세요?" 오비완은 제다이가 오더를 떠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스터 요다의 어프렌티스였던 마스터 진이 사원을 나갔던 일은 오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뒤에 마스터 진을 따라 이미 오더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던 제법 많은 제다이가 떠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이제 그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거 같진 않았다. 전쟁이 모두를 지치게 만든 지금, 얼마나 많은 제다이가 오더를 떠나게 될까?
"나도.... 그 생각을 자주 하곤 했어." 아나킨이 고백했다. "하지만 떠나지 못했어."
"그분을 위해 남은 거군요."
"아직 내가 오더에 남아있는 걸 보면 오비완을 그렇게 미워하진 않았나봐." 아나킨이 씨익 웃었다. "우리는 잘 해내고 있어. 그냥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겠지....."
아나킨의 목소리가 천천히 사그라졌다. 마치 마스터가 늦은 밤인데도 오비완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억지로 깨어있을 때의 목소리 같았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어깨를 붙잡더니 천천히 뒤로 밀었다. 그리고 등을 대고 누운 오비완의 위에 쓰러지듯이 누워 말을 이어나갔다. "네 기억 속에서 그쪽 세계의 나를 본 거 같은데 우리의 첫 만남은 어땠어?"
"정말로 듣고 싶으세요?"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그 주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 첫 만남은 두 사람에게 사라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마냥 행복한 이야기는 아닌데 괜찮으시겠어요?"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나와 네가 함께 하는 걸로 끝나잖아." 아나킨의 숨소리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구조대가 우리를 발견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거야."
오비완은 임시변통으로 증폭시킨 커뮤니케이터를 슬쩍 봤다. 아직 카운슬이나 공화국의 공군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을 입술로 가져가 입을 맞추었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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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란, 퀸란. 나 여기 있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레이저를 피하면서 오비완은 퀸란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부축해 나아갔다. 어서 나무나 커다란 바위를 엄폐물 삼아 몸을 숨겨야 했다.
오비완은 포스에게 도움을 구하며 아드레날린의 힘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달렸다. 제발 한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도움을 구하는 어린 포스 센서티브 아이들의 목소리를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오더가 파다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사원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실패한 파다완으로 낙인찍혀 다시 사원에서 내쳐지더라도 오비완은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파다완으로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을 노예 행성으로 추방한 오더에게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반도미어에 도착하자마자 지옥이 펼쳐졌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할 거 없이 모든 사람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노동을 시키는 이 행성에는 쓰러지는 자를 위한 자비가 없었다.
반도미어에서 오비완은 매일 포스에게 도와달라고 빌었다. 그런 오비완과 함께 아직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도움을 청하며 자유를 달라고 울부짖었다. 이곳은 오더가 약속했던 아그리콜프스가 아니었다. 원래 있던 감독관을 죽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노예상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어린 포스 센서티브를 잔혹하게 노예로 부리고 있었지만 제다이는 행성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노예상들끼리 싸움이 일어난 틈을 타 파다완들이 도망친 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파다완들은 달리고 또 달리다 레이저를 맞고 나서야 멈췄다. 노예상은 파다완을 죽이지 않았다. 단지 기절시켜서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망가트려 복종을 가르칠 고문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오비, 못가겠어."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퀸란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서는 피가 너무 빠르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는 도망쳐. 내가 시선을 끌게."
"싫어!" 오비완은 퀸란을 잠시 땅에 내리고 친구를 어깨에다 들쳐 업고는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뒤에 두고 갈수가 없었다. 오비완은 퀸란과 함께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말발굽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레이저가 발사되는 소리가 나더니 근처에서 도망치던 파다완이 쓰러지면서 내지른 비명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오비완은 자신이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저 막무가내로 달렸다.
순간 레이저가 오비완의 다리를 관통했다. 오비완은 퀸란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퀸란은 상처 입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옆으로 굴렀고 오비완은 고통 속에서 울부짖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새로 난 총상에서 흘러내는 피가 대지의 풀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직 기어갈 수 있었다. 함께 도망치겠다는 열망으로 퀸란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깨에 손이 얹히는 순간 탈출만을 생각하던 오비완의 생각이 멈췄다. 총상에도 불구하고 오비완은 발길질을 하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눈에 들어온 새 주인의 잔인한 미소는 흔들리지 않았고 손에 들린 채찍은 굳건했다.
얼굴을 가리고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는 것 말고는 오비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주인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피를 내뱉었다.
위를 올려다본 오비완은 주인의 심장을 꿰뚫은 푸른 라이트 세이버를 발견했다. 주인이 쓰러지는 순간 그 뒤에 서있던 오비완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천사가 그곳에 있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선택받은 자가 오비완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아름다운 제다이의 눈에는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일라, 다른 파다완은 찾았어?"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컴을 통해 물었다.
"찾았어." 마스터 세큐라의 목소리가 컴에서 흘러나왔다. "본관은 마스터 타노께서 해결하셨어. 지금 그쪽 아이들을 이리 데려오신데."
스카이워커는 라이트 세이버를 끄고 몸을 숙여 오비완의 손을 잡아줬다. "파다완, 이제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가 왔어."
"마스터...." 그제야 피곤이 오비완에게 몰려왔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달렸는지와 얼마만큼의 부상을 입었는지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품으로 몸을 던져 훌쩍였다.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
"쉬....."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의 등을 쓸어주며 안심을 시켜줬다. "아일라가 찾았데."
"저.... 걸을 수가 없어요." 오비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목에다 팔을 둘러." 단단하고 강한 팔이 오비완을 들어 올리더니 스카이워커는 일어서서 오비완을 가슴 가까이로 끌어안았다. "나이에 비해 가볍네. 망할 노예상들이 그동안 많이 굶겼나봐."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시그니처 포스에서 흘러나오는 분노를 느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 구조선이 보이자 오비완이 물었다. 구조선 앞에는 익숙한 얼굴의 힐러 몇 명이 사원에서 내보내져 머나먼 이곳으로 이송된 오비완 나이또래의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희들을 찾으신 건가요?"
"포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 아나킨이 말했다. "한 달 동안 매일 도움을 구하며 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정확하게 이 행성을 집어내는 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 목소리는 나를 이곳으로, 너에게로 이끌었어."
오비완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따스한 것이 피어났다. "제 목소리를 들으신 거세요?"
"그런 거 같아. 네 시그니처 포스는 꽤나 강하더라. 다른 나이트에게 너 같은 파다완을 제자로 삼을 기회도 주지 않고 너를 이런 곳으로 보낸 카운슬은 망해버리라지."
구조선 안으로 들어선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을 빈 병상에 내려놓고 드로이드를 불러 외상을 스캔하라고 명했다. "금방 돌아올게. 다른 아이들을 확인해야 해서 가봐야 해."
"잠시 만요!"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발걸음이 멈췄다. 뒤를 돌아 오비완을 바라보는 스카이워커의 눈동자 속에는 호기심이 떠있었다.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우선은 여기서 잘 돌봐줄 거야. 네 지난날을 보상해줄 음식을 잔뜩 싣고 왔거든."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몸을 숙이더니 오비완의 이마에 이마를 대고 눌렀다. "그리고 나는 카운슬이랑 좀 심하게 싸우고 나서 너를 내 파다완으로 삼을 거야."
"그렇게 빨리요?"
"네가 원한다면."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간단하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나는 네 목소리를 들었어. 도움을 구하던 그 많은 외침 속에서 네 목소리를 들었던 거야. 그런데 내가 카운슬이 너를 다시 데려가도록 내버려 둘 거 같아?"
따스한 위안의 파도가 다시 오비완을 씻어 내렸다.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에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을 떠나보내지 않을 거다.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를 단단히 붙잡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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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페이스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계엄령이라니..... 그날부터 아무것도 손에 안잡혀서 또 늦어버렸다 ㅠㅠ 미안해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2) https://hygall.com/613355679
- 작가님 텀블러 메시지로 번역 허락 받았음
- 클론 전쟁의 라코 하딘 이후의 이야기인데 해당 에피소드를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음. 참고로 라코 하딘 에피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봤으면 주의 바람.
- 피드백 감사히 받음
자원이 풍부한 행성의 이점은 어디를 가도 보급품과 통신기가 널려있다는 점이었다. 근처 물류 센터에 숨어드는데 성공한 오비완은 몸을 순긴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보급실에서 먹을 것을 슬쩍해왔다. 이정도면 나인스나 사원의 카운슬과의 통신을 복구하는 동안 견디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나킨에게는 의료병의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했다. 한계가 있는 오비완의 포스 힐링 능력으로는 아나킨을 안전하게 셔틀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키는 게 전부였다. 셔틀의 뒷부분은 파괴되었지만 다행히 조종실과 침대 하나는 아직 남아있어서 아나킨을 눕힐 수 있었다.
팔 가득히 새로운 보급품을 안고 돌아온 오비완은 커뮤니케이터가 더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뒤쪽에서 잠에 빠졌던 아나킨이 깨어나며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나킨은 천천히 푸른 눈을 깜빡이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오비완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갔던 높임말을 아나킨이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은 것을 보니 다행이구나."
아나킨은 혼란스럽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오비완을 바라봤다. "너는 오비완이 아니야."
오 포스여.... 힐링을 사용하는 동안 뭔가 잘못된 걸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 내 말은...... 너는 나의 오비완이 아니야."
아... 포스 힐링을 정석으로 배우지 않고 사용한다면 의도한 것보다 자신을 더 많이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던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네...... 아니에요." 더 이상 진실을 감추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오비완은 진실을 고백했다. "죄송해요. 힐링 사용법을 아직 배우는 중이어서....."
일어서려고 몸을 일으키던 아나킨이 배를 부여잡고 다시 누우려고 하자 즉시 오비완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서 아나킨이 천천히 눕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 몫의 담요를 가져와 아나킨이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도록 목 아래에 받쳐줬다. "포스 힐링을 배우고 있다고? 왜?"
"알아두면 쓸모 있잖아요." 오비완이 말했다.
"그...... 네 세계의 내가..... 너에게 같은 힐링을 사용했던 거지?"
".....네."
"허." 아나킨은 빛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래서 네가 온 곳에서는 내가 너의 마스터인건가?" 아나킨의 입에서 나온 건조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농담기도 섞여있지 않았다. "흥미롭네."
오비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한테는 그게 정상이에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여기에는 어떻게 온 거고? 그리고 내 오비완은 어디에 있는 거지?"
소유욕이 담긴 목소리를 들으며 오비완은 아나킨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몰라도 아나킨이 여전히 오비완에게 화가 난 것 같으니 조심해야했다.
"모르겠어요. 박타 탱크에 들어가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다음번에 눈을 뜨자 비행선에 있었어요. 스무 살이나 나이를 먹은 채로요." 오비완은 무의식적으로 브레이드가 있던 자리로 손을 뻗었지만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짧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것도 아직 나이트로 승급하지도 않은 저를 코디가 제너럴이라고 부르는 곳에서요. 제너럴은 마스터 타노인데....."
"마스터 타노라고? 스닙스가 마스터가 된 거야?"
아나킨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그 자부심을 못들은 척 하려고 했다. 이쪽 세계에서 마스터 타노가 아직 나이트조차 되지 못한 건 오비완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떻게 위대한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파다완이면서 아직-
"내가 느낄 수 있는 거 알고 있지?"
무엇을 느낀다는 건지를 물어보려던 오비완은 전보다 더 강해진 트레이닝 본드를 인식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아나킨을 치유하는 동안 본드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더 많이 열려버린 것 같았다. "죄송해요. 힐링이 본드를 다시 연결시킬 줄 몰랐어요."
"다시 연결된 게 아니야." 아나킨이 정정했다. "그냥..... 더 강해진 거야."
"그럼 이쪽의 저와 본드가 끊어졌던 게 아니었나요?"
그러자 오비완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후회하는 표정이 아나킨의 얼굴에 나타났다. "우리는... 나는 본드를 끊어내지 못했어. 나이트로 승급한 뒤에 계속 연결해두자고 말했던 건 나야."
"하지만 저는 연결을 거의 느낄 수 없었는걸요." 아나킨 가까이에 앉을 용기를 낸 오비완이 말했다. "처음에는 마스터가 마인드 실드를 너무 강하게 쳐둬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꼭....."
금방이라도 본드를 끊어버릴 것처럼 느껴졌어요.... 오비완은 뒷말을 삼켰다.
"미안해." 갑자기 아나킨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렸다. "내가 원해서 본드를 막아버린 게 아니었어. 너와 나.... 아니, 나와 내 오비완 사이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 뒤로는........ 차마 너와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어."
어려진 마스터 타노가 오비완과 아나킨이 드디어 다시 대화를 할 거라고 그토록 기뻐했던 일이 오비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요?"
마침내 마스터의 얼굴을 볼 용기를 낸 오비완은 고개를 들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아래에는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여전히 지쳐보였고 신체를 지료하지 않으면 고열이 날 것 같았다. "네가 한 일이 아니야. 나의 오비완이 한거지. 마스터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이해하지만.....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어."
"말해주세요." 오비완이 말했다. "부탁드릴게요 마스터."
아나킨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렇게 부르지 마. 나는 네 마스터가 아니-"
"맞아요.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내거야.'라고 말하셨잖아요."
그 말에 아나킨의 얼굴이 붉어지자 오비완은 자신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감추려고 들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르게 높아질 때면 항상 그렇듯이 오비완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쩔 때는 그렇게 말만하셨고, 가끔씩은 행동으로 보여주셨잖아요."
"제기랄.... 그쪽의 나한테는 애착 문제가 있나봐."
"마스터께서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문제요." 오비완이 지적했다. "이제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발 말해주세요."
아나킨은 뭔가를 말하려는 입을 막으려는 듯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비완은 마스터가 저렇게까지 말해주지 않으려는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보여줄 수는 있어." 긴 침묵의 끝에 아나킨이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너무 과하다 싶으면 바로 나를 밀어내."
"마스터께서 저를 아프게 할 일은 절대로 없잖아요."
그러자 본드를 통해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그래서 오비완은 본드 너머로 사랑을 되돌려줬다. 그리고 단 둘이 있을 때면 마스터가 하듯이 아나킨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뺨에다 올렸다. "부탁드릴게요."
마침내 아나킨은 항복했다. 손을 오비완의 뺨에 그대로 둔 채로 아나킨은 두 눈을 감고 마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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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은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봤다. 심장 부근에 총탄을 직격으로 맞고 추락한 이쪽 세계의 오비완은 아나킨의 품에 안겨있었다.
오비완은 선택받은 자의 순수한 분노를 느꼈다.
선택받은 자의 갈기갈기 찢긴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친구이자, 마스터이자, 형제가 가버렸다.
시신이 화장되었다. 울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생각에 잠긴 어두운 형체가 불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방이 붉었다.
암살자는 라코 하딘이었다. 그자의 피가 보고 싶었다.
라코 하딘과 싸울 기회가 오자 아나킨은 승기를 잡았다. 그놈을 죽이려는 의지를 담아 포스를 휘둘렀다. 제다이 코드는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복수만이 남아 있었다.
아나킨은 라코 하딘을 놓쳤다. 하지만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비완의 얼굴이 변해있었다. 오비완은 암살자 라코 하딘이었다.
오지마세요.
아나킨.
보고 싶지도 않아요. 선택은 마스터가 내린 거예요.
아나킨 제발. 나는 의장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랬던 거였어!
제가 도와줄 수도 있었잖아요! 아소카나 새틴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요! 특히나 저한테까지 거짓말을 하다니!
아나킨은 떠났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지는 분노처럼 떠나버렸다.
지금부터 우리는 따로 행동하는 게 좋겠어요. 저는..... 오비완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아나킨은 항상 마음속에 있던 오비완을 밀어냈다. 이제 그들의 세계는 분리되었다. 오비완이 사라진 아나킨의 마음과 심장에는 빗장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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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물속에서 끌어올려지듯이 현실로 돌아왔다.
주위에서 느껴지던 열기와 분노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제 3 리사의 차가운 밤공기가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의 뺨에서 손을 떼어내고 침대 구석으로 가서 무릎을 가슴에 대고 앉아있었다. 오비완에게서 최대한 떨어져 몸을 작게 말고 있었다.
오비완은 마스터에게로 기어가 안아주고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게 된 지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명백히 알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피웅덩이에 누워있는 오비완 주위의 혼란. 잠시 방심한 사이 심장을 꿰뚫은 단발의 레이저. 정확하게 적을 겨냥하는 총구. 그런 저격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라코 하딘이..... 저라고요....?"
"왜 네가 그래야했는지는 나도 이해해. 나에게 진실을 감췄던 이유도 알고." 아나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믿게 만들려고 그랬던 거잖아. 전 코러산트가 내 반응을 보고 내가 오비완의 죽음을 믿으면 모든 사람들이 믿을 테니까. 하지만 제기랄, 나만 믿었던 게 아니야! 아소카도 그렇게 믿었고 새틴까지! 우리 모두는 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너와 나의 본드도 사라져버렸다고. 나는...... 너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오더를 무시하고 라코 하딘을 죽이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네가..... 그런데 그가 나보고 물러나라고 했을 때 본드가 다시 열렸어. 그때 내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알아? 오비완은 살아있었던 거야. 화도 나지 않았어. 그냥 너무 행복했어. 하지만..... 본드는 다시 사라져버렸지. 나는...."
려졌어.
오비완은 그때 아나킨이 느꼈을 감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났지만 오비완은 여전히 13살이 되었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어떤 마스터의 파다완이 되기에는 모자란다고 버려졌던 순간의 감정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을 거다. 그 당시에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미션 때문에 마스터 타노와 마스터 세큐라와 함께 다른 행성에 가있었다. 그리고 사원에 남아있는 제다이 마스터 중에서 오비완을 가르치기를 원하는 마스터는 없었다, 그래서 오비완은 공화국을 위해서라는 말을 들으며 파다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가는 아그리콜프스로 향하는 셔틀에 올랐다.
카운슬은 오비완을 버렸다.
한편 이쪽 세계의 오비완 케노비는 카운슬의 미션을 우선시하여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버렸다.
그래서 아나킨은 오비완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이렇게 해야 또다시 상처입지 않을 테니까.
오비완의 마음속에 분노가 차근차근 쌓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마스터 케노비는 스카이워커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한 팀이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맺어져 언제나 함께-
하지만 오비완도 이쪽의 케노비와 똑같은 짓을 해버렸다.
그 미션에 가겠다고 나서면 안 되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도움을 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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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에서 오비완은 초조하게 서성이며 마스터를 설득시킬 말을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마스터를 설득시킬 수 없을 거다. 미션에 가도 된다는 허락은 받아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브레이드를 당기며 오비완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도 미션에 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마스터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비완은 마스터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고, 만일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마스터가 오비완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 화를 낼 거다.
솔직히 말하면 오비완 역시 가고 싶지 않았다. 델타 베가로 가야하는 이 미션은 어딘가 감이 좋지 않았다. 분리주의자의 행성이 공화국과 협상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의를 해오면서 오직 파다완끼리만 와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함정의 악취가 심하게 났다.
하지만 카운슬은 그 조건에 동의했다.
마스터와 함께 카운슬 회의에 참석해 한가운데 서있던 오비완은 거수투표가 시작되자 카운슬 멤버들의 얼굴을 살펴봤다.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마스터 타노만이 많은 마스터들이 미션에 찬성한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비완의 마스터가 반발했다.
"이 미션에 나가는 게 파다완이라면 파다완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어야 합니다." 이를 악문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말했다. "해당 파다완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걸 우선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회의장에서 나와 파다완끼리 모인 자리에서 오비완은 가지 않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이 미션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퀸란이 먼저 자기는 미션을 수행할거라고 나섰다.
"뭐라고?" 친구의 선택을 믿지 못한 오비완이 물었다. 퀸란은 이미 마스터에게 미션에 가겠다고 말한 뒤였고 그래서 마스터 아일라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미션에 동의하고 말았었다. "퀸란, 왜 그러는 거야?"
"이번 미션은 우리가 승급 시험을 받을만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거야! 같이 가자 오비완. 우리는 벌써 21살이잖아. 미션에 성공하면 틀림없이 카운슬은 우리가 나이트로 승급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걸!"
"맞아, 오비완." 볼라가 씨익 웃으며 오비완을 내려다봤다. 가슴을 부풀린 볼라의 시그니처 포스에서는 건방진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평생 동안 성인 파다완으로 남아있고 싶어? 네 마스터는 상관 안하실 거 같지만."
멍청한 볼라 같으니..... 볼라는 오비완과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볼라와 볼라의 마스터보다 훨씬 강한 본드로 연결된 오비완과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유대에 대해 볼라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거다.
"볼라." 메이스가 경고하듯이 말했다.
"내 마스터께서 위험하다고 하셨어." 오비완이 말했다. "게다가 이 미션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야?"
하지만 메이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퀸란을 바라봤다. "네 말도 맞지만 퀸란의 말에도 동의해. 이번 미션은 우리가 받아왔던 훈련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될 거야. 오비완, 너는 강하고 우리 중에서 가장 협상 실력이 좋으니까 같이 가주면 안 될까?"
볼라가 콧방귀를 꼈지만 오비완은 무시했다.
"맞아. 그러니까 너도 와야 해. 파다완이 한 명이라도 더 가면 좋을 테니까." 퀸란이 말했다.
퀸란과 메이스가 함께 가주기를 원한다면...... 볼라가 오비완을 앞지르고 먼저 승급 시험을 받게 될 수도 있다면...... 오비완도 미션에 참가하는 게 옳지 않을까?
"오비완!"
마스터가 침실로 들어오며 외치는 소리에 놀란 오비완은 뛰어오를 뻔했다.
"네가 정치인을 삐딱하게 보는 건 알지만 오늘 밤에 의원이 또 파티를 여는데 경호 인력이 더 필요하다네. 같이 갈래? 재미는 없을 거야. 아마 지루하겠지. 하지만 제다이가 공화국에 협조적이라는 걸 보여줄 기회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오비완은 코를 찡긋거렸다. 정치인의 파티에서 경호를 서라고? 사양이다. 오비완이 원하는 것은 진짜 미션이었다. 공화국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미션을 하고 싶었다.
그 말은 즉..... 오비완은 델타 베가의 미션에 가고 싶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미션에 가려고 마음먹은 거구나."
"마스터...."
"제기랄." 아나킨은 머리에 손을 올렸다. "왜 그러는 거야 오비완?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잖아!"
"저도 알아요, 마스터." 오비완은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브레이드의 끝부분을 만지작거리며 서성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제 친구들의 말도 옳아요. 이 미션은 저희들이 승급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걸 증명할 기회에요."
아나킨은 고개를 저으며 성큼성큼 걸어와 오비완이 더 이상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팔을 붙잡았다.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돼. 내가 보기에 너는 훌륭한 제다이야."
하지만 오비완은 고개를 흔들며 마스터의 손을 떨쳐냈다. "저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어요!"
귀가 멀 것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트레이닝 본드가 없었더라면 오비완은 방에 자신이 혼자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마스터에게서는 아무 생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봤던 미소 중에서 가장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준비가 되었구나."
"네?"
"내 소중한 파다완, 너는 이미 승급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어." 오비완의 침대에 앉으며 말하는 마스터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섞여있었다. "훈련과 협상 자리에서의 너에게서 네가 승급할 때가 왔다는 걸 볼 수 있었어. 너는 제다이 나이트처럼 강하고 현명해. 하지만 내가 승급 시험을 보자고는 말을 꺼내지 않았던 건........"
"저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오비완은 마스터의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댔다. "제가 마스터 곁을 떠날 일은 없을 거예요. 나이트가 되더라도 우리의 본드는 끊어지지 않을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미션으로 잠시 멀어지더라도....."
마스터와 떨어져야한다는 건 오비완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마스터와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동등한 제다이로서 서로의 옆을 지키며 싸우는 건 오비완이 항상 원해왔던 꿈이었다.
제다이에 대한 믿음의 불꽃을 다시 살려준 남자. 포스가 아직 오비완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준 남자. 오비완이 오더에 있을 자격이 있음을 알려준 남자와 함께 설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의수를 붙잡고 금속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 "괜찮을 거예요. 퀸란이랑 메이스도 함께 가니까요."
아나킨이 혀를 찼다. "아일라가 카운슬을 엄청 혼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마스터보다도 더 심하게요?"
"그건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마스터 아소카가 나를 억지로 회의실 밖으로 내보내긴 했어." 아나킨은 오비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파다완, 네가 받아온 훈련을 기억하면 다 괜찮을 거야. 나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마스터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오비완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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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비완은 그 약속을 어겨버렸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걸로도 모자라서 포스에 의해 다른 세계로 와버렸다. 오비완과 아나킨이 말조차 섞지 않는 이 세계에는 파다완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힘이 닿지 않았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는 자신보다 오더를 우선으로 선택해버린 오비완을 증오할 권리가 있었다.
"죄송해요." 오비완이 말했다.
"아니, 사과하지 마. 그건 네가 한 게 아니-"
"저도 똑같이 그러고 말았어요. 마스터께서 위험하다고 말렸던 미션에 가버렸어요." 오비완이 말했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나킨은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카메라를 가져올 테니까 다시 말해줄래?"
"마스터...."
"아나킨이라고 불러." 아나킨이 정정했다. "나는...... 네 마스터가 아니야. 너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대어도 나를 죽여 버릴 다른 세계의 나에게 죽고 싶지 않아."
오비완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질투가 심한 사람이었고 오비완과 관련된 일이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자기 자신과도 싸울 것이었다.
"게다가 너는 마스터에게 미션에 가겠다고 말하긴 했잖아. 그럼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 미션은 카운슬이 내린 걸 테니까. 카운슬의 결정이......." 아나킨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금속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카운슬의 결정이 언제나 우선이어야 하니까."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이건 마스터께서 해준 말인데...."
아나킨은 눈을 감았다. "너의 스카이워커는 나랑 똑같나봐."
"죄송해요." 오비완의 미소가 빠르게 사라졌다. "이쪽의 저는..... 저희는 오더를 우선시해버려서 마스ㅌ..... 그러니까 아나킨 당신에게 상처를 입혀버렸어요. 제 마스터가 겪고 있을 고통이 얼마나 아플지 상상이 안가요. 이쪽 세계의 제가 죽었을 때 제 마스터가 받고 있을 고통만큼 당신이 슬펐더라면....."
"엄마를 다시 잃는 거 같았어. 엄마도 내 품에서 돌아가셨거든." 아나킨이 조용히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품에 안긴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 숨을 내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악몽 같아. 너무 아팠어. 그런데 그보다 더 아픈 게 있더라. 네가 나를 속이고 너의 죽음을 믿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나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아나킨의 떨리는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 "오비완은 언제나 나보다 오더를 선택할거야. 나도 알아. 새틴 대신 오더를 선택한 사람이니까."
아나킨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니까..... 내가 예외는 될 수 없겠지."
오비완은 너무나도 아나킨의 옆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오비완이 화가 났을 때나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 마스터가 해줬던 것처럼 아나킨을 안아주라고 온몸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팔 하나 만큼 떨어져 거리를 지켰다. "그분을 사랑하는 거군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나킨은 작은 웃음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들어 오비완을 바라봤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상상조차 되지 않아. 그런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 순간 그들의 본드가 활짝 열리더니 가장 은밀하게 숨겨왔던 마음이 흘러나와 반대쪽 마음과 뒤엉켰다.
그들의 첫 만남, 함께했던 훈련, 흥분으로 가득 찼던 첫 번째 미션...... 오비완이 마스터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것처럼, 아나킨도 오비완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 세계의 오비완이 몇 년 동안 마음을 고백할까 고민하고 있는 동안 이쪽 세계의 아나킨은 침묵을 지켰다. 의원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아나킨은 항상 오비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비완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했다. 오비완이 그랬던 것처럼.
"아나킨." 어느새 오비완은 아나킨의 옆에 앉아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 손을 얹고 육체적으로 연결되고 싶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분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아직 모를 뿐이에요."
아나킨은 고개를 저으며 오비완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지만 작은 침대 위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미안해. 내가 너의 마스터였으면 좋겠어. 그럼 아무 조건 없이 너를 사랑할 수 있을 텐데...." 아나킨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저쪽의 나는 너를 소중하게 다루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두 오비완 전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오비완은 팔을 뻗어 소매로 아나킨의 얼굴을 닦아줬다. 슬퍼하는 마스터를 보고 싶지 않았다. "저는 당신 거예요. 우리는 전부 당신 거예요."
본드를 통해 의심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나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비완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얼굴을 감췄다.
"오비완, 나 피곤해."
"그럴 거 같아요. 마스터는 좀 쉬셔야 해요. 제가 나인스에게 다시 연락을 해볼게요. 신호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 뜻이 아니야." 아나킨은 얼굴을 계속 감춘 채로 잠시 말을 멈췄다. "싸우는 데 지쳐버렸어. 이 전쟁.... 네 세계에도 있는 이 전쟁이 끝나지가 않아. 그냥 계속 싸울 뿐이야. 너무 피곤해."
지난 몇 년 동안 함께했었지만 오비완의 마스터는 한 번도 이렇게 피곤하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었다. 오비완의 기억 속 마스터는 카운슬의 결정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정치인과의 회의에서 코웃음을 치거나, 공화국의 제너럴으로서 최전선에 서있었다.
하지만...... 마스터는 자주 정해진 항로 없이 비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지도조차 보지 않고 거대한 은하계를 탐험하고 싶다고 꾸준히 말해왔었다.
오비완의 마스터 역시 지쳐버렸던 거다. 그리고 언제나 옆에 있었던 오비완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비완은 항상 마스터의 관심을 갈구하며 자신이 제다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데만 신경을 써왔던 것이다. 이 전쟁이 마스터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는지를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떠나고 싶으세요?" 오비완은 제다이가 오더를 떠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스터 요다의 어프렌티스였던 마스터 진이 사원을 나갔던 일은 오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뒤에 마스터 진을 따라 이미 오더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던 제법 많은 제다이가 떠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이제 그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거 같진 않았다. 전쟁이 모두를 지치게 만든 지금, 얼마나 많은 제다이가 오더를 떠나게 될까?
"나도.... 그 생각을 자주 하곤 했어." 아나킨이 고백했다. "하지만 떠나지 못했어."
"그분을 위해 남은 거군요."
"아직 내가 오더에 남아있는 걸 보면 오비완을 그렇게 미워하진 않았나봐." 아나킨이 씨익 웃었다. "우리는 잘 해내고 있어. 그냥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겠지....."
아나킨의 목소리가 천천히 사그라졌다. 마치 마스터가 늦은 밤인데도 오비완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억지로 깨어있을 때의 목소리 같았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어깨를 붙잡더니 천천히 뒤로 밀었다. 그리고 등을 대고 누운 오비완의 위에 쓰러지듯이 누워 말을 이어나갔다. "네 기억 속에서 그쪽 세계의 나를 본 거 같은데 우리의 첫 만남은 어땠어?"
"정말로 듣고 싶으세요?"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그 주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 첫 만남은 두 사람에게 사라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마냥 행복한 이야기는 아닌데 괜찮으시겠어요?"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나와 네가 함께 하는 걸로 끝나잖아." 아나킨의 숨소리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구조대가 우리를 발견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거야."
오비완은 임시변통으로 증폭시킨 커뮤니케이터를 슬쩍 봤다. 아직 카운슬이나 공화국의 공군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을 입술로 가져가 입을 맞추었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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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란, 퀸란. 나 여기 있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레이저를 피하면서 오비완은 퀸란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부축해 나아갔다. 어서 나무나 커다란 바위를 엄폐물 삼아 몸을 숨겨야 했다.
오비완은 포스에게 도움을 구하며 아드레날린의 힘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달렸다. 제발 한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도움을 구하는 어린 포스 센서티브 아이들의 목소리를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오더가 파다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사원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실패한 파다완으로 낙인찍혀 다시 사원에서 내쳐지더라도 오비완은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파다완으로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을 노예 행성으로 추방한 오더에게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반도미어에 도착하자마자 지옥이 펼쳐졌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할 거 없이 모든 사람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노동을 시키는 이 행성에는 쓰러지는 자를 위한 자비가 없었다.
반도미어에서 오비완은 매일 포스에게 도와달라고 빌었다. 그런 오비완과 함께 아직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도움을 청하며 자유를 달라고 울부짖었다. 이곳은 오더가 약속했던 아그리콜프스가 아니었다. 원래 있던 감독관을 죽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노예상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어린 포스 센서티브를 잔혹하게 노예로 부리고 있었지만 제다이는 행성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노예상들끼리 싸움이 일어난 틈을 타 파다완들이 도망친 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파다완들은 달리고 또 달리다 레이저를 맞고 나서야 멈췄다. 노예상은 파다완을 죽이지 않았다. 단지 기절시켜서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망가트려 복종을 가르칠 고문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오비, 못가겠어."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퀸란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서는 피가 너무 빠르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는 도망쳐. 내가 시선을 끌게."
"싫어!" 오비완은 퀸란을 잠시 땅에 내리고 친구를 어깨에다 들쳐 업고는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뒤에 두고 갈수가 없었다. 오비완은 퀸란과 함께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말발굽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레이저가 발사되는 소리가 나더니 근처에서 도망치던 파다완이 쓰러지면서 내지른 비명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오비완은 자신이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저 막무가내로 달렸다.
순간 레이저가 오비완의 다리를 관통했다. 오비완은 퀸란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퀸란은 상처 입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옆으로 굴렀고 오비완은 고통 속에서 울부짖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새로 난 총상에서 흘러내는 피가 대지의 풀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직 기어갈 수 있었다. 함께 도망치겠다는 열망으로 퀸란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깨에 손이 얹히는 순간 탈출만을 생각하던 오비완의 생각이 멈췄다. 총상에도 불구하고 오비완은 발길질을 하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눈에 들어온 새 주인의 잔인한 미소는 흔들리지 않았고 손에 들린 채찍은 굳건했다.
얼굴을 가리고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는 것 말고는 오비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주인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피를 내뱉었다.
위를 올려다본 오비완은 주인의 심장을 꿰뚫은 푸른 라이트 세이버를 발견했다. 주인이 쓰러지는 순간 그 뒤에 서있던 오비완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천사가 그곳에 있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선택받은 자가 오비완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아름다운 제다이의 눈에는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일라, 다른 파다완은 찾았어?"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컴을 통해 물었다.
"찾았어." 마스터 세큐라의 목소리가 컴에서 흘러나왔다. "본관은 마스터 타노께서 해결하셨어. 지금 그쪽 아이들을 이리 데려오신데."
스카이워커는 라이트 세이버를 끄고 몸을 숙여 오비완의 손을 잡아줬다. "파다완, 이제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가 왔어."
"마스터...." 그제야 피곤이 오비완에게 몰려왔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달렸는지와 얼마만큼의 부상을 입었는지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품으로 몸을 던져 훌쩍였다.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
"쉬....."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의 등을 쓸어주며 안심을 시켜줬다. "아일라가 찾았데."
"저.... 걸을 수가 없어요." 오비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목에다 팔을 둘러." 단단하고 강한 팔이 오비완을 들어 올리더니 스카이워커는 일어서서 오비완을 가슴 가까이로 끌어안았다. "나이에 비해 가볍네. 망할 노예상들이 그동안 많이 굶겼나봐."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시그니처 포스에서 흘러나오는 분노를 느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 구조선이 보이자 오비완이 물었다. 구조선 앞에는 익숙한 얼굴의 힐러 몇 명이 사원에서 내보내져 머나먼 이곳으로 이송된 오비완 나이또래의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희들을 찾으신 건가요?"
"포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 아나킨이 말했다. "한 달 동안 매일 도움을 구하며 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정확하게 이 행성을 집어내는 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 목소리는 나를 이곳으로, 너에게로 이끌었어."
오비완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따스한 것이 피어났다. "제 목소리를 들으신 거세요?"
"그런 거 같아. 네 시그니처 포스는 꽤나 강하더라. 다른 나이트에게 너 같은 파다완을 제자로 삼을 기회도 주지 않고 너를 이런 곳으로 보낸 카운슬은 망해버리라지."
구조선 안으로 들어선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을 빈 병상에 내려놓고 드로이드를 불러 외상을 스캔하라고 명했다. "금방 돌아올게. 다른 아이들을 확인해야 해서 가봐야 해."
"잠시 만요!"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발걸음이 멈췄다. 뒤를 돌아 오비완을 바라보는 스카이워커의 눈동자 속에는 호기심이 떠있었다.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우선은 여기서 잘 돌봐줄 거야. 네 지난날을 보상해줄 음식을 잔뜩 싣고 왔거든."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몸을 숙이더니 오비완의 이마에 이마를 대고 눌렀다. "그리고 나는 카운슬이랑 좀 심하게 싸우고 나서 너를 내 파다완으로 삼을 거야."
"그렇게 빨리요?"
"네가 원한다면."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간단하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나는 네 목소리를 들었어. 도움을 구하던 그 많은 외침 속에서 네 목소리를 들었던 거야. 그런데 내가 카운슬이 너를 다시 데려가도록 내버려 둘 거 같아?"
따스한 위안의 파도가 다시 오비완을 씻어 내렸다.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에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을 떠나보내지 않을 거다.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를 단단히 붙잡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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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페이스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계엄령이라니..... 그날부터 아무것도 손에 안잡혀서 또 늦어버렸다 ㅠㅠ 미안해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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