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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7 19:14
원작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42★530952
- 작가님 텀블러 메시지로 번역 허락 받았음
- 클론 전쟁의 라코 하딘 이후의 이야기인데 해당 에피소드를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음. 참고로 라코 하딘 에피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봤으면 주의 바람.
- 피드백 감사히 받음
* 원작에 없는 묘사를 내가 몇 개 넣은 게 있음. 영어에는 존댓말이랑 반말이 없으니까 원작에서는 시간여행을 한 파다오비가 코디랑 아소카랑 아나킨한테 평상시처럼 똑같이 말하는데, 그걸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오비완은 예의 밥 말아 먹은 파다완이 되던지 눈치 없이 계속 높임말을 쓰는 캐릭터가 됨..... 제너럴 오비완이 갑자기 자기한테 높임말을 쓰는 데 코디나 아소카가 이상한 걸 못 알아차린다면 말이 안 되잖아. 참고로 작가님에게서 내가 임의로 상황에 맞는 문장을 추가해도 된다는 허락 받았음.
* 몬트랄(montrals)은 아소카와 같은 토그루타의 머리에 달린 콘 모양의 뿔인데 신경기관의 역할을 한다고 함. 사진은 토그루타의 샤크 티임.
always yours, always mine(언제나 당신의 것, 항상 나의 것)
희뿌연 박타 탱크의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오비완은 일렁이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검은 실루엣이 마스터라는 사실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오비완의 마스터는 의무병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해결책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공격의 주체가 누구였는가? 왜 의료병이 더 빨리 파견되지 않았는가? 저 아이는 언제 회복될 것인가?
탱크 덕분에 외부에서 나는 대부분의 소리는 귀에 닿지 않았지만 오비완은 포스를 통해 마스터가 던지는 모든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오비완의 마스터는 분노를 감출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박타 때문에 감각이 사라진 오비완의 몸으로 마스터가 하는 말이 밀려들어와 그들의 본드를 슬픔으로 채웠다.
오비완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패닉과 분노와 커다란 슬픔이 오비완에게로 전해졌다.
오비완은 마스터가 슬퍼하는 게 싫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것들을 공유한 덕분에 오비완은 마스터의 행동만으로도 스승님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더 밝은 마스터의 행복이 느껴질 때면 오비완은 무중력 상태에 다다른 것처럼 떠다니는 것 같았다. 폭발하는 화산과 같은 마스터의 분노는 파괴적으로 사람과 물건 관계없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녹여버렸다.
하지만 마스터의 슬픔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슬플 때면 마스터는 끝없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표면에 닿는 건 불가능했다. 절망감이 두꺼운 그림자를 드리우면 오직 단 한줄기의 빛만이 슬픔을 뚫고 마스터의 마음을 비추었다. 마스터는 그 빛줄기 붙잡으려고 했지만 우선 마음을 슬픔에서부터 끌어올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비완은 마스터의 슬픔이 싫었다. 특히나 그 슬픔의 원인이 자신일 때는 더더욱 싫었다.
오비완은 예상했어야 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분리주의자였지만 그 행성은 너무나 조용했고 제다이의 방문을 흔쾌히 허락했었다. 적은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제다이쪽이 긴장을 늦추자 공격을 해왔다. 오비완이 적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감지했더라면...... 오비완이 좋은 파다완이었다면 더 빨리 해결되었을 거다.
오비완은 마스터의 노력을 실패작으로 만들어버렸다. 스스로를 실망시켰다. 만약에 박타가 없었더라면 죽어버렸을 거다.
이건 제다이의 삶이었다. 더 큰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게 제다이의 길이다. 그리고 오비완은 제의 몫을 다했다. 흔쾌히 마지막을 받아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유리를 내려치는 소리에 놀라 오비완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눈꺼풀은 무거웠고 몸과 머리는 욱신거렸다. 그냥 이대로 자고 싶었다.
하지만 저 너머에서 마스터가 유리에 손바닥을 꾹 누르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유일하게 마스터가 오비완을 만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마스터는 본드를 통해 사과를 전하고 있었다. 왜 그러시는 걸까? 그건 마스터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내게로 돌아와.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비완, 나를 두고 가지마.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다시 가라앉고 있었다. 본드의 통해 들리는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필사적으로 표면 위로 올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슬픔을 이기지 못한 마스터는 계속 가라앉았다.
오비완은 힘이 빠진 손을 최대한 유리쪽 뻗어 포스를 사용해 마스터에게 말을 걸었다. 폭발의 여파로 너무 무거워진 머리가 계속 욱신거려서 생각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마스터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보이는 순간 무슨 말이라도 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는 오비완만을 위해 울고 있었다.
오비완은 떠나지 않겠다고,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 기다려달라는 약속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잠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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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은 숨을 들이마시며 깨어났다. 건조한 공기가 목구멍을 찌르자 입에서 피맛이 느껴질 정도의 기침이 나왔다. 오비완은 조금도 박타 탱크 같이 않은 차가운 공기에 둘러싸여있었다. 사실 박타 탱크 속에 있기는커녕 작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침대는 오비완의 몸이 겨우 들어갈 만큼 조그마했다. 방은 손을 뻗으면 비어있는 옆 침대에 닿을 정도로 작았다. 비행선에 딸린 쿼터가 아니면 이렇게 작은 방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왜 오비완은 비행선에 있는 걸까?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온 오비완은 부상에서 입은 상처가 몸에 남아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몇 개의 멍과 생채기와 욱신거리는 등 아래를 제외하면 특별한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완벽할 정도로 괜찮았다. 박타는 기적의 치료제이긴 했지만 오비완이 입었던 부상을 이렇게 빨리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령 박타 탱크에서 끌려나왔다고 하더라도 오비완은 지금 의료용 가운이 아니라 언더 튜닉을 입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전에 입어본 적이 없는 언더 튜닉이 눈에 들어왔다. 문에 걸려있는 유니폼도 파다완 로브처럼 생기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본 오비완은 그 옷이 일방적으로 파다완에게 지급되는 게 전혀 아닌 나이트가 입는 유니폼인데다가 갑주가 붙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비완은 믿기지가 않아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자 손바닥이 풍성하게 자란 수염에 긁히는 느낌이 났다.
오비완은 거울을 찾아 리프레셔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비틀거렸다.
어느 면에서는 오비완처럼 생긴 남자가 그곳에 서있었다. 똑같은 푸른 눈과 적갈색 머리를 가졌지만 나이가 더 든 버전의 오비완이었다. 머리에 난 회색 머리카락과 지친 얼굴을 보니까 아마도 거의 20살은 나이가 들었을 거라고 추측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박타 탱크에 들어가 있었던 걸까? 그리고 어쩌다 비행선에 이송된 거지?
오비완은 마스터의 시그니처 포스나 아니면 비행선에 있을 다른 제다이의 포스를 느껴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마스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불가능했다. 은하 하나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더라도 마스터의 포스는 모든 공간을 초월해서 오비완에게 닿을 수 있었다. 어디에 있더라도 오비완은 본드를 통해 마스터가 바로 옆에서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스승과 제자의 본드는 침묵하고 있는데다가 언제라도 끊어질 것 같이 약했다.
오비완은 쿼터를 떠나 조종석으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조종석에는 노란색으로 칠한 갑주를 입은 클론이 앉아있었다. "제너럴 케노비, 일어나셨군요."
클론들의 목소리와 외모는 똑같았지만 오비완은 그들을 구별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클론은 인간이야." 그 누구도 전쟁을 위한 소모품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아주 친절한 목소리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는 것만 같았다.
오비완을 제너럴이라고 부른 클론은 코디였다. 하지만 전투에서 얻은 듯한 상처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였다. 오비완이 알던 코디는 일개 보병에 불과한 신입이었지만 지금 코디는 높은 직위를 나타내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코디? 여기는 어디....?"
즉시 코디는 오토파일럿 모드로 설정을 바꿨다. "Sir, 제너럴께서는 아직 쉬셔야합니다. 알테어에서 있었던 심각한 충돌을 생각해보면 코러산트에 도착할 때까지는 누워 계셔야 합니다."
Sir이나 제너럴과 같은 호칭....., 쿼터에 걸려있던 나이트가 입는 유니폼.... 승급 시험을 끝내지도 못한 일개 파다완에 불과한 오비완이 갑자기 어느 위치까지 오르게 된 걸까?
"Sir?" 코디가 다시 물었다.
"어...... 지금이 몇 년도...... 인가요?"
잘못된 질문에 코디는 걱정이 담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착륙지에 의료병이 대기하고 있도록 연락을 해두겠습니다. 그만 쿼터로 돌아가 보십시오."
"코디, 제발."
"20 BBY입니다, Ssir." 코디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제너럴께서 본인의 성함을 아직 기억하고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아니라면 카운슬 전체가 당장 여기로 달려올 테니까요."
오비완이 기억하고 있는 년도와 똑같았다. 하지만 코디는 왜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걸까? 오비완은 어쩌다 늙어버렸고? 오비완은 최대한 머리를 굴려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클론을 대할 때 쓰는 말투를 기억해냈다. "몇 월.....이지?"
"5월이고 표준시로 정확히 19시 58분입니다. 제가 억지로 제너럴을 눕히기 전에 스스로 누우시기를 강력히 추천 드립니다."
적어도 코디의 말투는 경쾌했다. 그 목소리에 오비완은 불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고마워." 오비완의 말에 코디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조종석을 떠나는 오비완을 가만히 지켜봤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직 누울 수가 없었다. 작은 침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져서 자신의 커뮤니케이터와 데이터 패드를 찾아낸 오비완은 모든 로그와 필요한 데이터를 정렬해 읽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년도는 오비완의 기억과 똑같았다. 하지만 오비완이 기억하는 날로부터 최소한 3달은 지나있었다. 기록해둔 로그에 따르면 오비와과 212 부대는 행성 알테어로 가라는 미션을 받았다고 한다. 중립을 유지하던 미드림의 행성이었지만 최근에 공화국에 합류하는 데 관심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소수의 시민이 공화국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기는 했지만 인명 손실은 없었고 병사를 잃지도 않았다. 오비완의 부상은 알테어의 상원 의원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한 반란군의 공격을 제지하다가 입은 것이었다. 반란군이 체포되는 동안 오비완은 의원을 보호했다고 적혀있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미션이었다. 오비완과 오비완의 마스터가 전에 배정받은 미션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 미션에 배치된 제다이가 오비완 혼자라는 사실은 달랐다. 이번 미션 로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카이워커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았다.
로그를 살펴본 결과 오비완이 알아낸 것은 자신을 제너럴이라고 부른 코디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오비완은 제너럴에다가 마스터 제다이 나이트였다.
그렇다면 오비완의 마스터는 어디에 있는 걸까?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더 이상 오비완의 마스터가 아니라면 아나킨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 오비완과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같은 위치인 나이트라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에 빠진 미성숙한 오비완의 일면은 마스터의 옆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 했다. 나이트가 되고 싶기는 했지만 만약에 승급을 한다면 마스터와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망설여졌다. 영영 파다완으로 지내도 될까? 아니면 승급을 해야 할까?
오비완은 통신 기록을 살펴봤다. 그리고 자신이 마스터 스카이워커와 정말 드물게 연락을 했다는 사실과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날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통화는 아주 짧게 몇 분 안에 끝났고 문자는 단어 하나로만 이루어진 게 대다수였다.
마스터와 본드로 이어져있었지만 오비완은 커뮤니케이터를 통해 마스터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미션으로 멀리 가있을 때면 마스터는 항상 통신을 걸어 오비완이 잘 있는지를 확인했고, 사원에 붙어있어야만 하는 오비완은 통화를 하면서 아나킨의 방에 몰래 들어가 마스터의 베개나 담요를 훔쳤다.
하지만 가끔 주고받은 차가운 메시지와 이제는 오비완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본드를 고려해 봤을 때 제너럴 오비완과 스카이워커는 그저 제다이 나이트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애착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좋은 일이었다. 어쨌거나 제다이에게 애착은 금지된 거니까.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규율을 위반하는 걸로 유명해서 애착을 경계하라는 경고는 뒷등으로 흘렸었다. 그리고 이전부터 반항적인 파다완이었던 오비완은 그저 그런 마스터를 따라 애착을 형성했을 뿐이었다.
오비완은 커뮤니케이터를 닫고 코러산트에 도착해서 마스터 스카이워커.... 그러니까 아나킨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결심을 내렸다.
그렇지만 본드가 존재하지 않는 이 방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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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을 하자마자 나타난 의료병은 먼저 오비완의 외상을 스캐닝하기 시작했다. 정상이 뜨자 이어서 머리에 내상을 입었는지도 스캔했다. 역시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코디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썹을 올렸다.
"봐, 나는 그저 당황했을 뿐이야."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라면 렉스에게 뭐라고 말했을 지를 생각하며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코디의 의심은 점점 더 깊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제 가서 보고서를 복사해 보내줄래? 할일이 기다리고 있잖아."
"알겠습니다, sir." 코디는 신중하게 오비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사원에 도착한 오비완은 곧장 마스터의 방을 향해 나아갔다. 어쩌면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새로운 세계로 시간이동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제다이의 거주지에 들어서자마자 오비완은 마스터 타노와 마주쳤다. 마스터 타노를 보자마자 깜짝 놀란 오비완은 잠시 멍해졌다.
마스터 타노는 너무 어려 보였다. 16살도 채 되어보지 않았다. 몬트랄과 머리카락은 너무 짧았고 그 특유의 패턴이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마스터 타노는 평상시에 마주할 때면 오비완을 내려다보던 것과 다르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스터 케노비,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마스터 타노의 목소리는 오비완의 기억에서처럼 다정하고 발랄했다. "알테어는 어땠나요?"
"어.... 평소와 같았습- 같았단다?" 이번에 오비완은 마스터 타노가 자신에게 말을 걸 때를 생각해내서 말투를 따라했다. 오비완은 너무나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마스터 타노와 자신의 나이가 왜 변했는지부터 포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 전부 물어보고 싶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마ㅅ- 아나킨을 찾고 있단다." 오비완은 제 시간에 단어를 고치는 데 성공했다. "혹시 방에 있을까?"
"계셔요." 마스터 타노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답했다. "그런데 정말 만나도 괜찮으시겠어요?"
안 괜찮을 이유가 있을까? "그럼. 그냥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 거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오비완의 팔에 손을 얹는 걸 보니까 마스터 타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 포스여 감사합니다. 이제 드디어 두 분께서 그 일을 극복하고 나아갈 날이 왔나 봐요.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지 아세요?"
"......그렇지.... 그럼 이만....." 오비완이 방을 향해 손짓하자 아소카는 행운을 빈다고 말하고는 식당 쪽으로 떠났다.
마스터 스카이워커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곧 알아내게 될 것이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방에 노크를 하지도 않고 그대로 문을 열었다. 가끔은 그래도 된다고 허락을 내려준 마스터 스카이워커 때문에 생긴 습관이었다. "마스터?" 오비완은 문을 닫으면서 외쳤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허리에 수건 한 장을 느슨하게 매고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런 마스터의 몸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오비완은 그 물방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의 몽정에서 나왔던 것처럼 더 젊었고 짧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와있는 오비완을 보고 조금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비완,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가까이 다가가던 오비완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말투를 듣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에게 높임말을 쓰는 마스터도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오비완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애정이 담겨있는 게 아니라 독기가 서려있었다. 어떤 제다이나 시스라도 저 말투를 들었다면 하려던 말을 한 번 더 생각할 것 같았다. 외모와 목소리는 오비완의 마스터와 같았지만 태도나 말투는 전혀 달랐다.
"보고싶-"
오비완, 나를 두고 가지마.
"그래서 왔다고요?" 아나킨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전해줄 소식이라도 있나봐요? 없다면 팰퍼틴 의장님과 회의가 있어 이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나가줄래요?"
의장의 이름이 들리자 오비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오비완은 정치인을 좋아해본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정치인에게 접근할 때면 미소를 지었지만 둘이서 있을 때면 교양 있는 언어로 팰퍼틴이 얼마나 역겨운지에 대해 말하곤 했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요?" 아나킨은 눈을 굴렸다. "그분을 싫어하시는 건 알지만 지난번 점심 약속을 놓쳐서 가는 거라고요."
"느껴지지 않-" 오비완은 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요?"
이 우주에 존재하는 본드 중에서 우리의 본드가 가장 미약하다는 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뭔가 다른게......"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오비완은 하고 싶은 질문을 마저 끝내려고 노력했다.
"모르겠는데요." 빠르게 대답을 마친 아나킨은 침실과 연결된 문가에 섰다. "그거 말고 할 말이 없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 아, 물론 마스터께서 제 의견을 존중해줄 의사가 있으시다면요."
가슴 아픈 말이었다. 비록 오비완은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파오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너무 아팠다. 한 가지 확실한건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오비완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비완의 마스터는 오비완을 밀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죄송합- 미안하구나, 아나킨."
아나킨은 오비완이 방을 나가는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침실 문을 닫아 그들 사이에 새로운 장벽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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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평온하게 은하 사이를 날아가고 있던 어느 날,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말했다. 오직 아나킨과 오비완만 있는 비행선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조종석에 앉아 대시보드 위에 발을 얹고 있었다. 아나킨은 끝이 없는 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고, 오비완은 그런 마스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간단한 외교 미션을 끝내고 사원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돌아가는 길에 경치를 좀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어쨌거나 카운슬은 그들이 며칠 뒤에나 돌아올 거라 예상하고 있으니까.
곧이어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방금 자신이 한 말에 코웃음을 쳤다. "나는 운명이 싫어."
"그게 무슨 뜻이세요?"
"운명, 예언....... 저 너머에 어떤 높은 존재가 있더라도 나는 신경 안 써. 그런 존재에게 우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권리를 준 건 도대체 어떤 놈일까?" 우리에게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오비완은 솔직하게 답했다. 그건 오비완이 살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제가 아는 거라고는..... 그 존재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거예요." 마스터에게로요.
그 말에 마스터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비완을 돌아본 마스터의 눈에는 그저 사랑스럽다는 감정만 떠있었다.
"그런 거 같네."
"그럼 마스터도 인정하시는 거죠? 포스가 저희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요?"
"만약에 포스가 우리를 만나게 해줬다면, 계속 서로의 곁에 있겠다고 결정을 내린 주체는 우리야." 아나킨은 말을 바로잡으면서 손을 뻗어 오비완의 파다완 브레이드 끝을 만지작거리며 꼬았다. 브레이드의 끝에는 그들이 공식적으로 파다완과 마스터의 관계가 되었을 때 아나킨이 달아준 붉은 리본이 묶여있었다. "만약에 우리가 서로를 싫어했다면 아무리 포스가 우리의 만남을 주선했더라도 결국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 되잖아."
오비완은 입을 삐죽였다. "마스터, 그런 시나리오는 농담으로라도 하지 마세요."
아나킨의 얼굴에 떠있던 작은 미소가 늑대 같이 환한 미소로 변했다. 아나킨은 브레이드를 살짝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오비완은 좌석에서 일어서서 당연하다는 듯이 마스터의 무릎에 앉았다. 그리고 양 다리를 접어 가슴에 무릎이 닿도록 올리고 머리를 마스터의 턱 아래에 편히 눕혔다. 이마에 닿는 마스터의 입술이 느껴지는 순간 오비완의 몸에 따스한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내 사랑, 너를 싫어하는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아. 그런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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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 하딘 이후의 이야기라는 걸 다음 챕터에 넣을까 하다가 어차피 원작 태그에 걸려 있는 거니까 그냥 넣었음.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Code: c05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