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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 텀블러 메시지로 번역 허락 받았음
- 클론 전쟁의 라코 하딘 이후의 이야기인데 해당 에피소드를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음. 참고로 라코 하딘 에피 스포가 있으니 아직 안 봤으면 주의 바람.
- 피드백 감사히 받음





사실 이쪽 세계의 정보를 따라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곳의 오비완이 파다완 오비완에게 선물로 남겨둔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철저하게 정리된 자료였다. 오비완과 아나킨 중 한명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을 거고 정리를 잘하는 성격인 오비완이 아마 전부 도맡아 했을 것 같았다. 

이쪽 세계의 케노비는 모든 기록을 날짜별로 정리해두었다. 원본은 데이터패드에 순서를 맞춰 깔끔하게 저장해두고는 백업파일은 제다이 사원의 중앙 아카이브에 올려뒀다. 가장 처음부터 정렬해 읽어보니 이 세계가 오비완이 알고 있던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는 게 확실해졌다.

이렇게 다른 이유는 이곳이 또 다른 우주라는 사실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포스는 파다완 오비완의 영혼을 나이든 오비완 케노비의 육체로 보냈다. 제다이 마스터이자 전쟁의 제너럴인데다가 나이트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전 마스터의 육체로 말이다.

케노비가 아나킨의 전 마스터라는 대목은 아직 오비완에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비완이 아나킨을 가르쳤다고? 전 우주에서 가장 훌륭한 제다이인 아나킨에게 오비완이 도대체 뭘 가르칠 수 있었을까?

여전히 이쪽의 아나킨은 오비완이 온 우주의 아나킨과 아주 비슷했다. 10살이 되었을 때야 포스 센서티브임이 발견되었다는 부분부터 훈련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과 19살에 나이트로 승급했다는 점도 똑같았다. 클론 전쟁에서 제너럴이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주먹을 먼저 날린 뒤에 질문을 하는 다혈질적인 행동을 여전히 하고 있는 부분도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오비완의 우주에서는 이미 고인이 되신 마스터 두쿠와 그분의 파다완이었던 타노가 타투인에 도착했다고 되어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콰이곤 진과 오비완이 아나킨을 찾아냈다고 적혀있었다.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콰이곤이 제다이 마스터라고? 아나킨과 수 없는 혈투를 해왔던 그 콰이곤이? 콰이곤은 다크 사이드의 힘을 너무 많이 끌어 써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고 오비완이 알고 있을 정도였다.

이쪽 세계의 아나킨은 원래 우주의 아나킨과 같은 나이였을 때 파다완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비완이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가르침을 받은 지는 7년이 넘었지만 이쪽의 아나킨은 파다완 아소카와 함께한지 겨우 1년이 되었다는 점은 달랐다. 곧 승급시험을 받고 나이트가 되어야하는 오비완과 아주 다른 상황이었다.

자신의 마스터가 다른 파다완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은 오비완의 어린 심장에 또다시 큰 충격을 줬다. 비록 그 파다완이 사원의 가장 훌륭한 제다이 중 한명인 마스터 아소카 타노이더라도 마스터 스카이워커께서 오비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본드를 맺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다완과 마스터 사이의 본드는 서로를 이어주고, 마스터가 시범을 통해 포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가르쳐주어 파다완이 포스 조율법을 알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오비완과 마스터 아나킨이 맺은 본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제자와 스승 사이의 본드에 본질을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사원의 복도에서 오비완은 그들의 본드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속삭임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오비완은 그 속삭임을 못들은 척했다.

먼저 사랑을 고백했던 사람은 오비완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본드를 끊어내지 말아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절박하게 애원했던 사람도 오비완이었다. 마스터가 자신의 사랑에 보답하지 않더라도 오비완은 마스터의 존재와 분리된다는 생각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토록 파다완을 잘 보살펴주는 마스터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 무엇보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만을 진심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준 마스터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밤이 오면 파다완을 따스하게 지켜주고, 부상을 입은 파다완을 돌봐주고, 자신의 파다완을 보호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 임무로 두고 그대로 실천하는 마스터를? 

오비완의 머릿속에는 자신과 루미나라가 돌무더기에 갇혔을 때 마스터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던 눈물이 여전히 새겨져 있었다. 오비완은 산소가 점점 줄어들고 몇 가지 선택지가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귓가를 스치던 마스터의 울부짖는 소리와 마침내 그들을 발견했을 때 얼굴에 나타났던 안도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미션보다 파다완의 목숨을 우선한 나머지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나중에 카운슬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카운슬 회의실 밖에서 오비완은 트레이닝 본드를 통해 대화를 엿들었다.

네 파다완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니요. 그런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겁니다.


그 순간 오비완은 마스터가 자신의 스승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다.

그리고 어쩌면 마스터는 아직 오비완을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비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뭔가가 있었다. 너무 꼿꼿하게 서있어서 한순간에 부러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여전히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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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요다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비완이 그 어떤 우주에 있더라도 요다는 항상 그랜드 마스터일 것이고 오랜 시간동안 단련해온 포스를 통해 발휘되는 통찰력은 결코 녹슬지 않을 거 같았다. 오비완이 카운슬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요다는 오비완을 바라보며 언짢게 들리는 소리를 냈다. 뭔가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언급이 없는 게 오비완에게 이로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요다는 존경을 받는 제다이였지만 오비완에게는 그랜드 마스터의 선의에서 나온 의견은 피곤하게만 다가왔다. 오비완이 17살이 되었을 때 오비완과 아나킨을 분리시켜야한다는 의견을 낸 건 요다였다. 오비완이 마스터를 향한 마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그 마음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기 시작했던 때였다. 하지만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새 마스터를 배정하겠다는 의견에 반대했다. 오비완이 나이트가 되는 여정을 마무리 짓는 사람은 자신이어야만 한다고, 다른 사람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떻게 본드를 끊어버린다는 파다완의 건강에 해가 될 위험이 있는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냐고도 되물었다.

그 뒤로 몇 년 동안 사제에게는 감시의 눈이 들러붙었다. 그리고 오비완의 아나킨은 강직한 제다이가 되어 오비완이 어른이 될 때까지 조금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밀어붙인 사람은 오비완이었다. 오비완은 그저 함께 누워 있으려고 마스터의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북적이는 코러산트 야시장을 지나갈 때는 마스터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술기운이 약간 올라 키득키득 웃는 마스터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는 사람도 오비완이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이 스스로의 마음을 진정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나이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비완은 마스터가 자신을 깊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스터는 함께 잠을 잘 때면 오비완의 허리에 팔을 얹었고, 손을 잡고 야시장을 걸어갈 때면 오비완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단둘이 있을 땐 오비완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는가 하면 내 사랑이라고 부르며 오비완이 오더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오비완은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언해주었다.

그리고 성장하는 동안 마스터의 애착에 아주 익숙해진 오비완은 지금 무정하고 냉담한 마스터의 시선을 마주보고 있었다.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있을 때면 오비완의 마음에는 사과를 하며 매달려 제발 용서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를 싫어하는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아. 그런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오비완의 마스터는 이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육체적인 특징은 완전히 똑같았지만 나머지는 전부 달랐다.

코러산트에서 닷새 동안 휴식을 취하는 동안 오비완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방에서 지금 자신이 오게 된 세계에 대해 알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회의를 하러 오라는 카운슬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회의실에서 미리 와있던 아나킨을 발견하고 놀랐다.

"둘 다 알다시피 제 3 리사는 공화국과 분리주의자 둘 다에게 원유와 광물 자원을 팔던 중립 행성이다. 그런데 최근 그들의 영공에서 해적의 함선이 공화국이 구입한 자원을 수송하던 제 3 리사의 화물선을 공격했다. 화물을 회수하고 선원들을 구하려면 너희 두 명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카운슬에게 보내는 회의적인 눈빛을 놓치지 않고 봤다.

"간단한 미션으로 들리는데요. 저와 스닙스 둘이서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자 오비완의 가슴속에서 조그마한 질투심이 다시 자라났다. 스닙스는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마스터 타노의 파다완이었을 때 사용했던 별명이라고! 그 반대가 아니라!

"공격의 주체가 토로 라퓨지라는 정보를 받아서 그렇다."

오비완의 우주와 또 다른 비슷한 점이었다. 거기서나 여기서나 토로는 화물을 실은 화물선이라면 공화국의 것이든 분리주의자의 것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목표물로 삼는 해적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고 인질을 잡는데 거리낌이 없기도 했다. 제다이는 언제나 인질 석방을 우선했기 때문에 인질이 구출되는 동안 쉽게 도망치는 게 토로의 전략이었다.

아나킨 역시 해적의 이름을 알아차렸는지 으르렁거렸다. "그러니까 협상가와, 협상가의 경비견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쉽게 동의하다니 기쁘군." 메이스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격납고에 트와일라잇 호를 준비해뒀네."

사원에서 가장 뛰어난 협상가가 오비완 케노비라고 적힌 파일을 읽었던 오비완은 자신의 불안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긴장했다. 오비완의 우주와는 전혀 다른 정보였다. 원래 우주에서 네고시에이터라는 명성을 가진 제다이는 마스터 타노였다. 오비완이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미션이 눈앞에서 터져버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비완은 평범한 협상가라고 불리기도 어려웠다.

"같군, 긴장한 것." 요다가 오비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랜드 마스터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게 틀림없었다!

"괜찮을 겁니다." 오비완은 허리를 곧게 펴고 가슴을 열면서 말했다. "저희들이 잘해낼 거라고 장담 드리겠습니다."

요다는 그저 콧소리를 냈다. "말하라, 준비가 되면."

오비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나킨을 따라 회의실에서 나왔다. 아나킨은 오비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커뮤니케이터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오비완은 그런 아나킨의 옆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면 마스터가 언제나처럼 오비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가까이 끌어당겨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비완은 저절로 뻗어나가려는 손을 억눌러야했다.

그 대신 렉스와 대화를 나누는 아나킨을 조용히 지켜봤다. 

아나킨이 새로 받은 미션을 전달하며 부대에서 클론 몇 명을 차출해달라고 말하자 나머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곧 오비완과 아나킨은 다섯명의 클론과 함께 한 팀이 되어 제 3 리사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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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케노비, 침대에 누워있어야지."

오비완은 움찔했다. 마스터는 아주 가끔씩 오비완이 선을 너무 넘었을 때만 오비완을 성으로 불렀다. "하지만 마스터, 추워요."

"폭포처럼 땀을 흘리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보통 감기가 아닌가봐."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체온계를 읽고서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체온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 힐러를 불러올게."

"......네." 오비완은 투덜거리면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말았다. 이렇게 몸이 얼음장 같은데 왜 체온은 높은 걸까? 하나는 마스터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것인 이불을 두개나 덮고 긴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추웠다.

"그렇게 삐죽거릴 때 귀여운 거 알아?" 마스터는 의수가 아닌 반대쪽 손으로 오비완의 이마에 달라붙어있는 땀에 젖은 앞머리를 넘겨줬다.

"안 귀엽거든요. 저는 남자라고요."

"어디보자. 음.... 남자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네."

오비완의 얼굴이 붉어진 건 열 때문이었다. 마스터의 칭찬 때문이 아니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오비완의 머리를 내려치는 망치처럼 느껴졌다. 아마 오비완의 고통을 본드를 통해 느꼈는지 마스터 스카이워커 역시 살짝 움찔 거더니 응답을 하러 문으로 갔다.

반쯤 감긴 오비완의 눈에 마스터 세큐라와 옆에 서있는 그녀의 파다완 퀸란이 들어왔다. 사제는 제다이 로브가 아니라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아나킨, 너랑 케노비도 같이 저녁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

"아, 미안해 아일라. 저번 미션을 끝내고 내 파다완이 좀 아파서."

오비완은 이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다른 행성에 가서 테러리스트의 위협에서부터 시민을 구한 제다이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려고 가까이 다가온 아이가 딱 한 번 기침을 했다고 감기에 걸려버리다니 너무 부끄러웠다. 오비완은 15살이고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파다완인데 그 행성의 병에 걸린 아이가 오비완보다 힘이 더 넘쳐보이다니!

"제기랄, 오비완 괜찮아?" 퀸란이 방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물었다.

오비완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문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토르반은 사원에 있어? 약이 필요할 거 같은데."

"다른 행성에 가서 없어. 대신 우리가 어디든 들러서 필요한 걸 사와 줄게."

오비완은 자신의 마스터가 안도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주면 고맙겠어."

마스터 세큐라와 퀸란은 몇 시간 뒤에 열을 내릴만한 것을 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작별인사를 전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터의 몸무게로 침대가 꺼지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차가운 수건이 돌아누운 오비완의 머리에 얹히더니 마스터가 등을 쓸어주는 기분 좋은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퀸란이 너한테서 눈을 못 떼더라." 마스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가 약을 먹은 뒤에 나 대신 퀸란이 너를 돌봐주도록 자리를 비켜줄까?" 그러자 오비완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

순간 사위가 조용해졌지만 오비완은 마스터가 자신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침묵을 참지 못하고 몸을 돌린 오비완은 선택받은 자가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기적이게도 그 시선은 오비완에게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마치 오비완에게 자신을 마스터로 선택- 아니 받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비완의 목숨을 아그리콜프스에서 구해주고 제다이가 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준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모든 관심은 전부 오비완과 오직 오비완에게로만 쏠려있었다. 선택받은 자의 선택받은 파다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오비완의 뺨이 더 붉어졌다.

"제다이 코드가 애착을 금지한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작은 즐거움을 피할 이유는 없잖아. 네가 퀸란과 가까운 사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약간은 마음가는대로 해도 괜찮아."

오비완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퀸란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오비완은 자신이 포스 본드를 통해 감정을 내비쳤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마스터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을 빛냈다. "그래?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 거야? 누군데?"

마스터가 슬쩍 밀자 오비완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스터께서 상관하실 일이 아니거든요."

"하, 재미없어." 마스터의 목소리에는 악의가 담겨있지 않았다. "그럼 차근차근 해보자. 내 생각에 그 사람은.... 너를 대신해서 아파줄 수 있는 사람이지?"

저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그 퀸란이 오비완 대신 아파줄 거라고? 그전에 자기 팔을 물어뜯겠지. 온몸을 아프게 만드는 자비 없는 기침을 하면서 누워있는 대신에.

머리가 다시 아파오자 오비완은 다시 신음소리를 냈다. 약은 곧 도착할 거 같지 않았다. 메디킷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를 위한 것이지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용은 아니었다.

"오, 내 파다완." 마스터의 손이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게 느껴졌다. "기다려봐.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아나킨은 옆에 눕더니 오비완이 상체위에 여러 겹 덮여있던 이불을 치웠다. 고통 속에서 떨리던 오비완의 몸을 멈춘 것은 오직 이마에 얹힌 마스터의 손과 갑자기 오비완의 몸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힘이었다.

욱신거리던 근육이 진정되기 시작하더니 어지러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오비완의 머릿속에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미소 짓는 여인이 나타났다. 따스한 포옹이 느껴지더니 그녀가 흘린 눈물은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이어서 젊은 마스터 타노가 나타나 훈련을 하다 넘어진 오비완의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구해줘서 감사하다며 환호성을 보내는 시민들이 나타나더니..... 오비완 자신이 보였-

오비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동안 숨을 쉬지 못한 사람처럼 헐떡였다.

"미안해 오비완." 마스터는 당황한 것 같았다. "너무 과하지 않았어?"

"아니에요 마스터. 그냥...." 오비완은 잠시 몸을 느껴보며 말을 멈췄다. 이전처럼 아프지 않았고 빙빙 돌던 방도 멈춰있었다. "제게 포스 힐링을 쓰신 거세요?"

마스터는 다정하게 오비완을 밀어 다시 침대에 눕히고는 이제 따뜻해진 수건을 차가운 수건으로 바꿔줬다. "한번 해봤어."

"힐러만 할 줄 아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서 배운 거야." 마스터는 다시 오비완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면서 말했다. 그 감각을 사랑하게 된 오비완은 마스터가 더 자주 머리를 만져주기를 바랐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한테만 써봐서 완벽하지는 않을 거야. 뭔가 불편한 걸 봤다면 사과할게."

"그럴 필요 없으세요. 그냥.... 평상시와 다른 느낌이 들었을 뿐이에요. 한 여자를 봤는데..... 엄청난 양의 모래도 있었어요."

"아, 그럼 내 엄마를 본 거 같네. 난 치유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엄마를 떠올리거든."

마스터의 손은 오비완의 머리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마스터가 어린 아이였을 때 마스터의 어머니는 지금과 똑같이 머리를 쓸어줬을까?

선택받은 자가 된다는 것의 단점은 대중이 그의 과거를 캐는 데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아기 때가 아니라 열 살이 되고 나서야 발견되어 노예 상태에서 풀려나 제다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공공의 선을 지키기 위해 싸우도록 복돋아 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스카이워커의 파다완이 된지 1년이 지난 지금, 오비완은 마스터의 과거를 제대로 파헤치기를 망설이게 되었다. 아나킨은 어머니와 노예로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아그리콜프스에 침입한 인신매매범들을 박살내버렸던 일을 생각하면 노예상을 엄청나게 경멸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그들의 포스 본드 역시 일정 선을 넘지 않았다. 꼭 필요한 만큼만 연결되었을 뿐 영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오비완은 마스터가 자신에게 벽을 세운 게 애착을 막기 위해서라고 추측했지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스터는 오비완의 아픔에 도움이 되려고 마인드 실드를 내렸다. 또 파다완이 더 오랜 시간동안 고열에 시달리지 않도록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치료를 해주었다.

"어머니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으세요?" 오비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아름다우셨어요."

"그랬지." 마스터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괜찮겠어? 마냥 행복한 이야기는 아닌데."

이불 아래로 손을 뻗은 오비완은 마스터의 손을 찾았다. 그리고 깍지를 끼고 속삭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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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도착했습니다."

나인스의 목소리가 명상을 하고 있던 오비완의 정신을 깨웠다. 눈을 뜬 오비완은 자신이 지금 차가운 트와일라잇 호에 있음을 기억해냈다. 나인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오비완은 스트레칭을 하고선 셔틀의 조종석에 있는 아나킨을 보러 갔다.

보고에서 들은 바와 같이 토로의 함선과 나포된 화물선은 제 3 리사의 영공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내부에 있는 생명체를 스캔한 결과 대부분의 탑승 인원은 인질로 잡힌 선원으로 보였다. 화면으로 보니 인질은 전부 화물선의 화물이 있는 곳에 감금되어 있었고 아나킨과 오비완이 찾는 토로는 그의 함선 갑판에 있었다.

"나인스, 스텔스기를 몰고 화물선 엔진으로 향해. 엔진 바로 아래쪽에 입구로 사용되는 해치가 있을 거야." 아나킨이 화물선의 청사진 3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인질을 데리고 나와. 오비완과 나는 협상을 빌미로 토로에게서 시간을 끌게."

"알겠습니다, sir."

작전은 아주 단순했지만 만약에 토로가 오비완의 세계에 토로와 같다면 그들이 바라는 것만큼 간단하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보통 화물이 해적의 주된 목적임을 생각해보면 인질과 약탈한 화물을 전부 한 것에 잡아두는 건 일반적인 해적 수법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해적이 노예 매매에도 관여하고 있다면 말이 되었다. 이게 아우터 림에서 노예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였다. 공화국의 억제력이 닿지 않고 분리주의자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이런 곳에서 해적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아마 인질을 잡은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일 거다.

그렇지만 전에 토로는 선원을 끌고 간 적이 없었다. 납치나 노예 매매에 관련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질을 잡지 않고 단순하게 약탈과 파괴만을 일삼는 토로와 같은 해적이 하기에는 너무 조직적인 작전이었다.

"아나킨, 감이 좋지 않구나." 오비완은 마스터 타노가 자주 하는 말과 억양을 따라했다.

아나킨도 오비완처럼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토로의 목적을 알아내는 게 먼저잖아요. 협상 준비는 끝났어요?"

그럴 리가. 오비완은 이 우주의 네고시에이터가 아닌데.....

"언제나 똑같지."

토로의 함선으로 통신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나인스가 탑승한 구조선이 트와일라잇 호에서 출발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투명하게 변한 구조선은 천천히 목표물을 향해 나아갔다.

직접 보는 것만큼이나 역겹게 생긴 토로의 푸른색 홀로그램이 홀로 프로젝터를 통해 나타났다. 몇 년 동안의 쉬지 않고 전투를 해왔음을 증명하듯이 얼굴과 상체는 상처로 뒤덮여있었고 누더기가 된 옷은 다 해어져있었다. 위쪽으로 삐쭉 솟아 나온 커다란 이빨은 얼룩덜룩했고 충치도 보였다. 머리에 달린 커다란 뿔도 오비완의 기억속의 것과 똑같았다. 그러나 양팔을 아직 잃지 않았다는 점은 오비완의 우주와 달랐다.

"라퓨지." 오비완은 네고시에이터라 불리던 마스터 타노의 협상을 어깨너머로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또 다시 화물선을 나포하는데 성공했나보군. 그럼 이제 선원을 풀어주고 화물을 돌려주실까."

토로는 팔짱을 끼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내 배에 있는 인간들보다 더 가치 있는 화물까지 내가 왜 돌려줘야하지?"

지금쯤이면 구조선이 도착하여 인질들을 전부 데리고 탈출했을 것이었다.

"인질을 풀어주면 자네가 마침내 붙잡혔을 때 형량이 꽤나 줄어들 거라네." 오비완은 평이하게 말했다.

당연하겠지만 토로는 웃음을 터트렸다. 토로를 붙잡게 된 공화국이 그런 해적을 그냥 풀어줄 일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이 상황에서 방금 오비완이 내민 카드는 너무 평범했다. "관심 없어, 제다이. 게다가 분리주의자는 내가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마냥 보고만 있지 않을 걸. 예전에 내게 진 빚이 있거든."

아나킨과 오비완은 서로를 바라봤다. 토로는 이 전쟁에서 어느 한쪽과도 동맹도 맺은 적이 없었는데 상황이 바뀐 걸까?

"그게 무슨 소리-"

화물선의 엔진이 폭발하는 소리에 그들은 창문으로 달려갔다. 스텔스 기능이 해체된 구조선이 폭발의 충격으로 화물선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Sir! 공격받았습니다! 저들은 인질이 아니라-"

"나인스?" 인상을 찌푸린 아나킨은 컴링크로 클론을 부르고는 홀로그램으로 시선을 옮겨 으르렁거리며 키보드를 내려졌다. "이게 무슨 짓이야?!"

"공화국이 제 3 리사 시민에게 총질을 하는 걸 보고 있었지." 토로는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리사의 총리에게서 발포 허락을 받았고."

토로의 함선에 달린 캐논들이 트와일라잇 호를 조준했다. 아나킨이 실드를 높이려고 콘솔에 달려드는 순간 발사된 블라스터가 트와일라잇의 날개에 곧장 명중했다. 비행선은 순식간에 원래 대기 위치에서 이탈했고 통신이 끊겨버렸다. 그러자 클론들의 외침소리가 흘러나오던 컴이 조용해졌다.

시끄러운 알람소리와 함께 비행선에 붉은 등이 켜지자 아나킨은 조종석으로 뛰어 들어갔다. 균형을 잃은 지금 비상 착륙을 해야 했지만 안전하게 제 3 리사에 도착하기에는 트와일라잇 호가 버텨줄 거 같지 않았고 클론들이 모선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기도 해야 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쏟아지는 블라스터에 맞은 트와일라잇 호는 서서히 제 3 리사의 중력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오비완, 안전벨트 매요!" 아나킨의 외침소리에 오비완은 빠르게 옆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매었다. "토로의 함선으로 갈게요."

"미쳤-"

"왜요? 리사의 대기권에서 불타 죽고 싶어요?"

오비완은 충돌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 아나킨이 정확하게 토로의 격납고를 노리고 뱃머리를 돌리자 주먹을 쥔 오비완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오비완은 최대한 완만한 착륙이 되도록 포스에 집중해 힘을 끌어왔다. 트와일라잇 호는 토로의 발사관에 겨우 들어맞았다. 충격으로 창문과 외벽이 깨지고 부서져버렸지만 아나킨은 완전히 착륙하자마자 포스로 대시보드의 유리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두 제다이는 라이트 세이버를 들고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로 창문이 사라진 대시보드 밖으로 뛰어나왔다.

분리주의자들의 드로이드들이 규칙적인 대열을 맞춰 걸어 나와 그들을 향해 블라스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두 제다이는 블라스터를 하나하나 반사하며 드로이드를 썰어버리면서 함선의 조종실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조종실은 비어있었다.

"제기랄!" 아나킨은 빈 의자를 발로 찼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었는데! 토로는 어디-?"

가벼운 딸깍이는 소리에 두 제다이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조종실에 붉은 빛이 번쩍이기 시작하더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달려요!" 놀란 나머지 높임말을 했단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을 잡고 격납고로 다급하게 뛰어갔다. 시시각각 시간이 줄어드는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격납고에 있는 다른 비행선이라도 타고 도망쳐야했다.

하지만 그들이 격납고에 도착하자마자 폭발이 시작되었다. 폭발이 함선 전체를 뒤흔들자 비행선과 화물을 제자리에 묶어두고 있던 연결 부위가 느슨해졌다. 아나킨과 오비완은 한쪽으로 쏠리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화물을 뛰어넘으면서 날아오는 파편을 베어내고 포스로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밀어내며 폭발에게서 멀어지려고 쉬지 않고 달렸다. 그때 폭발의 여파를 입지 않은 비행선이 눈에 들어왔다. 탈출할 유일한 방법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들은 조종실 문을 열자마자 모든 전원을 켰다. 엔진이 굉음을 내기 시작하자 모든 이륙 전 점검을 무시한 아나킨은 빠르게 주 조종사 자리에 앉아 불길이 커져만 가는 트와일라잇 호를 뒤로하고 격납고 밖으로 비행선을 몰았다.

"클론들은요?" 오비완은 스캐너를 찾으며 물었다. "돌아가서-"

배에 뭔가가 부딪히는 진동과 함께 후미에 뭔가가 달라붙었다는 신호가 떴다. 뒤쪽에는 토로의 함선에서 사용되는 1인용 탈출 포드가 박혀 있었다. 조종이 불가능해진 비행선은 제 3 리사의 중력에 끌어당겨지기 시작했다.

"망할!" 아나킨은 으르렁거리며 엔진을 폭파시켰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행선은 탈출 포드와 하나가 되어 애초에 피하려고 했던 행성으로 빠르게 끌려가고 있었다. 포스를 최대한 사용해 추락을 막고 토로의 포드를 떼어내야 했다.

오비완과 아나킨은 포스를 통해 힘을 끌어와 탈출 포드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토로의 포드는 멀리 날아가 버렸지만 폭발해버린 엔진 때문에 행성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나킨이 비행선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동안 오비완은 계속해서 순수한 포스의 힘을 써서 추락 속도를 줄여보려고 했다. 구름을 가르며 하늘에서 내려온 비행선 아래에 푸르고 풍요로운 산이 나타났다. "됐어요. 이제 착륙이 가능할 것 같-"

비행선의 천장에서 뭔가가 내려앉는 쿵 소리가 나더니 칼날이 약해진 금속을 파고들어 천장을 찢어버렸다.

"착륙시켜요!" 오비완은 벨트를 풀고 세이버를 켰다.

"오비완! 미쳤어요?"

나는 최고의 제다이 마스터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이미 찢겨진 천장 위로 뛰어오른 뒤여서 오비완은 이 말을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바람이 강했다. 토로는 단단하게 발을 디디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어느 순간에라도 날려갈 것 같았다. 토로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오비완은 라이트 세이버로 날을 잘라버렸다. 아나킨이 통제력을 되찾는 데 성공했는지 추락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땅에 거의 가까워지자 오비완은 비행선 옆으로 뛰어내릴 기회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로가 검을 휘두르며 다음 공격을 해오는 순간 비행선이 불안전하게 땅에 닿았다. 강력한 충격에 함께 튕겨져 나간 오비완과 토로는 돌과 나무 사이로 굴러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충돌 때문인지 몸이 욱신거렸다. 억지로 누워있던 곳에서 일어선 오비완은 가까운 곳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봤다. 비행선에서 나는 연기만이 아나킨의 위치를 알려주는 유일한 신호였다. 오비완은 발을 끌며 언덕 위로 올라가 본드를 통해 아나킨을 불렀다.

"-완!"

본드가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닌가 보다. 아나킨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오비완!"

올라와있는 언덕 바로 아래에서 아나킨을 발견한 오비완은 아래로 내려가며 외쳤다.

"아나킨, 괜찮-"

그때 위쪽 언덕에서 달려 내려오는 토로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어깨를 웅크리고 뿔을 내린 채 돌진하는 토로에게서 더 빨리 반응할 방법은 없었다.

옆으로 피하는 수밖에 없어 두 제다이는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그 순간 오비완은 아나킨의 포스가 자신을 더 멀리 밀어내는 것을 느꼈다.

아나킨의 몸이 토로의 몸과 뒤엉키는 순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한데 엉킨 두 명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더니 아나킨이 나무에 부딪히자 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을 일으킨 해적은 가슴을 내밀고 역겨운 미소를 지은 채 아나킨의 앞에 섰다. 토로는 선택받은 자를, 오비완의 마스터를 끝장낼 버릴 참이었다.

오비완은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며 라이트 세이버를 손에 쥐고 공격을 가했다. 모든 몸무게를 싣고 온 힘을 다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세이버를 휘두르자 토로의 팔이 잘려나갔다.

덩치 큰 해적이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내며 잘린 팔을 들고 숲속을 향해 마구잡이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제다이들을 뒤에 남기고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곧 사라졌다.

하지만 오비완의 아드레날린은 여전히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빠르게 아나킨의 옆으로 다가간 오비완은 조심스럽게 아나킨을 평탄한 곳을 옮겨 맥박을 확인했다. 다행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아나킨에게서 떼어낸 오비완의 손은 피로 끈적끈적하게 물들어있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튜닉을 벗겨 출혈 지점을 찾았다. 어깨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고 나무에 부딪히는 바람에 의심할 여지도 없이 등에는 멍이 들었을 거나 부러졌을 거다. 이런 상태로는 비행선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비행선에는 필요한 물품이 있지도 않았다. 지금은..... 포스 힐링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나킨의 부상에 손을 얹고서 오비완은 마스터의 손길이 주었던 기억을 더듬어갔다. 마스터가 본드를 통해 고통을 치유했던 순간과 전해주었던 힘을 떠올렸다. 오비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아나킨의 혈관 속으로 자신의 힘을 불어넣으며 포스를 전달했다. 순간 아나킨이 경련했지만 오비완은 치유가 되기 전의 일시적인 고통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계속해나갔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마음을 두드리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줬다. 아나킨에게로 흘러들어가는 이 에너지가 적이 아닌 친구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오비완은 아나킨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포스에게 흘려보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오비완은 본드를 끊어내고 숨을 들이마셨다. 마스터는 포스 힐링이 이렇게 벅찬 일이라고 말해주지 않았고 얼마나 많은 자신의 에너지가 소모되는지도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아나킨은 더 이상 고통 속에서 경련하지 않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옆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그리고 이미 아물기 시작한 깊은 상처와 옅어져가는 멍을 살펴봤다. 그나마 마음이 놓이자 그대로 누운 채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아나킨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비완은 타고 온 비행선을 찾아야했다. 어쩌면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마을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마스터의 옆에 조금만 더 오래 누워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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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에게 처음 키스를 했을 때 오비완 17살이었다.

그리고 17살에 오비완은 첫 실연을 당했다.

"오비완.... 우리는 이러면 안 돼." 시선을 피하면서 속삭이는 마스터의 목소리는 오비완이 도망치도록 만드는데 충분했다.

거의 어른의 나이가 된 파다완이면서 욕망에 따라 움직이다니 어떻게 그토록 충동적일수가 있을까? 지난 몇년 동안의 훈련이 전부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이제 카운슬은 오비완의 브레이드를 잘라버리고 파다완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아그리콜프스로 돌려보낼 충분한 이유를 확보하게 되었다.

오비완은 제다이가 될 자격이 없었다.

어쨌거나 오더에서 쫓겨날 거라면 더 이상 사원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오비완은 옷가지를 집어넣은 배낭을 둘러매고 집이라고 부르던 사원에서 뛰쳐나와 눈물이 맺힌 눈으로 코러산트의 깊은 곳으로 향하는 길을 찾다가 지저분한 술집에 들어갔다. 배가 고팠다. 그러자 불쌍하게 여긴 손님이 자신과 한잔 한다면 먹을 것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한잔의 샷은 곧 세잔이 되었고 어느새 오비완은 이름 모를 따스하고 맛있는 것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오비완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누군가가 '제다이'라고 말하는 순간 오비완은 자신이 유인당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비완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한 남자가 브레이드를 붙잡더니 옆구리에 매달린 라이트 세이버로 손을 뻗었다. 오비완은 남자들을 떨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어지러운 나머지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자 남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세이버를 낚아챈 남자가 이걸로 돈을 꽤나 벌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며 라이트 세이버를 공중에 던졌다 받는 순간 그 남자는 누더기 인형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술집 입구에 서있었다. 손을 앞으로 뻗은 제다이 마스터에게서는 순수한 분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 어느 놈이 저애한테 손을 댔지?"

그 뒤로 오비완이 들은 것이라고는 약간의 저항이라도 해보던 몇몇 남자들의 비명소리와 목숨만 살려달라고 부탁하던 다른 남자들의 애원소리였다. 어느새 허리춤에는 라이트 세이버가 다시 돌아와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비완은 마스터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오비완...."

눈을 잠시 감았다가 다시 뜨자 오비완은 더 이상 술집의 바닥에 있는 게 아니라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원래 입었던 로브 대신 품이 큰 잠옷을 입고 있기도 했다. 옆을 슬쩍 보니 침대 옆의 나이트 스탠드에 놓인 초록색 스무디가 담긴 유리잔과 알약이 보였다.

그런데 베고 있는 베개가 생각했던 것보다 딱딱했다. 몸을 돌린 오비완은 자신이 베개가 아니라 마스터의 허벅지를 베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비완은 마스터의 허벅지에서 내려오려고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하지만 머리가 심각하게 아팠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술에 패배하고 마스터 덕분에 사원으로 돌아오게 된 오비완은 그대로 누워있었다.

마스터는 몇 년 전에 오비완이 아팠을 때처럼 오비완의 머리를 쓸어주고 있었다. 오비완이 깨어났음을 알아차린 마스터는 입에 알약을 넣어주고 스무디가 든 잔을 입술에 가져가 기울여줬다. 역겨운 맛이 났지만 어딘가 많이 맡아본 냄새가 나는 스무디였다. 마스터가 술을 어마무시하게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비틀거리며 일어나 만들었던 액체에서 나던 냄새였다.

"오비완....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준건 알지만..... 네가 바란 건 애착이었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해."

그래서 결국 코드가 문제였나? 오비완은 코웃음을 쳤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코드를 들먹인다고? 코드를 너무 심하게 어기는 바람에 나이트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두 번이나 받았던 사람이?

".....나는 네 마스터야. 그리고 특히나 네 나이에 나 같은 사람을 마음에 두는 건 옳지 않아. 너는 너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만나야해."

뭐라고?

두통에도 불구하고 오비완은 한쪽 손으로는 머리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괴상한 초록색 혼합물이 든 잔을 입에다 부어넣으며 몸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그게 다에요? 우리가 할 수 없는 이유가 겨우 사귀기에는 나이가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고요?"

"맞아! 포스여.... 오비완 너는 겨우 17살이야. 내 파다완이고! 지금 네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야."

"그렇지 않다면요? 제가 14살이었을 때부터 마스터를 사랑하고 있었다면요? 그때부터 제 마음은 한순간도 변한 적이 없었다면요?"

"그럼 너는 밖으로 나가서 우주를 돌아다녀봐야 해. 밖에는 네가 매력을 느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을 거야."

"제가 나가서 다른 사람을 찾는다면 마스터는요?"

그러자 파다완이 된 뒤 처음으로 마스터의 눈에 오비완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감정이 떠올랐다. 그건 공포였다.

"거기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을게."

"그럼 제 마음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거네요."

"그리고 받아주는 것도 아니지."

"그냥 이렇게 끝이라고요? 마스터도 저에게 마음이 있는 거 맞잖아요."

오비완은 너무 많은 희망을 가지진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도박을 걸어봤다. 만약에 오비완이 내린 마스터의 마음에 대한 추측이 틀렸다면 오비완은 영원히 마스터를 잃게 될 수도 있었다. 마스터에게서 강제로 떨어져서 다시 아그리콜프스로-

"아니." 마스터는 오비완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외쳤다.

오비완의 심장이 저 아래로 추락했다. "마스터.... 죄송합-"

"아니, 카운슬이 내게서 너를 빼앗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아.... 오비완의 마음이 너무 격해진 나머지 생각이 포스를 통해 전해졌나보다. 알고 보니 술에 취했을 때 오비완의 마인드 실드는 완전히 내려가 버렸고 제정신을 차린 뒤로도 실드를 다시 올리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어깨에 올라간 자신의 손을 보더니 빠르게 오비완에게서 떨어져서 침대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오비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그런 네가 나를 잃게 되는 일은 없을 거야."

"없을 거라고요?"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텁텁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스터께서 말하길...."

"나도 알아. 그동안 나는 너와 거리를 두려고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너의 내면에서 보이는 너무 많은 것들이 내가 너를 선택하게 만든 거야. 나는 네가 얼마나 이 은하계의 평화를 구하고 싶어 하는지, 힘을 좋은 곳에 쓰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그 모든 열정을 봤어. 오비완..... 너는 중력과도 같아."

오비완의 마스터는 천천히 오비완에게로 다가오더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지만 손을 뻗지는 않았다. "너를 좋아하게 된 감정을 너무 드러내버려서 미안해. 너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는 파다완이야. 더 큰 혼란을 네 마음에 주고 싶지 않아."

오비완은 마스터가 말하는 단어 하나 하나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때마다 오비완의 미소가 점점 커져갔다. "마스터도 저를 사랑하시는군요."

"당연하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

"사랑해요 마스터." 오비완이 말했다. "아그리콜프스의 노예상으로부터 저를 구해주신 날부터 저는 항상 마스터를 사랑해왔어요. 저를 파다완으로 삼게 해달라고 카운슬에게 간청하셨던 순간 제 마음은 마스터의 것이 되었어요." 오비완은 덮고 있던 이불을 던져버리고 마스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마스터는 그런 식으로 저를 위해 싸워주신 유일하신 분이에요. 그런 마스터와 사랑에 빠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아나킨이 움직이지 않자 오비완은 손을 내밀어 마스터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으로 가져갔다. "마스터, 제 삶에서 마스터 말고 다른 사람과 본드를 맺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저를 떠나지 마세요."

오비완의 눈앞에서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무너져 내렸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품에 안더니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오비완은 마스터에게 입맞춤을 돌려주려고 마스터의 무릎 위에 올라가려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나킨은 조심스럽게 오비완을 뒤로 밀어냈다.

"오비완, 삐지지 마." 아나킨이 말했다. "너는 아직 17살이야."

"몇 달 뒤엔 18살이 돼요."

"하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승급 시험을 못 받잖아." 아나킨이 지적했다.

"그래서요.....?"

"그러니까 내 말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네 마음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자는 거야."

오비완은 연극적으로 침대에 털썩 누웠다. "진심이세요 마스터? 이렇게까지 전부 다 해놓고 더 기다리시겠다고요?" 

"맞아 진심이야, 파다완. 이렇게까지 전부 다 해놓고 조금 더 기다릴게. 나를 향한 네 감정이 진심이라는 건 네가 다 자란 뒤에야 확인이 가능하니까."

오비완은 자신이 벌써 다 자랐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 성과가 없을 거 같아서 주장을 하는 대신에 신음소리를 내면서 베개로 얼굴을 가려 조용한 비명을 내질렀다. 마스터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오비완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개를 치웠다. "하지만 이건 기억해둬. 오비완 케노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를 향한 네 감정이 변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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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다렸던 사람 있으면 늦어서 미안..... 많은 일이 있었다.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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