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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20:02
"내가 원할 때, 이곳에서 다리를 벌리는 것. 그게 부인의 역할이오."
"내가 내 부인을 만나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그대가 웃는 것이 중요했지."
22.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굵어졌다가 얇아지기를 반복하였고 오늘은 이만 포기하겠다는 이가 속출하였다. 그러나 황태자 부부는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굴하지 않고 말을 몰았다. 보여줄 것이 있으니 함께 가자는 브래들리의 제안 때문이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절대로 두 분만 보내지 못한다고 막아선 이들을 한참 뒤에나 따라붙게 한 브래들리는 제이크를 제 앞에 앉히고 고삐를 당겼다.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시오, 부인."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제이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23.
비가 멎어들 무렵, 브래들리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었다. 거대한 폭포가 안개 속에서 그 위용을 드러냈다. 마치 꿈 속의 낙원 같은 모양새에 제이크는 숨을 쉬는 것도 잊은채 폭포를 바라보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킨, 울부짖는 듯한 폭포 소리. 브래들리는 조심스레 제이크의 허리를 끌어당긴다.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소."
"......."
"비가 오는 날에만 볼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물줄기가 약하거든."
차가운 빗줄기 속, 뜨거운 숨결이 스친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 제이크는 가만히 그에게 기대어 심장 박동을 느낀다. 외면할 수 없게, 여과없이, 뚜렷하게 전해지는, 떨림. 제이크는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축축히 젖은 브래들리가 그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제이크는 거칠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인듯 혼란과 불안에 잠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부인!"
브래들리는 자신을 거칠게 밀어내는 손길에 낙마하고, 그 순간, 눈앞을 스쳐가는 화살이 아주 느리게 보이는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놀란 말이 앞발을 치켜들고, 다시 날아든 화살은 황급히 고삐를 쥔 제이크의 어깨에 박힌다.
고삐를 쥔 손이 스르르 풀리며, 그와 동시에 흥분한 말이 몸을 털어대고, 제이크가 떨어진다.
"부인!!"
언덕 아래로.
브래들리가 황급히 달려가지만 굴러 떨어진 제이크는 그대로 물 속에 잠겨들고, 그 위로는 여전히 거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비궁을 구하시오. 당장!"
놀라 달려온 친위대에게 소리친 브래들리는 제이크를 집어삼킨 호수를 내려다본다. 태자비를 집어삼킨 폭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24.
말간 얼굴이 스친다. 숲을 담은 눈과 태양을 품은 머리칼. 한동안은 제 눈도 마주치지 못하더니, 이제는 제게 등을 기대어 오기 시작하던 태자비. 사람을 물리고 혼자 말을 타게 해주니, 고작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히 웃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솥뚜껑 같은 손이 얼굴을 뒤덮고 암흑이 찾아온다. 태자비가 없는 세상. 브래들리는 초조함을 삼키며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린다. 그런 것 따위는 없다. 그래야만 할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소."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급히 황궁으로 돌아온 황태자 부부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황후였다.
"어찌 태자비가 되어서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여 이 사달을 낸단 말입니까."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 브래들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본다. 처음부터 세러신은 아니 된다고 만류하던 그녀였기에, 브래들리 역시 제이크가 내명부에서 예쁨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저를 구하려다 사경에 빠진 아이입니다."
내명부의 일에 사내가 끼어들면 그 끝이 좋지 못했던 역사를 알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건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어머니."
"......."
"비궁이 아니었다면 여기 누워있는 것도, 비궁이 아니라 저였을 겁니다."
브래들리는 차가워진 제이크의 손을 움켜쥐고 말한다.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황후의 눈꼬리가 올라간다.
"활을 쏜 이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알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러나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손을 놓지 않는다.
"세러신의 사주라는 말을 하고 싶으시다면, 그 증좌를 가져오시지요."
"...하!"
"비궁은 아닙니다."
"당연히 아니겠지요. 비궁은 결백합니다. 이 어미도 그 정도는 알아요."
"......."
"...비궁은 아무 것도 모르지요. 그리하여 비궁은 결백하지만, 반대로 그리하여 비궁이 위험한 것입니다."
브래들리는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내려다본다. 열린 잇새로 더운 숨이 흘러나온다.
"비궁을 믿는 것과 세러신을 믿는 것은 다릅니다."
"......."
"이빨 빠진 범도 범이요, 새끼 범도 범이니, 어찌 황궁에서 범을 키운단 말이오."
"......."
"관직을 떠난 세러신 대감이 어떤 연유로 이 아이를 궁에 들여보냈겠습니까."
가슴이 미어진다. 황후의 차가운 말이 아닌, 저 때문에 열병을 앓는 태자비 때문에.
"염려해주셔서 감읍합니다, 어마마마."
"......."
"하지만 제 부인은 제가 가장 잘 압니다."
"...전하."
"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아픈 사람을 두고 그 욕을 보이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브래들리."
"물러가시지요, 어마마마. 저는 부인이 깨어날 때까지 곁을 지킬 생각이니, 내일 문안 인사는 드리지 못할 듯 싶사옵니다."
황후가 기가 찬 웃음을 내뱉고,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 빈정거리는 인사를 두고 떠날 때까지도, 브래들리는 제이크만을 눈에 담을 뿐이었다.
이 드넓은 황궁에서 제 편 하나 없이 외로이 버텨왔을 태자비가 안타까워, 알면서도 모른척 했던 것이 미안하여.
"얼른 일어나시오, 부인."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뜨거운 숨을 대신 삼킨다.
25.
흐린 날. 모든 것을 먹어치우듯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눈. 살육의 들판에서 그는 검을 휘두른다. 얼굴을 뒤덮은 것이 녹아내린 눈인지, 핏물인지, 제 눈물인지. 그러나 남자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어디로 향해가는지도 모른채.
순백의 들판에 붉은 피가 흩뿌려지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시신이 쌓이니, 바로 그가 살아있는 식인귀가 아니라면 무엇이라 한단 말이오.
북방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기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만으로.
아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적군의 사기는 땅에 내리 꽂힌다.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쏟아지며 그가 수백의 머리를 베어낸 검을 치켜든다.
바로소 제국을 뒤흔들 명장의 등장이었다.
26.
그가 있었다. 핏물을 뒤집어 쓰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핏물은, 제이크가 그에게 쥐여준 행운의 징표까지 흠뻑 적셔내렸다. 누군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기척을 죽이고, 등 뒤에서, 검을 치켜들고.
도망쳐.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제이크는 그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고, 두 다리는 어느새 늪이 된 바닥에 잠겨들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제이크를 발견한다. 환히 웃는다. 제이크. 나의 아이야.
서슬퍼런 날이 빛을 받아 푸르게 번쩍이며, 그에게로 내리꽂힌다.
27.
꼬박 사흘을 사경을 헤매던 제이크가 눈을 뜬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요 속에 눈을 뜬 제이크는 자신이 본 것이 한낱 꿈이라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손이 떨려올 정도의 불안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만일 그가 잘못된다면. 제이크는 제가 어쩌다 정신을 잃었는지 떠올릴 새도 없이 진하게 남은 그의 잔상을 좇으며 몸을 일으켰다.
"마마, 일어나시면 안 되옵니다."
"...이거 놓아라. 내 가야 할 곳이 있다."
식은땀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불길함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마마."
"이거 놓으래도!"
처음으로 큰 소리를 내는 제 주인에 놀란 나인들이 뒤로 물러서고, 제이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이 핑 돌고 어지로워, 힘을 잃은 몸이 비틀댄다. 겨우 다물렸던 상처는 다시 튿어지고, 하얀 붕대는 다시 붉게 물들어간다.
"비궁마마, 어딜 가십니까."
오색찬란한 빛이 눈앞을 일렁이다 흰 빛이 찾아들고, 다시금 앞이 보이자 눈에 들어찬 것은.
"아버지."
세러신 대감이었다.
태자비의 몸을 살핀 의원이 물러가고, 성치 않은 몸으로 어딜 가려 하였느냐는 대감의 물음에 제이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들의 고집을 알기에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저 소식을 듣고 어미와 제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노라며 뜨거운 손을 토닥일 뿐이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아버님은 아십니까."
제이크가 묻는다. 세러신 대감은 고개를 젓고, 제이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붙잡히기도 전에 자결을 하였겠지.
"...비궁마마, 부디 몸 조심 하세요."
걱정 어린 목소리가 제이크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제이크는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만간 비궁의 둘째 오라비가 비궁을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버지."
"이번 일은 확실히 아닙니다. 허나, 앞으로도 아닐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아버지."
"...조심하세요, 비궁."
"형이 그럴 리가요."
"누구도 믿지마세요."
세러신 대감의 경고에 제이크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신다. 형이, 그럴 리가.
"황궁이란 그런 곳입니다."
"......."
"......."
"...아버님은 그런 곳에 왜 저를 들여보내셨는지, 감히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침묵이 감돌고, 한참 뒤에야 세러신 대감이 입을 연다.
"......저도 몰랐습니다."
꽉 잠긴 목소리. 제이크는 그의 시선을 피한다. 세러신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기 위함이었겠지. 황태자가 단번에 제이크를 골라버릴 것이라고는, 그 누가 알았겠나. 그저 콧대 높은 영감들에게 세러신은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태자비 후보에도 거뜬히 오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뿐인데.
"......그래요."
이렇게 큰 화를 불러왔구나.
28.
정무에 시달리던 황태자의 귀에 뒤늦게 태자비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어가고, 모든 일을 제쳐두고 몸을 일으킨 황태자에게 또 다른 말이 던져진다. 세러신 대감께서 비궁마마를 뵈러 오셨습니다. 그 말에 브래들리의 행동이 멈추고, 그는 느릿하게 그 말을 전한 이를 돌아본다.
"그게 사실이오?"
"네, 전하."
브래들리는 잠깐 멈춰선다. 귀한 막내 아들이 다쳤다기에 놀라서 달려온 곳이겠지. 분명 그럴 것이야. 그런데 왜.
"관직을 떠난 세러신 대감이 어떤 연유로 이 아이를 궁에 들여보냈겠습니까."
싸늘한 말이 귓가에 돌아오는 것인지.
브래들리는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 기분으로 도저히 제이크를 보러 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제 불안이 의심이 되고, 그 의심이 제이크를 다치게 할까봐서.
"비궁은 무사하시오?"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럼 되었소."
매일 밤, 그의 곁을 지켰음에도, 브래들리는 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29.
어두운 밤, 브래들리는 제이크가 잠들었을 시각이 되어서야 걸음을 옮겼다. 태자비의 처소에 가까워질수록 느렸던 걸음이 조금씩 빨라진다. 진정되었던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말갛게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것은, 부풀어가는 설렘이 아닌 흘러나오는 울음소리인 것을.
아랫것들에게 들어오지 말라 명하고 제이크의 처소로 들어간 브래들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제가 들어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슴께를 쥐어뜯으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제이크. 문틈 사이로 훔쳐보았던 그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서럽게 울고 있는 태자비의 어깨가 떨린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울음을 토하는 것인지, 악을 내지르는 것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도록.
"...그 사람은 운명을 다 하였다고 합니다."
시린 목소리가 제이크를 괴롭힌다.
"단념하세요, 마마. 애초에 마마의 짝으로는 어울리지 않던 자입니다."
그는 꿈처럼 갔을까. 그 꿈 속에서처럼.
"마마께오서 신경써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마마 자신이옵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묻지 못할 때 입술만 움찔거리는 것을 아는 아들의 버릇을 아는 세러신 대감이 전해준 소식에, 제이크는 결국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네게 어울리는 사내가 되어 돌아올게."
돌아온다며. 돌아와서 혼인하자며.
"아악!!!!"
꿈에서 보았던 그가 아른거린다. 말렸더라면. 그런 것은 필요없으니 저와 도망가자고, 그를 말렸더라면. 그와 함께 떠났더라면.
뒤늦은 후회가 제이크의 심장을 파고들어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숨이 쉬어지질 않아 꺽꺽거려도, 심장이 아픈 것만큼 괴롭지는 않으니. 제이크는 차라리 이대로 그를 따라가면 좋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렇게 마침내 깨닫는 것이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가 돌아와 저와 함께 멀리멀리 떠나주기를 소망하고 있었음을.
그렇게 부질 없는 꿈을 꾸고 있었음을.
"왜 그러시오, 비궁."
고개를 들자 그가 보인다.
아니.
"세러신 대감께서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소. 혹, 무슨 일이 있었던것이오?"
그가 아니다.
눈앞의 남자는 장차 이 제국의 주인이 될 황태자이자, 제이크의 지아비인 브래들리이다.
"......전하."
제이크는 그에게 손을 뻗는다. 무엇이든 붙들지 않는다면, 스스로 목을 조여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요, 부인. 내게 이야기 하시오."
"전하께오서는... 저를 떠나지 않으시겠지요."
브래들리가 새빨개진 제이크의 손을 감싸쥔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질문. 그러나 브래들리는 분명히 답한다.
"당연한 걸 묻고 그러시오."
"전하께서는 소첩을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렇지요?"
제이크가 간절히 브래들리에게 매달린다. 제가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비궁. 내 모든 것을 걸고 약조하겠소. 내 그대를 두고 떠나는 일은 죽어도 없을 것이며, 그대를 버리는 일은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진다 하여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말하는 목소리. 제이크는 제가 담긴 브래들리의 눈을 마주한다. 굳은 눈빛. 그 속에 담긴 이가 누군지,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마음에 품은 이가 아닌, 그가 곁을 지켜야 할 사람이니.
"그렇다면 소첩을 안아주세요, 전하."
가지지 못할 것은 탐하지 않을 테니, 가진 것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비궁, 지금 그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오?"
"전하의 씨를 받겠다 말하고 있사옵니다."
제가 가질 수 있는 게 그의 껍데기밖에 없다면, 그것에라도 매달려야 할 것이니.
"그러니 소첩을 품어주세요."
제이크는 맹랑하게 브래들리를 끌어 당긴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흘러내리고, 마음을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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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그대의 서방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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