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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21:41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버그인 것 같다 이십나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버그인게 맞다 / 어나더 / 삼나더 / 사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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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표현하는 것이겠다. 감사의 표현도 미안한 표현도, 힘들다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참 어려웠다. 당신을 보고 따라하며 많은 표현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만큼은 하지 못했던 표현들이 있다.

 

그 감정들을 내보이면 왜그런지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고, 동시에 당신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너에게도 쉽사리 표현하지 못했다. 그 눈빛과 고백에 흔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꿈만 같은 순간들이었으니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늘 그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너는 곧 나야

 

너 없이 된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사랑하는 말로 설명이 되겠어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만약에라도 너를 다시 만난다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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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슨 : 일어났어?

 

 
 

눈을 뜨자 보이는 얼굴, 그리고 눈 앞에 뜨는 대화창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잰슨 : 왜그래?

 

허니비 : 아니.... 여기가 어딘가 싶어서

 

 
 

내가 기절해서 자신의 방으로 데려왔다고 말하는 잰슨은 옆 테이블에 물 한잔을 따라 내려놓으면서 몸을 일으키는 나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내 이마에 손이 닿았다 떨어졌다. 잰슨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기억이 끊겼던게 생각이 났다.

 

 
 

잰슨 : 몸은 좀 어때, 과로라고 잠만 푹 자면 괜찮을거라고 하긴 했는데.

 

허니비 : 과로..?

 

잰슨 : . 너 하루를 꼬박 잠들었어.

 


 

그러고보니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볍고 상태가 좋은 것 같았다. 마침 행사준비로 근 한달은 잠을 자듯 말듯 했었는데.. 그 영향이었을까. 잰슨의 말대로 하루종일 잠을 자서 그런지 몸이 정말 개운했다. 잰슨이 따라준 물을 한잔 마시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전에 스코치 수용시설에서 봤던 방과는 다른 느낌이었가 때문에 위키드 본부 내에 있는 잰슨의 방이라는걸 금방 알 수 있었다.

 

1년전이야 게임 장비로 로그인까지 했으니까 그렇다 쳐도, 이번에는 그저 기계 안에 들어와서 ID카드를 꼽기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곳에 있는걸까. 분명히 버그라고 하면서 나를 강제종료 시키다 싶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강제로 게임속으로 들여보내고 말았다.

 

원래부터 친절한 게임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더 불친절하게.

 

이전에 아무리 게임종료 버튼을 눌러도 게임이 종료가 되지 않았을 때, 그래도 아이템 창이나 스탯 창, 그리고 다른 시스템 화면들은 잘 보여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화창 말고는 그 어느것도 보여지지 않았다. 장소에 대한 설명도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미션이나 스토리 진행에 대한 것들도. 아직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서 미션창 같은게 뜨지 않는 걸까도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게 있었다.

 

앞으로도 화면에 뜨는건 아무것도 없을거라는 걸.

내가 알아서 스토리를 진행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위키드 연구원으로서 플레이 했을 때, 스토리 진행상 내가 과거로 가는 것은 확실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과거의 기억과 이상한 꿈들을 통해 이곳이 과거의 시간대 라는걸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다.

 

원래 게임 스토리상 파트1 이전 시간대에 대한 내용은 만들어진게 없었다. 그래서 게임의 결말은 알아도 이 과거의 시간대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스토리를 진행시켜야 하는지 아는게 없었다.

 

 
 

잰슨 : 그래서?

 

허니비 : ?

 

잰슨 : 이번엔 어떻게 위키드 연구원이 되어있는거야? 답을 못들어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부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잰슨의 행동에 나 조차도 이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전에 봐왔던 수많은 과거의 기억들, 그리고 이상한 꿈들. 그 속에서 보았던 홀로 남겨진 너의 뒷모습들을.

 

 


허니비 : 너야말로.

 

잰슨 : 뭐가?

 

허니비 : 너야말로, 어떻게 를 알아?

 

 
 

어떻게, 언제부터 나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1년전, 그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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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슨 : 허니비 니가 내 기억의 시작이었으니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이해되지 않는 말로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처음 연구원의 신분으로 나를 보게된 순간 자아라는게 생겼고, 그렇게 내가 죽고 다시 살아나는 걸 수 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잰슨은 나를 만나기 위해 연구원이라는 초기 설정값을 스스로 바꾸었다.

 

게임의 자문을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담긴 스크립트를 봤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걸렸던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원래 스토리상 잰슨은 파트 2의 스토리가 끝나고 나서야 부총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 그런데 주인공 일행들과 스코치 시설에 도착했을 때 부터 내가 마주한 잰슨은 위키드의 부총장이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나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잰슨이 설명하는 모든 일들을 나도 똑같이 봤으니까.

 

마지막으로 나를 죽이고, 잰슨은 파트1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이 과거로 왔다. 이곳에서 몇 날 며칠... 아니 몇 년인지 모를 시간동안 홀로 나에대한 기억을 가진채로 지내왔다. 마지막까지 진짜가 아니길 바랬던 그 꿈들은 모두 잰슨이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었다. 꿈만으로는 다 느껴지지 못할 그 길고 외로운 시간들을 잰슨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버티고 지내왔다. 믿을 수 없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 이후로도 파트1의 스토리가 시작된다면 또 다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지내왔다고 했다. 토마스와 트리사를 미로로 보내면 파트1의 스토리가 시작되는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그 둘을 미로로 보낼 수 있는지 몰랐고, 잰슨 본인도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해서 그저 하염없이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알던 알파팀을 꾸리고 부총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그렇게 지내다가 정말 거짓말처럼 내가 이곳에 나타났다고 했다.잰슨은 남의 이야기를 하듯 덤덤하게 말했다. 오히려 내가 겪은 듯 무거운 감정들이 내려앉았다.

 

 
 

잰슨 : 그래서 여긴 뭐야?

 

허니비 : ....

 

 
 

아까와는 다른 질문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들려졌고, 흔들림 없는 잰슨의 눈동자가 마주보였다. 시리도록 파란 눈동자를 계속 마주할 수가 없어서 금방 피해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연구원이 되었냐는 질문이 아닌, 근본적인 이 세계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잰슨 본인도 그 말도 안되는 일들을 수십번 수백번 반복하니 이 세계가 평범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주 잠깐 마주친 그의 눈동자를 보고, 그제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곳이 게임 속 세계이며, 나는 그저 한 명의 게임 플레이어라는 걸 알려준게 바로 나였다는 걸.

 

우리 사이에 적막감이 멤돌았다. 여긴 만들어진 세계이며, 너는 그저 게임 캐릭터일 뿐이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이상한 일들을 경험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바로 이해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실을 알려줘야했다. 그 오랜시간동안 나를 기다려온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이곳은 게임 속 세계이며 시작은 주인공들과 함께 미로에서 부터라는 것으로부터 이 세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주인공들과 함께 글레이더로 활동하며 미로를 탈출해야했고, 빌런인 위키드와 너는 우리를 막아야했다. 그렇게 나는 너에게 계속 죽었고, 마지막으로 죽었을 때 위키드 연구원이라는 선택지가 생겼었다. 처음 위키드 연구원으로 게임에 들어왔을 때는 주인공 일행들이 미로를 탈출한 시간대였다. 위키드 연구원인 나는 위키드 내부에서 미션들을 수행하며 다양한 단서들을 찾아야했고, 주인공 일행을 도와 이 세계를 탈출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치직-]

 

 

잰슨 : 그리고?

 

허니비 : .....

 

잰슨 : 허니? 왜그래?

 

허니비 : 아니.. 그리고,

 

 

[지칙-]

 

 
 

그 때 나는 이미 감염자인 상태였고, 완벽한 치료제인 혈청을 가지고 있었다. 위키드 내부에 있는 배신자 때문에 죽을 뻔 했다가 주인공 일행을 만나게되고 오른팔 조직에게 찾아갈 수 있었다다.... 라는 그 이후의 일들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대화창에 익숙한 노이즈가 끼며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후 스토리 진행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말을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막는 것 같았다. 게임 캐릭터에게 이게 게임이고 너는 캐릭터일 뿐이라는 이야기는 해도 괜찮고, 다른 이야기는 안된다는게 웃기기는 했다.

 

 
 

허니비: 미안. 이후의 세세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것 같아

 

잰슨: ... 그래

 

 

 

내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잰슨의 반응은 본인 이야기를 할 때와 같이 무덤덤했다. 대충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도 잰슨의 반응은 '그래' 저 한마디 뿐이었다.

 

 

 

잰슨 : 그럼, 니가 원할 때 이 게임이라는 걸 종료할 수 있는거야?

 

허니비 : 원래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야

 

잰슨 : 지금은 아니라는게 무슨 말이야

 

허니비 : 넌 보이지 않..

 

 

 

마지막 순간, 나만 볼 수 있었던 시스템 화면을 선택하던 네가 떠올랐다.

 

 

 

허니비 : 보이지 않겠지만 나한테는 시스템 화면이 보이거든.

 


 

손을 들어 시스템 화면이 뜨던 위치에 네모 칸을 그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다양한 화면이 보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대화창 말고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 시간대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고.

 

내 손 위로 잰슨의 손이 겹쳐졌다. 내가 불안해하고 있는걸 안다는 듯 손을 꽉 잡아왔다.

 

 


잰슨 : 됐어

 

 
 

내 뒷말을 듣지도 않았으면서 뭐가 됐다는건지 모르겠다.

 

 
 

허니비: 뭐가 돼.

 

잰슨: 니가 여기 있잖아. 내 앞에. 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허니비:....

 

잰슨 : 지금 나한텐 그게 제일 중요해.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으니까.

 

허니비 : ....

 

잰슨 : 그러니까,

 

 
 

잰슨의 손에 턱이 붙들려 앞으로 당겨졌다. 그 파란 눈동자가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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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슨 : 나 그만 피하고,

 

 
 

잰슨의 시선이 내 입술로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도 잰슨의 입술에 잠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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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슨 : 입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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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ㅈㅁㅇ
나도 쓰다보니 스토리라인이 헷갈려서 해본 정리임. 더 이해안될 수 있음
플레이어 허니비는 다양한 캐릭터로 스코치트라이얼 내용기준 마지막 오른팔조직 찾아가는거 까지 스토리 진행해봄.
거기서도 여러번 죽고 다시 다른 캐릭터로 스코치에서 처음부터 재시작했고 거기 시설에서 잰슨한테 마지막으로 죽고 히든캐릭터 시작함.

허니비가 히든캐릭터 처음 시작하고 만난 잰슨은 이미 파트1 이전 과거로 돌아갔던 잰슨임

오늘도 여전히 별 내용없고 개연성 없을 수 있는데 흐린눈 해주고 읽어주는 뜨단뜨들 고맙다 ㅠㅠ


에이댇너붕붕 잰슨너붕붕
2024.03.19 2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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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이 센세가 내 센세야!!!!!!!!
[Code: 642d]
2024.03.19 22: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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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간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으니까!!!!!!!!!!!!!! 허니 기다려온 만큼 직진 잰슨 개설레고 좋아 죽어요.... 이렇게 직진이었던 잰슨이 왜 그렇게 조심스러워지고 불안해하는지 그 과정이 너무 궁금해요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ad20]
2024.03.19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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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추천할 수 없음
[Code: 9669]
2024.03.19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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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으로 들어온 허니 보면서 허니가 설명하는 거 얌전히 들어주고 허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에이댇이 너무 귀여워...잰슨이랑 허니 관계성 너무 좋고 진짜 볼 때마다 너무 벅차올라서 좋아 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9669]
2024.03.20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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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센세
[Code: f908]
2024.03.20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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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다선세다센세다 움쪽움쪽움쪽 고마워
[Code: 5bd1]
2024.03.20 0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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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센세는 어떻게 이런 글을...
[Code: b24f]
2024.03.20 07: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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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나봐 ㅠㅠㅠㅠ 사랑해 센세
[Code: 6800]
2024.03.20 1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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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진짜 천재야…
[Code: 8faf]
2024.03.23 16: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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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처음으로 정주행했는디 스토리 걍 미챴어 너무 재밌다 ㅠㅠㅠ 센세 우리집 지하로 와 잘해줄게 ㅜㅜ
[Code: 6bac]
2024.03.26 03: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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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천재구나 개추는 왜 한 번뿐이야...... 너무너무재밌어요....
[Code: c162]
2024.04.04 16: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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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타임라인까지 정리해주다니ㅠ 센세ㅠ 사랑해ㅠㅠㅠㅠㅠ
[Code: 50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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