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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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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 닮았다 생각했는데 그림으로 보니까 닮은 얼굴이 또 적나라하게 드러나. 간혹 들었던 생각이 불쑥 치고 올라오지. 이렇게까지 닮을 필요는 없는데. 자연적으로 사당에서의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어. 황제는 황후와 초상화를 번갈아 보며 한참을 뻥긋뻥긋 하다가 결국엔 입을 다물어.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거든. 도무지 황후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준비했는지 모르겠어. 초상화를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그림 속의 황후는 배가 불러오지 않은 상태야. 회임 초기에 그렸다고 쳐도...그랬으면 벌써 완성이 되고도 남았을거야. 회임 하기 전에 그렸다면 훨씬 더 오랜기간을 묵혀놨다는 얘기가 되지. 완성하고 나서 바로 주어도 됐을텐데 왜 굳이 생일선물로 주려고 했을까? 마땅히 준비할게 없어서? 황후가 무얼 줬다고 해도 기쁘게 받았을텐데. 


황제가 침상에 앉아 가만히 족자를 열어 초상화를 펼쳐보고 있을 때, 황후가 도착했어. 뛰지는 못 하고 빠른 걸음으로 들이닥친 황후의 눈길이 황제의 손에 들린 초상화와 황제의 얼굴을 번갈아 보지. 황제는 천천히 황후에게 다가갔어. 돌돌 말린 족자를 펼쳐 눈 앞에 들이밀었지. 누가 봐도 황후야. 문제는 그림만으로는 톰과 제이크, 두 사람이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거지. 앳띤 얼굴인걸로 봐서는 선황후가 아니라 제이크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가슴속에 일렁이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어. 하필 머리색도 눈동자 색깔도 똑같아서는. 톰이 조금 더 밝은 밀빛 머리카락이라는걸 제외하고는 두 사람은 외견상 차이점이 없었어. 어딘가 좀 차이라도 났으면 좋았으련만. 


그대를 그린 것인가? 그렇게 물으니 그렇다고 답을 해. 그러면서도 우물쭈물 제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피하는게 뭔가 켕기는게 있는거야. 조금전 계속 사당에 가보라고 권유했던 것도 어쩌면 선물을 자신이 열어보지 않길 바라서 그런게 아닐까. 왜, 어째서? /시간을 벌려고? 이제는 별게 다 의심스럽지. 황후가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을텐데, 황후가 솔직하게 말을 해줄지 모르겠어. 그러니 약은 방법이라도 쓰는 수 밖에. 지금 황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단 말이야. 제이크. 손을 잡고 이름을 부르자 황후가 크게 당황해. 근래 들어 종종 이름을 불렀는데도 이렇게 부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게 거슬려. 거슬린다기보다는...안쓰럽지. 화가 났고. 긴장을 했는지 또 차가운 손에 황제가 나직히 황후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렀어. 제이크. 
불안한지 캥기는게 있는지 손가락 끝이 꼼질꼼질. 눈동자는 데구르르. 이렇게나 거짓말을 못 할거면서 고작 내가 사당에 가는 시간이나 벌려고 그랬다니 믿을 수가 없어. 회임한터라 뛰지도 못 하는데 고작 그 짧은 시간을 벌겠다고.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황제는 황후의 두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춘채 언제 그린거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제가 기대하던 것이 아니었어. 마음에 안 드시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거든. 궁금했던건 그게 아닌데. 맞잡은 손에 좀 더 힘이 들어갔어. 아직 배가 불러오기 전인걸 보니 그 전이겠고, 그렇다면 올 초에 그린 것이겠군. 하지만 올 초에 그렸다고 하기에는 옷차림이 너무 얇은데. 그렇다고 작년에 그린걸 이제와서 줬다는 것도 뭔가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앞 뒤가 안 맞는 곳이 너무 많아. 그렇다고 이렇게 바짝 얼어붙은 황후의 얼굴을 보고 화를 내기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묻지 않을 수도 없어. 묻긴 물어야 하는데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것마냥 제 눈치를 보며 입술을 달싹이는게 안쓰럽고...또 가엾고. 무얼 그리 잘못할게 있다고. 닮게 태어난 얼굴이 그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야. 황제는 부드럽게 황후의 손을 쥐고 황후를 침상에 앉히고는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손을 잡았지. 

만약 이 방법이 안 먹힌다고 하면 최후의 방법은 있어. 황후전에 들락날락 한 화공들을 모조리 불러다가 언제 이걸 그렸냐고 물으면 답이 나올거야.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러면 황후의 입장이 난처해지니까. 또 제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생각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사과하는 것도 싫고, 그 얼굴이 시무룩해지는걸 보기도 싫어.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긴장해서 땀으로 척척해진 손바닥을 손가락 끝으로 살그마니 간질인 황제가 눈을 맞추지. 빤히 바라보면 뺨이 불긋하게 물들어.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얼굴에 드러날 지경이라 잠시 숨 돌릴 틈을 주기로 해. 입술을 못살게 굴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기 시작해서 황제는 가만히 붉어진 뺨을 쓸었어. 나의 어린 황후. 이렇게 불안해할 필요 없는데. 어떻게 말하면 믿어줄까.


수줍은듯 내리깐 금빛 속눈썹이 불빛에 반짝거리고 조금 전보다 더 붉어진 뺨이 사랑스러웠어. 급하게 뛰어오느라 거칠었던 숨마저 가라앉고 나니 조용해진 사위가 부담스러웠는지 다시금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 황제는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어. 조금 전에 저를 사당에 보내려던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고, 초상화를 선물해놓고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이냐고. 황후가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여서. 그렇게 말하니 황후의 얼굴이 근래 보기 드물게 울상이 됐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 근래의 황후는 무슨 말을 해도 잔잔한 호수의 표면처럼 굴었거든. 





한참을 망설인 끝에 황후가 입을 열었어. 원래 초상화가 있던 곳이 벼락을 맞아 불탔을 때 몸소 뛰어 들어 초상화를 구하는 바람에 상처를 얻은거라 거라 들었는거야. 동시에 안타깝게 제 목과 뺨을 훑는 시선에 황제는 어이가 없어. 그래서, 사본을 만들려고 했다? 당장이라도 그 말이 튀어나갈것 같았지만 일단 참았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거든. 대신 황제는 황후의 손을 낚아채서 제 뺨 위로 올려놨지. 만지고 싶으면 만져도 되는데. 허락 없이는 아무리 황후라도 옥체를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쯤은 가볍게 잊어버린 황제는 저보다 작은 손을 겹쳐 쥔채 말해.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이야. 

황후가 말하기를, 배가 불러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또 그림에 배가 불러 있으면 보기에 좋지 않을듯 하여 가장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궁인 하나를 앉혀놓고 같은 옷을 입힌채 화공에게 그리게 했다는거야. 보통 회임한 후궁들이나 황후들이 그러곤 한다는걸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던거지. 자신이 화를 낼 것 같지 않아 보이자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차차 혈색을 되찾아가. 차가웠던 손 끝도 마찬가지고. 고작 손을 맞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굴을 붉히면서 좋아하는데. 왜 진작 이걸 몰랐을까 싶어. 차가웠던 손이 제 뺨의 열기로 녹아버린건지 아니면 긴장이 풀린건지, 미지근해진 상태야. 긴장만 했다 하면 손끝이 차가워지는건 버릇인가봐.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손이 아쉬워 황제는 입맛을 다실동안 황후는 떠듬 떠듬 말을 이어나가지. 하나 남은 초상화 한 장마저 잘못 되면 폐하께서 상심이 크실 것 같아...말을 흐린 황후가 힐끔 제 눈치를 봐.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기에 말 하나 끝날때마다 제 눈치를 볼까 싶어 저절로 한숨이 나와. 하지만 한숨을 내쉬었다가는 또 이상한 오해를 할테니까. 지긋이 혀 끝이나 씹으며 그리고 또? 모른척 묻는 수 밖에.





닮은 제 얼굴이 쓸모있길 바라면서 저를 위로하려 했다니, 뭐 이런 선물이 다 있어. 여태 살면서 받은 생일선물 중에 최악이야. 물론 그림자체는 훌륭했지만. 그 때 사당에서 선황후의 초상화를 봤다고는 하지만 아주 짧게 본거라 기억이 잘 나지도 않았을텐데. 그러고보니 사당에 있는 초상화와 자세가 닮은것 같기도 해. 일부러 자세를 비슷하게 잡았나봐. 저도 모르게 또 한숨이 나와 살짝 내뱉고 있으면 또 아차 싶었는지 주제 넘게 굴었다면 송구하다고 사과를 해와. 또 한숨이 나오려는걸 꾹 눌러 참고 황제는 황후를 살며시 끌어안았어. 제법 많이 불러온 배가 눌릴까봐 바로 마주보고는 끌어안지 못 하고 살짝 몸만 옆으로 돌려서 끌어안았지. 감히 황제를 내칠 수 없어 그랬던건지 얌전히 안겨있는게 사랑스러웠고. 회임을 하면 체온이 올라간다고 그랬던가. 손발은 차면서 체온은 따끈따끈한게 신기해. 맞닿은 뺨이나 목덜미 같은 곳이 뜨끈뜨끈한게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계속해서 끌어안고 있고 싶은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황후가 불편해할 것 같아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몸을 떼어냈지.

황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줄이야. 도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건지. 맙소사 이제 좀 화가 나려고 해. 제이크를 보고 톰을 떠올린 적은 있어도 제이크를 보고 톰의 초상화를 그릴 새악ㄱ은 황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 그럴거면 사당에 걸려있는 초상화의 복사본을 만들지 뭐하러? 아무리 닮았어도 결국엔 엄연히 다른 사람인데. 그런데 제 초상화를 보면서 선황후를 떠올려도 된다니 이게 무슨 망발이야. 황후가 화공들을 불렀다는 말은 못 들은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지. 황후가 이런 생가을 할 동안에 팔자 좋게 내가 누굴 좋아하나 꽃점이나 치고 잘 하는 짓이다 싶었어. 이마를 짚은 황제가 낮게 신음했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찌할 바 몰라서, 떨어진 불을 끄는데만 급급해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 했던거야. 






화를 낼까 조마조마 했던건지, 저가 화를 낼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닌걸 체감했는지 바짝 얼어있던 몸이 풀렸나봐. 달달한 살구향이 올라오네. 위도가 북쪽인 수도에서는 도통 자라지를 않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금목서라는게 대체 무슨 향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예전에 황후가 베시시 웃으며 제가 나고 자란 남쪽에선 흔한 향이라며 부끄러워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 긴장했던 몸이 풀려서 저절로 향이 올라온건 흔하고 당연한 일이야. 또 원래 본인은 제 향을 잘 맡지 못 하는 편이라 황후가 모른다고 해서 이상할건 없었지. 괜히 말하면 또 민망해하면서 허둥지둥 하면 어떡해. 포옹은 풀었지만 손까지는 풀어주기 싫어서 괜히 손을 겹쳐잡은채 모른체 했어. 부끄럼 많으신 황후께서 이러면 어떻게 나오려나.

또? 조금 덜 차가워진 손끝에 입을 맞추며 황제가 물었어. 황후는 어느새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고. 나란히 옆에 앉아 도통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얼굴에 황제는 애가 탔어. 고개는 숙였고 잡힌 손은 파르르 떨리지. 왜 울까. 어느순간부터 계속 울리기만 하네. 웃게 해줘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계속 눈물이나 짜내게 해서 어떡하지 싶어. 괜찮다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됐을까. 괜찮다, 괜찮다 어깨를 쓸고 등을 도닥이며 끌어안는데, 부른 배 때문에 꽉 끌어안지 못 하는게 아쉬워. 이 눈물을 그치게만 할 수 있다면 평생 끌어안고 있으래도 그럴 수 있을것 같아. 그냥 우는 것도 안쓰러운데 제 선물이 마음에 안 들까봐, 혹은 받고 자신이 노여워할까봐 걱정했기 때문에 울었다는게 가장 마음 아팠지.


훌쩍이면서 하는 말을 듣자하니 이래. 제 딴에는 처음에 좋은 선물이다 생각했던게 뜻하지 않은 번개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틀어졌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는거야. 사당사건이 생각나시지는 않을까, 혹은 예전에 초상화들이 다 불타 없어졌던 일이 떠오르시는건 아닐까. 마음이 안 좋은데 제 초상화를 보고 괜히 더 노여워하시지는 않을까. 괜히 심기를 어지럽힌것은 아닐까. 듣고 있자니 쓸데없는 걱정만 잔뜩이라 황제는 황후의 손 끝에 다시 입을 맞추며 말해. 황후가 준 선물이라면 무엇이든 반겼을거라고 말이야. 그리고 있는 그대로 그렸어도 나는 좋았을거라고. 그러면 나중에 공주든 황자든 태어나서 네가 이 때 배 속에 잠들어 있었다고 보여줄 수도 있었을거라고 말이야.




촉촉하게 젖은 녹음이 안타까워서 어쩔줄을 모르겠어. 원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아.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때가 올지 모르고, 거기다가 황후의 오해가 더 깊어지는건 원치 않았거든. 더이상 시간 끌어봤자 소용도 없는것 같고. 황제는 아직도 훌쩍거리느라 숨이 가픈 황후의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지. 못 믿겠다는듯이 눈이 커지고, 그게 귀여워서 또 말 하고, 그럼 이번에는 입이 벌어지고. 왜그러지? 못 믿겠어서 그런다면 밤 새 말 해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자 또 눈물이 터져. 저런, 울지 말라고 한 말인데 더 울려버렸네. 하지만 뱉고나니 후련해. 

울면서 하는 말이라 헐떡임 때문에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몇 가지는 건질 수 있었어. 나는, 이제, 포기, 느려터진 굼벵이, 미워. 헐떡거림 속에서 간신히 건져낸 단어들을 조합한 황제의 입꼬리가 쓱 올라가. 그래, 내가 너무 늦긴 하였지. 하지만 아주 늦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냅다 뺨에 입을 맞추지. 사실은 당장이라도 입술에 맞추고 싶긴 하지만 아직 훌쩍이며 계속 무언가를 늘어놓는 사람에게 그랬다간 미움만 받을것 같아서. 조카에게나 들려줬던 혀 짧은 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둥기둥기 얼르는거야. 잘못한 쪽이 빌어야지 별 수 있겠어. 히끅거리는 소리가 섞인 울음과 불안정한 호흡, 가프게 오르락 내리는 가슴에 마음 한구석이 저릿저릿해. 



그래, 그래. 짐이 그렇게 미우면 때려도 된다. 응. 저보다 작고 말랑한 흰 손을 들어 뺨에 올려놓고 치는 시늉을 하니 경기를 하며 꺄악 소리를 질러.  그리고는 마치 불에라도 덴 것처럼 손을 떼더니 믿을 수 없다는듯이 제 손바닥과 뺨을 번갈아보는거야. 조금 전에는 더 심한 말도 뱉어놓고서는. 품에 안겨 훌쩍일 때는 언제고 또 눈동자를 굴리며 제 눈치를 보지. 그렇게 말해줬는데 또 안 믿어지나 싶어서 손가락을 가져와 손끝에 맞춰. 

혹시나 감히 황제의 입맞춤이라 싫은데도 밀어내지 못 할까봐 싫으면 밀어내도 된다고 미리 말 할거야. 그렇게 말하자 한참을 말없이 황제를 바라보던 황후가 손을 내밀어 황제의 목을 끌어당기지. 호숫가에서의 입맞춤이 떠올랐지만 금세 지워졌어. 그때는 그저 눈 앞의 이 사람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움직였던거고, 지금은 눈 앞에 있는게 제이크 세러신이라는걸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차이점이 존재했지. 비슷하지만 분명하게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황제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그때와 똑같은 이유지만 눈 앞에 있는게 누구라는걸 명확하게 알고있다는 차이점이 있으니까. 


영영 신첩에게는 안 오시는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또 감정이 북받치는지 간신히 그쳐가던 눈물이 또 터지려고 해서 황제는 손이 닳도록 황후의 뺨을 훔쳐. 보드라운 피부가 헤질까봐 황후에 비하면 한참이나 거친 손바닥으로 문지르지도 못하고 옷소매로 살살 찍어 누르는 수 밖에. 히끅거리며 울음을 참아보려 하지만 또 무언가가 복받쳤는지 잔뜩 호두턱을 만들더니 슬금슬금 비어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소용이 없어져. 이러다 또 내일 아침에 얼굴이 부었다면서 안 보여줄게 뻔해. 입맞춤 하다 말고 훌쩍이게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귀엽고 안쓰러워 보이면 사실 다 끝난거 아닌가 싶기도 해. 잘 붓는 편인지 벌써 눈두덩이가 볼록한게 귀여워보이기도 하고. 이게 바로 콩깍지인가봐. 이젠 별게 다 귀엽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귀여워 쪽쪽 입을 맞추자 간지러운지 어깨를 움찔움찔 해. 혀를 내어 도톰하게 부푼 눈가를 길게 핥자 파드득 거리며 떨어져나가는게 귀여워. 황제도 본인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황후가 품에서 떨어져 나가고 나서야 깨달았어. 기억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이래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지.

황제 스스로도 자신이 낯설지만 아마 저보다 더 당황스러울 황후를 생각해서 황제는 다시 옷소매로 노선을 변경해. 얼마나 놀랐는지 눈물까지 멈춰버렸나봐. 그 와중에 낯선 애정행각에 볼을 붉히면서도 잡힌 손은 놓지 않은게 제일 귀엽고. 내가 놓으면 다신 잡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한건지끝끝내 손가락은 걸쳐놓고 풀지를 않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 황제가 다시금 황후의 턱을 살며시 끌어당기고는 입을 맞추지. 그러면 황후도 황제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을거야. 






황제는 울다 지친 황후를 눕히며 내일 아침 날이 개면 갈 데가 있으니까 알아두라고 일러둬. 가물가물한 눈을 뜨려 애쓰면서도 어딜 가느냐, 중요한 곳이면 단장을 해야 한다 어쩐다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황후의 눈꺼풀을 손수 감겨주며 말 할거야. 쓸데없는 생각은 말고 얼른 잠이나 자라고. 울어서 머리가 아픈 것인지 지친 것인지 황후는 금세 잠들었어. 금세 잠든 황후와 달리 비록 오래도록 황제는 잠들지 못 했지만.










황제는 황후가 모든걸 말하지 않았다는걸 알고 있어. 숨기는게 있다는 것도. 하지만 눈 앞에서 너무 몰아붙이면 겁을 먹고 달아날테니까. 원래 사냥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거든. 사냥으로 비유를 하자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최소한은 얻었기에 황제는 여기서 만족하고 물러나기로 했어. 어쨋든 황후가 자기 자신을 그린건 맞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했지. 그린 시점은 봄에 그리기 시작했지만 그 때는 막 회임을 한터라 입덧도 있었고, 그 다음에는 호수에 빠져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얼굴만 완성하고 난 뒤에는 어쩔 수 없이 궁인을 대타로 내세운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어. 실제로 초상화를 그릴 때 대부분 그렇게 하고는 했으니까. 사실 초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굴 아니겠어.

애초에 초상화 사본을 만들고자 했으면 진즉에 사본을 만들었겠지. 아니면 황후를 간택하자마자 그렸거나. 도대체 황후에게 저란 사람의 위치가 어느정도인가 싶어. 황후가 그런 생각을 하며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그게 다 제 업보라고 생가갛면 또 할 말이 없긴 해. 하지만 그래도 원래 계획과는 좀 틀어지긴 했지만 모로만 가도 목표만 달성하면 된 거 아니겠어. 


배가 더 불러온 탓인지 이젠 똑바로 천장을 보고 자는게 힘든 모양이야. 자꾸 자면서도 자세를 이리저리 뒤바꾸는게 불편해보여서 황제는 뒤에서 황후를 끌어안고는 부른 배를 도닥이지. 긴장이 풀린건지 조금전부터 진한 금목서향이 목덜미에서 솔솔 피어오르는 바람에 안 그래도 잠이 안 오는데 몽땅 달아나버렸지. 긴장이 풀려 몸은 피곤한데 자세가 불편한지 어딘가가 결리는지 뒤척이기에 짐짓 화도 내보고. 어허, 모후를 벌써부터 괴롭히면 쓰나. 이제 황제는 후계를 잇는 것보다도 황후의 건강이 훨씬 중요해졌거든. 더이상 부디 세상에 나올 때까지 말썽을 부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눈을 감아. 내일 황후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하면서.






루스터행맨

 
2024.01.05 00: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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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황후와 최대한 닮은 느낌으로 초상화 사본 만들려고 했다는 거 맴찢이야ㅠㅠㅠㅠㅠ이건 루황제라도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아찔했겠는데..조금 늦긴했어도 간신히 진심이 닿아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느려터진 굼벵이라고 황후가 슬쩍 욕하는 것도 ㄱㅇㅇㅋㅋㅋㅋ
[Code: 29a4]
2024.01.05 0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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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루황제 애정표현에 댐 터지듯이 울면서 미운말 내뱉는 물만두 진심 대졸귀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흑흑흑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황제가 뭐라고 속살거렸는지는 모르지만 역시 대화가 최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존나귀엽고 안쓰럽고 사랑스러워ㅠㅠㅠㅠㅠ어흑흑흑흑
[Code: b109]
2024.01.05 01: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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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백했다 물만두 우는거 귀엽고ㅋㅋㅋㅋㅋ 사랑 고백하면서 키스도 하고 손도 계속 잡고 있는거 너무 좋네ㅋㅋㅋㅋㅋ내일은 어디가는걸까 벌써 신나!!
[Code: 7064]
2024.01.05 0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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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둘 사이에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려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행복했으면 좋겠더ㅠㅠㅠㅠㅠ
[Code: 99b8]
2024.01.05 06: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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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센세 선설리!!!!!!!!!!!!
[Code: 24d2]
2024.01.05 08: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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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둘이 대화다운 대화를 나눴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이크라고 자꾸 이름부르면서 어르는거 반칙 아닙니까ㅠㅠㅠ 선황후의 초상화와 최대한 비슷하게 그려왓다는거 너무 마음아프다 저 결정을 내려놓고 화공앞에 가만히 앉아있는게 얼마나 힘들고 비참했을지ㅠㅠㅠㅠㅠㅠ 루황제 내일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황후님 해감잘해줘요ㅠㅠㅠㅠㅠ
[Code: d53c]
2024.01.05 08: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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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황제 다정하게 어르고 달래는 거 존좋
[Code: 3eca]
2024.01.05 08: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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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직진이 최고다
[Code: 3eca]
2024.01.05 1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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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둘이 드디어 ㅠㅠㅠㅠㅠㅠ 이제 말랑물만두 볼수있는건가 ㅠㅠㅠㅠ 내일 어디가려나 사당? 데이트? 하 벌써 설렌다 ㅠㅠ
[Code: 6559]
2024.01.05 15: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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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어디를 데려갈지 궁금하네.. 드디어 해감시작하나봄ㅠㅠㅠㅠ 센세 개좋아요 최고야...👍👍
[Code: 3890]
2024.01.05 15: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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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물만두 마마 또 우시네ㅋㅋㅋㅋ 그치만 이제 루황제랑 겨우 마음이 가닿은 거 도파민 개터진다ㅠㅠㅠㅠㅠㅠㅠ 이제 해감만 백편쯤 보면 난 성불할 거 같아ㅠㅠㅠㅠㅠㅠ
[Code: ad0c]
2024.01.05 15: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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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읽고서야 진정함 너무좋다 그래도 어떻게 마음이 통했어 이제 사랑만 듬뿍 주면서 키워야함ㅠㅠ 하.. 루스터 어떻게 미워함
[Code: 5a0c]
2024.01.05 2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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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센세 너무 좋아요 ㅠㅜㅠㅜ 물만두 너무 귀여워 ㅜㅜㅜㅜ
[Code: 95a0]
2024.01.05 21: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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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물만두 소리질렀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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