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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1:07


외전1. 첫번째 과거 https://hygall.com/560502711
외전2. 두번째 과거 https://hygall.com/561329265
7편. 세번째 과거 https://hygall.com/560980104



 

네번째 과거


1.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눈동자. 하지만 악수하려 마주한 손은 따뜻했다. 무관심하고 무성의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루스터는 살아숨쉬고 있었다. 행맨은 그거면 족했다.



2. 
행맨은 수없는 실패 끝에 스파이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문서를 빼앗긴 후 기력을 다한 자신이 마지막 힘을 쏟아부어 과거로 온 것이라고 둘러댔다. 상부는 행맨 말을 믿었다. 



3.
거즘 성공에 가까웠다고 하니 상부는 시간을 단축 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훈련 강도를 높혔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으니 원래 시행하고자 했던 속도로 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과정 중에 코요테가 부상으로 작전에서 나가게 되었다. 



4.
감정적으로 홀로 남게 된 행맨은 권태를 느꼈다. 이 작전의 성공 여부부터 시작해 모든 일에 회의적이고 염세적으로 변해갔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정이 피곤해졌다. 



5.
행맨의 방어기제가 루스터를 몰아냈다. 행맨은 루스터에게 모질게 굴었다. 자신에게 어떠한 호의도 갖지 못하도록. 아무리 책임감이 강한 가이드라 하더라도 목숨까지 내놓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5-1.
이런 모습에 누군가는 두 사람에게 과거가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두 사람은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다. 과거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은 행맨 뿐이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안됐다. 



6.
행맨은 루스터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은 보지못한 그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동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폭주 파장을 남김없이 흡수 했으니 당연히 몸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을 대신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을테고 내장이고 뭐고 모두 곤죽이 되었을 루스터가 아른거렸다. 겉으론 상처 하나없이 멀끔해선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을 그 얼굴이. 



6-1.
당연히 가이딩 효과는 뚝뚝 떨어졌다.



7.
그때쯤 파장이 뒤섞이면서 과거의 흔적이 드러났다. 그 흔적을 감지한 행맨은 더욱더 의식적으로 루스터를 밀어냈다. 그러나 루스터는 이번에도, 기어코 행맨을 마음 속에 품었다. 루스터가 말한 대로였다. 행맨이 행맨인 이상 루스터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니가 날 싫어해도 상관 없어." 올곧은 시선. "내가 생각해도 내 대가리가 어떻게 된 것 같은데." 흔들림 없는 목소리. "젠장. 나도 알아. 존나 개소리 같다는 거. 그런데 그럼에도. 빌어먹게도 널 좋아해." 빌어먹게도 진실된 표정. "난 진심이야. 진지하게 생각해주면 좋겠어." 행맨의 주먹 쥔 손에 피가 났다. 과하게 힘을 준 탓에 손톱이 깊게 박힌 것이다.



7-1.
행맨에게 선택지란 없었다. "난 가이드랑 만날 생각 추호도 없어." 루스터는 예상했다는 듯이 여전한 얼굴로 행맨을 마주하고 있었다. "특히 너 같은 가이드랑은." 덧붙인 말에도 루스터는 여전했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흐르고 시선을 거두고 짧은 한숨을 내쉰 게 다였다. 이번에도 흔들리는 건 자신 뿐이었다. 행맨은 그렇게 착각했다.



8.
루스터의 가이딩이 무너졌다. 효과가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가 아니라 가이딩을 하나마나한 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건 루스터의 내면 상태와 행맨의 내면 상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9.
스마트 워치가 수시로 붉은 색으로 빛났다. 가이딩을 하는 도중에도 가이딩을 마친 이후에도. 행맨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다. 아니, 그 정도 표현으론 안 됐다. 행맨은 심각해져갔다. 



9-1.
센티넬의 상태가 하락한다는 건 국가적 손실이었다. 상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10.
새로운 가이드가 왔다. 가뭄 속 단비가 떨어지듯 쏟아지는 순수한 가이딩 파장에 행맨이 이성을 잃고 남김없이 빨아먹었다. 



10-1.
그러나 가이딩이 끝나고 정신을 차릴 때면 지독한 절망감이 몰려왔다. 고작 본능 하나 억제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그런 자신을 보는 상처 입은 루스터의 얼굴이 교차 됐다. 



10-2.
행맨은 우습게도 루스터가 떠나지 않길 바랬다. 아직까지 그는 자신의 전속 가이드였다. 그 사실 하나에 매달리며, 루스터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 비록 마음이 닿지 못하지만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기를. 이기적인 마음이 그랬다. 



10-3.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행맨이 새로운 가이드의 가이딩을 거부하고 싶어도 센티넬인 몸은 그 파장을 원했다. 루스터의 파장 대신. 그 사실이 루스터에겐 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1.
루스터는 점점 자신의 존재 가치, 자신이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잃어갔다. 자신은 이곳에 가이드로써 온 것이었고 행맨은 자신의 센티넬이었다. 그러나 자신과 행맨은 더이상 센티넬과 가이드 관계가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같은 공간에 존재할 뿐이지 서로에게 갖는 의미란 없었다. 



12.
두 사람의 혼란은 한데 뭉쳐 두 사람을 더 깊은 혼돈의 수렁으로 빠뜨렸다. 어느 누군가 "넌 행맨이랑 떨어져있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루스터."라고 했다. 니 깟 게 뭘 알고 함부러 입을 놀리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루스터는 그럴 수 없었다. 그게 이 모든 일의 답이라는 걸 자신도 알기 때문이다.



13.
루스터가 작전을 떠났다. 이는 '기록적으로 빠른 속도'라며 모든 사람들이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13-1.
이렇게 돌아가는 꼴을 상부가 곱게 보지 않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아마 루스터가 전출 신청을 했을 때 못 이기는 척 했지만 속으론 골칫거리 하나 없어졌다고 속 시원해 했을지도 모른다.



13-2.
정작 그의 센티넬은 그러질 못했다.



14.
행맨은 자신의 가이드에게 버림 받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15.
버거울 정도의 훈련 강도와 턱 끝까지 차오른 작전 디데이에 대한 압박감. 간신히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듯한 불안감과 매마른 광활한 사막에 홀로 뚝 떨어져있는 듯한 고독함.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행맨은 나날이 무너졌다. 



16.
작전 직전 시행 된 정신 검진에 통과하지 못한 행맨이 살아있는 시체처럼 무표정하게 앉아있었다. 텅 빈 복도에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많은 과거를 함께한 익숙한 얼굴이 말없이 다가와 행맨의 어깨를 다독였다. 상관은 행맨을 차마 보지 못하고 시선을 사선에 두고 있었다. 



16-1.
행맨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루스터가 나간 시점부터 현저히 떨어지는 가이딩 효율로 위협적인 파장을 내뿜은지 오래였다. 센티넬로써가 아닌 군인 행맨, 인간 행맨도 마찬가지였다. 



16-2.
사실 문제는 행맨 뿐만 아니었다. 루스터를 대체해 들어온 가이드가 훈련을 따라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무리하게 강행된 훈련에 다른 팀원들도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17.
"돌아가는 걸로 결정났어." 상관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18.
행맨은 깨달았다. 아, 루스터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하는 존재구나. 마치 외로운 고슴도치처럼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 있어서도 안되는 관계구나. 그냥 그렇게 외롭게, 마치 자신을 처음 보는 루스터의 무미건조함처럼 그렇게 있어야 하는구나.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다섯번째 과거
 

1.
이젠 익숙해진 것 같은 무미건조한 눈동자. 그 많은 시간을 같이 한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수줍게 고백하는 루스터의 익숙한 모습. 행맨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손가락을 튕겼다. 



 

현재


루스터가 어색하게 뒷목을 긁었다. 바쁘다더니 불러내서 화났나? 행맨의 표정이 안 좋았다.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루스터는 더이상 숨길 수 없었다. 저런 얼굴까지 예뻐보일 정도로 행맨을 좋아하는 마음을.

"좋아해."

시선을 똑바로 맞추고 진심을 전했다. 자신의 고백에 행맨이 어떻게 반응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이다지도 무반응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루스터가 행맨 이름을 부르자 행맨이 한숨을 쉬며 미간을 짚었다. 그리곤 짧은 숨을 복식 호흡 하듯 내뱉었다. 순간 멀미감을 동반한 기시감이 루스터를 흔들었다. 금방이라도 핑거 스냅 할 것 같은 행맨 손을 본능적으로 재빠르게 제지했다. 팔목이 붙잡힌 행맨 눈동자가 당혹스러움에 흔들렸다. 아주 찰나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루스터는 제 센티넬의 습관조차 모를 정도로 무감한 가이드가 아니었다. 왜 아니겠는가. 짝사랑하는 사람인걸.

"말해봐."

그러니 알아야했다.

"이번이 몇 번째야?"

행맨이 자신의 고백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게 몇 번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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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https://hygall.com/563080242


드디어 과거편 다 털었다. 지금까지 무거운 이야기가 많기도 했고 직전에 행맨에게 큰 사건이 있었던지라 이번 편은 최대한 건조했음 했어.
루스터행맨

2023.10.14 2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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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센세오셨어
[Code: 7cd4]
2023.10.14 21:11
ㅇㅇ
모바일
ㅁㅊ내센세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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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1:12
ㅇㅇ
모바일
센세 나 너무 기다렸어ㅠㅠ다시 와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ecc]
2023.10.14 2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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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경건하게 정자세로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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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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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기다렸어ㅠㅠㅠㅠㅠㅠ전편 복습하고 온다!!!
[Code: 0701]
2023.10.14 21:30
ㅇㅇ
현재에 도달하기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ㅠㅠㅠㅠㅠ행맨 용케 정신 안 무너지고 잘 견뎌냈네...사실 지금도 상태가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무미건조한 눈동자에 익숙해지기까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음ㅠ 하...루스터야...행맨아ㅠㅠㅠㅠ꼭 행복해지자...
[Code: 0701]
2023.10.14 2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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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센세이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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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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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미ㅣ챳다 이번 과거편까지 다 보며 그 동안의 행맨 고생 더더더더 느껴지고ㅜㅜㅜㅜㅜㅜㅜ 하 얼매나 힘들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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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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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의 루스터와 만나기까지의 고생이 헛되지않도록ㅠㅠ 이번에는 정말정말 작전 성공했으면 좋겠다ㅜㅜㅜ 이 커플 너무 안타까워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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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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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랑 가까워지지도 못하고 아예 멀어지는 것도 안되고 행맨도 힘들었겠다 이번엔 제발 잘 됐으면 좋겠는데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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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2: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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믳친 일단 센세 붕키 잠깐 집에가서 볼게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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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2: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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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ㅠㅠㅠ진짜 너무 슬퍼 너무 덤덤한데 진짜 슬프다 가슴아프고 잔인해ㅠㅠㅠㅠㅠㅠㅠ 결국은 가까이 두지도 멀리 두지도 못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야되는게ㅠㅠㅠㅠ 그 모든걸 행맨이 감내하고 감당했어야하는게 너무 슬프고 안쓰럽다ㅠㅠㅠㅠㅠㅠ
[Code: 4526]
2023.10.14 22: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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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그게 뭔데ㅠㅠ 그냥 찰싹 달라붙어 있어야지 왜 이렇게 고난이 많은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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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2: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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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행맨한테 너무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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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3: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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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대작.....과거 쭉 읽어보니 현재 저 장면이 가지는 무게가 그냥 1편 첨 봤을 때랑 완전 달라 어떡하냐 행맨 멘탈 안 무너지는 게 기적 아님???? 시발 얘네 행복하려면 내가 뭘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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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0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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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혼자 어떻게 견뎌온 거야 행맨... 정말 너무 가혹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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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02: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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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너무 재밌어 미친 너무너무 재밌어어어ㅓㅓㅓㅓ
[Code: 1dd8]
2023.10.15 23: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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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 얼마나 기다렸다고ㅠㅠㅠ 행맨은 루스터가 너무 가까이 있어도 슬퍼지고 그렇다고 아예 보지 못하게 멀어져도 견딜 수 없는거구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깊은 감정은 없는 사이로라도 그곳에 있어야하는ㅠㅠㅠㅠ 그걸 깨닫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경험했네 그래도 루스터도 또다시 행맨을 좋아하게 되고 늘 처음처럼 수줍게 고백하고ㅠㅠㅠㅠ 제발 둘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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