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체 ㅈㅇ
노잼 ㅈㅇ 

내가 보고 싶어서 의식의 흐름대로 길게도 끄적이는 장병란각



1. 란각의 작은 웃음 소리에 묵문은 절망을 느꼈다 - > https://hygall.com/529136836
2. 욱동은 란각의 고민이 장병 때문일거라 확신했다 - > https://hygall.com/529976732
3. 욱동의 한 마디에 란각은 얼굴을 붉히고 장병은 답지않게 시선을 피했다 -> https://hygall.com/534099402
4. 묵문은 란각의 목깃을 놓아주며 날카로운 시선을 달랬다 - >  https://hygall.com/535235924




탁자에 앉아 제 국수를 기다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눈과 마주칠 때마다 장병은 그야말로 배시시 웃었다
순하게 웃는 얼굴에 란각의 입 꼬리가 올라가고
그 모습에 또 좋아죽겠다는 듯 웃는 장병은 
뒤에 꼬리가 있다면 붕붕 흔들고 있으리라

알맞게 익은 국수를 그릇에 담아 탁자에 놓아주고,
마주 앉아 양손에 턱을 괸 채 젓가락을 휘휘 젓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타지에 자주 나가신다고만 하셔서 순무사로 발령 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의평현에 오신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왜 미리 말해주지 않으셨어요?" 
"어느 순무사가 마을을 찾아오면서 미리 통보하겠느냐?
 네가 아니었다면 순무사라는 말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오는 줄 알았으면 좋아하는 반찬을 해놨을 텐데,
 각지를 떠도느라 고생 많았을 란각에게 국수 밖에 못 내드리다니.."  
"내 국수면 내 한끼 식사로 충분하고도 넘친다
 그런데 순무사로 왔다는데도,  신경 쓰이는 건 내 반찬뿐이 더냐?"

지난 몇 달간 란각은 수하들과 함께 마을 곳곳을 돌며 
며칠은 신분을 숨기고 마을에 머물며 민심을 살피다
관복을 입고 관아로 찾아갔다

란각은 젊고 꽉 막힌 인물은 아니기에 
적당히 넘어갈 것은 넘어가 주었는데도
순무사인 이상 그를 꺼려하고 
심지어 뒷배가 있는 자들은 회유하려고 들기까지 했으니,
오직 제 먹을 것을 챙겨주지 못해
속상해 하는 장병의 반응은 신선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하지만..

"란각은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당연 합니다
 광부들은 아까 다 왔다가서 당신이 오늘 마지막 손님일 거예요
 천천히 드십시오"

무심코 다정한 말을 쏟아내는 제 어린 사내의 정직함에
란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간질거리며,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란각 이왕 의평현에 오신 김에 저희 마을 일 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내가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민생을 살피는 일이다
 무슨 일 이길래. 내 도움이 필요한 거냐?'
"서신에 적어드렸듯이 이 곳은 광물이 주업이라, 농사를 하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광물을 다른 마을로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
 부지런히 일하고 밥을 굶는 이들이 적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중개업자들이 물건 값을 갖고 장난을 칩니다
 저와 진주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지만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상인이 빌려준 돈의 이자를
 물건으로 바꿔 장난치는 것을 제가 지적하였더니, 
 솜씨 좋은 율사(변호사)를 고용해서 맞서고 있습니다  
 법으로 따지고 들어도 능구렁이 같은 혀를 굴려대니
 제가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배시시 거리던 얼굴에 분한 기색이 역려 했다
장병은 똑똑하고 아는 것은 많지만 말재주와 경험이 부족하다
젊은 황제가 궁중암투를 피하기 위해 하필 의평현에 보낸 것과
장병의 말을 들어보면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 성실하고 정직할 테지만
가진 것이 많은 자 일수록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 
젊다 못해 어린 현령을 깔보고 구워삶으려 들 것이 뻔하다


"5일 동안 의평현에 머무를 예정이니, 그자들에게 
 나흘 후에 미시(오후 1시~3시)에 관아로 오라고 하거라 
 일개 상인이 천자가 임명해준 현령을 우습게 알다니
 본관이 널 대신해 버릇을 고쳐 주겠다"

란각의 무표정한 얼굴은 날카롭고 낮은 목소리엔 위엄이 가득하다
장병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쳐도 란각이 해결해 줄 것 같아
그에게 포권을 취하며 경의를 표했다

"항상 감사합니다  란대인"
"너와 나 사이에 어찌 고맙다는 말을 해?"

저를 보며 다정히 웃는 란각에게 장병의 고개가 크게 끄덕였고
란각은 그런 장병이 못내 사랑스러워 또 다시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며칠 동안 의평현에 머물 텐데, 어느 객잔에 머물러야 하느냐?
 경성에서 의평현까지 며칠을 걸었더니 씻고 싶구나"
"객잔이라면, 멀지 않은 곳에 청하루가 있습니다  
 의평현에는 중개상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음식과 숙박만
 할 수 있는 객잔이 제법 있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관부로 가시면, 진주도 욱동혐님을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관부로 올 테고 그때  
 진형이 란각과 형님들을 청하루에 모셔다 드리면 
 주인이 더 신경써줄 겁니다"
"청하루 주인과 잘 아느냐?"
"네  몇 달 전에 안주인이 죄를 지어 제가 도와드렸습니다"
"무죄를 밝혀준 거냐?"
"아니요  극형을 받게 해줬습니다"

담담하고 성실하지만 상식 밖의 대답에 란각의 눈동자가 커지자
장병이 양미간을 좁히며 궁금증을 풀어줬다

"참으로 악독한 여인이었습니다  재산을 빼앗기 위해
 외간 남자를 유혹하고 살해해 남편에게 뒤집어 씌었지요   
 사건현장에서 부인이 증거를 조작한 것을 먼저 밝혀내고,
 계속 매달린 끝에 부인이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과,
 작년에 낳은 그녀의 아들 또한 다른 사내의 씨 라는 밝히고 
 친부에게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장 이 서는 날 번화가로 가면
 주인이 저를 먼저 발견하곤 저와 진형에게 비싼 밥을 공짜로 줍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돈을 받지 않아 곤란합니다"
"목이 날아간 것도 모자라, 재산 까지 남의 자식에게 넘길 뻔 했는데 
 객잔 주인이 네가 먹는 밥을 아까워할까? 큰일을 해줬구나"


란각의 칭찬에 장병이 얼굴에 또 배시시 거리는 웃음이 떠오른다
평소 장병은 뚱한 표정이지만 기분이 좋으면 곧잘 저리 잘 웃고
대답을 할 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제 어린 사내가 몹시도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아팠다
늘 널 그리워했노라고 두툼한 입술에 입을 맞춰보고 끌어안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어 미소를 띄운 채 머리를 쓰다듬자, 
장병이 란각의 손목을 잡아 내린다

평소 자신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기분 좋게 웃던 것과 달리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는 장병에게 란각이 금세
왜 그러냐고 굳은 눈으로 묻자
장병은 내심 탄식을 하곤 불쑥 다가와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계속 저를 그런 눈으로 보실 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을 범해도
 란각 당신 탓 일 겁니다" 

장병의 경고 아닌 경고에 란각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르며  
순진함 대신 은은하게 욕정이 떠오른 장병의 눈과 마주쳤다 

어수룩해 보여도 사실 무엇 하나 그냥 놓치는 법이 없는데다
란각에 대해서는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게 장병이다
그 앞에서 제가 아닌 척 하거나 숨길 수 있는 일은 없다

하물며 저 어린 사내에게 다 줘버린 제 마음이나 몸 은 어떠할까?
란각에겐 장병은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고 가지고도 부족한 욕망의 대상이라
평소 호기심 많고 순수하기만 하던 장병의 눈에 떠오른
욕망에 란각 역시 어린 사내에게 닿고 싶어 안달이 나려 했다

제 경고에 시선을 피하기는커녕 눈동자에 열기가 짙어진
란각에게 장병은 서둘러 식기를 정리한 후
옆에서 밥과 술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저녁에 찾아오겠노라 하고
물건을 맡겼다


란각을 데리고 장병이 발걸음이 향한 곳은 조용한 관아가 아닌
번화가 였고, 번화가 중심에 란각이 생각했던 것 보다 
거대한 청하루라는 객잔에 걸음을 멈췄다

장병이 안에 들어서자, 계산대에 서서 손님을 보내던
객잔 주인이 귀신같이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현령나으리  저희 객잔에 잘 오셨습니다  옆에 분은?"
"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신데,  며칠 의평현에 머무를 실터라
 제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 청하루 밖에 없어 모셔왔습니다  "
"잘하셨습니다 현령나으리의 은인 은 저희 객잔의 은인이시죠
 방은 몇 개나 필요하신 겁니까? 
 선비님 쓰실 방은 어떤 방으로 드릴까요?"

눈치 빠르게 란각 역시 관리라는 것과 혼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주인의 태도에 란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방은 두,세명이 5일 동안 묵을 것으로 세 개,
 방 두개는 둘이 잠 만 잘 수 있으면 충분하고,
 내가 머물 방은 씻을 수 있는 욕조가 있는 방으로 주게
 아침, 저녁 식사는 나와 내 일행이 먹게 되면 별도로 계산 할 테니
 일부로 챙겨줄 필요는 없네"
"그럼 잘 오셨습니다   저희 객잔은 낮에 씻고 쉬려고 오신 
 손님들이 계셔서 욕조가 있는 방엔 항상 뜨거운 물을 준비해 둡니다
 마침 저희 객잔에서 제일 좋은 방이 비었으니, 선비님께 드리고
 그 층에 있는 다른 방 두개는 청소해 두겠습니다"
"고맙네  선금은 이 정도면 되겠나?"

란각이 소매에서 은자를 꺼내들자 객잔 주인은 기쁘게 받으며
현령 나으리의 손님이시니 특별히 란각이 머물 방도 다른 방과
똑같이 받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과연 현령나으리에 대한 주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점소이(점원)를 따라 들어온 방은 란각 일행이 한방에 머물러도 될 만큼 
크고 아늑했다   방 곳곳을 살펴본 장병이 란각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란각은 어린 점소이에게  5문 을 꺼내어 챙겨 보냈더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라며 자리를 떴다

란각은 돈을 써야할 때 결코 아끼지 않았다
고작 장병이 내놓은 국수값 만큼의 돈을 이 주변을 관리하는
점소이들에게 주면 그들은 눈치껏 며칠 동안 자신의 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도 못 볼 것이고 들어도 못 들을 것이다
장병 덕에 인생을 구한 객잔 주인은 더더욱 입을 다물 것이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란각의 허리가 장병의 팔에 감겨
란각은 벽 과 제 어린 사내의 몸에 갇혔으나 기다렸다는 듯
팔로 그의 목을 감쌌다

급하고 거친 장병의 입술이 제 입술에 달겨 들어오자
란각은 그의 도톰한 혀가 제 혀를 찾아 핥을 수 있도록
입술을 벌렸고, 서로의 점막이 닿자
장병의 입가에 거친 탄식이 흘러 나왔다

장난치듯 서로의 혀를 옭아매면서도 장병은 부지런히
란각의 옷깃을 벌려 그의 마른 어깨와 매끈한 가슴을 드러내
건조한 입술을 뺨에서 목으로 타고와 목덜미를 깨물자
란각이 희미한 신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착실히 반응하는 제 정인에게 장병은 제 욕망을 숨기지 않고
이미 단단해진 아래를 그의 아래에 비비다
참을 수 없다는 듯 그의 하의 안에 손을 집어넣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살덩어리를 가볍게 쥐어 쓸었다


"장병..장병.. 잠깐만.."


몇 달 만에 성기가 타인의 손에 닿는 자극에
란각은 움찔 거리면서 이성이 돌아와 애무하는 손을 저지하려 들었고,
란각의 손이 제 손목에 닿자 장병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란각 내가 이러는 게 싫어요?"
"장병..잠깐만.."
"제가 이러는 게 싫으면 지금 얘기해요 
 아니면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귓가에 간절히 물어오면서도 귓불을 깨물고
장난감을 만지듯 부풀어 오른 란각의 알을 만지는 
장병은 그저 제 몸을 범 하고픈 발정난 사내일 뿐
더 이상 순수하고 귀여운 어린 사내가 아니었다


"장병..그런 게 아니다...잠시만..."
"....."

숨을 헐떡이면서도 겨우 자신을 다스리며 대답하는 란각에게
장병이 재촉하는 대신 눈덩이에 입을 맞추자
란각의 고운 얼굴이 닳아 오른다

"오늘 ..하루 종일 제대로 씻지 ..못했다.."

부끄러워 작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는 란각을 바라보던
장병의 눈가가 접어지며 쿡 하는 웃음이 터졌다
그의 입술이 란각의 동그란 이마에 와 닿는다


"그럼 같이 씻죠  란각  따라와요"


장병의 손에 끌려 방 끝에 병풍으로 가려져 있는 욕조로 걸어가는
몇 걸음 사이 장병은 란각을 바라보며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갔다
하나씩 드러나는 제 어린 사내의 마르고 단단한 몸에
란각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이미 흐트러진 옷가지들을 떨어트렸다

욕조 안에 들어서 서로의 몸을 씻겨주다 곧 서로의 입술을 찾으며
장병은 따뜻한 물에 젖은 란각의 몸을 제 허리 위로 끌어 당겼다
긴 목덜미를 입술로 감싸고 겨드랑이에 양 손을 넣어 
손바닥으로 가슴을 더듬으며 엄지로 마른 가슴 위에 작게 튀어나온
옅은 분홍빛이 도는 돌기를 누르자 란각의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장병..장병"


제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란각의 몸을 장병이 바짝 끌어안아
단단해진 서로의 것이 맞닿자 쇄골에 이를 세우고
제 허벅지 위에 올라탄 그의 뒤 에 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란각의 긴 머리카락이 물속에서 찰랑 거리고,
장병은 제 몸 위에서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 란각의 몸이 
저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팔로는 그의 허리를 받쳐주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의 성기를 쥐어흔들었다

목이 마른 것처럼 쉴 새 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면서도 
란각은 장병이 제 몸을 물고 핥도록 내주며
장병의 것이 제 몸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가면
조르듯 제 뒤를 그의 것에 가져다 댔다

욕조 에서 한참이나 서로의 몸을 탐한 후 란각이 
지친 몸을 침상에 반듯하게 눕자 란각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려던 
장병은 몸을 기울여 평생 칼 한번 제대로 안 휘둘러본 
투명한 몸을 바라보았다


장병의 시선이 제 목덜미며 마른 어깨와 가슴 납작한 배를 지나
검은 하초와 성기까지 닿자 손으로 제 것을 가리고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란각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장병이
그의 허벅지를 벌려 손바닥으로 쓸었다

장병의 시선 때문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자극이 되어
다시 부풀어 오르는 란각의 것을 
장병은 축축한 제 입안으로 감쌌다


"장병..장병.."


란각은 다리를 벌려 뒤 로 장병을 받아들이는 것 보다
그와 똑같이 몸에 달린 제 것을 애무하는 것을 넘어 희롱할 때
부끄러움을 넘어서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저 또한 제 몸에 들어올 장병의 것을 조금이라도 적시기 위해
입으로 그의 것을 애무하지만 장병에게서 란각의 것은
욕망을 배출하기 위한 곳이 아닌 손에 감싸 쥐어지는 감촉과
혀의 점막으로 와 닿는 촉감, 다치지 않을 정도로 치열로 깨무는
그를 위한 장난감, 성감대로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란각의 수치심과 비례하여 자극 받은 몸이 달달 떨려오며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장병은 몸을 기울여
란각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몇 번이나 짧게 입을 맞추다 뺨과 긴 목덜미,
어깨와 마른 가슴에 다정히 입을 맞추면서도,
장병은 차마 다물어지지도 못한 란각의 뒤에 다시 손을 가져갔다 

다시 한 번 몸을 갈라오는 고통에 란각의 눈이 빨개지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고집스레
끝까지 밀고 들어왔다.

"아.."

지독한 쾌락으로 감은 눈에 긴 속눈썹이 바스락 소리가 날듯 떨렸고
장병의 입술이 벌어지며 터져 나오는 탄식 소리와 합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다소 어수룩해 보이는 평소와 달리 몸을 밀고 들어오는 그 찰나의 장병은
란각의 심장이 터질 정도로 색스러웠다 

그 순간만큼은 란각 역시 미칠 듯 제 어린 사내가 갖고 싶어
그를 밀어내는 대신 제 소리를 숨기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가여운 손등에 달래듯 입을 맞춰주고 그의 입술을 막게 하는 대신
손에 깍지를 끼워주자 붉은 눈으로 바라보다 다른 한손으로
매달리듯 장병의 목을 끌어왔다  미칠 듯한 소유욕과 욕망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안아도 란각 당신은 
 더 내게 주지 못한 걸 힘들어 하겠지'


장병에게 란각은 그런 사람이었다
여러 차례 장병을 위해 목숨을 내놓다가 결국 몸 까지 내준
다정하고 아름다운 연상의 정인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욕심껏 탐해도, 
란각은 결코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더 주고 싶을 것이고
장병은 남김없이 받을 것이다


순무사로서 의평현에 온 만큼 란각과 그의 수하들은
남루한 차림으로 오전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
민심과 고충을 살피다가 점심에는 장병의 노점 국수가게에서
교대로 끼니를 때우러 왔다

3일째 되던 날 란각의 수하들은 주변 다른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자 저희들끼리 작당 했으나
입은 짧고 까다로운 주인은 그러라고 하면서도
본인은 얌전히 국수가게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그렇다 란각은 며칠째 먹는 국수와 죽이 질리지 않는 것이다
장병이 즉석에서 좋아하는 반찬을 뚝딱 만들어 그의 앞에만 놓아주니까
그 꼴을 보는 진주도 서러움을 느꼈다
 
사실 장병의 가게에 가는 건 점심 식사를 먹는 명목도 있지만 
오전 작업을 끝낸 광부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점심 장사만 하는 장병의 국수가게와 시간을 맞춰 
함께 관부로 들어가 이전 문서들을 꼼꼼히 살피다 돌아갔고
장병은 좀 더 제 할일을 하다 밤늦게 서야 란각이 기다리는 
청하루 객잔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장병은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게 현령일 을 수행해왔지만
장병의 말대로 수십 년간 의평현에 터를 잡은 중간상인들이 문제 였다

정확히 나흘 후 현령 보다 높은 사람이 마을일을 살피러 왔다는 소식과
자신들이 받고 있는 이자가 맞는 것인지 궁금한 
수십 명의 군중들이 관부에 몰렸으나 정작 골칫거리인 중간상인과 율사는 
시간이 다 되서야 배를 두드리며 도착했다


"아니 현령나리 제게 왜 이러십니까? 제가 관리하는 점포가 몇 개인데,
 자꾸 저를 이 일로 관부로 오가라 부르시면 곤란 합니다
 제 명성에도 흠이 가고 제가 움직이는 건 다 돈 이란 말 입니다"


장병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투덜거리는 사내의 목소리에
붉은 관복을 입고 상석에 앉아 글을 쓰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 
장병이 정리한 상소문을 읽던 란각의 양미간이 좁아지며
탁 소리가 나도록 보던 문서를 내려놓았다
그제야 주변의 시선이 란각에게 쏠린다


"무엄하다  네 앞에 있는 자는 의평현을 가엾이 여긴
 천자 께서 보낸 육품관리 의평현의 현령 이다
 일개상인이 감히 육품관리의 부름에 고개를 빳빳이 들다니
 네놈이 죽고 싶은 게냐?!"


란각의 호통에 상인은 급히 눈동자를 굴리고,  장병에게 사과하였다
란각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현령인 장병이 그에게 예를 차리고,
어린 현령과 달리 오만하고 날카로운 란각의 모습에
상인과 함께 온 율사는 잘못 걸렸다며 눈짓을 주고받았다


진주와 란각의 수하가 상인이 마을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이자 계산을 
법대로 적용하여 계산하니 상인이 돌려줘야 하는 이자가 
그의 점포 하나 쯤 된다

그 사단에 율사가 나서 세법과 관례를 들먹거리며 멋대로 입을 놀렸으나
상대는 전 예부시랑 에 장병과 달리 날카로운 혀를 가진 란각
그는 사람을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이리도 무지한 자가 율사랍시고 가련한 백성들의 피를 쥐어짜고 있다니!
 여봐라 그동안 이자가 관여해온 재판 기록을 가져오거라
 본관이 하나하나 따져봐야겠다"


란각의 입에서 불호령을 내려 떨어져 기록물을 대령하자
무작위로 집어낸 이전 기록을 따져 물었고
율사는 죽을죄를 지었노라 하며 바짝 엎드렸다


땀만 닦는 벙어리가 된 능글맞은 거상
금방이라도 입에 피를 토할 것 같은 거만한 율사
그 꼴을 본 진주는 남몰래 킥킥 거리다 
장병에게 다가와 농을 던졌다

"장형 나 장가가지 말고 란대인한테 시집갈까?" 

평소라면 진주의 농담에 대꾸를 하지 않았을 장병의 양미간이 
찡그려지는 것과 동시에 진주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세게 내려쳤다
몸에 직접 닿은 아픔 보다 장병이 자신을 때렸다는 서러움에
진주의 순한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장형 너무해 겨우 농담이잖아 
 장형은 착한 사람인데, 왜 란대인 일에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거야?"


진주가 서러워하든 말든 장병은 란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장병에게 제 모든 감각이 집중되는 건 란각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들의 투닥 거림을 엿들은
란각의 얼굴에 홍조가 스쳐지나갔다


장병이 돌아올 때 쯤 란각은 창문을 열어 달 과 행인들을 바라 보다,
그가 보이면 창문을 닫고 문을 열어 반겼다


길고 날씬한 다리와 몸에서 유일하게 살이 있는 둔부까지
유린당해 젖은 하체를 모두 내놓고 옷고름이 모두 벌어져 맨살을 내보이는 
벗는 것 보다 못한 상의만 몸에 걸친 채 마주 안아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숨을 고르는 란각은 지독히 음란했다
  
새벽에 경성으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 그를 더 무리시킬 수 없어
장병은 그를 꼭 끌어안은 채 긴 머리카락을
한줌 쥐어 향을 맡아보곤 오후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란각.. 란각 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네가 그렇게 겸손하니 내 나이가 되면 
 넌 지금의 나 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경험을 쌓아 꼭 대리사로 갈 겁니다
 제가 돌아가면 란각도 다시 경성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란각은 대답대신 장병의 뺨을 감싸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눈이 마주쳐오자 기분 좋게 웃어 보이는 눈에 란각의 눈가도 접혔다
란각은 이토록 사랑스러운 제 어린 사내를 제 몸에 가두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몸 안에 장병의 흔적을 뿌리내리고 싶었다




군자맹 장병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