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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5:19
소설체 ㅈㅇ
노잼 ㅈㅇ
장병란각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거라 이어지지 않음
1. 란각의 작은 웃음 소리에 묵문은 절망을 느꼈다 - > https://hygall.com/529136836
2. 욱동은 란각의 고민이 장병 때문일거라 확신했다 - > https://hygall.com/529976732
경성으로 돌아오기 전 날 독 안개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태후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보고에 젊은 황제는
죄 없는 백성들이 목숨을 잃고 재난을 겪었는데
태후의 장례를 성대히 치를 수 없다며 단호히 자신의 뜻을 밝혔다
독 안개로 인한 피해는 발 빠른 대처로 최소한 줄였다 하더라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과 아직 독이 남아있을 수 있는
식재료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분해
백성들을 굶기지 않는게 급선무 였다
란각을 비롯한 대신들은 황제를 따라 입궁하여 피해 보고 와 수습에 대한
회의를 마치고 돌아와 가장 먼저 곳간을 확인해 피해를 입지 않은
식재료를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상인들에게 식재료를 구입했다
무엇보다 우물이 비로 희석 되었다 한들 독이 남아있을 수 있어,
물을 걸러내는 것도 큰일이라 다시 한번 큰비가 내리길 바랐다
가솔들이 주인의 명을 따르지 않았던 터라 란각 역시 제가 갖고 있는
재산을 풀은 후 하루 종일 죽은 사람과 실종자들을 찾는 일에 매진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앉아있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간단히 몸을 닦아낸 후 옷을 갈아입고,
다른 노비들과 똑같이 흰죽으로 저녁을 해결하려는 찰라
이제야 란부로 돌아온 욱동이 다급한 목소리로 제주인을 불렀다
"란대인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여기서 더 큰일이 뭐가 있을라고? 앉은 채 눈동자만을 치켜 세우는
란각을 보며 욱동은 드물게 울상을 지었다
"란 대인이 입궁하시고 장병 녀석은 녀석 나름대로
사람들 배부터 채워야 한다고 식재료들을 다 골라내서
하루 종일 국수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
"그 녀석이 계속 국수를 만들고 나눠주길래 노비들도 얻어 먹으러 갔다가
갑자기 녀석의 배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의원을 불렀습니다
그 미련한 녀석이 전날 밤에 칼에 찔리고도
의원에게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욱동의 말에 란각은 쥐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곧장 자리에 일어섰다
제 주인의 굳은 얼굴에 욱동은 그대로 란각을 따라갔으며
장병의 집을 가는 동안 란각의 입은 굳게 다물어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장병과 진주의 집엔 허옇게 질려 죽은 듯 누워있는 장병과
옆에서 코와 눈이 빨개져 훌쩍거리는 진주가 있었다
"란대인 전부 제 잘못 이에요 그렇게 깊이 찔렸는데 그깟 불로 지져놓고는
괜찮다는 장형의 말에 진짜 괜찮은 줄 알았어요
의원님이 빨리 안 데려오고 뭐 했냐고 지혈이 아니라 안에 상처가 곪아서
그대로 뒀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흑흑"
울먹거리는 진주의 말에 란각은 심장이 떨어지는 걸 느끼며 안색이 질려갔다
진주의 잘못이 아니다. 자신 이야말로 밤 부터 아침까지 장병과 함께 있지 않았는가?
다른 사람들은 챙기면서 장병의 상처를 눈으로 보지 않고 가벼운 찰과상으로 여겨
결국 그의 상처를 곪게 만들었다
"깨어날 수는 있는 것이냐?"
"의원님 말씀이 이미 몸이 많이 상했는데 상처까지 곪아서
잠시 정신을 잃은 거라고 하셨어요
많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냐고
외상이라도 아물 때까지는 절대 무리 시키지 말라고
보약과 상처를 낫는 약을 같이 주셨어요."
순한 눈에 눈물이 찬 진주를 보자 란각은 저 또한 진주를 따라
울고 싶었으나 차마 내색할 수 없었다
"장병이 깨어날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 테니 너도 이만 들어가 쉬어라"
"란대인"
"란대인"
놀란 진주와 욱동이 동시에 란각을 불렀으나 욱동 마저 쉬라며 내보냈고,
진주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참을 장병을 바라 보다
란각에게 잘 부탁드린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물러서자 그제야 란각은 누워있는 장병의 옆에 앉아
손을 내밀어 이마를 짚어보니 열기가 느껴졌다
마른 수건을 적셔 이마에 덮어주니 장병의 몸이 움찔 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란대인..란대인..대인..란각, 란각.."
열병에 걸린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듯 애달프게 자신을 찾는
장병을 바라보던 란각의 눈동자가 머뭇거리며 좌우로 흔들리다
가만히 장병의 옆에 누워 고개를 돌려 이름을 불렀다
"장병 장병"
낮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는지 옆에 누운 이의
체향이 느껴졌는지 장병이 완전히 옆으로 누워
란각의 팔에 코를 묻었다
자신의 몸에 란꽃향이 베여있기라도 한 건지..
란꽃 대신 란각의 체향을 맡자 더 이상 몸을 움찔 거리지도
이름을 부르지도 않는 장병을 바라보며
란각은 장병이 좀 더 자신의 품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팔을 빼내고 옆으로 몸을 뉘었다
이마를 덮어준 수건은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보다 필요한 것은 란각의 체온과 체취였는지
장병은 아이처럼 가슴 쪽에 얼굴을 묻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허리를 끌어안아왔다
란각은 가만히 장병의 뒷머리를 쓸어주며
자신을 이렇게 걱정시키는 사랑스러운 존재를
깨어나면 이번엔 단단히 혼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상처가 곪았다더니 얌전히 잠자는 것 같아도 한 번씩 열이 오르는
장병 때문에 란각은 제 몸이 뜨끈해지면 일어나
찬물을 수시로 받아와 수건을 적셔 장병의 이마니 손과 발을 적셔주고,
체온이 내려가면 금세 란각을 찾는 장병에게
기꺼이 제 품을 내주었다
몇 번이나 번복되자 열이 완전히 가라앉았는지
작게 숨을 내쉬는 장병을 좀 더 지켜던
란각의 눈꺼풀도 무거워졌다
아침 햇빛에 사실 반시진(1시간) 정도 밖에 잠들지 못한
란각이 눈을 떠 제일 먼저 본 것은 누워있는 제 옆에 앉아
송아지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장병이었다
얼굴은 반쪽이 되었지만 여전히 반짝 거리는 커다란 눈동자를
란각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응시하였다
"저 때문에 계속 못 주무셨을 텐데 더 주무시지 않고.."
"나는 괜찮다 밤새 열이 올라서 목이 다 쉬었구나
많이 아프냐?"
되러 장병은 란각을 걱정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저는 원래 튼튼해서 아파도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습니다
저는 충분히 잤으니 좀 더 주무세요 제가 죽 삶아 드릴게요
바쁜 일 지나면 란부로 가서 식사를 챙겨 드려야겠습니다
몇 달 못 본 사이에 더 야위었어요 란각"
장병을 걱정하는 것과 소임을 주시하는 것 외에는
평소와 다른 것이 없었던 자신과 달리 장병은
이미 몸이 상했다 라는 말을 의원에게 들을 정도로
반년 동안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했을 터 였다
고향에서 기억을 찾고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 쫓기던 신세였던
장병이 안쓰러우면서도 란각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장병이 돌아온 후에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란각에게 장병은 연정을 가진 대상일 뿐 어린 지기나 제자가 될 수 없을뿐더러
장병 또한 똑같이 자신을 계속 원해주길 바랐기에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병이 자신과의 일을 잊었을까 내심 불안했다
허나 그런 것은 괜한 걱정이었다고 말해주듯
다정히 제 이름을 불러주는 장병의 목소리에 란각의 고운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그를 바라보던 장병은 심장이 두근 거리며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보고 싶었습니다 매일 밤 악몽을 꾸지 않으려고
자기 전에 항상 당신 생각을 했어요
란각의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몸
매일 당신 생각을 하며 버텼어요"
평소 말도 잘하지 않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말재주가 좋아진건지
란각은 장병의 눈을 마주 보며 그의 얼굴로 팔을 뻗었고
란각의 몸짓에 장병은 몸을 숙여 누운채 자신을 올려다 보는
그와 마주 바라 보았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장병의 눈이 얄밉기도 해서
잠시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결국 란각은
먼저 손으로 장병의 뺨을 감싸 그의 얼굴을 더욱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후 제 입술로 그의 입술을 덮었다 떨어트렸다
란각의 짧은 접문에 장병은 옅게 미소를 짓고
란각의 반듯한 이마와 눈덩이와 코, 뺨,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그의 옆에 누워
찰흙 같은 머리카락과 함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란각이 자신을 안아오거나 자신이 그를 안을 때면
어느새 그의 몸에 베여버린 란꽃향이 장병의 코끝에 닿았고
그 향을 맡으면 장병은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도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잘못되었을까 봐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내 목숨을 여러 번 걸어 너를 구했으니,
네 목숨은 네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
또 한 번 네 몸을 하찮게 여기면 더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장병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어 경고하듯 호통치듯 말하는
란각이 장병은 사랑스럽다 못해 안쓰러웠다
란각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장병을 오해하여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날 부터
란각은 진심으로 장병에게 화를 낸 일도 없고,
그가 억지를 부리면 이기지 못해 져주곤 했다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모든 것이 완벽했던 란각이
하필 보잘 것 없는 자신에게 저토록 빠져있는지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 하다
장병은 가만히 란각의 이마와 눈두덩에 다시 입을 맞춘 후
입술 꼬리를 살짝 올린다
"란각 앞으로 당신을 계속 신경 쓰이게 하는 대신
남은 평생 잘 모실게요"
확고하게 고개까지 끄덕이는 장병의 순수한 얼굴에
란각이 눈꼬리를 접으며 웃음을 터트리자
장병은 안 되겠다는 듯 돌연 란각의 눈을 가렸다
"란각 지금 함부로 그렇게 웃으면 위험해요
지금 무리하게 움직이면 상처가 다시 찢어질 테니까
조금만 더 자 둬요 잠들 때까지 옆에 있을 게요"
자신의 말에 란각은 금세 올라가 있던 입꼬리를 내리고 얼굴을 붉혔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눈을 가리니 음심을 자극하는 듯 해
장병은 제 손을 치우고 란각의 옆에 누워 그의 허리에 얼굴을 묻었다
허리를 안아오는 팔을 다정히 감싸는 손길에
장병은 배시시 웃으며 그의 체취를 맡으러 코를 비볐다
곧 란각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고, 바깥엔 기다렸던 비가 쏟아져 내린다
빗소리가 들려오자 장병은 이불을 끌어 올렸다
하루 종일 내린 비 로 우물이 다시 채워져 남은 사람들의 근심이 덜어졌다
며칠 후 장병은 노른자 쫑즈를 몇 개 쪄서 란부를 찾아왔다
란각이 눈 까지 빛내며 먹는 것을 보며 욱동은 군침을 흘렸지만
애석하게도 장병이 가져온 것은 란각 혼자 먹을 만큼의 양 이었고,
제 주인은 맛 좀 보라는 빈소리 조차 하지 않았다
그날 부터 장병은 매일 밤 음식을 싸 들고 란부로 찾아와 손님방에서 자고
다음날 새벽 란각이 아침에 먹을 것을 만들어 놓고 갔다
욱동은 분명 제 주인이 그 어느때 보다 잘 먹고 있음에도,
매일 아침 피곤한 얼굴로 일어나고 더 야위어 가는 것 같다고
이왕이면 살 찌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장병에게 한마디 하니
제 주인의 얼굴은 붉어지고 장병은 답지 않게 시선을 피했다
붉은 안개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가 안정적으로 수습되자
젊은 황제는 20년 전 란림 사건을 재조사 하라는 명을 내린 후
은밀히 장병을 찾아왔다
군자맹 장병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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