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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2:54

장병란각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거라 이어지지 않음

1. 란각의 작은  웃음 소리에 묵문은 절망을 느꼈다 - > https://hygall.com/529136836


소설체 ㅈㅇ
ㄴㅈㅈㅇ



깊은 밤 란각은 제 옆에 놓은 차가 식어가는 것도 모르고
무심하고도 조용한 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요 며칠 란각은 잠들기 전 한참을 말없이 달을 바라보았다.

욱동은 그런 제 주인을 보며 고민이 있느냐며 해결은 못해드려도
들어드릴 수는 있다며 말을 꺼내보았지만
란각은 고개를 저으며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라며  
먼저 들어가 쉬라고 하는 터에 제 주인을 끔찍이 아끼는
욱동은 저러다 란각이 또 탈이 날까 봐 걱정하는 마음만 커졌다

냉정히 보여도 제 주인은 섬세하며 정이 많은 사람 이다..
그래 정이 많은 사람.. 란각의 뒤에서 욱동은 헛기침을 하며
일부러 말을 꺼내 보았다

"대인 요 며칠 장병 그 녀석이 보이지 않네요
 란부 에 멋대로 고양이 밥도 주고 제 기분 내키는 대로 오던 녀석인데
 며칠 안 보인다고 란부가 허전 합니다"
"마영이 탈락하여 장병이 전시에 추가 합격 했으니
 내일 황상을 알현하고 시험을 보려면 장병도 바쁘지 않겠느냐?'

"그래도 그 녀석 직접 소식을 전하러 올 줄 알았더니 너무 조용하네요
 고 선비님께서 오셔서 장병 녀석도 눈치라는 게 보이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고청장이 돌아와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들떠 장병에게 그와의 일을 이야기를 꺼냈더니
장병의 반응이 떨떠름 했다 하지만..

"청장은 내 지기다
 장병이 내 집에 오는데, 왜 청장 때문에 눈치를 보겠느냐?"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여 욱동에게 호통을 치니
욱동은 주제 넘었다 하면서도 제 주인의 고민이
장병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대인 장병이 왔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기라도 한 듯 늦은 시간에 그것도 내일 오전 전시를 봐야 하는
장병이 찾아왔다는 말에 놀라면서도 한 몸처럼 몸에 메고 다니는
남루한 가방을 메고 인사 대신 마루에 앉아 있는 저를 빤히 바라보는 
말그레한 얼굴은 어쩔 수 없이 반가웠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저 말씀 드릴게 있어서.."
"말해보거라"

곤란한 듯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주변을 바라보는 저 모습은
란각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장병이라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제 노비들에게 쉬라고 내보낸 후
그제야 마루에 마주 앉은 장병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내일이 전시 인데 준비는 충분히 한 것 이냐?"
"평소에 해왔으니 다른 사람 보다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 부터 모엽생을 흠모하여
 대리사에 들어가 그분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게 목표 였는데,
 모엽생이었던 도대인의 최후를 보니 제가 전시에 합격해
 나랏일을 하는 게 맞는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늦은 밤에 제게 찾아온 고민이...
장병으로선 당연히 제 인생에 대한 고민이겠지만,
란각은 내심 마음이 쓰렸다

'내가 저 아이에게 무얼 기대했던 걸까?'

차마 내뱉지 못한 한숨을 속으로만 내쉬었지만,
장병의 고민을 결코 가볍게 듣진 않고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다 가만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장병...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진실 만큼이나 힘이 필요하고
 한 사람의 인생에 기회라는 것은 사실 많지 않기에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 그럼 란대인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는 네가 조정에 뛰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너는 성품이 강직하고 순수하여 아끼는 이도 있겠지만
 해치려는 자들도 분명 생길 것이다
 내 힘이 닿는 대로 너를 지키겠지만 힘이 부족해서
 너를 지키지 못할 까봐 두렵구나"

란각의 입에서 흘러나온 뜻밖의 대답에 장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 말에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한 장병의 얼굴에
란각은 심장이 움찔 거리는 통증을 느끼면서
제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장병의 시선에 눈동자를
아래로 떨구었다

"지금처럼 사건을 조사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면
 앞으로는 란대인의 힘이 닿지 못하는 곳에는
 계속 조사하지 못할 수도 있겠군요
 란대인께 계속 폐 를 끼치면서요."
"누가 네가 내게 폐가 된다 하더냐?!
 내 곁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나는 너를 탓할 마음이 없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또..."

울컥한 란각은 저도 모르게 제 속 마음이 다 터져 나오려는 것을 
남은 이성 으로 겨우 막았지만  내뱉어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란대인.. 란대인이 자꾸 저를 지키겠다고 하시니
 제가 자꾸 불편해 집니다"

평소 보다 낮고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평소와 달리
민망할 정도로 자신을 쳐다보지 않고 되러 시선을 피하는
장병의 모습에 란각은 쓰리던 마음이 아파왔다

"내가 너무 내 욕심만 부려서 너를 불편하게 했구나
 미안하다..앞으론 내가.."
"아닙니다 란대인 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란대인께 필요하다 하면 얼마든지 제 목숨으로
 란대인을 지켜 드릴 겁니다.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렸습니다
 제가 불편한 건 란대인이 아니라 이상한 제 머릿속 입니다"

결국 눈까지 질끔 감더니 장병의 말그레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란각에게 지금 장병의 얼굴은 신선했다..
평소 순수하다 못해 조금 뻔뻔한 장병이 제 앞에서 부끄러워했고
그 모습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무엇이 이상하냐?"
"란대인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제가 모르는 란대인의 과거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있는 것도 화가 나고
 음란한 꿈을 꿨습니다.. 란대인을 똑바로 쳐다볼 수 .."


눈 을 꼭 감고 제가 하는 것이 고백인지도 모르고 고백하는 장병의 모습에
란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오르며 장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
다가가 조심스레 양 손으로 장병의 목에서 뺨을 감쌌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장병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을 감고 다가오는 란각의 얼굴이 보였고, 본능적으로 눈을 감자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제 입술 위를 살짝 눌렀다 떨어졌다

그 감촉이 아쉬워 다시 눈을 뜨니 조금은 멍하니
저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란각의 얼굴이 보였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다  장병은 란각이 조금 전 제게 그랬던 것처럼
눈을 감고 란각에게 가까이 있고, 란각은 장병의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그의 목을 감았다

서툴게 입을 맞춰온 장병이지만, 어느새 란각의 어깨를 제 쪽으로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고 그의 눈두덩이와 콧날, 뺨에도 살포시 입을 맞춰줬다
란각은 장병이 제게 다시 입을 맞춰오자 입술을 벌리고
두드리듯 장병의 혀 끝에 제 혀끝을 대어 빨아 들였다

순간 조심스럽기만 하던 장병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더 가까이할 것 없는 제 몸을 란각의 몸에 가까이 대고
얇은 도포를 입은 마른 가슴에 손을 가져가 더듬었다


관직을 받고 괜스레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 싫었던
란각은 적당한 집안의 여인과 혼인을 했지만
불행히도 자상하고 어질던 아내의 명이 너무나 짧았다

아내가 떠난 후 란각은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병을 만나기 전 까지는..


처음 시작은 분명 악연이었고, 그 일도 사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장병이라는 어린 사내의 모든 행동이
자신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려는 것이 아니고
누구보다 순수하고 강직한 성품이라는 걸 깨닫고
그를 아끼고 지켜주고자 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길 때 마다 애가 타고
결박당한 장병을 보는 순간 눈이 뒤집어졌다
그가 저를 위해 만들어준 음식은 세상 그 무엇 보다 귀했고
혼자 망연자실해 있던 저를 찾아올 때나
제게 주는 음식은 진주조차 손을 못 대게 하는 장병을 보자
심장이 두근 거렸으나 그것이 어떤 마음인지 몰랐다

그럼에도,
아무리 죽은 현기의 글씨를 흉내 내도 장병의 이름을 쓸 수 없었고
자신을 더 미치게 한 것도 제정신으로 돌린 것도 
참으로 뻔뻔하게 장병이 자신의 집에서 먹이를 주던 고양이였다

그래서 란각은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어느 순간 이 어린 사내에게 푹 빠져 버렸고,
장병이 원하는 것은 다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란각. 당신의 전부를 보고 만지고 싶습니다
 방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장병은 이 순간 까지도 말을 돌리는 법 이 없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지금 장병을 제 방에 들여 보내면
보고 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란각은 장병에게 제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고
저 역시 장병을 갖고 싶었다


서툰 움직임으로 온몸을 탐색하듯 만지고 핥고 빨고
때로 깨물기 까지 하는 장병에게 란각은 신음 소리를 참으며
장병의 이름을 부르다 그가 몸을 가르고 들어서는 순간엔
고통에 눈물이 흘러 나왔다

란각의 눈물에 놀라고 미안 장병이 어렵게 삽입한 제 것을 빼내려고 하자
란각은 몸을 떨면서도 다정히 팔을 내밀어 장병의 몸을 끌어안았다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 해가 들기 전 습관적으로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진
장병은 제 쪽으로 얼굴을 대고 작게 숨소리를 내며
잠든 얼굴을 잠시 멍하니 바라 보았다

눈썹도 가지런하고 코도 오뚝하며 입술도 도톰하니 보기 좋다
곱지 않은 구석이 없다 그의 얼굴도..몸도..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그의 몸이 추울까
이불을 목까지 올려주다 참을 수 없이 뺨에 입을 맞추곤
깨지 않도록 작게 속삭였다

"시험 잘 보고 밤에 다시 오겠습니다"

제 뺨에 입 맞춰 오는 장병 때문에 잠에서 슬쩍 깨 몽롱해졌지만
눈 도 떠지지 않았고, 도무지 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란각은 눈을 감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란각의 모습에 장병은 고개를 숙여
뺨 대신 입술에 입을 맞추곤 자리에 일어서
제 옷을 찾아 입었다


그날 밤에도 황상을 뵈었다고 장병이 란부에 찾아왔고
그날 평소 보다 지친 얼굴이었던 제 주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쫓기게 된 장병이 고향으로 떠나자
또 다시 밤에 달을 바라보는 란각은
옛 지기인 고선비가 돌아왔음에도 그 전 보다 울적해 보여
욱동은 장병의 누명이 벗겨지길 바랐다


군자맹 장병란각